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CM가 처음 선보이는 PB 브랜드, ‘29edition’

이커머스 브랜드 29CM는 왜 홈 PB 브랜드를 론칭했을까? '29edition' 브랜딩전략부터 프로덕트 개발 및 디자인 스토리까지

29CM가 처음 선보이는 PB 브랜드, ‘29edition’

2023년 이커머스 시장은 227조 원 규모로 성장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와 더불어 때아닌 중국발 이커머스 브랜드 테무, 알리 익스프레스가 국내 시장을 공략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는 긴장감이 더해지는 요즘이다. 이를 예견이라도 한 듯 지난 3월 29일 이커머스 브랜드 29CM는 발 빠르게 첫 PB 브랜드의 론칭을 알렸다. 브랜드 이름은 ’29edition’. 29CM가 그동안 제안해왔던 ‘better choice’란 무엇인지 고객들에게 직접 선보이고, 나아가 이번 PB 브랜드 론칭을 통해 거대한 홈 매스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29edition에게 주어진 크나큰 미션이다. 한 달에 한 번, 매달 29일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자리하는 홈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토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는 장기적 목표는 덤. 29edition 론칭을 위해 기획 단계부터 열심히 달려온 인물 네 명을 만나 이커머스 29CM가 홈 시장을 공략한 이유와 PB 브랜드 브랜딩 전략, 프로덕트 기획 및 디자인 스토리까지 이야기 나누었다.

Interview with

정동수 크리에이티브 디자인팀 리드
김세린 크리에이티브 디자인팀 BX파트 리드
김영롱 브랜드사업실 라이프PB팀 / 파트장
김소영 브랜드사업실 라이프 PB파트 제품 디자이너

(왼쪽부터) 김소영, 김세린, 김영롱, 정동수

29CM가 리빙 PB 브랜드를 론칭한 이유

29CM는 그동안 고객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 ‘이구성수’ ‘TTRS’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전개해 왔습니다. 이커머스 29CM가 PB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비즈니스 측면에서의 배경이 궁금합니다.

김영롱 29CM는 그동안 패션 사업을 중점으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사업을 확장해 왔어요. 패션 다음으로 집중할 카테고리로 홈 시장을 주목했고, 홈 시장 안에서도 디자이너 중심의 ‘고감도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해 왔습니다. ‘고감도 프리미엄 시장’에서 다양한 브랜드 셀렉션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고객의 구매 주기를 고려해 새로운 시장에 대한 확장을 구상하고 있었어요. 그 중 홈 매스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전략으로 PB 브랜드도 함께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매스 시장(Mass Market) : 대량 판매에 의해서 대량 소비가 행하여지는 것에 따라 성립되는 시장

처음부터 PB 브랜드를 기획한 것은 아니었다고요.

김영롱 원래는 29CM와 함께 하는 브랜드들과의 관계를 활용해 위탁 브랜드로 매스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고려해 봤지만, 기존의 29CM 셀렉션과 부딪히는 부분이 있었고 그보다는 PB 브랜드 론칭을 통해 더 큰 매스 시장으로의 진출이 저희에게 더 잘 맞겠다는 판단을 한 거죠. 제품의 퀄리티와 디자인을 차별화하고, 높은 감도로 표현하되 가격은 고객들이 합리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지점에 포지셔닝을 하였고요.

29CM는 패션 기반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첫 PB 브랜드의 카테고리가 리빙이라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이후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할 계획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영롱 패션 쪽으로는 현재 무신사의 ‘무신사 스탠다드(MUSINSA STANDARD)’가 이미 잘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29CM 에서는 리빙 카테고리 안에서만 PB 브랜드가 전개될 예정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요.

지난해 성수동에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TTRS’를 오픈한 것과 같은 맥락일 것 같은데요. 그만큼 리빙 카테고리의 수요가 크다는 뜻이겠죠. 지난 1 년간 29CM 내에서 리빙 카테고리의 매출 성장 추이는 어떠한 모습을 보여왔나요?

