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테가 베네타 밀라노 부티크 공간 디자인
150년 역사의 건축물에 들어선 보테가 베네타의 럭셔리 부티크 공간 디자인 스토리
지난 1월, 이탈리안 럭셔리 패션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가 밀라노에 새로운 부티크 공간을 공개했다.
이번 밀라노에 오픈한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의 새로운 부티크 공간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보테가 베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가 매장의 다양한 공간적 경험을 강조하기 위해 공간 디자인을 전적으로 맡아 구상하고 디자인했다는 점이다. 그가 크나큰 심혈을 기울였다는 소문답게 매장 입구 디자인부터 매장이 들어선 건물의 역사까지 모든 게 범상치 않다. 이탈리아 모더니스트 건축을 연상시키는 밀라노 부티크 공간 디자인을 살펴보자.
Point 1. Location : 비토리오에마누엘레 2세갤러리아
보테가 베네타의 밀라노 부티크는 도시 랜드마크인 ‘두오모(Duomo)’와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라 스칼라(Teatro allaScala)’ 극장 다음으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Galleria Vittorio Emanuele II)’에 자리한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동인구가 활발히 움직이는 쇼핑 갤러리이자 밀라노의 메인 랜드마크다. 밀라노 도심 중앙에 세워진 4층짜리 아케이드로 이탈리아 건축가 주세페 멩고니(Giuseppe Mengoni)가 1861년에 설계하고, 1865년부터 1877년까지 총 13년에 걸쳐 건축했다. 이탈리아 왕국의 첫 번째 왕인 빅토르 에마누엘레 2세의 이름을 가져와 붙였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갤러리아는 유리 돔으로 덮인 중앙의 팔각형 공간을 교차하는 두 개의 유리 아치형 아케이드 구조로 되어 있으며,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뿐만 아니라 밀라노에서 가장 오래된 시설들을 포함한 레스토랑, 카페, 바 등이 다수 입점해 있다.
Point 2. Design : 스카르피안영감
매장 입구에 들어서면 전면에 보이는 나선형 계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카를라 스카르파(Carlo Scarpa) 디자인의 선형성은 매장 디자인의 공통된 디자인 맥락이다. 2층 규모로 디자인된 매장은 마티유 블라지가 세 번째로 디자인한 보테가 베네타 매장으로 세 가지 핵심 요소를 강조했다. 유리, 이탈리안 월넛 소재의 목재, 그린 색상의 베르데 생드니 대리석. 매장 내 소재들의 조합은 이탈리아 전통 소재와 모던한 감성을 결합했다. 지난 9월, 장인 정신에 대한 브랜드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 오픈한 보테가 베네타 파리 12 애비뉴 몽테뉴12(Avenue Montaigne)플래그십의 미학은 마티유가 디자인한 첫 매장이었던 만큼 밀라노 매장 콘셉트의 바탕이 되었고, 그 위로 이탈리안 모더니즘 디자인을 가미해 완성했다. 특히 가구 디테일에 반영된 물방울 디테일이나 부티크 입구의 손잡이는 지난 시즌 2023 S/S 패션쇼 배경을 제작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가에타노 페세(Gaetano Pesce)의 레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독특한 디자인의 유리문 손잡이는 일본 유리 예술가 미시마 리츠에(Ritsue Mishima)가 제작했다.
벽면과 천장은 인더스트리얼 무드의 정사각 유리블록에 월넛 패널을 둘러 기하학적인 격자 구조로 완성했으며, 바닥 또한 베르데 생드(Verde Saint Denis) 대리석에 월넛 패널을 둘러 격자 구조를 연출했다. 매장의 곡선형 계단과 테이블, 진열 케이스, 그리고 선반까지 월넛 소재가 포인트 소재로 사용돼 공간의 중심을 잡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공간 전체에 부드러운 질감의 가죽 시트와 울 카펫이 배치되어 있고, 모듈식 선반은 곡선으로 떨어지는 형태로 마감해 공간에 리듬을 만들었다.
“매장 안에는 다채로운 공간 경험이 있습니다.
보테가 베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
우주선의 미학과 대조되는 이탈리아 모더니즘 건축을 연상시키는
가정적인 인테리어를 하고자 했어요.
그리고 옷을 입는 친밀감과 상상력을 포착하고자 했고요.“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마티유 블라지의 비전은 미학을 넘어 매장 내에서의 ‘다채로운 공간 경험’이다. 자신이 세심하게 선별한 보테가 베네타의 세계로 초대하고자 했다고.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철학과는 상반되는 이탈리아 모더니스트 건축을 통해 패션을 보다 친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갤러리아 매장의 오픈으로 몬테 나폴레오네(Montenapoleone)와 산 안드레아(Sant’Andrea)에 위치한 기존 매장에 이어 밀라노에서 가장 주목받는 쇼핑 지역에서 보테가 베네타의 존재감을 한층 견고하게 만들었다. 보테가 베네타는 이번 신규 매장 오픈을 기념하여 익스클루시브 컬러의 세라믹 핸들 사르딘(Sardine) 백 15 피스를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이며, 각 백의 안쪽 골드 플레이트에는 일련번호가 새겨진다고.
역사와 패션의 정점이 만나는 밀라노의 중심에서 보테가 베네타의 부티크는 럭셔리함과 혁신적 디자인으로 존재감을 빛낸다. 밀라노의 도시 유산에 들어선 보테가 베네타가 어떻게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를 밀라노의 문화에 엮어내는지 궁금하다면 밀라노 여행에서 반드시 들러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