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1인 가구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 마음마루

누구나 1인 가구가 될 수 있는 시대다. 혼자 사는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사람도 많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에 서울시가 1인 가구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관계 회복을 돕는 커뮤니티 공간 '마음마루'를 설립했다.

중장년 1인 가구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 마음마루

홀로서기를 돕는 공공 공간

누구나 1인 가구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저출생과 고령화 현상이 맞물린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혼자 사는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사람도 많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이도 적지 않다. 1인 가구의 물리적 단절과 정서적 고립이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는 이유다. 이에 서울시가 이슈 대응형 디자인 개발 사업의 주제로 ‘1인 가구의 고립 해소’를 선정하고 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관계 회복을 돕는 커뮤니티 공간을 설립했다. 마음을 나누고 치유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마음마루’라고 이름 붙인 이곳은 만 40세부터 64세까지 중장년 1인 가구를 위한 공간으로 마련했다. 1인 가구 대응책 대부분이 청년과 노년층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중장년층은 정책적 사각지대에 놓여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음에 주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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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마루 컬처데이에 진행한 가드닝 클래스.

중장년을 위한 복지 정책은 창업 교육이나 재취업 지원 등 재무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화 프로그램조차도 딱딱한 업무 공간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대상자의 정서적 안정과 자연스러운 교류를 위해서는 공간 조성과 서비스 디자인의 고도화가 절실한 실정이었다. 이를 해소하고자 설립한 마음마루는 일과 생계보다는 배움과 성취, 환대와 존중, 느슨한 관계성을 핵심 가치로 둔다. 1인 가구의 건강한 독립 생활과 취미 활동을 지원하는 다목적 시설인 동시에 중장년층의 취향을 함양하는 감성적 공간이기도 하다. 사업 적용 대상지는 동대문구 가족센터 제2센터다. 어린 시절 교실 풍경을 모던하게 재해석해 165㎡ 크기의 공간을 새롭게 단장했다.

공간에 깃든 세심한 디자인

마음마루의 공간 디자인은 단순히 컬러나 소품을 바꾸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곳에는 공간 디자이너뿐 아니라 신경 건축학, 정신 건강, 복지 분야 전문가의 보이지 않는 손길도 묻어 있다. 1인 가구의 특성상 자칫 범죄의 타깃이 되기 쉽다는 점을 고려해 입구 부근에 공간 이용 수칙을 게시했고, 참여자가 스스로 지은 닉네임 이름표를 표찰한 채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개인 정보 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각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토대로 밀도 높은 심리 케어 공간을 완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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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그룹 클래스 교실, 공유 주방, 미니 콘서트 무대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마을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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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공방에는 미싱, 미술 도구, 수예 도구, 취미 서적 등이 비치되어 있다.

마음마루의 공간은 크게 5개 존으로 나뉜다. ‘함께서재’는 작은 도서관, 음악 감상 존, 보드게임 존으로 이루어진 컬처 라운지이다. 20명 남짓한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을교실’은 각종 프로그램과 강연이 열리는 공유 주방 겸 대그룹 공간이다. 소그룹 클래스와 동아리 모임은 ‘재미공방’에서, 심리 상담과 디지털 명상은 ‘마음정원’에서 이루어진다. 공간의 목적과 부합하는 차분한 우드 톤의 인테리어와 편안한 소품으로 안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밖에 세탁 세제, 공구 등 다양한 살림용품을 비치한 ‘나눔창고’도 있다. 모든 존은 불투명한 벽 대신 유리로 구획해 시각적 개방감을 살렸다. 홀로 라운지를 이용하면서도 그룹 프로그램을 간접 체험할 수 있고, 취향이 같은 사람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며 자조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디자이너의 작은 배려다.

지난 12월 시민에게 첫선을 보인 마음마루는 동대문구 가족센터가 운영한다. 현재 1인 가구 커뮤니티 모임을 지원하는 ‘동일이의 동네친구’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앞으로 소셜 다이닝 프로그램 ‘행복한 밥상’, 재무 교육 프로그램 ‘동일이의 돈기 부여’ 등 1인 가구의 일상생활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고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동대문구 주민이라면 누구나 마음마루를 방문할 수 있으며 동대문구 가족센터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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