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 카페에 깃든 환대의 미학
설립 초기부터 블루보틀 카페는 단순히 음료를 제공하는 공간 이상의 가치를 표방했다. 블루보틀에게 공간은 환대를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다.

블루보틀 커피(이하 블루보틀)가 한국에 진출한 지 올해로 8년 차가 됐다. 커피를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닌 맛과 문화로 향유하는 흐름 속에서 블루보틀은 장인 정신과 환대의 철학을 기반으로 고유의 커피 문화를 구축했다. 2019년 국내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빠른 확장보다 브랜드의 가치와 기준을 신중히 여기며 성장해온 블루보틀이 현재 한국에서 운영 중인 카페는 총 20곳. 세계적인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라는 명성을 고려한다면 결코 많은 수가 아니지만 이는 각 카페가 브랜드의 철학을 밀도 높게 담아낸다는 반증이다.


설립 초기부터 블루보틀 카페는 단순히 음료를 제공하는 공간 이상의 가치를 표방했다. 블루보틀에게 공간은 환대를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다. 이는 커피와 환대를 하나의 경험으로 바라보는 관점에 기인한다. 블루보틀은 커피를 장인적 작업으로 존중하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자연스러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매개로 여긴다. 이러한 관점은 커피 산지와 추출 방식부터 게스트를 맞이하는 바리스타의 태도와 공간 구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에 일관되게 녹아 있다. 커피와 바리스타, 게스트 간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염두에 두고 게스트가 오직 커피에 집중하도록 다른 요소는 최대한 절제하는 것이 블루보틀 카페의 디자인 철학이다. 그렇기에 효율성에 입각한 기성 카페의 문법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열린 구조와 동선의 흐름을 통해 게스트와 커피 사이의 장벽을 최소화하고, 바리스타의 작업과 바bar를 중심으로 한 공간 구성으로 차분하면서도 질서정연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잘 알려졌듯이 일관된 디자인 철학을 고수하되 각 장소에 걸맞은 공간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이 블루보틀의 또 다른 특징이다. 블루보틀은 카페가 들어서는 지역의 성격과 건축적 맥락을 면밀히 파악하는데 이는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첫 번째 공간인 성수 카페를 시작으로 삼청, 압구정, 연남, 판교, 부산, 제주 등 각 지역이 지닌 건축적·문화적 맥락을 블루보틀만의 시선으로 번역해 공간마다 고유한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해왔다. 특히 삼청 카페의 경우 한옥과 골목이라는 한국의 지역적 맥락 속에 브랜드가 어떻게 자연스레 스며드는지를 보여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초기 일본 블루보틀 카페의 디자인을 맡은 스키마타 아키텍츠의 조 나가사카가 설계한 이곳은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지는 통유리창을 통해 경복궁과 인왕산, 주변 한옥 풍경을 내부로 끌어들이고 회색 벽돌, 나무, 코르크 등 절제된 재료의 조합으로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낸 블루보틀 특유의 따뜻한 공간 미학을 완성했다.


뒤이어 밀도 높은 도심지에 들어선 압구정 카페는 번잡한 주변 환경과 대비되는 차분하고 따뜻한 공간 연출로 블루보틀이 일상에서 전하고자 하는 환대의 철학을 효과적으로 제시했다.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wrk-shp이 설계를 맡아 콘크리트, 스테인리스 스틸, 레드 오크 등 물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재료를 바탕으로 원형과 곡선의 오브제를 더해 여유로운 분위기를 완성했다.



그런가 하면 상하이 기반의 건축 스튜디오 네리앤드후가 디자인해 2024년 말 부산에 오픈한 부산 민락 카페는 도시와 자연경관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입지의 특성을 살려 지역 정취를 극대화한 사례로, 블루보틀이 국내에서 지역과 관계 맺는 방식이 점차 다층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오늘날 국내 커피 시장이 고도화하면서 카페는 점점 더 화려하게, 혹은 더 간소하게 양분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커피를 향한 장인 정신과 환대의 철학을 꾸준히 지켜온 블루보틀 카페는 유행의 흐름에 휩쓸리기보다 커피와 사람이 만나는 공간의 본질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