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시선까지 디자인하다, 권은선 서울시 공공디자인진흥팀 팀장 인터뷰
지하철 노선도, 표준 디자인, 펀 디자인, 서울색과 서울빛… 모두 서울시 공공디자인진흥팀이 기획하고 실행한 프로젝트다. 이 팀의 권은선 팀장을 만나, 오늘날 공공 디자인의 역할과 쓸모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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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공 디자인 몰아 보기
공공디자인진흥팀의 조직배경과 주요 업무에 대해 소개해 달라.
서울시는 도시의 안정성과 편의성, 그리고 매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공공 디자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활동하는 조직이 공공디자인진흥팀이다. 시민의 일상과 직결된 도시 환경을 디자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개선하고, 서울다운 공공 경관과 도시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도시 생활의 불편을 발견하고, 시민의 삶을 디자인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공공 디자인의 역할과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영리 목적의 사기업에서 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오늘날 공공 디자인의 의의를 짚어본다면?
공공 디자인은 단순히 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차원을 넘어선다. 사회적 책임과 공동체 회복, 도시 정책의 전략적 수단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도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고, 도시의 정체성과 공동체성을 회복하며, 정책 실행력과 신뢰도를 높이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민주성과 투명성을 시각화하는 채널이기도 하다. 공공 디자인은 도시를 단단하게 만들고, 위기 속에서도 시민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공공의 기반’을 구축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도시의 공공 디자인을 개선하는 일은 무척 광범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분야를 어떻게 개선할지, 선정 및 기획 과정이 궁금하다.
출발점은 언제나 시민의 불편과 도시의 구조적 문제를 찾아내는 데 있다. 디자인은 그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답이자 제안이다. 물론 서울처럼 복잡한 도시에는 개선이 필요한 곳이 매우 많다. 모든 것을 동시에 바꿀 수는 없다. 무엇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바꿔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집중한다. 사업 기획 과정에서는 정책 연계성, 수혜 범위, 실행 가능성을 중심으로 타당성을 검토한다. 많은 시민이 자주 이용하고, 정책적으로 파급력이 크며, 예산과 협업 체계가 확보된 분야부터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기획 단계에선 ‘왜 이 문제가 발생했는가’라는 질문부터 던지며, 본질적인 해결 방향을 디자인적으로 설정하고 시범 사업을 통해 실험하는 과정을 거친다. 도시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시민 중심의 관점으로 해석한 뒤 디자인으로 구조화하는 것, 그것이 곧 공공 디자인이다.

최근 서울시의 공공 디자인이 속속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좋은 디자인 파트너와 함께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파트너 선정기준과 협업 프로세스를 소개해달라.
좋은 공공 디자인은 결코 혼자 완성할 수 없다. 디자인 파트너와의 관계는 단순한 발주-수행의 관계를 넘어선다. 도시 문제에 대한 공동 해석자이자 함께 해법을 찾아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서울시는 공개 경쟁을 통해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를 적용해 적합한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사실 관 차원에서 여러 제약 조건이 있기 마련이다. 공공 디자인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입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하다.
가장 큰 도전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조율이다. 하나의 디자인 기획이 실제로 실현되기까지 복잡한 행정적 협력과 조정이 필요하다. 이때 디자인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정책 실행력을 높이는 도구이며, 시민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을 설득한다. 주민의 협조를 얻는 것도 큰 과제다.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지역 주민과 소통하며 방향을 공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만큼 시민사회의 공감대도 우선시되어야 한다. 이는 서울 시민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과 안목이 높아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공공 디자인은 시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며, 모든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 자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의 품질만큼이나 시민의 이해와 공감, 참여가 중요하다. 시민이 디자인을 자신의 삶과 연결된 언어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누구를 위한 아름다움인가’라는 질문에 시민이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를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 도시를 바라보는 시민의 시선을 함께 디자인한다고 생각한다.
홍보와 확산도 디자인 프로세스의 일부이다. 이 부분은 어떻게 이뤄지나?
공공 디자인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의미와 가치를 시민과 공유하는 과정까지를 하나의 디자인이라고 본다. 결과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과정, 함께한 사람들, 담고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스토리 중심의 홍보’를 지향한다. 공공 디자인의 홍보는 시민과의 소통이 핵심이며, 이를 통해 디자인을 시민의 언어로 번역하고자 한다.


서울시 공공디자인진흥팀이 꿈꾸는 서울은 어떤 모습인가?
서울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해온 도시다. 그러나 그 속도만큼 일상의 균열도 함께 나타났다. 디자인은 그 틈을 메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길 하나, 글자 하나, 공간 하나에도 서울만의 결이 살아있는 도시를 꿈꾼다. ‘서울이니까 가능한’ 감각이 담긴 도시,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 각자의 이야기를 품어줄 수 있는 도시였으면 한다. 누군가에게는 다시 일어설 이유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출발의 발판이 되는 그런 도시 말이다. 각자의 이유로 기억될 수 있는 서울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