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지성원 CMO
차선을 바꾼 브랜드 내비게이터
디자이너에서 브랜드마케팅본부장이 되기까지. 현대차의 감각적인 브랜딩과 디자인을 이끄는 지성원 CMO를 만났다.
대격변기. 오늘날 모빌리티 산업을 가장 잘 표현하는 수식어가 아닐까? 조금 과장을 하자면 카를 벤츠의 삼륜차 개발이나 포드 시스템의 등장에 준하는 변화일 것이다. 전기차와 수소차, 자율 주행 기술, UAM, 텔레매틱스…. 자동차 회사들은 저마다 카드를 꺼내 들며 기술 전쟁에 돌입했다. 이 복마전에 뛰어든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이 앞세운 것은 브랜딩과 디자인이다. 특히나 사용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감각적인 브랜드 전략은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모두가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을 때 사람에게 눈길을 돌리는 ‘차선 변경’이 주효했던 것. 지난해 말 디자이너 출신으로 현대차의 새로운 브랜드마케팅본부장이 된 지성원은 이런 변화를 주도한 탁월한 내비게이터라고 할 수 있다.
차선을 바꾼 브랜드 내비게이터
현대차에 합류한 2015년 당시의 이야기부터 해보죠. 오랫동안 해외에서 활동했는데 귀국을 결정한 이유가 있었나요?
이전에도 종종 국내 기업에서 제의가 있었지만 그때는 귀국할 마음이 없었어요. 그런데 아버지께서 갑자기 편찮아지면서 한국행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고 마침 현대차에서 인터뷰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자동차를 팔기 전에 고속도로를 만든,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기업가 정신에 마음이 끌렸던 것 같아요. 해외에서 오래 살다 보면 애국심이 강해지거든요. 제조업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계속 도전하겠다는 열망, 혁신은 새로움과의 충돌에서 온다는 믿음, 결국은 우리가 사는 공동체에 기업 시민으로서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감 등 경영진의 마인드 역시 합류를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쳤고요.
컨설팅 회사와 일반 기업은 일하는 방식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외국과 한국의 조직 문화도 아주 다르고.
유년 시절과 사회인 시절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냈기 때문에 많은 것이 서툴고 걱정도 많았습니다. 지인들은 한국 회사에서는 업무 외에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며 드라마 〈미생〉을 보고 출근하라고 겁을 주더군요.(웃음) 그때만 해도 공채 출신이 아닌 경력직이 리더로 합류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생소함에서 오는 경계와 몰이해도 없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조직 안에 녹아들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결국 답은 존중과 소통이더군요. 보통 경력직으로 합류하면 그동안 쌓은 전문성을 무기로 기존에 해왔던 일을 모두 고치려는 경향이 있는데 십중팔구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요. 단언컨대 개인 혹은 팀이 단독으로 거대 조직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수년간 조직에서 수행해왔던 일을 존중하고 내가 합류함으로써 조직에 보탬이 되는 추가적인 가치가 무엇일지 고민하는 편이 더 현명하죠. 직급이나 직책에 상관없이 모르는 것은 바로바로 물어보고,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이들의 도움 덕에 잘 정착했고 거짓말같이 8년이 흘렀네요.
회사에 막 합류했을 당시 현대차라는 브랜드에 가장 시급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했나요?
현대차는 그때도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톱 5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상품성과 기술력 그리고 자동차 디자인 측면에서 모두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죠. 여기에 브랜드와 마케팅 측면에서 정체성을 공고히 확립하면 더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이를 위해 일관성, 독창성, 확장성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관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브랜드 전략과 이미지 가이드라인을 수립했죠. 신규 가이드 개발에만 약 1년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그 가이드를 각 법인에 안착시키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초기 신규 이미지를 적용했을 때나 평창동계올림픽 파빌리온을 공개한 직후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현대차답지 않아서’였어요. 그 말이 큰 충격이자 자극이 됐습니다. “세련되고 멋있는 것이 현대차답다”라는 이야기를 듣고야 말겠다는 뱃심 내지 목표가 생겼죠.
외부 전문가를 디자인 조직의 수장으로 발탁한 데에는 기업의 필요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현대차는 어떤 변곡점을 지나고 있었나요?
2015년 디자인경영팀의 리더로 시작해 2년 뒤인 2017년부터는 크리에이티브웍스실로 확장 운영하게 됐습니다. 당시 회사는 제네시스의 사업 확장을 고민하는 한편 고성능 브랜드 N의 기반을 닦으면서 전기차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이때도 이미 품질 괜찮은 차를 만드는, 소위 가성비 좋은 브랜드로 인식되어 있었고 해외에서 판매 성적도 좋았지만, ‘우리가 과연 100년이 지나도 살아남는 기업이 될 수 있는가?’라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포춘〉지가 꼽은 500대 기업 중 50년 동안 살아남는 기업은 30%, 100년 동안 생존한 기업은 고작 18%라고 합니다. 진짜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제품 판매 목적의 마케팅만이 아닌, 현대차라는 브랜드를 감성적, 경험적으로 느끼게 하고, 고객과 소통하는 태도가 필요했죠.
