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넘어 경험을 디자인하다, CES 최고혁신상 수상한 현대차 MobED
현대자동차 모베드MobED가 CES 2026에서 로보틱스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CES 참가 이후 처음으로 받은 최고혁신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모베드는 현대자동차가 2022년 처음 공개한 모바일 로봇 플랫폼으로, 불규칙한 지면에서도 안정적인 이동이 가능하다.

이번 CES에서 현대자동차는 현대제네시스디자인이노베이션실 퓨처디자인팀이 디자인한, 모베드의 양산형 콘셉트 모델들을 공개했다. ‘모베드 골프’와 ‘모베드 어반호퍼Urban Hopper’가 대표적이다.


모베드 골프는 자율 주행과 사용자 추종 기능을 갖춘 골프 서비스 모빌리티로 골프장 특유의 다양한 지형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한 것은 물론 라운드 중에는 캐디처럼 골퍼를 따라 이동하며 필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코스 분석, 온라인 코칭, 날씨 정보 등을 지원하며, 골프 백을 편리하게 거치하고 클럽을 쉽게 꺼낼 수 있도록 인체 공학적 설계를 바탕으로 한 틸팅 기능도 적용했다. 여기에 러기지 케이스와 컵 홀더, 소형 냉장고, 휴대폰 충전 패드 등 수납과 편의 요소도 함께 구성했다.
또 다른 모델인 모베드 어반호퍼는 도심 환경에서 일상적인 이동을 전제로 한 퍼스널 모빌리티다. 인체 공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최적의 편안함을 누릴 수 있도록 시트 위치와 탑승 공간, 조작 동선 등을 세심하게 고려했다. 장시간 이용해도 부담이 적고 자연스럽게 안정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물류 및 적재 작업을 위한 ‘모베드 픽 앤 플레이스Pick & Place’, 배송 환경을 고려한 ‘모베드 딜리버리’ 등의 모델도 함께 선보이며,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도심 이동과 레저, 서비스 영역까지 다양한 모베드의 활용 범위를 제시했다. 현대제네시스디자인이노베이션실 퓨처디자인팀 이준호 책임은 “기술을 삶의 맥락에서 해석하려는 팀의 지속적인 고민이 수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 노력의 과정을 인정받은 것 같아 뜻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Interview
현대제네시스디자인이노베이션실 퓨처디자인팀

현대제네시스디자인이노베이션실 퓨처디자인팀에 대해 소개해달라.
송지현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가는, 일종의 선발대 같은 조직이다. 실패와 시행착오를 전제로 새로운 시도를 먼저 해보고, 그 과정을 통해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며 미래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팀에는 회사 내에서도 특히 창의적이고 이노베이티브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각자 개성과 관심사가 뚜렷하고 무엇보다 호기심이 많다. 어떤 질문에 꽂히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파고들며, 공통적으로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디자인해야 하는 상황을 하나의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미래를 제시한다는 말이 흥미롭다. 퓨처디자인팀은 미래를 어떤 방식으로 상상하고 구체화해 나가는가?
이준호 우리 조직은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 다양한 신기술을 가장 먼저 접하는 곳이다. 새로운 기술 인풋이 들어오면, 이를 그대로 보여주기보다 우리가 가진 UX 관점과 어떻게 결합할지를 고민한다. 개인적으로는 관심사가 많아 여러 분야의 아이디어를 계속 첨가해보는 편인데, 서로 다른 것들을 합치는 과정에서 디자인의 출발점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이윤지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팀원들과 스몰 토크를 많이 한다. 관심사나 경험에 대한 가벼운 대화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본질적인 단서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쌓인 이야기가 아이디어로 연결되고, 이후에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지 구체화한다.
김준우 미래를 상상할 때 인간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디자인은 기술과 사람을 잇는 역할을 하고, 기술은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며 삶에 녹아들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사람의 복잡하고 넓은 삶에 대한 지식을 꾸준히 공부하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모베드가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다양한 모델을 통해 기술이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송지현 2022년에 이 기술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아이디어가 정말 100가지 정도 있었다. 고객들을 관찰하면서 사람들이 몸에 너무 익숙해져 불편하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지점을 찾아내는 데서 출발했다. 그중에서도 실제 비즈니스로 이어졌을 때의 적합성과 수익성까지 고려한 결과가 지금의 방향으로 정리됐다.
이준호 모베드가 가진 틸팅이나 스태빌라이저 같은 기술적 특징을 가장 필요로 하는 환경이 어디일지를 먼저 고민했다. 병원이나 농업, 캠핑, 소방 등 여러 분야를 놓고 아이디어를 검토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안이 탈락했다. 다만 지금 선택되지 않은 아이디어 역시 시간이 지나면 다른 형태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모베드 골프와 모베드 어반호퍼다. 각 사례에 맞게 모델을 디자인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준우 모베드는 로봇의 각 모션과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경우의 수까지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디자인 난도가 훨씬 높았다. 예를 들어 골프 백을 싣거나 클럽을 꺼내는 순간, 혹은 어반호퍼에 탑승하고 내리는 상황마다 로봇의 움직임과 물리적 형상이 맞물려야 했다. 그래서 단순한 형태 디자인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과 사용 시나리오까지 포함한 디자인을 고민하게 됐고, 그 과정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이선우 어반호퍼를 디자인할 때는 사람을 어떻게 태울 것인가부터 다시 고민해야 했다. 단순히 시트를 얹는 방식에서 출발해, 다이내믹한 움직임 속에서도 몸을 지탱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손잡이나 탑승 자세 같은 요소를 하나씩 검토했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바이크 타입의 디자인을 완성했다.


