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읽는 2025 가을, 겨울 패션 트렌드
유행으로 직행하는 디자인 10
하늘이 높아지는 계절, 옷차림의 즐거움도 절정에 이른다. 지난해 고급스럽고 차분했던 드뮤어 룩이 주류였다면, 올해는 그 결을 잇되 한층 대범하고 자유로운 위트가 더해졌다. 무엇을 입느냐보다 어떻게 입느냐가 중요한 순간, 열 가지 키워드가 새로운 계절의 스타일을 물들인다.

점점 높아가는 하늘만큼이나 옷 입을 맛 나는 계절이다. 작년에는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드뮤어 룩이 유행이었다면 올해는 결은 비슷하지만 약간의 대범함과 분방함, 위트가 멋내기의 재미를 배가한다. 무엇을 입느냐보다 어떻게 입느냐가 더 중요한 시즌, 다음 열 가지 키워드가 새로운 계절을 탐닉한다.
1. 빈티지풍 체크무늬
옷차림이 주는 향수가 있다. 이번 시즌 체크무늬가 그렇다. 여러 색의 크고 복잡한 격자무늬를 의미하는 플레이드 체크 아이템들이 가을 낭만을 한가득 끄집어낸다. 넉넉한 핏의 셔츠와 재킷부터 펜슬스커트, 카디건, 팬츠, 드레스 등 전방위로 번진 체크무늬는 올가을 트렌드로 직행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체크무늬에도 매번 미묘한 유행이 따른다. 이번 시즌 기억해야 할 핵심은 두 가지. 첫째, 빈티지 무드를 유지한다. 플레이드 체크는 모양 자체만으로도 오밀조밀 작은 체크무늬보다 고즈넉한 감성을 풍긴다. 여기에 베이지, 브라운, 카키, 올리브 등 차분한 뉴트럴톤의 색감을 섞으면 끝. 힙 무드 한 방울을 더하고 싶을 땐 진한 머스터드, 블루, 레드 등 차라리 촌스러운 컬러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둘째,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편안한 핏의 빈티지 체크무늬 룩은 자칫 그저 남루해 보일 수 있다. 이럴 땐 가로세로 선들의 반듯함을 흔드는 우아한 한 끗이 분위기를 반전한다. 섬세한 레이스 스커트, 윤기나는 진주 목걸이, 뾰족한 슈즈, 가녀린 목선과 발목 등 단 하나의 포인트면 충분하다.

2. 트렌치코트를 입는 새로운 공식
입자니 식상하고 안 입자니 서운한 트렌치코트. 짧은 가을이 아쉬워서라도 올해는 반드시 꺼내 입겠다 한다면 주목하자. 요즘 멋쟁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힙 스타일 공식을 대입해 볼 기회다. 한편 새로운 트렌치코트를 장만할 계획이라면 발랄한 크롭 기장이 대세다.

옷장 속 트렌치코트가 베이지색이라면 기장이나 디자인에 크게 상관없이 이 공식 하나면 유행 모드로 변신한다. 필수 준비물은 정강이까지 내려오는 좁다란 카프리 팬츠와 새끼 고양이처럼 앙증맞은 키튼힐 슈즈. 선택 준비물은 선글라스와 클러치백. 트렌치코트를 제외하곤 모두 블랙으로 통일하면 더없이 완벽하다. 더울 땐 트렌치코트를 벗어 팔에 툭 걸치면 그 또한 스타일이 된다.




3. 전천후 아이템, 클래식 스웨터
바람이 조금 더 차가워지면 스웨터의 인기가 유난할 것으로 보인다. 특유의 부드럽고 포근한 감성은 말할 것도 없고 여기저기 레이어링 치트키 역할도 톡톡히 해낼 전망이다. 하나만 쓱 입어도 예쁘고 어깨나 허리에 두르면 분위기 업, 이너웨어와 조합하면 순식간에 멋쟁이가 되는 등 스웨터의 다재다능함을 즐길 시간이다.



지금 가장 힙한 디자인은 단추를 닫으면 톱, 풀면 카디건이 되는 스타일과 목선을 깊게 드러내는 V 네크라인 스웨터. 두 디자인 모두 클래식한 감성일수록 더 멋지다. 입는 방식으로도 스타일 온도를 확 끌어올릴 수 있는데, 스트리트 무드를 강조하고 싶다면 스웨터 안에 흰색 티셔츠를 받쳐 입은 후 목선으로 배꼼이 보이도록 연출한다. 가을의 시크함을 담고 싶다면 언밸런스한 기장의 실크 레이스 톱을 조합해 극적인 멋을 부각한다.




4. 80년대 파워슈트의 귀환
드라마도 예능도 패션도, 요즘은 80년대 복고풍이 대세다. 20세기 복식사에서 여성 패션의 부흥기로 꼽히는 80년대 무드는 당시 여성의 사회적 지휘 상승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빅 숄더 실루엣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덕분에 새로운 계절의 슈트 룩은 평소보다 훨씬 대범하고 인상적이다.

그렇다고 너무 오버하면 부담스럽다. 다음 리스트 중 두세 개만으로도 80년대 감성을 소환할 수 있다. 당당함을 드러내는 큼직한 어깨선, 아빠 슈트를 닮은 더블 단추, 뾰족한 칼라와 커다란 커프스가 달린 셔츠, 여유로운 핏의 팬츠, 두꺼운 안경 그리고 컬러 넥타이. 핵심은 성공한 여성 사업가 같은 느낌, 딱 그거다.




