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주머니에 쏙, 어 글래스 오브

유리병 대신 파우치로 가볍게 어디서든 와인을!

와인을 유리병에서 꺼내 파우치에 담은 호주 와인 브랜드, 어 글래스 오브. 친환경을 최우선 목표로 감각적인 패키지 디자인을 선보인 어 글래스 오브의 창립자 폴 테일러를 만났다.

와인을 주머니에 쏙, 어 글래스 오브

환경 친화적인 와인 패키지 디자인, 어 글래스 오브

기념하고 싶은 날, 위로가 필요한 저녁, 여유로운 한낮에 와인 한 잔은 하루를 빛내는 훌륭한 액세서리가 되어준다. 다만, 무겁고 커다란 유리병에 담겼기에 탄산수처럼 가볍게 소비하기보다는 진중하고 격식 있는 분위기와 더 어울리는 술, 와인. 이러한 와인을 유리병에서 꺼내 파우치에 담은 호주 와인 브랜드 ‘어 글래스 오브A Glass of®’를 소개한다. 휴대성이 뛰어난 파우치의 패키지 디자인 및 BI, 홈페이지 디자인은 나이키, 메타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과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호주 디자인 스튜디오 M35가 담당했다. 브랜드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패키지 디자인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했는지, 최근 작업한 와인 큐레이션에 대한 소개 등을 브랜드 창립자에게 물었다.

Interview with

폴 테일러 ‘어 글래스 오브’ 창립자

유리병 대신 파우치를 사용하는 어 글래스 오브의 와인은 유쾌하면서도 실용적이다. 브랜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이전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사회적 기업에서 일한 적이 있다. 환경 미화와 관련된 경영을 하는 기업이었는데, 그때의 경험으로 환경 문제에 심혈을 기울이게 됐다. 개인적으로 와인을 무척 좋아하는데 언제나 와인병이 잘 재활용되는지 궁금했다. 되도록 유리보다 환경에 적은 영향을 끼치는 패키지를 세상에 내놓고 싶었고, 디자인 스튜디오 M35와 서로 마음이 맞아 연락이 닿게 되어 패키지 구상 단계에 이를 수 있었다.

딱 두 가지 사항을 요청했다. 하나는 제작 과정에서 유리, 캔, 플라스틱보다 적은 재료와 에너지가 쓰일 것. 또 하나는 주요 슈퍼마켓에서 재활용이 가능할 것. 요청 사항을 넘어 그들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이고 동시에 휴대가 간편한 디자인을 제안해 주어 클라이언트로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패키지의 지속가능한 면에 대해 더 궁금해진다. 어떤 점에서 어 글래스 오브의 파우치는 환경에 덜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건가?

‘프리사이클링(precycling)’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제품을 세상에 선보이기 전에 폐기물이나 자원을 최소한으로 절감하는 의미를 지닌다. 이 점에서 우리 브랜드의 파우치는 유리, 캔, 플라스틱과 같은 대중적인 패키지보다 제작 과정에서 필요한 자원과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유리를 제작하는 과정보다 73퍼센트 적은 에너지, 94퍼센트 적은 물, 82퍼센트 적은 탄소 배출량이 소요된다. 버려진 파우치가 다시 새 파우치로 재탄생하는 재활용 시스템도 물론 갖췄다.

와인을 온라인으로 배송하고, 와인 소믈리에를 선정하여 큐레이션 하는 점도 특색 있다. 창의적인 방식으로 와인을 접근하는 이유는?

우리는 와인에 대해 잘 모른다. 내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다. 새롭고 흥미로운 와인을 누가, 왜 만들었는지 정보와 함께 제공하고 싶다. 궁극적인 우리 브랜드의 목표는 독립 와인 제작자를 후원하는 일이다. 가벼운 마음의 ‘한 잔’으로 독립 와인 제작자를 후원한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세계 여성의 날’이 있는 3월에는 여성 와인 제작자 큐레이션을 공개했다. 이번 큐레이션을 담당한 루엘라 메튜(Louella Mathews)는 어떤 이력을 지녔는가?

우리 브랜드에 게스트 소믈리에로 초청할 수 있어 큰 영광일 정도로 대단한 와인 전문가이다. 그녀는 호주 소믈리에 단체의 올해 회장이며,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같은 35곳이 넘는 장소를 관리하는 기업 트리파스 화이트 그룹(Trippas White Group)의 소믈리에 및 음료 매니저로 근무 중이다.

그녀가 선정한 큐레이션 ’우먼 오브 와인 소믈리에 컬렉션’은 각기 다른 여성 와인 제작자가 만든 총 다섯 팩의 와인으로 구성됐다. 와인 애호가들이 해당 와인을 구매 전 꼭 알았으면 하는 사실이 있다면?

호주에서는 단 23퍼센트의 와인 제작자가 여성이다. 이러한 결과를 낳은 사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가장 인상적인 와인 제작자로 크리시 스미시(Chrissie Smith)의 일화를 소개한다. 그녀는 세 번의 이혼을 거친 ‘싱글맘’에서 와인 제작자로 거듭났다. 심지어 그녀는 여가 시간을 활용해 매년 열리는 캔버라 와인 쇼 운영에 도움을 주고, 캔버라 바이컬처 소사이어티(Canberra Viticultural Society)의 이사회에 참여한다.

어 글래스 오브의 파우치는 말 그대로 한 잔의 용량인가?

우리는 친구이지 않은가! 레스토랑에서 흔히 제공하는 한 잔의 기준인 150ml보다 50ml 더 많은 200ml를 한 잔의 기준으로 삼는다.

와인으로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담은 브랜드의 창립자로서 전하고 싶은 말은?

팬데믹, 산불, 관세 등 수많은 어려움으로 와인 제작자들이 경영 위기에 처하고 있다. 와인을 사랑하고, 앞으로 계속 좋은 품질의 와인을 소비하고 싶다면 와인 제작자를 후원하는 좋은 방법이 있다. 우리 브랜드를 통해 한 잔을 마셔 보고, 마음에 들었다면, 한 병을 사는 일이다. 어렵지 않다. 정말 마음에 들었다면, 언제든지 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칭찬을 아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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