송지현 모베드 프로젝트는 움직이는 제품을 다루는 만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실제 사용 환경을 관찰하고 인터뷰하며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하는 과정을 기본으로 삼았고, 아직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의 경우에는 가상의 환경을 설정해 반복적으로 동작을 검증했다.
이준호 각 모델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선 제조 방식도 고민해야 했다. 기존의 프레스와 용접 중심의 공정은 많은 비용과 복잡함, 그리고 버려지는 요소를 동반한다. 모베드에서는 알루미늄 보디를 커팅과 밴딩 중심의 구조로 구성해 최소한의 공정으로 조립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다. 이를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이라고 부르는데 심미성과 실용성, 지속 가능성을 두루 고민한 결과다.
모베드 외에 퓨처디자인팀이 진행한 프로젝트 가운데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김준우 나노모빌리티 프로젝트를 이야기하고 싶다. 처음에는 ‘뮤지엄 모빌리티’라는 이름으로,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미술관 같은 공간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이동 수단을 기획했다. 하지만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휠체어 사용자에게 휠체어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몸의 일부이자 안경처럼 개인화된 존재라는 점을 생각하게 됐다. 그 결과 특정 사용자를 전제로 한 대안보다는 짧은 거리 이동이 힘든 사람이나 영유아를 동반한 보호자, 짐이 많은 사람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그레이 존에 있는 사람들까지 포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관점을 전환했다.


이선우 나노모빌리티를 디자인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휠체어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기존 휠체어의 기능적 한계뿐 아니라, 사용자에게 작용하는 심리적 부담까지 개선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운팅을 위해 여러 프레임이 복잡하게 연결된 기존 구조 대신, 형태를 하나로 정리해 보다 단순하고 일체감 있는 인상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이준호 나노모빌리티 역시 환경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어졌다. 디자인은 결과에 따라 세상에 부담을 줄 수도 있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넥쏘 수소 탱크에서 버려지는 폐카본 소재를 재활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을 한다는 것에서 느끼는 보람은 무엇인가?
송지현 양산 차 디자인의 경우 차가 출시되면 판매 수치로 성과가 드러난다. 반면 우리가 하는 일은 세상에 없는 것을 제안하고 테스트 베드가 되다 보니 세상에 나오지 못한 채 사라지는 프로젝트도 많다. 그럼에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과정 속에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며 일한다.
이준호 이번 CES 수상으로 그동안 해온 고민과 노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 같다. 특히 전시장에서 휠체어를 탄 사람에게 이 프로젝트를 어떤 이들을 위해 기획했는지 설명하자 그가 “Like me!”라고 말하며 자신의 휠체어를 두드리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에서 우리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이윤지 우리는 긍정적인 미래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미래를 디스토피아적으로 상상하기도 쉬운데, 우리가 어떤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가느냐에 따라 미래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팀 내부에서도 늘 긍정적인 에너지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송지현 이번 CES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이 ‘피지컬 AI를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공표했다. 스마트팩토리, 로보틱스, 자율 주행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이 기술들이 어떤 사용성을 가질지, 고객에게 어떤 실질적인 혜택을 줄지 계속 관찰하고 디자인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