김영롱 올해 1월의 경우 전년 대비 거래액 3 배 이상 증가하는 굉장히 큰 폭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요. 저희 메인 타겟층이 2539 세대인데 실제로도 해당 고객들에게서 가장 높은 호응이 나타났고요. 타 플랫폼 대비 엄선된 취향을 잘 고를 수 있도록 제안한 것이 유효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인 거죠.

29edition 을 준비하면서 PB 파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단기적·장기적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김영롱 우선 고객 타겟은 홈 카테고리에 익숙하지 않은, 이제 막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홈 비기너(Home Beginner)’인데요. 패션에 있어서는 자신의 취향이 100 이지만, 홈 영역에서만큼은 아직 자신의 취향이 100 까지 형성이 안된 고객들이 ‘홈 비기너’에 속하는 것이죠. ‘29CM 의 패션 고객을 홈으로 유입한다’라는 목표가 있었고, 그들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better choice’란 이런 거야’라고 보여줄 수 있는 수단으로 29edition 을 선택한 것이고요. 29edition 을 통해서는 앞으로 다양한 셀렉션을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취향까지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단기적 목표에요.

저희가 그동안 ‘Guide to better choice’라는 브랜드 미션 아래 29CM만의 셀렉션으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했다면, 이제는 29CM가 말하는 ‘better choice’를 유형의 제품으로 고객에게 제안하고자 합니다. 다시 말해 29CM 가 말하는 ‘better choice’가 곧 29edition 의 제품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고, 고객들은 이를 통해 29CM 의 ‘better choice’를 보다 뚜렷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29CM 의 브랜딩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또한 점차 토탈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것이 또 하나의 장기적 목표이고요.


29CM의 ‘better choice’ = 29edition

29edition을 선보이기 앞서 핵심 브랜딩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정동수 저희는 크게 세 가지 포인트로 잡았어요. 첫 번째는 13년 동안 고객에게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큐레이션 해 온 29CM가 ‘Guide To Better Choice’ ‘고객의 더 나은 선택을 돕는다’는 미션을 실현시키기 위해 실용적이면서 아름다운 디자인의 제품을 29CM가 직접 만들어 제안한다는 것이었어요. 다음 두 번째는 매거진처럼 제품을 매달 29일 정기적으로 출시하는 독특한 브랜드 운영 전략입니다. 그래서 시리즈 간행물, 방송, 제품 등에서 쓰이는 ‘-판, -호’를 의미하는 ‘edition’이라는 네이밍을 붙이게 되었고요. 마지막 세 번째는 같은 제품을 전달하더라도 제품을 우리답게 ‘문장’으로 먼저 소개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경량 패딩은 ‘구름을 입은 기분’, 스웨터는 ‘누구보다 포근하게 안아줘요’ 등으로 묘사하는 것처럼 때론 감각을 눈에 그려주고, 때론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 ‘문장’의 형태로 제안하는 것이죠.

좌) better 매거진 vol.1 프리뷰 인물 문예진
(우) better 매거진 vol.2 프리뷰 인물 김혜미 푸드 디렉터
기획 단계에서 설정한 29edition의 브랜드 페르소나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정동수 브랜드 기획에서 29CM를 애정하는 고객이 29edition의 고객이라고 설정했고, 그래서 29CM 브랜드 페르소나와 동일한 브랜드 페르소나에 29edition으로 새롭게 보여드리고 싶은 것들을 표현했습니다. 29CM 페르소나는 ‘라이프 세터(Life Setter)’로, 익히 알려진 ‘트렌드 세터’와는 조금 다른 의미입니다. 자신만의 기준과 속도로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는 이들이고, 감각적이면서 세련된 미를 추구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취향이 뚜렷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소비합니다. 자신의 기준과 취향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쌓여가는 과정 속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고객들에게 더 나은 라이프 스타일을 위한 선택으로 29edition을 제안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29edition은 ‘언어’를 통해서도 차별화를 두고 있죠.

