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 부는 ‘비건’ 흐름
메르세데스-벤츠부터 폴스타, 테슬라까지. 환경을 위한 움직임들
산업 전분야가 비건 흐름에 동참하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도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주행 중에 매연을 발생시키지 않아 친환경차로 분류되고 있는 전기차 제조 기업을 중심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심각한 환경 오염은 우리의 일상은 물론이고 우리가 환경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꾸어놓았다. 이제 ‘친환경’은 일부의 선택을 넘어서 전 세계를 이끄는 기준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친환경 제품이라고 하면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품질이 좋지 않은 데다가 디자인마저 조악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신기술과 획기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세심한 디자인이 더해져 기존 제품과 동등하거나 오히려 더 나은 결과물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환경을 고려하는 사람들의 꾸준한 노력 덕분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속적으로 주목받는 키워드가 바로 ‘비건(Vegan)’이다. 한때는 단순히 채식을 의미하는 단어였지만, 이제는 환경과 동물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제품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확산되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식품을 비롯하여 화장품, 패션, 생활용품, 가구 분야 전반에 비건 바람이 확산되면서 산업계는 새로운 해답을 모색하게 되었다. 덕분에 커피 찌꺼기, 과일 껍질, 버섯 균사체 등 과거에는 소재로 여겨지지 못했던 것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얻고 있다. 이는 자원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는 역할도 하고 있기 더욱 의미가 있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사례 중 하나는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비건 가죽 제품이다. 이는 친환경 스타트업 ‘마이코웍스(MycoWorks)’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마이코웍스를 대표하는 소재인 ‘레이시(Reishi™)’는 균사체를 정밀하게 배양하여 만드는 ‘파인 마이셀리움(Fine Mycelium™)’ 기술의 산물로, 동물의 가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죽과 거의 차이가 없는 촉감과 내구성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비건 가죽이 합성수지를 혼합하여 제조되는 것과 달리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여 천연 생분해가 가능한 소재로 인정받았다. 또한 제조 과정에서 두께, 질감, 강도 등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주문 제작형 소재 생산도 가능하다.

이를 눈여겨 본 에르메스는 이들과 약 3년간의 개발 끝에 ‘실바니아(Sylvania)’라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그리고 가방 제작에 송아지 가죽 대신 이 신소재를 적용했다. 명품 브랜드가 앞장서서 환경 및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이후 비건 트렌드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산업 전분야가 비건 흐름에 동참하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 또한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주행 중에 매연을 발생시키지 않아 친환경차로 분류되고 있는 전기차 제조 기업을 중심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테슬라는 초창기 차량 내부 인테리어에 가죽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2019년부터 합성 가죽과 재활용 폴리에스터 등과 같은 비건 소재를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또한 2022년부터는 폰 홀츠하우젠(von Holzhausen)이 개발한 대나무로 기반의 지속 가능한 가죽을 사용하며 물 사용량을 줄이고 지속 가능성을 한층 강화했다.

스웨덴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Polestar) 역시 눈에 띄는 친환경 행보로 화제가 되고 있다. 페트(PET) 폐기물로 제조된 원사로 시트커버를 만들고, 식용유 제조 과정의 부산물이나 임업 폐기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나프타(Bio-naphtha)를 주원료로 한 바이오 기반 PVC를 내장재에 사용한다. 차체, 서브프레임, 브레이크, 시트를 비롯한 다양한 부품에 일반 및 산업 폐기물을 재활용해서 얻은 강철과 알루미늄을 적용하고 있으며, 유럽산 아마(Flax)로 만든 천연 섬유 복합재와 재활용 섬유도 인테리어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폴스타는 주행 방식은 물론이고 차 전체가 친환경적인 가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볼보, 포르쉐, 포드, 현대차 등 여러 자동차 브랜드들도 친환경 비건 소재 도입을 확대하며 지속 가능한 전환에 동참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 특히 전기차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친환경 비건 소재를 채택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는 환경 및 윤리적인 문제를 고려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자동차의 성능에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비건 소재들은 기존 소재에 비해 무게가 가벼워 배터리 효율을 높이고, 그 결과 주행 거리를 늘리는 데에도 기여한다. 환경을 위한 선택이 결국 차의 성능 향상으로 이어지기에 자동차 산업의 비건 전환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메르세데스-벤츠는 세계적인 인증 기관인 ‘비건 소사이어티(The Vegan Society)’의 인증을 획득한 인테리어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새로운 전기차 모델인 ‘디 올 뉴 일렉트릭 GLC(The all-new electric GLC)’의 옵션 사양으로 제공되는 이 인테리어 패키지는 비건 소재 사용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브랜드의 의지를 담고 있다.
비건 소사이어티는 1944년 영국에서 설립된 단체로, 영어 단어 ‘채식주의자(Vegetarian)’의 첫 세 글자와 마지막 두 글자를 결합하여 ‘비건’이라는 용어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 1990년에는 소비자들이 비건 제품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비건 상표(Vegan Trademark)’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동물성 제품과 부산물 또는 파생물을 사용하지 않고 개발 및 제조되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동물 실험도 거치지 않은 제품에만 부여된다. 현재 68개국에서 식품과 음료부터 화장품, 의류, 가정 용품에 이르기까지 7만 개 이상의 제품이 이 상표를 부여받았다.