심리스한 경험이 디자인되어야 한다
모빌리티 산업에서 브랜딩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동차는 아무리 가격이 낮아도 1000만 원이 넘어가는 고가의 제품입니다. 마케팅과 판촉도 중요하지만 결국 브랜드의 가치와 이미지가 구매 단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죠. 실제로 현대차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브랜드를 인식하는 데에 제품 자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55% 정도였습니다. 나머지 45%는 마케팅을 비롯한 기업의 여러 활동에서 기인한다는 뜻이죠. 특히 하드웨어가 평준화되는 시점부터는 소프트웨어가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브랜드 경험 또한 고객이 느끼고 체험하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소프트웨어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디자인경영팀과 크리에이티브웍스실이 목표로 둔 것은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것이었습니다. 브랜드에 대한 기대치와 눈높이가 날로 높아지고 있었던 만큼 이에 걸맞은 창의적인 브랜드와 마케팅 경험으로 부응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브랜딩을 로고 디자인에 국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코리아디자인어워드의 심사위원으로 모실 때마다 “더 이상 CI, BI가 브랜딩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죠.
예나 지금이나 브랜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도 사람과 같이 먼저 이름(네이밍)을 부여받고 목표와 철학을 갖게 되며 성격과 가치관을 만들어갑니다. 사람들이 패션을 통해 저마다 개성을 표출하듯 브랜드도 브랜드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의 독창성을 표현합니다. 사건·사고로 공인의 이미지가 손상되는 경우를 종종 보잖아요. 이 역시 브랜드가 처한 상황과 유사합니다. 과거에는 브랜드의 정체성이 로고 디자인으로 소통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실 CI는 브랜드를 표현하는 하나의 요소에 지나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활동하는 모든 경험을 디자인해야 올바른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수립됩니다.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할 때 인테리어, 테이블웨어, 서비스, 음식 모두 다 좋은데 음악이 좋지 않으면 훌륭한 경험이 완성되지 않죠. 브랜드도 심리스seamless한 경험이 디자인되어야 합니다.
기술 및 시장 환경 측면에서 현재 모빌리티 산업은 거대한 지각변동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 파고는 더욱 거세질 거로 생각하고요. 현대차는 이런 격동기에 어떻게 대응하나요?
2018년 현대자동차는 브랜드 비전을 ‘인류를 향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로 재정립했습니다. 자동차 제조를 넘어 ‘모든 사람에게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신념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혁신을 선언한 것이지요. 이런 비전을 토대로 자동차뿐만 아니라 로보틱스, AAM,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활동 가운데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 중심의 진보여야 한다는 것이죠.
브랜드 전문가로서 그런 비전을 어떻게 구현해내고 있나요?
사실 동시대에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기술을 과시하는 이미지를 구사했고 그러다 보니 다소 인위적이고 기계적인 표현이 주를 이뤘어요. 반면 현대차는 좀 더 내추럴하고 사람을 중심에 두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최근 현대차 광고를 보면 차가 아닌 사람을 주인공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게 느껴질 거예요. 기술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하는 것이죠. 또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 기업 시민 의식(corporate citizenship)을 함께 전달해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기업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For Tomorrow’ 캠페인은 UN 산하 UNDP와 협업해 구축한 동명의 플랫폼을 알리는데,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여줍니다. 브랜드 거점인 현대 모터스튜디오에도 이러한 비전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좋은 디자인과 훌륭한 전시에도 많은 투자를 하지만 사실 현대 모터스튜디오의 핵심은 고객 응대에 있어요. 방문자가 편안하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거점 운영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죠.
기술과 소비 환경뿐 아니라 소비자의 세대교체 또한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MZ세대 고객은 기업에 기대하는 바가 기성세대와 많이 다릅니다. 이에 발맞춰 현대차도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기업을 넘어 옳은 일을 하고 사회와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기업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죠. 지속 가능성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리스타일’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성수동에서 동명의 전시도 열었습니다. 리스타일은 패션 디자이너와 협업해 자동차 폐자재나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창조하는 친환경 업사이클링 캠페인입니다. 2019년 뉴욕을 시작으로 올해 처음 국내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얼마 전까지 글로벌 패션 브랜드 모스키노와 아디다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했던 제러미 스콧Jeremy Scott과 컬래버레이션했습니다. 또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성을 전달하는 로렌 바서Lauren Wasser가 메인 모델로 참여했죠. 버려진 폐자재와 우리가 개발한 친환경 신소재가 아름다운 오트 쿠튀르로 변신했다는 반전에 많은 이들이 흥미로워했고 그 이면의 취지와 의미에 공감해주었습니다.
아름다운 경험을 디자인하는 방법
개인적인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오랫동안 해외 브랜드 컨설팅 회사에서 쌓은 능력이 조직 차원에서 필요했던 게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당시 랜도 어소시에이츠의 경험이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 전문가로서 어떤 자양분이 됐나요?