김세린 29CM만의 차별성이자 특징 중 하나는 정성과 사려가 깃든 문장으로 소통하는 ‘브랜드 언어(화법)’라고 생각했어요. 29CM를 이용하는 많은 분이 ‘매거진’ 같은 플랫폼이라고 표현하시곤 하는데, 이러한 표현도 29CM의 고유한 화법 덕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직접 만든 브랜드와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새로운 방식으로 고객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건네는 인사는 가장 29CM다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문장’을 PB 브랜드의 중요한 브랜드 가치로 활용하게 되었죠.

<better> 매거진의 메인 홈
29edition만을 위해 제작한 <better>매거진 콘텐츠도 그 일환일까요?

정동수 맞아요. 저희가 처음 기획할 때부터 논 커머셜(Non Commercial)한 성격의 매거진 콘텐츠로 생각하고 제작했어요. 저희의 페르소나 ‘라이프세터’에 가까운 인물을 인터뷰이로 섭외하고, 그의 내밀한 삶을 들여다보는 인터뷰 장면 속에 29edition 제품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는 콘텐츠에요.

<better>매거진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물건 그 자체’와 ‘물건을 쓰는 사람’이에요. ‘물건 그 자체’는 다른 물건과 달리 ’29edition’이 정의한 제품의 의미와 아름다운 디자인, 실용적인 측면을 조명합니다. ‘물건을 쓰는 사람’은 개인의 스토리 보다 사용하는 사람의 일상과 사는 공간에 주목하고요. 실제로 발매되는 제품을 일상에서 써보고 우리와 같은 사용자 입장에서 인터뷰이 리뷰를 볼 수 있도록 했어요. 그렇다 보니 인터뷰이와의 대화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제품 디자인이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죠. 그리고 콘텐츠의 진정성을 위해 인터뷰이의 실제 공간에서 촬영을 진행하고요. 인터뷰이의 경우 유명한 인물을 다루기보다, 자신만의 취향이 잘 드러나는 인물을 선정하고 있어요.

매달 상품을 하나씩 출시해야 한다는 콘셉트가 담당자들에게는 크나큰 미션일 것 같아요. 운영 스케줄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김영롱 브랜드 아이덴티티와도 맞닿을 수 있도록 매달 29일에 출시한다는 거대한 콘셉트가 있기 때문에 저희는 일정을 뒤로 미룰 수가 없어요.(웃음) 한 달 안에 제품 출시일을 맞춘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저희는 일반 상품 기획에 대해서는 약 6~8개월 미리 기획이나 제작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 기간 동안 상품 기획과 디자인을 진행하게 되고, 여러 차례의 테스트를 거친 다음 필요에 따라 2차, 3차 수정이 들어가기도 하고요. 현재 시점에는 9월 상품의 샘플링이 끝난 상황이에요.


29edition의 첫 번째 선물, ‘프래그런스’

29edition이 첫 상품으로 선보인 프래그런스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김영롱 이번 프래그런스는 ‘숲을 머금은 시더우드’ ‘피어난 그린로즈’ ‘베르가못의 안녕’ 총 세 가지 향으로 출시되었어요. ‘디퓨저’ ‘룸 스프레이’ ‘사쉐’ 세 가지 형태로 취향 따라 원하는 방식으로 공간에서 향을 즐길 수 있도록 했고요.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 중 ‘숲을 머금은 시더우드’가 사실 2년 전 이구성수를 오픈하면서 공간 팀에서 퍼스널 바디케어 브랜드 ‘알보우(Rbow)’와 협업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29CM 시그니처 향이었다는 건데요. 판매용이 아닌 29CM 공간만을 위해 제작한 비매품이었는데도 종종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분들이 어떤 향이냐고 자주 물어올 정도로 인기가 많았거든요. 그러다 저희가 이번 프래그런스 라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향은 꼭 라인업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그 외에 이번에 새롭게 제작한 향은 ‘피어난 그린로즈’ ‘베르가못의 안녕’ 이 두 가지로, 외부 조향 업체와 협업해 완성했어요. 최종 후보로 다섯 가지 향이 있었는데 내부 투표를 통해 두 가지 향으로 좁혀질 수 있었고요.

