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KDA Winner] 오이뮤 작명소
심사위원들은 여느 해와는 다른 고민에 휩싸였다. 어디까지 그래픽 디자인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완성도와 실험 정신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줘야 할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갔다. 결국 수상작을 가른 기준은 한 끗 차이의 참신함과 완성도였다. 오이뮤 작명소는 예상치 못한 신선한 접근 방식을 보여주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래픽 분야 심사 총평
디자인의 경계가 모호해진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본질이나 근본 가치에 천착하기보다는 업역을 넘나드는 실험적인 시도를 높이 사는 추세다. 심사위원들도 여느 해와는 다른 고민에 휩싸였다. 어디까지 그래픽 디자인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완성도와 실험 정신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줘야 할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갔다. 우스갯소리처럼 “경향성이 없는 게 경향성이다”라는 총평을 남길 만큼 어느 때보다도 출품작이 다채로웠다. 결국 수상작을 가른 기준은 한 끗 차이의 참신함과 완성도였다. 오이뮤 작명소는 “미신과 전통이라는 소재가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신선한 접근 방식을 보여주었다”라는 호평을 받으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새로움’을 ‘탁월함’으로 번역하는 요즘의 경향이 투영된 결과였다. 같은 맥락에서 ‘단청문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단청 자체가 새롭지는 않으나 이를 디자이너 고유의 언어로 재해석한 경우는 드물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쉽게 파이널리스트에 오르지 못했으나 출판사 무제의 〈첫 여름, 완주〉는 읽기와 듣기,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래픽과 브랜딩의 영역을 넘나드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런가 하면 역사와 기억을 존중하는 디자이너들의 태도도 주목할 만했다. 숱한 작품이 후보군으로 거론된 가운데, 인사미술공간의 지난 시간을 엮어낸 ‘타임 패치워크’와 디자인을 통해 시대의 변곡을 포착한 ‘시대정신’을 파이널리스트로 선정했다. 새로움을 발굴하는 것뿐 아니라 오래된 것의 가치를 이어가는 것도 KDA의 몫이라는 것을 상기시킨 올해의 수상이었다.
심사위원 전채리(CFC 대표), 강민정(프론트도어 공동대표), 이재훈(플러스엑스 대표)
오이뮤 작명소 – 오이뮤
![[2025 KDA Winner] 오이뮤 작명소 1 KakaoTalk Photo 2025 11 29 13 57 08](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KakaoTalk_Photo_2025-11-29-13-57-08-832x1247.jpeg)
‘사람의 인생은 이름을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숱한 미신이 세월의 풍화를 견디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사주팔자에 맞는 이름을 지어야 한다는 믿음만큼은 한국 사회에 여전히 뿌리깊게 남아 있다. ‘오이뮤 작명소’는 지극히 한국인다운 발상에서 출발했다. 작명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외국인 친구에게 끝내 이름을 지어주지 못한 신소현 오이뮤 대표가 지난 과오를 만회하기 위해 일을 벌인 것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각자 한국 이름을 하나씩 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사람만을 위한 디지털 작명 기계’를 떠올렸다.
![[2025 KDA Winner] 오이뮤 작명소 2 IMG 1812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IMG_1812-1-832x1248.jpg)
![[2025 KDA Winner] 오이뮤 작명소 3 IMG 2088](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IMG_2088-832x1248.jpg)
계기는 소박했지만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작명법을 프로그램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했기에 사주가 미신인지 과학인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사주명리와 수리성명학도 제대로 공부했다. 의미와 어감이 좋지 않은 한자를 거르고 걸러 4000여 자의 한자를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기계에 사용자의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사주팔자에 맞춰 지은 이름 3개가 무작위로 도출되는데, 전부 가용 한자로 돼 있어 실제 이름으로 써도 손색이 없다.
![[2025 KDA Winner] 오이뮤 작명소 4 IMG 2160](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IMG_2160-832x1248.jpg)
![[2025 KDA Winner] 오이뮤 작명소 5 IMG 2242](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IMG_2242-832x1248.jpg)
그러나 여기서 그치면 여느 철학관과 다를 바 없을 터. 오이뮤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기계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브랜드 문법과 접목시켜야 했다. 장태훈 제로랩 디자이너에게 키오스크 제작을 의뢰하면서 “키오스크의 전형성에서 탈피한 디자인을 원한다”고 말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레트로 컴퓨터를 연상케 하는 하드웨어 겉면에 고운 파스텔 톤 컬러를 입히고 화면에 표시되는 텍스트도 브랜드 감도에 맞춰 일일이 순화했다. 서체를 선택할 땐 안정적인 가독성 확보를 우선에 뒀다. 기계에 내장된 모니터의 해상도를 고려하는 동시에 하드웨어의 뚜렷한 개성을 일정 부분 다듬으며 균형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작명 결과가 종이에 출력되도록 설계한 밑바탕에도 오이뮤가 그간 소비자를 대면하며 체득한 감각과 식견이 깔려 있다. 개인화된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갈증, 디지털 공간에서의 경험이 물성이 있는 사물로 확장됐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 모두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며 알게 됐다고. 사소하고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출발했을지언정 오이뮤는 사주와 작명이라는 모호한 영역을 창의적인 그래픽 언어로 치환하며 내공 있는 스튜디오로서 저력을 입증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까지 촘촘한 디자인이 깃든 오이뮤 작명소가 올해의 수상작으로 손색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