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뷰티 트렌드 허브, 비더비
DDP에 위치한 뷰티 복합 문화 공간 '비더비'는 뷰티 업계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의 홍보를 지원하는 동시에 서울의 뷰티 트렌드의 추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다양한 홍보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 다양해진 고객 접점은 누군가에게 기회이지만, 혹자에게는 난감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모든 기업이 소비자에게 닿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일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월간 〈디자인〉이 서울경제진흥원(이하 SBA)의 활동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공의 액셀러레이터를 자처하는 이곳은 기업 매출 증대를 위해 국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서울의 창업 생태계를 혁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SBA의 지원 사업 중 특히 눈여겨봐야 할 시장은 뷰티업계다. 미국의 경영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뷰티 시장은 2020년 이래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2027년이 되면 도합 5850억 달러(약 799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뷰티 시장인 미국과 세 번째로 큰 일본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의 수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일명 ‘K-뷰티’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SBA 뷰티기업육성팀은 서울의 뷰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격이 한창이다. 잠재력은 있지만 판매 활로를 찾지 못한 브랜드를 대상으로 유명 온라인 플랫폼과 협업해 홍보 마케팅을 진행하며, 유망 뷰티 테크 기업의 오프라인 전시를 통한 테스트베드도 지원한다. 오프라인 마케팅 공간이자 서울을 대표하는 뷰티 복합 문화 공간인 ‘비더비’의 운영 역시 이들의 몫. DDP에 둥지를 튼 이 K-뷰티의 전초기지에선 현재 다양한 홍보 지원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2022년 9월 개관 이래 150만여 명이 다녀간 이곳은 시즌제를 도입해 공간 콘텐츠와 연출에 획기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시즌 3를 맞아 상설 전시를 여는 업타운과 팝업 스토어인 다운타운으로 나눠 각기 다른 매력으로 국내외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중이다.
콘텐츠와 사용자 경험이 흐르는 울창한 숲, 업타운
올해 하반기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비더비는 업타운을 중심으로 7월 23일부터 11월 10일까지 체험형 상설 전시 〈컬러풀 뷰티 시티Colorful Beauty City〉를 열었다. 한강의 핑크빛 노을을 닮은 올해의 서울색 ‘스카이코랄’을 업타운 곳곳에 적용하고 오로라 컬러나 골드·실버 컬러의 소품, 거울 등 빛을 발산하거나 반사하는 요소를 배치해 서울 시민들의 빛나는 일상을 표현했다. 또한 비더비만의 관점으로 큐레이션한 중소 뷰티 브랜드 제품 700여 개를 전시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했다. 헤어 케어, 기초 케어, 클렌징, 메이크업 등 제품의 종류에 따라 공간을 나누어 특정 구역 내에서 효율적으로 다양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사실 공간의 방점은 제품 판매보다 전시 체험에 찍혀 있다. 좋은 전시 경험이 현장에 비치된 제품에 대한 긍정적 인식 형성에 기여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주명규 SBA 뷰티기업육성팀 책임은 “전시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크리에이티브한 공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브랜드를 체험하고, 그 경험을 통해 브랜드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라고 말했다. 뷰티 테크 서비스를 활용한 사용자 경험 설계도 흥미롭다. 관람객은 업타운 내에 비치된 뷰티 테크 디바이스로 간편하게 자신의 피부 상태를 분석할 수 있는데, 그 결과를 기반으로 전시장에 비치된 제품 중 자신에게 적합한 브랜드를 추천받는다. 이후 네이버 패션타운 스토어에 접속하면 구매까지 가능한데, 이것이 바로 오프라인 매장에 디지털의 편리함을 접목한 ‘피지털phygital’ 전략이다. 이처럼 업타운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치밀한 경험 설계와 도심 속 숲을 연상시키는 바이오필릭 디자인으로 방문객을 뷰티 브랜드의 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는 ‘자연의 순수함이 깃든 도시’를 주제로 자연의 아름다움에 몰입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전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 비더비 뷰티 테크 기업
“자사의 디지털 타투 디바이스 ‘프링커’를 트렌디하고 창의적인 공간인 DDP에서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전시에 참여했다. 덕분에 많은 관람객이 프링커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전시 오픈 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시장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제품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동윤 앙트러리얼리티 대표, 비더비 뷰티 테크 기업
“AI로 피부에 맞는 퍼스널 컬러 아이템을 추천하는 서비스 ‘트위닛’을 운영한다.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통해 비즈니스 아이템을 떠올렸기 때문에, 서울 관광의 허브인 DDP에 위치한 비더비가 서비스 테스트베드로 적격이라 판단했다. 고객의 직접적인 반응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 브랜드에게 적합한 공간이다.”