첫 상품으로 프래그런스를 선보인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영롱 여러 상품이 후보에 올랐지만 프래그런스의 잔향처럼 고객과의 첫 만남이 오래 기억될 감각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싶었어요. 이러한 마음은 물론, ‘디자인’과 ‘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프래그런스로 선정하게 된 거죠. 첫 상품인 만큼 저희가 고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담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다른 제품은 디자인이나 패키지로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만, 프래그런스의 경우 향이라는 강력한 요소가 있어서 ‘아, 29CM가 제안하는 무드가 이런 것이구나’라고 보다 입체적이고 직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요.

세 가지 제품군 중에서도 디퓨저의 디자인이 단연 돋보입니다. 디퓨저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서 얻었나요?

김소영 일상의 물건에 더 나은 선택을 제안하고자 하며 더불어 미적 가치를 더해 ‘아름다운 실용’이라는 29edition만의 브랜드 정체성이 담긴 제품을 매달 소개하는 게 브랜드의 핵심 목표이자 제품디자인의 방향성인데요. 이번에 선보인 ‘머들 디퓨저’는 디퓨저의 사용이 냄새를 바꾼다는 기능적 용도보다는 향을 통해 위안을 얻는 감성적 목적이 강하다는 지점에서 탄생했어요. 사용자에게 ‘더 나은 디퓨저’란 결국 위안이 되어주는 제품인 거죠. 기분 좋은 향은 위로가 되어주고 안온한 하루를 바라며 디퓨저를 사용하는 것은 마치 소원을 비는 행위와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정제한 스토리를 돌무더기를 의미하는 제주의 방언인 ‘머들’의 형태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고요. 우리는 모두 돌탑을 쌓으며 소원을 빌어본 경험이 있고, 그중에서도 머들은 단순한 돌탑과는 다른 서정적인 정서가 담긴 오브제이기에 디자인스토리를 전달하기 좋은 대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디퓨저의 경우 우드와 세라믹 소재를 믹스앤매치했습니다. 두 소재의 조화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김소영 디퓨저는 필수적으로 향을 퍼트리기 위한 발향체가 필요한데요, 머들 디퓨저의 경우 일반적인 리드 스틱이 아닌 우드 볼을 사용해 흥미로운 디자인스토리와 형태적 차별화를 함께 가져가고자 했어요. 물론 제품을 구매하시면 취향껏 사용하실 수 있도록 리드 스틱과 우드볼 두 가지 모두 제공하고 있고요. 또한 돌탑이라는 모티브를 표현하기에는 세라믹이 가장 적절한 소재였고요. 이런 부분을 고려하다 보면 우드와 세라믹을 함께 사용한 건 필연적인 과정의 결과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로 세라믹이나 우드 볼은 제작 과정에서 초기의 디자인 의도와 다르게 현실적인 이유로 타협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었는데요. 우드 볼 컬러는 ‘화이트’ ‘샌드’ ‘블랙’ 컬러의 세라믹 용기에 맞게 세 가지 컬러로, 수종 역시 나뭇결이 비교적 덜 보이는 나무를 사용하려고 했으나 발향력이나 퀄리티 문제로 원하는 만큼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또 세라믹 용기는 석고 몰드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특성으로 표면에 요철이 보이게 되는데 이 문제로 매트한 질감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다양한 표면 질감을 보여주고자 했던 의도와는 다르게 전체적으로 유광의 마감이 적용되었어요. 그럼에도 사용자의 공간 안에서 오브제로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걸 의도했기 때문에 화이트와 블랙, 베이지와 같은 기본적인 컬러를 선택했고, 광택 정도와 미세 패턴과 같은 마감을 다르게 해 다채로운 컬러 구성안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자 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실용’을 디자인으로 말하는 법

브랜드 로고 디자인에 작은따옴표(’)가 붙어요. 여기에는 어떤 의미를 담았나요?

김세린 디자인에 앞서 29edition 브랜드가 29CM 내에서 가지는 의미를 먼저 되짚어 보았어요. 29CM가 건네는 새로운 제안이 고객에게 잘 전달되도록 돕는 것이 29edition의 역할이고, 이는 문장의 의미를 강화하고 보완하는 ‘문장부호’와 비슷하더라고요. 문장부호의 용례를 살펴보다 작은 따옴표가 한국에서만 마음 속에 있는 말을 전달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용례가 우리가 만드려는 브랜드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시각적으로는 닫는 작은따옴표의 형태가 ‘29CM’ 의 숫자 ‘9’와 닮아 있어 그래픽 요소로써도 확장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로고에 작은따옴표(’)를 녹여보기로 한 거죠.