지금은 타 에이전시와 합병되면서 기조가 많이 바뀐 모양이지만, 당시 랜도 어소시에이츠는 브랜드 디자인 영역을 선도하고 있었고 여러 글로벌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지역을 옮길 때마다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었죠. 도움이 되었던 건 크게 두 가지 정도 꼽을 수 있겠네요. 첫째는 브랜드 디자인의 역할, 둘째는 전략의 중요성입니다. 제가 경험한 브랜드 디자인의 역할은 보여지는 것(how it looks)보다 경험하는 것(how it works)에 가까웠어요. 이미 국내외 여러 브랜드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훌륭한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었지만, 그것과는 조금 결이 달랐죠. 아름답게 보여지는 것을 넘어 아름다운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 실제 브랜드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전략과 방향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죠. 실제로 랜도 어소시에이츠에서는 디자이너들이 브랜드전략팀과 함께 창의적인 전략을 세우고 스토리텔링을 기획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브랜드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에게 ‘사유하는 뇌(thoughtful brain)’과 ‘숙련된 손(skilled hands)’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해 역할을 확장한 케이스잖아요. 디자이너 출신이라는 게 다른 일을 할 때 어느 정도 도움이 됐나요?
디자인은 결국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솔루션을 찾아가는 활동이죠. 그런 면에서 지금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 시절 스스로 세운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는 오리지널, 즉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프로젝트를 기획해야 한다는 것이죠. 두 번째 원칙은 시장에서 실제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임팩트풀impactful’로 정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터닝stunning’입니다. 심미적으로 퀄리티 있는 결과물을 전달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 기준은 현재 브랜드 관리 및 실행을 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합니다.
에이전시를 거쳐 인하우스로 합류하기를 원하는 디자이너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을까요?
에이전시에서의 경험은 분명 도움이 됩니다. 다만 반쪽짜리 도움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별도의 노력과 시도가 필요해요. 에이전시가 브리프를 받는 곳이라면 인하우스는 브리프를 만드는 곳입니다. 프로젝트의 일부에 집중하는 에이전시와 달리 인하우스 디자이너에게는 전체 업무를 관리하는 역할이 주어집니다. 업무의 기획력과 운영, 관리 능력까지 전체 프로젝트를 매니징하기에 에이전시에 근무할 때도 업무를 더 넓고 크게 볼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저는 랜도 어소시에이츠 근무 시절 3분의 2는 크리에이터로, 3분의 1은 오피스 관리자로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지사에서 크리에이티브를 리드하는 동시에 오피스를 관리하며 실제 비즈니스 전략을 짜고 운영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죠. 사실 싱가포르 오피스에서 일할 때 매주 목요일마다 돌아오는 리더십 파이낸스 미팅이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결과물의 퀄리티를 높이려면 다수의 고급 인력을 투입하고 공격적인 투자도 이뤄져야 하는데 재정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이런 원론적인 점만 고수할 수는 없었죠. 효과적으로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도 찾아야 했는데 이처럼 상충된 역할을 통해 진짜 비즈니스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인터뷰는 근 1년 전부터 논의가 오갔죠. 워낙 해외 출장이 많다 보니 일정을 잡는 게 녹록지 않았습니다.(웃음)
아무래도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보니 해외 출장이 많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먼저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일관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본사와 권역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가급적 소통의 접점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죠. 두 번째로 저는 현장을 직접 보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의 마케팅 활동이 아무리 훌륭하게 기획되었더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죠.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기획이 나오기 어렵기도 하고요. 그래서 글로벌 업무의 경우 가급적 현장과 진행 과정을 점검하며 업무 퀄리티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바쁠 때는 뉴욕이나 파리 등을 1박 3일로 다녀오는 경우도 있지만, 직원들에게는 출장지에서 업무만 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할애해 각국 시장의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확보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좋은 디자인의 사례로 언제나 헬베티카를 꼽더군요. 그런데 헬베티카가 타임리스한 디자인인 건 분명하지만 무표정한 서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범용적인 디자인의 숙명일 수도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세련된 표현보다 디자인의 역할 자체를 더 중시합니다. 좋은 디자인은 아름다움을 전달하기 이전에 올바른 정보 전달을 해주고 브랜드가 처한 이슈를 심플하게 해결해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제 취향일 수 있겠지만, 불필요한 장식과 기교는 지양하고 본질에 충실하게 자기 역할을 수행해내는 헬베티카가 제게는 단순한 서체 이상의 영감을 줍니다.\
브랜드마케팅본부장이자 글로벌 CMO로 원년을 맞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계획을 들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앞서 이야기 나눈 대로 고객의 취향은 상향 평준화됐고, 전기차의 등장과 사업의 판도 역시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개인화된 미디어의 확대로 브랜드가 접점으로 삼아야 할 채널도 폭발적으로 늘었죠. 본부장으로서의 첫해 계획은 전동화 시대의 브랜드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브랜드를 고객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과 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잘 해내기 위해 팀워크도 중요한데,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 일하는 현대차 마케터들과도 커뮤니티를 만들어 강화해나가고 있습니다. 브랜드와 일 모두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