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토피아의 설계자들] ② 빅히트뮤직 BX팀
케이팝토피아의 설계자들
케이팝이 우리 눈앞에 완성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수많은 과정을 거친다. 그중에서도 무형의 음악을 독창적인 그래픽의 앨범으로, 남다른 감각의 뮤직비디오로, 팬들이 열광하는 콘서트로 변환하는 데 디자이너의 역활은 필수 불가결하다. 그렇게 디자인은 그 프로세스에 화룡점정이 된다. 화려한 아이돌의 세계 너머에서 매번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는 디자이너를 소개한다.
빅히트뮤직 BX팀
빅히트뮤직과 소속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브랜드 경험을 개발·관리하는 부서. 2020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산하브랜드디자인팀으로 설립되었고, 김성민 BX팀장 겸 크리에이티브 3실장이 이끌고 있다. 앨범을 중심으로 파생된 콘텐츠의 기획 및 제작, 검수뿐만 아니라 브랜드 디자인 에셋과 가이드라인의 구축 및 관리까지 담당하고 있다. ibighit.com
케이팝 디자인만의 매력은?
최세열 우리의 디자인이 전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소비자층을 통해 소비되고, 굉장히 빠른 피드백을 받는다는 점.
이혜리 아이돌과 하이브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음악적 메시지를 모든 시각 요소에 담아 전달함으로써 팬과 대중이 가수와 자연스럽게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
김예은 정해진 룰 없이 아이돌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크리에이터의 해석과 감정을 온전히 담는다는 점. 표현의 자유도가 높은 만큼 깊이 고민해야 되는 지점도 많지만 그래서 더 흥미롭다.
디자이너 관점에서 가장 흥미로운 케이팝 아이돌은?
정수연 비비. 가장 최근에 발매한 앨범 〈Lowlife Princess: Noir〉의 파격적인 뮤직비디오 비주얼과 가사가 인상적이었지만, 앨범의 구성품으로 너클, 쿠보탄, 비녀 등을 선택한 점도 흥미로웠다. 가수의 특성과 앨범 콘셉트를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요즘 케이팝 신에서 주목하는 크리에이터는?
김성민 셀 수 없이 다양한 크리에이터를 주목하고 있다. BX팀의 커뮤니케이션에는 다양성과 차별성이 수반되어야 하기에 글, 음악, 영화, 패션, 건축, 테크놀로지 등 거의 모든 콘텐츠를 받아들이려 한다.
그렇다면 당신의 케이팝 대표 프로젝트는?
이혜리 방탄소년단의 앤솔로지 앨범 〈Proof〉. 방탄소년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돕자는 목적으로 그룹의 역사를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앨범을 구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최세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이하 TXT)의 프로젝트 전반. 다른 케이팝 아이돌과 달리 이들은 독창적인 서사를 기반으로 콘셉추얼한 스토리텔링 앨범을 선보이는 그룹이다. 성장 서사에 맞춰 매 앨범마다 특색 있는 스토리를 시각화한다. TXT의 앨범 로고를 모아놓으면 데뷔 때부터 현재까지의 서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김예은 TXT의 미니 앨범 5집 〈The Name Chapter: Temptation〉. ‘이름의 장’이라는 새로운 이야기의 서막을 여는 첫 앨범이자, 이름을 찾는 여정 중 유혹을 마주해 흔들리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획 초기 단계부터 TXT의 서사 속에서 유혹에 흔들리는 청춘은 어떤 모습이고, 유혹을 어떻게 표현할지 팀원 모두 고민했다. 논의 끝에 일렁이는 그래픽과 기묘한 색 조합을 이용해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직관적으로 표현한 로고를 완성했다.
내 작업만의 특별한 점은?
정수연 앨범 디자인에 국한되지 않고 크리에이티브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관여한다는 것.
최세열 아이돌을 브랜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작업한다는 점.
김예은 빅히트뮤직의 아이돌 그룹은 자신의 세대를 대변하는 이야기를 하고, BX팀은 그 이야기를 시각화한다. 앨범의 서사가 거듭될수록 성장하는 그룹 자체를 함께 담아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BX팀의 작업은 아이돌의 견고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자신이 속한 세대의 문화와 동시대를 디자인에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른 기획사와 차별화된다.
케이팝 팬들의 피드백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수연 방탄소년단이 미국의 여성 래퍼 메건 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이하 메건)과 함께한 버전의 〈Butter〉를 제작할 때, 이 곡만의 특별한 커버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서 메건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해 기존 앨범 커버를 팝스럽고 힙한 핑크색 하트로 바꾼 적이 있다. 앨범 커버가 공개되자마자 메건과 팬들이 트위터 프로필을 핑크색 하트로 바꾸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수많은 아미들의 프로필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이후 진행한 방탄소년단 콘서트에서 메건이 핑크색 의상을 입고 깜짝 게스트로 등장할 때, 이 곡의 브랜딩이 정점을 찍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최세열 각종 콘텐츠를 공개할 때마다 앞으로를 위한 그룹 서사의 빌드업을 위해 의미를 살짝 숨겨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팬들이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고 해석하는 피드백이 흥미롭다. 가끔 ‘이거 만든 사람 누구신지’, ‘디자인팀 칭찬합니다’라는 식의 반응을 보며 소소한 재미와 보람을 느끼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