처음에는 29 뒤에 붙여보기도 하고(29’edition), i의 윗 점을 따옴표로 대치해 보기도 하는 방식으로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작은따옴표 그 원형의 표기법에 맞춰 로고 끝에 위치하는 게 가장 자연스러울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이러한 로고 타입은 경우에 따라서 재밌는 확장성을 가지고 여러 지면에서 사용되기도 용이했고요.

굵직하고 모던한 이미지의 29CM 로고와 상반되게 29edition 브랜드 로고 서체는 세리프체를 활용해 서정적으로 풀어낸 점이 눈에 띄었어요.

김세린 문장을 통해 제안하는 브랜드 특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문장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서체는 책의 내지에 자주 사용되는 세리프를 활용하는 방향을 채택했습니다. 클래식한 세리프 서체들의 다양한 특징을 살펴보고, 저희 로고가 적용될 환경을 고려해 몇 가지 포인트에 중점을 두어 완성했어요.

예를 들어 29edition을 통해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일 예정인만큼 로고를 다양한 크기로 배치했을 때를 고려해야했어요. 제작 물성뿐 아니라 작은 모바일 환경 등 시각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획의 대비가 심하지 않는 것에 특히 심혈을 기울였고요. 세리프 모양도 지나치게 뾰족해 작은 영역에서 뭉게지거나 혹은 지나치게 둔탁하여 투박한 인상을 주지 않도록 유의했고, 또 ‘e”d”o’ 같은 알파벳의 속공간을 둥글둥글하고 시원한 인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또 숫자 2와 9의 뻗쳐지는 부분을 직선에 가깝게 만져 기존 29CM의 로고가 가진 뉘앙스를 최대한 녹여냈고요.

제품 패키지 디자인 역시 ‘문장’을 강조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완성했죠.

김세린 ‘문장’이라는 요소를 로고뿐 아니라 패키지 디자인에서도 녹여내려고 했어요. 문장을 써주시는 카피라이터가 계세요. 하나의 문장으로 마치 눈앞에 제품이 보이는 듯 감각을 생생하게 그려주기도 하고, 제품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는 그런 문장을 바라며 작성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번 패키지 디자인은 그렇게 탄생한 ‘선명한 문장’을 보다 잘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으로 완성하고 싶었고요.

택배 박스부터 본품 패키지를 개봉하는 모든 과정에서 고객은 아름다운 문장을 먼저 만나고, 이윽고 실용적인 물건에 도착하도록 설계했어요. 택배 박스에는 날개 면에 ‘아름다운 실용’이라는 문장을 넣고, 본품 패키지는 제품을 뜯는 절취 면에 문장을 넣었고요. 사쉐 같은 경우 사용하는 내내 문장을 볼 수 있도록 본품 자체에 문장을 기입해 향기로운 책갈피가 공간에 걸려있는 것 같이 느껴지도록 의도했어요. 패키지를 열고 제품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문장을 먼저 만나게 하는 패키지 디자인의 문법은 첫 런칭 제품뿐만 아니라 현재 만들고 있는 다른 제품들에도 모두 적용하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미색을 가진 비도공 색지를 활용한 것도 브랜드 경험에서 고객이 느낄 감각을 고려한 선택이었어요. 제품을 맞이하는 경험이 따뜻하고 포근했으면 좋겠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김세린 29edition 론칭이 확정되고 ‘어떤 제품을 가장 먼저 출시할 것이냐’는 논의를 할 때 저는 ‘프래그런스로 먼저 선보여야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감각이 메시지와 이어진다’고 의견을 냈었는데, 그 말을 했던 걸 후회했어요.(웃음) 프래그런스는 특히나 사람이 공기로 들이마시는 제품이다 보니 법적인 기재사항이나 발향 이슈 등등 너무나 힘든 과정을 거쳐 탄생했거든요. 프래그런스 제작하면서 힘들던 시간도 이제는 다 추억이네요.