5. 동물의 왕국
강렬한 한방으로 가을, 겨울의 멋을 쟁취하고 싶은 승부사라면 고민할 것도 없이 애니멀 프린트를 주목한다. 특히 올 초부터 시작된 레오파드 프린트의 화력이 점점 더 세지고 있다. 레오파드가 식상하게 느껴진다면 흰 검 조화의 지브라 프린트를 선택하면 단번에 게임 오버다.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의 옷장이라면 무조건 하나쯤은 있다. 아우터부터 스커트, 블라우스, 심지어 에코백도 레오파드가 인기다. 지브라 프린트는 크롭 재킷이나 오버사이즈 코트 같은 야생미 넘치는 아우터가 대세. 어떤 프린트를 선택하든 간결한 블랙 혹은 브라운 아이템과 조합해 섹시함보다는 모던함을 강조하는 편이 훨씬 세련돼 보인다.



6. 매콤새콤 칠리 레드 컬러
이번 시즌 컬러 지분율 반 이상을 차지한 블랙과 브라운. 어두운 계열이 강세일수록 치트키 컬러가 눈에 확 찬다. 그 대표적인 컬러가 빨강이다. 빨강 중에서도 매콤 새콤한 맛을 내는 칠리 레드 톤이 가을, 겨울의 칙칙함을 싹 걷어낸다.



빨간 옷은 12월에만 입는 게 아니다. 가을로 당겨서 입는 순간 순식간에 멋쟁이로 등극한다. 진한 빨간 맛을 제대로 즐기겠다면 스웨이드 혹은 니트 스커트 셋업을, 포인트로 톡 쏘는 멋을 얹고 싶다면 스웨터나 카디건이 제격이다. 독특한 색 조합까지 곁들이면 더욱 강렬한 매혹을 경험할 수 있는데 민트, 핑크, 브라운, 블루와 어울린 레드 룩은 뻔하지 않은 분방함을 표출한다.




7. 질감을 살린 가죽 재킷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용기를 내야만 입을 수 있었던 가죽 재킷이 이제 한집 건너 하나씩 걸려 있는 키 아이템이 되었다.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점점 더 다채로운 디자인이 유행하는 가운데, 이번 시즌은 섬세한 가죽 질감이 색다른 멋을 결정짓는 킥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가죽 재킷의 생명은 핏이었다면 이제는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분위기다. 슬림 핏, 크롭핏, 블루종 핏, 오버사이즈 핏 등등 실루엣은 취향대로 고르면 된다. 대신 반질반질 페이턴트 가죽 질감 혹은 낡고 바랜 듯한 빈티지 질감 중 하나에 집중하자. 페이턴트는 레오파드나 컬러 아이템처럼 통통 튀는 조합일 때 힙한 분위기를 내고, 빈티지 가죽은 데님이나 체크무늬처럼 무난한 아이템과 조합하면 스트리트 무드가 깨어난다.




8. 진격의 인조 모피
진짜보다 가짜가 인정받는 시대다. 시간이 갈수록 성장하는 기술력과 위트 덕분에 올겨울은 인조 모피의 멋을 제대로 즐겨볼 수 있겠다. 몸을 폭 감싸는 빅 사이즈 코트 스타일부터 여러 털을 짜깁기한 보헤미안 감성의 재킷, 어깨에 크게 둘러 연출하는 스톨까지. 이번 시즌은 가짜 티 팍팍 나는 인조 모피 그 자체만으로도 트렌디하다.




실크, 레이스, 페이턴트 등 풍성한 모피와 상반되는 다소곳하고 유연한 아이템과 조합하면 극적인 멋이 한껏 살아난다. 반면 치렁치렁한 주얼리나 진한 메이크업 등 자칫 복부인처럼 보일 수 있는 과한 포인트는 깨끗이 덜어낸다. 동시에 목선, 어깨, 다리, 발목 등 살갗을 드러내는 부분이 한 군데는 있어야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9. 크고 유연한 가방
지난가을 군더더기 없이 똑떨어지는 미감이 가방 트렌드를 이끌었다면 이번 시즌은 정반대다. 손잡이를 들거나 어깨에 맸을 때 유연하게 툭 떨어지는 핏이 새로운 분위기와 멋을 연출한다. 말랑이 같은 부드러운 페이턴트 레더부터 자연스러운 주름을 만드는 스웨이드까지, 보기에도 편안한 감성의 가방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10. 스쿨 슈즈 다 나와
멋과 분위기의 결정적 차이는 발끝에서 나온다. 올가을, 겨울의 메가 트렌드로 꼽히는 무드들은 대부분 발끝이 가벼울수록 쿨하다. 그리하여 길거리로 소환되고 있는 슈즈들의 공통점은 젊고 발랄한 스쿨 무드를 띈다는 점.




끈으로 묶는 옥스포드 슈즈부터 발등 스트랩이 달린 메리제인 슈즈, 앞 코가 둥근 발레리나 플랫 슈즈, 납작한 스웨이드 로퍼 등 교복 밑에 신으면 잘 어울릴 만한 단정한 슈즈가 룩의 균형미를 높인다. 더불어 컬러 양말이나 니트 토시를 곁들이면 더욱 풍성한 가을의 멋이 걸음걸음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