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학창 시절의 향수를 싣고 프레피 룩이 온다
키 아이템으로 즐기는 최신 프레피 룩
언제나 돌고 도는 패션 스타일. 이번에는 프레피룩이 찾아왔다. 미국 명문 사립학교 학생들의 교복 스타일을 본뜬 프레피 룩은 본래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멋이 특징이다. 전 세계 스타들이 주목하는 프레피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프레피 룩의 유행이 돌아온다. 미국 명문 사립학교 학생들의 교복 스타일을 본뜬 프레피 룩은 본래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멋이 특징이다. 올해는 지금 가장 힙한 긱 시크(Geek Chic) 무드까지 더해지면서 재기발랄한 면모도 지녔다. 덕분에 어느 때보다 인기다. 럭비 셔츠, 플레어스커트, 바시티 재킷, 넥타이 등 필수 준비물부터 세련된 연출법까지, 당장 따라 하고 싶은 프레피 룩 실전편을 준비했다.
01. 럭비 셔츠
최신 스타일을 위한 1순위 준비물은 럭비 셔츠다. 이번 시즌 프레피 룩은 교복의 단정함에 클래식 스포츠웨어의 경쾌함을 얹는 것이 특징인데, 럭비 셔츠가 그 중추 역할을 확실히 해낸다. 마치 모범생 여자친구가 학교 럭비팀 남자친구의 티셔츠를 빌려 입은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숫자가 크게 쓰인 선수 유니폼 같은 디자인을 말하는 건 아니다. 깨끗한 흰색 칼라가 달린 폴로 셔츠에 선명한 가로 줄무늬, 가슴에 놓인 작은 로고 등 클래식 디자인의 럭비 셔츠를 주목한다.
요즘 멋쟁이들은 이미 럭비 셔츠의 근사한 질주를 만끽 중이다. 럭비 셔츠를 입고도 모범생처럼 단정함을 잃지 않는 것이 관건인데, 헤일리 비버가 그 멋진 예를 보여준다. 간격이 다른 경쾌한 스트라이프 럭비 셔츠를 제외하곤 가죽 재킷, 청바지, 메리제인 슈즈, 심지어 양말도 클래식하게 유지한다. 요즘 럭비 셔츠의 매력에 푹 빠진 김나영의 센스도 인상적이다. 진주 목걸이에 너드미를 살리는 커다란 안경을 쓰거나 넥타이를 맨 남자친구와 커플 룩을 연출하거나 격식 있는 블랙 롱스커트를 조합하거나. 나이와 스타일을 뛰어넘는 그의 색다른 연출은 럭비 셔츠의 숨은 멋을 일깨운다.
02. 플레어 미니스커트
영화 속 하이틴 스타처럼 변신할 절호의 기회다. 교복 치마를 닮은 차분한 플리츠부터 봉긋한 플레어까지, 주름 미니스커트로 완성하는 봄 프레피 룩이 대세로 떠올랐다. 스커트 디자인을 고를 때는 다음 몇 가지를 고려하면 훨씬 쿨하다. 무릎 위로 올라오는 미니 실루엣, 네이비, 베이지, 그레이 등 차분한 색감, 골반에 툭 걸쳐 입는 로 라이즈 허리선.
주름 스커트에 재킷까지 걸치는 프레피 룩은 조금 뻔하다. 봄을 위한 미니스커트의 스타일리시한 짝꿍은 바로 니트 풀오버 혹은 카디건. 부드러운 니트 상의 밑으로 나풀나풀 미니스커트의 율동감을 살리고 로퍼나 운동화로 발끝에는 단정함을 싣는다. 숄더백, 시계, 선글라스 등 조용한 럭셔리 무드의 액세서리로 성숙함도 놓치지 않는다. 주름 스커트로 완성하는 최신 프레피 룩은 고상함이 묻어날수록 생기가 넘친다.
03. 폴로 셔츠
옷장 속 어디에 있을지도 모를 폴로 셔츠를 찾아봐야 할 때다. 프레피 룩의 인기가 오랜만에 폴로 셔츠를 유행 대열에 세우고 있다. 한 가지 유의점은 한때 유행했던 알록달록 컬러에 큼직한 말 로고가 새겨진 디자인은 피한다. 올해의 핵심은 고급스러움. 맨들맨들 부드러운 니트, 아이비리그를 떠오르게 하는 아이보리와 네이비, 발랄한 크롭 기장 등 새로운 폴로 셔츠는 한결 차분한 모습이다.