정동수 저희가 이 브랜드를 작년 하반기부터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프래그런스 제품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기간 내에 지금과 같은 수준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에서 동료들에 대한 자부심을 많이 느꼈습니다. 브랜드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유관 부서와 관련 분들께 수없이 피칭을 한 것 같아요. 직원들이 우스갯소리로 29edition 사장님 왔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웃음) 비록 지금 인터뷰는 저희 네 명이서 하지만 실제 참여한 인원만 40~50명 정도예요. 이 자리를 빌려 그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어요.

김소영 저는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순간보다도, 내부 구성원들에게 처음 공유하고 선보이는 시간이 더욱 긴장되었던 것 같아요. 29CM에서 처음 선보이는 제품인 만큼 내부에서도 관심도가 매우 높았고, 제품 디자이너로서 저의 역량을 검증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거든요. 물론 지금도 매달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는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크고 작은 고비를 넘기며 제품 디자인을 만들어 가고 있지만요.(웃음)


29일이 기다려지는 이유

앞으로 29edition을 통해 선보이게 될 제품군의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김영롱 크게 세 가지 상품군으로 구성될 예정이에요. 그달에 꼭 필요한 ‘필수재’, 데코성이 강한 ‘선택재’, 그다음 화제성이 있는 ‘콜라보’인데요. 콜라보는 다른 유수의 유명한 브랜드와 함께 할 예정입니다. 매달 선보이는 제품은 그달에 가장 필요한 제품을 우선적으로 선보일 예정이고요.

가령, 5월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보낼 일이 많을 예정이기 때문에 선물을 타겟으로 제안하기도 하고, 또 함께 모였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선택재 ‘고블렛 잔’이 오늘 출시되었어요. 또 6월부터는 장마가 시작될 예정인만큼 필수재인 ‘우산’을 선보일 예정이고요.

바로 오늘 4월 29일에 공개된 5월의 제품 ‘고블렛 잔’ 디자인스토리를 간단히 들려주세요.

김소영 29edition을 통해 소개하는 제품들은 문장으로 소구하기 좋은 구체적인 모티브를 담으려 했어요. 앞서 선보인 디퓨저가 머들이라는 조형 모티브를 통해 스토리를 전달한 것이 그 예시고요. 5월에 소개하는 제품인 고블렛은 풍선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적용했어요. 풍선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즐거운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오브제로, 풍선처럼 부푼 형태의 고블렛 디자인은 그때의 행복한 기억을 떠오르게 하려는 의도가 담겼고요.

앞으로 어떤 브랜드와 협업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지도 기대되는 지점이에요. 협업 예정인 브랜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김영롱 11월에는 ‘조명’ 제품이 출시될 예정인데 아고 라이팅(AGO Lighting)과 함께 할 예정이에요. 아고 라이팅이 디자인을 하고 생산을 한 다음, 저희가 매입을 해서 판매하는 구조에요. 아고 라이팅처럼 국내에서 고객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 중심으로 선정을 하고자 하고, 디자인적으로도 프리미엄을 지향하면서 29CM의 결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협업 제품을 선보이는 시기도 중요한데 론칭 초반에는 선보이지 않기로 했어요. 저희가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한 제품들로 고객과 자주 만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사람들의 공간 안에서 29edition 제품들이 어떠한 존재감을 갖기를 바라나요?

정동수 한 번 구매했던 고객들이 물건을 다 쓰면 다시 구매하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써보니까 29edition만 한 것이 없네’그런 생각이 드는 브랜드로 오래오래 고객 옆에 자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소영 이 질문은 제가 29edition의 제품 디자인 콘셉트를 정리하면서 고민했던 부분과 맞닿아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일상에 부드럽게 스며들기를 바라요. 각자가 자신만의 취향으로 쌓아 올린 공간의 사적 역사를 배제하지 않고 어우러지며 동시에 시간이 지나 발견되는 브랜드의 가치가 조용히 존재감을 가지는 그런 제품과 브랜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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