브랜드들의 선 넘는 컬래버레이션, 다운타운
업타운이 물 흐르듯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 설계와 전시 콘텐츠를 겸비했다면, 다운타운은 팝업 스토어를 통해 주기적으로 새로운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독특한 점은 두 브랜드가 마치 2인전처럼 협업해 팝업 스토어를 기획한다는 것. 서울의 뷰티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와 전혀 다른 산업군의 브랜드가 만나 시너지를 내도록 유도한 것이다. 뷰티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할 기업을 직접 찾아 팝업 스토어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데, 뷰티기업육성팀은 두 브랜드의 시너지와 파급력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참여 기업을 선정한다. 일례로 지난 7월 23일부터 9월 1일까지는 김정문알로에와 뽀롱뽀롱 뽀로로 캐릭터 ‘크롱’의 부캐인 ‘크크롱’이 협업해 화제를 모았다. 고객 연령층의 확대가 필요했던 김정문알로에는 캐릭터 IP를 활용한 전시 구성과 협업 제품을 선보인 덕분에 다양한 나이대와 국적의 방문객에게 어필하며 브랜드의 팬덤을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는 한국적인 향과 미감을 전하는 뷰티 브랜드 ‘취’와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한복 브랜드 ‘단하’가 기획한 팝업 스토어 ‘뷰티 오브 코리아Beauty of Korea’를 열고 있다. 한옥의 차경과 칸의 구조를 일부 차용해 한국의 미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했는데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방문하는 DDP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12월부터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을 맞이해 새로운 팝업 스토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렇듯 극대화된 체험과 유연하고 가변적인 공간 운영, 이종 산업 간의 전략적 연대 등을 통해 비더비는 2024년 글로벌 트렌드의 핵으로 부상한 도시, 서울의 면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오랜 시간 편안하게 머물면서 뷰티 브랜드를 천천히 체험하도록 유도했다.”
이단비, 주명규 SBA 뷰티기업육성팀
비더비는 제품 판매보다는 체험에 집중한 공간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의도한 것인가?
그렇다. 굳이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젊은 세대가 성수동이나 더현대서울의 팝업 스토어를 방문하는 이유는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지 않나. 공간에서 직접 체험하고 느낀 감정, 동행한 사람과의 추억 등 긍정적인 감정이 그대로 현장의 브랜드로 전이된다. 제품 판매를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방문객과 브랜드 사이에 관계가 형성된다. 이 점이야말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뷰티 브랜드를 홍보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업타운은 다양한 식물로 가득 찬 바이오필릭 디자인이 특징이다.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공간으로 기능하며 사람들이 부담 없이 머무르길 바랐다. 자연 속에 있을 때 느끼는 평온함과 안정감을 업타운 안에서도 똑같이 느꼈으면 했다. 오랜 시간 편안하게 머물면서 뷰티 브랜드를 천천히 체험하도록 유도했다.
다운타운은 두 브랜드가 협업하는 팝업스토어로 운영한다. 이런 형태로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비더비는 매년 다른 콘셉트의 공간과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 시즌 3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기획한 팝업 스토어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경험을 전달하고 싶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면서도, 젊은 세대가 비더비를 지속적으로 방문하게 만들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도출한 결론이다. 전혀 다른 산업군의 브랜드와 만나 의외의 재미와 신선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한편, 서로의 팬덤을 공유하며 상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비더비를 운영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중소기업에 진정으로 가치 있는 공간인지, 내가 방문객이라면 가고 싶은 공간인지, 이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고민을 거듭한 덕분에 기존의 공공 영역에서는 보기 드문 신선한 결과물이 탄생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