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파티 문화들
취향과 일상이 만든 새로운 파티 문화
2030세대는 취향을 발견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파티를 재정의하고 있다. 화려한 밤 문화 대신 러닝, 요가, 독서처럼 일상적 경험을 기반으로 모이고, 술 대신 커피를 나누며 편안하게 연결되는 새로운 파티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즐기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파티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다양한 파티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파티의 성격이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보편적인 파티를 생각하면 저녁 시간대, 화려한 옷차림, 술과 음악, 춤을 연상하게 된다. 혹은 드레스 코드를 갖춘 사람들이 사교를 목적으로 모여 친목을 나누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파티는 이러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결로 진화하고 있다.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을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통을 나누는 사람들에게 기존 파티의 형식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았다. 형식적이고 과장된 분위기 대신,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만남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파티의 경계가 서서히 흐려졌다. 굳이 화려하게 꾸밀 필요도, 점잖게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어도 같은 관심사와 모일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재밌는 시간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모두가 체감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형식을 타파하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파티의 주제는 독서, 러닝, 요가 등 한층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그저 ‘무언가를 같이 해보자’라는 경험 중심의 흐름이 강해진 것이다. 여기에 건강과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녁 대신 아침에 모이고, 술 대신 커피를 마시는 새로운 형태의 파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침에도 흥겨울 수 있다: 모닝 레이브

그저 모이기만 해도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 덕분에, 아침부터 열리는 파티는 흥이 넘치지만 건전하다. 이제는 밤에만 열릴 것 같은 DJ 파티조차 아침에 열리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DJ가 음악을 들려주는 공간에서 음악을 즐기며 하루를 시작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에너지를 채운다. 이곳에서는 춤과 음악이 함께 하지만 술은 없다. 차나 커피, 혹은 원하는 음료를 마시며 즐거운 기분으로 하루를 여는 경험을 즐기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모닝 레이브(Morning Rave)’ 또는 ‘소프트 클러빙(Soft Clubbing)’이라 불리며,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색적인 파티 문화는 런던, 뉴욕 등과 같이 사람들이 모여드는 대도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즐겁게, 술 없이’ 라는 콘셉트로 아침에 클럽을 여는 ‘모닝 글로리빌(Morning Gloryville)’이나 사우나, 콜드 플런지, 댄스파티 등 아침부터 강렬한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데이브레이커(Daybreaker)’와 같은 행사들은 이미 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글로벌 파티 브랜드다.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열리는 이 파티들에는 아침부터 열정적으로 춤추고 교류하는 수많은 참가자들이 몰린다. 행사에 참여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결국 파티의 즐거움은 ‘밤’이라는 시간대나 ‘술’이라는 요소가 아니라,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달려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빠르게 자리 잡으며 다양한 커뮤니티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서울모닝커피클럽(SMCC)’이다. ‘출근 전 건강한 모닝 루틴’을 슬로건으로 하는 이 커뮤니티는 혼자서 하기에는 어려운 모닝 루틴을 함께 실천하며 하루를 긍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돕는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만 보아도 아침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다양한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침부터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도 실감하게 된다.

