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사그마이스터
그래픽 디자인계의 팝스타
스테판 사그마이스터(Stefan Sagmeister)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하지만 그를 단순히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비주얼만 선보이는 디자이너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2005년 그레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음반 패키지 디자인상을 수상했다는 점, 리바이스, 스탠다드 차타드 등 글로벌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두었던 점 등은 그가 상업 디자이너로서의 역량 역시 훌륭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런 그가 2004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스테판 사그마이스터(Stefan Sagmeister)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자신의 몸에 칼로 글씨를 새겨 만든 그래픽 디자인 협회(AIGA) 포스터는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충격적인 포스터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08년 안식년 중 들어온 오바마의 대선 포스터 제작 제안을 거절했던 에피소드 역시 그래픽 디자인계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그를 단순히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비주얼만 선보이는 디자이너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2005년 그레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음반 패키지 디자인상을 수상했다는 점, 리바이스, 스탠다드 차타드 등 글로벌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두었던 점 등은 그가 상업 디자이너로서의 역량 역시 훌륭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런 그가 2004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어느덧 한국 나이로 50줄에 들어선 중년의 디자이너지만 여전히 유쾌하고 소년 같은 모습이었다.

“대중의 이목을 끄는 것이 디자이너의 의무다.”
당신의 작업은 언제나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다. 몸에 글씨를 새겨 만든 AIGA 포스터가 대표적인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
당시 그 포스터는 강연을 위해 제작한 것이다. 다른 포스터들은 컬러풀하고 화려하거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채워졌다. 하지만 나는 이 포스터를 통해 디자이너의 고뇌를 표현하고자 했다. 음반 재킷 디자인 작업을 할 때도 선호하는 뮤지션의 작업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싫어하는 아티스트의 작업을 하는 것에 비해 즐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작업할 때 좋은 디자인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스스로 마음이 움직인 디자인이어야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도 진실되게 느껴질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양이 사료 광고를 만들게 하면 결과물이 좋을 리 없는 것과 같다.

스튜디오의 규모를 일부러 키우지 않는다고 들었다.
소규모 스튜디오가 대형 스튜디오보다 더 훌륭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제에 정밀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고 더욱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제시카 월시(Jessica Walsh)와 공동 대표로 하고 스튜디오 이름을 ‘사그마이스터 & 월시’라고 변경했다. 그가 훌륭한 디자이너인 것은 분명하지만 당신에 비하면 알려진 바가 적은 편이다. 동업을 한 이유가 궁금하다.
그는 매우 훌륭한 디자이너다. 기능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가 탁월하다. 나는 우리 두 사람이 손잡았을 때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월시는 상업적인 디자인 업무에 집중할 것이다. 반면 나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영역에 더 집중할 예정이다.
최근에 두 사람은 올 누드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19년 전 스튜디오를 처음 열었을 때 홀로 누드 사진을 찍어 스튜디오 오픈 소식을 알렸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새로운 스튜디오의 시작을 재미있게 알리고 싶었을 뿐이다.





7년간 일하고 1년 동안 안식년을 갖는 것으로 유명하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더 나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다. 상업적인 디자인을 할 때는 실험적인 디자인을 진행하기 힘들다. 편견을 깨는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해 안식년을 갖는다. 또 다른 이유는 스스로 디자인에 지루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다. 계속 일만 하다 보면 반복적이고 습관적으로 디자인을 하게 된다. 그런 일이 매우 지겹다고 생각했고 이를 탈피하기 위해 안식년을 갖는 것이다. 사실 내가 지난 7년 동안 선보인 다양한 프로젝트는 안식년 기간 동안 떠올린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다.
최근 들어 사회 참여적인 프로젝트를 자주 진행하는 것 같다. 원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나?
그렇다.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디자이너가 많지만 그들의 작업은 대부분 지루하고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실질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



당신의 디자인을 두고 이목을 끌기 위해 일부러 거칠고 난해한 작업을 시도한다는 의견도 있다.
나는 대중의 이목을 끄는 것이 디자이너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거칠고 난해한 작업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내 디자인의 목적이다.
기아자동차와 협업해 아트 카를 제작했다. 디자인 콘셉트에 대해 설명해달라.
예전부터 기아자동차에 대해 매력을 느껴왔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순조롭게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었다. 이 작품의 콘셉트는 ‘음과 양(Light and Shadow)’이다. 인생에서 절대적으로 낙관적인 상황도, 절대적으로 비관적인 상황도 없음을 상징한다. 그렇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인생을 살아갈 필요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 내용이 궁금하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제목으로 SVA에서 강의하고 있다. 이 수업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디자인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의 기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