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오가 완성한 청담동 ‘한솥의 집’ ②
양태오가 완성한 한솥도시락의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기획부터 완성까지
한국적인 것에서 영원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찾는 디자이너 양태오. 한솥을 청담동이라는 공간에 어떻게 잘 안착시키고, 왜 이곳에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한솥의 집'의 디자인 스토리.
한국적인 것에서 영원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찾는 디자이너 양태오. 그는 이번 한솥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프로젝트를 위해 내부 공간 설계부터 공간 기획 및 제안의 역할을 맡았다. 한솥을 청담동이라는 공간에 어떻게 잘 안착시키고, 왜 이곳에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한솥의 집’. 마치 고객을 한솥의 집으로 초대하는 듯한 환대의 공간을 만들어 외식 공간이 아닌 개인의 집에 초대된 감정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완성했으며 또한 내부에는 이스턴에디션의 가구와 집기가 함께 해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미학을 한껏 끌어올렸다. 한솥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의 디자인 스토리를 양태오 디자이너에게 직접 들어보자.
▼ 인터뷰는 1편에서 이어집니다.
양태오의 손끝에서 완성된 한솥도시락의 새로운 감각
디자이너님에게도 한솥에 관련된 경험 혹은 추억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양태오 한솥에 대한 추억 한두 개쯤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두에게 있지 않을까요. 중고등학교 시절,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한솥을 찾았던 기억 때문인지 항상 한솥을 볼 때마다 학창 시절이 떠오르곤 하죠. 이러한 추억의 매개체가 되어줄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더욱더 편안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고객들에게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1층은 사람들을 맞이하는 공간이자 주문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죠. 한솥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의 첫인상은 어떻게 의도했나요?
양태오 한솥이라는 브랜드가 제공하는 하나의 도시락은 우리에게 가벼운 한 끼로 다가오지만, 이들과 함께 작업하며 알게 된 내용은 그 속에 정교한 설계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대중의 선호와 맛은 물론 균형 잡힌 영양이 반영되어 있어 합리적이며 동시대적인 결과물이라는 점을 공간 내에 디자인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어요.
따라서 겉치레를 배제하고 기본에 충실한 합리성을 공간 속에 보여주고자 했고, 전체적으로는 뉴트럴 한 톤의 우드와 타일을 통해 바탕을 만들고 중심에는 브론즈 미러로 마감된 커다란 ‘한솥 큐브’를 배치했어요. 장식적인 요소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소재를 활용해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고, 이 공간 안에서 다양한 행위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도시락의 준비가 완성될 수 있도록 내부 레이아웃을 구성했습니다.
주문&픽업 동선, 주방 내 근무자들의 편리성 등은 어떻게 고려해 구조 및 마감을 완성했는지 궁금합니다.
양태오 ‘한솥 큐브’ 앞에는 두 개의 카운터가 위치하고 있고, 좌측에는 제품 디스플레이와 우측에는 계산대와 포장대가 위치해있어 1층에 진입하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구조에요. 이 두 개의 카운터 뒤로는 한솥 큐브의 창이 보이는데, 이를 통해 음식이 조리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주방장들의 모습도 들여다볼 수 있죠. 1층 양쪽 끝에는 키오스크와 스탠딩 테이블을 배치해 주문 동선이 혼잡하지 않게 했어요. 이곳에서 고객들은 주문한 도시락을 기다리고, 이후 카운터에서 제품을 수령한 후 2층 다이닝 홀에서 식사하거나 테이크아웃을 해갈 수 있고요.
이러한 레이아웃은 한솥의 운영 매뉴얼을 충실히 따르며 만들어졌습니다. 본사 직영 매장으로서 이곳에서는 점주님들의 운영 교육이 자주 이루어지는데, 자신들의 매장을 오픈하셨을 때도 이질감이 없으시도록 본사의 매장도 기본적인 기능들을 모두 따르고자 했어요. 단순히 화려하고, 차별화된 모습보다는 기능적으로 일관된 모습을 이곳에서도 유지하고자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그 과정에서 전국 어떤 매장을 가더라도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일관되게 제공하고자 하는 한솥의 경영철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어요.
2층 아카이브실의 경우, 태오양스튜디오의 기획 및 제안으로 실현된 공간이라고요.
양태오 한솥 이영덕 회장님, 이하림 대표이사님과의 첫 미팅을 진행하며 한솥 창업 당시의 이야기, 브랜드의 비전과 철학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대화들이 공간 설계를 진행하는 저희에게 한솥의 제품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한솥의 제품 한 그릇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정성스레 만들어진 역사의 산물이라고 느꼈고, 아카이브실을 통해 그 오랜 시간의 과정과 브랜드의 역사를 고객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통해 2층에 도착했을 때, 가장 처음 마주치게 되는 공간이 아카이브실 입니다. 다이닝 홀에서의 식사 전후에 한솥과 조금은 더 가까워지며 내가 소비하는 제품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제안하고 싶었기에 공간을 이곳에 배치하였습니다. 이 공간은 큐레이터 그룹 시스터후드와 함께 협업하며 구성되었으며, 1년여에 가까운 아카이빙과 인터뷰를 통하여 꾸려졌습니다.
아카이브실에서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역사를 잘 보여줄 수 있도록 어떠한 점에 집중했나요?
양태오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통해 2층에 도착했을 때, 가장 처음 마주치게 되는 공간이 아카이브실 입니다. 다이닝 홀에서의 식사 전후에 한솥과 조금은 더 가까워지며 내가 소비하는 제품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제안하고 싶어 이곳에 아카이브실을 배치했어요. 이 공간은 큐레이터 그룹 시스터후드와 함께 협업하며 구성되었으며, 1년여에 가까운 아카이빙과 인터뷰를 통하여 꾸려진 공간이에요.