자동차 업계에 새로운 기준을 세우기 위해 선택된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차세대 전동화 전략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핵심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브랜드의 베스트셀러인 GLC에 벤츠의 차세대 운영체제인 ‘MB.OS’를 최초로 탑재했다. 초당 254조회 연산이 가능한 고성능 칩을 기반으로 한 이 운영체제는 자율주행 보조 기능, 충전 시스템, 인포테인먼트를 비롯한 다양한 차량 편의 기능을 통합 제어할 수 있다. 여기에 내연기관 모델이 지닌 편안함, 역동성, 효율성을 그대로 계승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더해졌다.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인증을 받으려면 매우 엄격한 조건과 여러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비건 소사이어티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여러 공급업체들이 제공하는 약 100가지 소재 구성 요소를 자체 인증 기준에 따라 면밀히 심사했고, 동물성 제품과 더불어 부산물 또는 파생물을 모두 포함하는 소재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또한 동물성 원료와 교차 오염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제조 전반에 걸쳐 철저한 관리가 이뤄졌다. 만약 어떤 소재라도 동물성 원료의 흔적이 발견된다면, 엔지니어들과 공급업체는 곧바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런 엄격한 과정을 거친 인테리어의 핵심 소재는 가죽과 유사한 외관과 촉감을 구현하면서도 동물성 원료가 전혀 사용되지 않은 ‘아티코(ARTICO)’다. 이 소재는 시트커버와 스티어링 휠 커버 등 운전자가 가장 빈번하게 접촉하는 부분에 사용되었다. 또한 도어 트림과 헤드라이너, 카펫에는 비건 인증을 받은 직물과 마이크로 파이버 소재가 적용되었다. 여기에 높은 비율의 재활용 소재가 적극 활용되며 친환경적인 자동차에 어울리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완성되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편법을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비건 소사이어티의 비건 인테리어 인증은 이러한 접근 방식을 더욱 강조합니다. 투명성과 신뢰는 저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저희 차량의 비건 인테리어 소재에 동물성 제품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으며, 매우 엄격한 테스트 기준을 충족한다는 점을 확신하실 수 있습니다. 독립적이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인증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이러한 확신을 드릴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마르쿠스 셰퍼(Markus Schäfer),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이사회 멤버 겸 개발 및 구매 부문 총괄 최고기술책임자(CTO)


약 2년간의 프로젝트를 끝으로, 디 올 뉴 일렉트릭 GLC는 비건 상표를 최종적으로 획득했다. 이를 통해 메르세데스-벤츠는 비건 소사이어티의 비건 인증 마크가 부여된 차량 인테리어를 제공하는 최초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되었다. 메르세데스-벤츠 GLC 전기차의 비건 인테리어 옵션은 2026년 하반기부터 미국 고객들에게 제공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에서 전기차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지금, 차의 내부와 제조 과정 또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차량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을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더 나아가 브랜드가 소유하고 있는 기술력을 증명하는 수단으로서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제 ‘비건’은 선택이나 타협이 아니라 기술과 윤리, 그리고 프리미엄 가치를 증명하는 핵심 요소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