폴로 셔츠로 프레피 룩을 즐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구찌 컬렉션처럼 셋업으로 즐기기. 명문 고등학교의 테니스부 같은 느낌으로 클래식 셋업 룩을 연출하면 고급스러움이 절로 살아난다. 두 번째는 엘사 호스크와 장원영처럼 미니스커트로 스쿨 룩 느낌 내기. 이때 폴로 셔츠는 어정쩡한 기장보다는 크롭 디자인이 더 산뜻하며 다리도 길어 보인다. 또한 하이힐 슈즈대신 발레슈즈, 로퍼, 운동화 등 플랫슈즈를 신는 게 훨씬 스타일리시하다.
04. 블레이저
올봄, 어른들의 프레피 룩을 완성하는 키 아이템이다. 블레이저 하나로 학창 시절의 향수를 근사하게 걸칠 수 있다면 투자가치는 충분하다. 다음 디자인을 눈여겨본다. 핏을 힘 있게 살리는 톡톡한 울 소재, 적당한 오버사이즈 핏, 도회적인 네이비 혹은 그레이 컬러, 한쪽 가슴 켠의 포켓과 패치 장식. 반면 금장단추, 허리가 쏙 들어가는 실루엣, 번들거리는 원단은 피한다.
봄에는 팬츠보다는 스커트가 대세다. 발랄한 미니스커트부터 간결한 H라인 스커트까지, 블레이저와 조합해 교복 같은 분위기를 살리는 게 포인트다. 둘의 궁합을 더욱 세련되고 성숙하게 끌어올리고 싶다면 옥스포드 셔츠, 벨트, 넥타이, 로퍼를 더한다. 반대로 격식을 살짝 흔드는 멋이 필요할 때는 티셔츠, 니삭스나 워머, 운동화를 곁들이면 순식간에 힙해 보인다.
05. 바시티 재킷
일명 ‘과잠’으로 통하는 바시티 재킷은 스타디움 재킷, 레터맨 재킷으로도 불린다. 1865년 하버드 대학교 야구 대표팀이 학교 이니셜인 ‘H’ 패치를 단 점퍼를 맞춰 입으면서 유명해졌고, 지금까지도 클래식과 스포츠를 오가는 마성의 아이템으로 사랑받고 있다. 네크라인과 소매의 밴드 장식, 레터링 패치, 컬러 블록 등 독보적인 디자인을 지닌 바시티 재킷은 올봄 개성 넘치는 프레피 룩을 위한 필수템으로 손꼽힌다.
존재감이 가장 확실한 아이템이다. 따라서 어떤 매칭 아이템을 더하느냐에 따라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학교 응원단, 혹은 멋쟁이 교수님 이미지까지 다재다능한 멋을 발현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가는 근사함은 지지 하디드가 증명한다. 초록색 바시티 재킷에 블랙 팬츠와 로퍼를 더한 지지 하디드는 마치 과잠까지 챙겨 입는 센스 만점 스타 교수님 같다. 특히 재킷 사이로 슬쩍 보이게 연출한 체크 셔츠가 신의 한 수다.
06. 포인트 액세서리
과거 보수적인 교복 스타일에 변화를 줄 수 있었던 건 약간의 액세서리뿐이었다. 양말을 바짝 끌어 올려 신을 것이냐 살짝 내려 신을 것이냐, 작은 거 하나에도 폼생폼사했던 그 시절의 절실함을 떠올리면 액세서리의 멋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힙한 프레피 룩을 위한 올해의 포인트 액세서리는 볼캡, 넥타이, 니삭스, 베레모, 백팩, 그리고 안경!
프레피 룩을 위한 볼캡은 영문 패치 장식이 있는 경쾌한 색으로 고른다. 새롭게 인기를 끄는 액세서리는 넥타이인데, 단정한 옥스포드 셔츠에 무난한 넥타이를 매는 게 멋스럽다. 프레피 룩의 클리셰를 만끽하고 싶다면 니삭스, 워머, 스타킹은 필수다. 특히 그레이 컬러가 유행이며, 과감한 포인트가 필요할 때는 핑크나 레드를 선택한다. 어리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고 싶을 땐 베레모가 최고다. 양 갈래나 땋은 머리를 하고 쓰는 베레모는 올해는 촌스럽다. 머리는 자연스럽게 풀어 내린다. 가방은 백팩이 떠오르고 있다. 90년대 프레피 룩처럼 가볍게 늘어지는 백팩을 주목한다. 안경은 크고 네모난 뿔테가 대세다.
이처럼 매력충만한 프레피 룩은 오랜만이다. 그래서인지 기사를 쓰는 내내 학창 시절의 향수에 젖었다. 시나브로 이 노랫말도 흥얼거렸다. “그때는 몰랐었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추억들 /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학창 시절을 나는 사랑할거야.” 가수 이현석의 노래 ‘학창시절’ 가사 중 일부다. 패션으로나마 아련한 그 시절을 되돌아볼 수 있어 너무나 반갑고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