이곳에서는 한솥의 30년간의 역사와 그 기록들을 살펴보며 브랜드의 행보와 역사, 공헌을 살펴볼 수 있고, 이와 함께 조선 시대에 사용되던 도시락과 김지용, 윤상현 작가와 같은 현대 공예가들이 제작한 동시대적이고 다양한 형태를 지닌 도시락통들을 함께 전시했습니다. 또한 아카이브실에 비치된 서적들도 감상하며 잠시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요. 이 공간을 통하여 다양한 콘텐츠를 고객에게 제공하며, 이곳이 도시락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매장 곳곳에 이스턴에디션의 가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2층 다이닝 홀에는 ‘Navi Stool’과 ‘Soft Back Dining Chair’을 배치했죠.
양태오 기획 단계부터 다이닝 홀은 청담동 길거리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상했습니다. 길거리의 가로수와 청담동의 멋진 건축물들을 바라보며 도시락을 즐길 수 있도록 그 풍경을 가로막지 않는 가구들로 구성했고요. 2층 다이닝 홀의 벽 쪽으로는 긴 벤치를 설치해 개별적으로 앉을 수 있는 테이블로 배치했고, 이에 반해 중심에는 여러 개의 작은 테이블보다는 하나의 큰 테이블을 배치하여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으며 동시에 낮은 등받이 없는 스툴을 통해 자연스레 창밖의 풍경과 어우러지도록 했어요.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함께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상상한 결과물이죠.
공간에서 사용되는 나비 스툴과 소프트 백 다이닝 체어는 이스턴에디션 제품 중에서도 가장 공예적이고 제작에 있어 손이 많이 가는 제품들이에요. 그런 공예적인 부분들이 디테일을 통해 완성되는 한솥과 맞닿아 있어 제안을 하였습니다. 나비 스툴의 경우 패브릭 방석이 사용된 스툴이지만 이 공간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용 공간이기 때문에 법적인 기준인 방염 등을 고려하였으며, 이염 처리를 하여 음식물의 다양한 오염에 대해서도 자유로울 수 있도록 했어요. 또한 2층 아카이브실과 1층 공간에도 이스턴에디션의 가구들을 확인해 보실 수 있는데요. 2층 아카이브실 창가에 위치한 고재 조명과 1층의 스탠딩테이블, 카운터도 이스턴에디션의 미감을 가미해 한솥의 매뉴얼에 따라 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전시 공간으로 쓰이게 될 지하 1층 ‘아트스페이스’ 역시 디자이너님이 기획하고 제안하였다고요.
양태오 계획 설계 단계에서 지하 1층 공간에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제안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청담동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이곳을 어떤 프로그램으로 사용할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한솥 빌딩이 위치한 청담동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듯하지만 동시에 폐쇄성을 지니고 있는 지역이에요. 이 점에서 착안하여 경영진분들, 실무진분들과의 협의를 통해 이곳에 많이 이들과 공유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만들자는 의견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보통 갤러리들과는 다르게 이곳에서는 예술계열 대학생들의 전시, 혹은 신진 공예가와 예술가들을 위한 전시를 보여주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전시의 기회가 필요한 분들을 위해 열린 공간으로, 한솥의 ESG경영 철학 중 ‘S(Social)’ 측면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고요. 4월에 첫 개관전이 예정되어 있으며, 분기별로 다양한 주제를 가진 전시들이 열릴 예정입니다.
브랜드 나침반이 되어줄 오늘날의 발걸음
한솥은 1993년 8평 남짓한 공간에 처음 문을 열어 지난해에는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진행된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와 같은 새로운 공간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로 해석하면 좋을까요?
이하림 한솥은 1993년 창업 이후 지속적으로 맛과 품질 개발에 집중 투자해 가격은 물론 품질과 고객만족도가 높은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는 한솥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첫걸음으로, 한솥의 DNA를 유지하며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인정받는 한국 대표 외식 기업으로의 자리를 견고하게 하기 위해 여러 글로벌 브랜드가 자리한 청담동을 새로운 전략적 거점으로 선택하였고, 단순한 상업공간과 업무공간을 넘어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한솥의 메시지를 공간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시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랜 시간 대중의 친근한 도시락 브랜드로 자리해 온 한솥이 앞으로 내다보는 브랜드의 방향은 어디인가요?
이하림 한솥은 간편하지만 맛있고, 가성비 좋은 도시락을 찾는 고객님들을 찾아 나서기 위해 전국 매장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현재 한솥은 대부분 학원, 학교 그리고 오피스가 밀집되어 있는 상권에 자리해있어 수요층이 학생 및 젊은 직장인으로 한정되어 있는 편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고객들에게 따뜻하고 맛있는 한 끼를 즐기실 수 있도록 주거 단지 및 주택 등 다양한 상권에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또한 새로운 메뉴를 꾸준하게 출시해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신규 고객 유입률을 늘려나갈 예정이고요.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의 공간 디자인과 콘셉트는 앞으로 다른 매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이하림 한솥은 ‘고객 이익 최우선’ 가치를 바탕으로 색다른 브랜드 경험을 선사하고 소통하기 위해 한솥 청담 플래그십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같은 공간 디자인과 콘셉트가 아닌,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과 콘셉트 시도를 통해 한솥을 브랜딩 해나가고, 지역에 이바지할 수 있는 휴식과 모임의 장소를 제공을 하고자 하며, K-푸드를 알리는데 보다 더 힘을 쏟을 예정입니다. 한솥에 많은 관심과 방문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