모임의 주제는 러닝, 독서, 커피 등 요즘 사람들이 열광하는 관심사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또한 무알코올 웰니스 파티는 물론이고 플리마켓, 임신·출산을 다루는 예비맘과 초보 엄마를 위한 채팅 모임, 의사와 함께 하는 웰니스 위크 등, 기존 파티 개념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다양한 이벤트들이 이어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이름은 ‘서울모닝커피클럽’이지만, 모이는 장소는 ‘글로벌’하다. 중국 상하이, 일본 나고야, 발리, 싱가포르, 런던, 이집트 다합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아침을 깨우는 긍정적인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집되는 파티는 매달 열리며, 누구나 참여 가능한데다가 참가비도 음료 한 잔 정도로 부담 없는 가격이라 덕분에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밖에도 명상 커뮤니티 이너시티(Innercity)가 운영하는 아침 프로그램, 제주 지역 러닝 크루가 운영하는 페이스온 러닝 클럽(Paceon Running Club), 음악중심 콘텐츠를 선보이는 공연 컬렉티브 씬샵(Sceneshop)의 모닝 레이브 등 다양한 커뮤니티가 활발히 활동 중에 있다. 모두 아침의 활기를 나누기 위해 모이지만, 각 모임이 집중하는 관심사는 뚜렷하게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처럼 건강하고 활기찬 아침을 여는 모임들은 웰니스·건강을 중시하는 현재의 트렌드와 맞물리며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하고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파티라고 해서 강렬할 필요는 없다: 리딩 파티
활발한 열기를 느낄 수 있는 파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차분함을 공유하는 파티도 있다. 파티인데 차분할 수 있다니? 의아하지만 그 어려운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 감성을 선호하는 이들이 모여 만드는 ‘리딩 파티’가 그 주인공이다. 이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책을 놓지 않으려는 이들이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문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뉴욕에서 시작된 지역 독서 커뮤니티 ‘리딩 리듬(Reading Rhythms)’은 기존의 독서 모임과 달리 ‘리딩 파티(reading Party)’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오프라인에서 함께 즐기는 독서 문화를 이끌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독서를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텍스트 힙’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독서 열풍이 뜨거운 우리나라에서도 독서 파티가 열리며 새로운 문화생활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9월에 진행된 ‘제1회 서울 리딩 파티’에서는 독서를 한층 가볍고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어 화제를 모았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서브컬처 매거진 ‘푸더바’, 한국 시의 매력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시플루언서 ‘포엠매거진’,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플랫폼 ‘픽글’이 예스24와 함께 기획 및 운영을 맡아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서는 ‘블라인드 북 받아서 읽기’, ‘파티 호스트와 책 얘기하기’ 등 독서를 위한 다양한 체험이 마련되어 독서 파티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공간의 고정관념도 허무는 파티 문화: 대중교통에서 이루어지는 파티들


시간과 분위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파티 문화는 이제 공간의 고정관념마저 허물고 있다. 독일에서는 기차를 무대로 파티가 열리며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여행의 즐거움도 함께 누리게 하고 있다. ‘테크노 트레인(Techno Train)’이라 불리는 이 행사는 뉘른베르크 하우스 33(Haus 33) 클럽이 2019년 이벤트 개념으로 시작한 것이었지만, 해마다 규모와 완성도를 더해 지금은 세계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다. 바이에른 시골길을 달리는 기차 안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DJ들의 음악이 울려 퍼지며, 12량의 열차가 7시간 동안 뜨거운 열기로 넘쳐나는 파티장으로 변한다. 마무리는 하우스 33 클럽에서 열리는 애프터 파티로 이어진다. 그야말로 ‘테크노의 고장’다운 독창적인 행사가 아닌가 싶다.


이와 비슷한 결로 덴마크에서는 지하철에서 파티가 열린다. ‘트랜스 메트로 익스프레스(Trans Metro Express)’는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 ‘스트룀(Strøm)’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실제 운행 중인 지하철에서 운영된다는 점과 더불어 승차권만 있으면 어느 역에서든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도시를 관통하는 지하철 속에서,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경험은 코펜하겐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되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도시를 달리는 열차가 하나의 거대한 클럽이 된다는 아이디어는 이동 자체를 문화적 경험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이제, 파티는 더 이상 밤에만 진행되는 행사도, 술을 중심으로 한 자리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채우는 ‘경험 중심의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파티들을 보면 취향을 공유하고, 루틴을 함께 만들며,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무엇을 경험하며 연결되고 싶은가’를 보여주는 것이 현재의 파티 문화를 정의하는 핵심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나 새롭고 짜릿한 경험을 갈망하는 세대가 이 흐름을 계속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특정 시간대나 공간, 형식에 묶이지 않는다. 아침이든 밤이든, 야외든 실내든, 음악이든 운동이든 상관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에너지를 찾으며 즐거운 모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파티는 일상의 방식을 재구성하는 새로운 문화 플랫폼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앞으로 파티는 한계를 계속 허물며 우리의 일상에 활기를 더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