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탐정: 대전 글자를 찾아서
미용실 간판, 식당 전화번호, 호프집 메뉴.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한 이 흥미로운 거리 글자는 모두 추교은의 작업이다.

대전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글자를 마주하게 된다. 미용실 간판, 식당 전화번호, 호프집 메뉴까지. 일단 한번 눈에 들어오면 자꾸 보인다. 입소문을 타고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한 이 흥미로운 글자는 모두 추교은의 작업이다. 그는 대전 일대를 오가며 시트 커팅 글자를 제작하는 장인이다.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도루코 면도날과 맨손으로 글자를 그린다. 거리에 스며든 글자에 관심을 갖게 된 디자이너 신선아, 정은지, 우유니는 따로 또 같이 대전 골목을 누비며 추교은의 작업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주위를 돌아보니 거리 글자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지만, 개개인의 기록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공통의 관심사로 부상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세 사람이 뜻을 모아 ‘동네탐정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동네탐정은 지역을 탐험하고 단서를 기록하는 참여형 아카이브 시리즈다. 첫 번째 임무는 ‘대전 글자 찾기’. 흥미로운 거리 글자를 찍어 제보하면 지도 기반 웹 아카이브에 기록된다. 기본적으로는 사용자의 자유로운 제보를 기반으로 운영하지만 몇 가지 기준은 두고 있다. 제보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 또는 공개 활용에 대한 동의가 명확한 자료만 게시하고, 각 글자의 위치는 정확·근접·모름의 세 단계로 분류해 표기한다. 무엇보다 불쾌감을 주거나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글자는 게시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지도를 보며 동네를 탐험하도록 유도하는 게 목적인 만큼 아카이브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한편 동네탐정의 세 사람은 대전 글자에 대한 관심을 확장한 ‘제철 글자’ 시리즈도 선보이고 있다. 추교은 장인의 레터링에 그래픽을 더해 24절기와 4대 명절을 글자로 그린 시리즈로, 거리 글자가 그 자체로 시간을 간직한 기록이라는 걸 보여준다. 앞으로 다가오는 절기와 계절마다 새로운 작업을 공개하며 거리 글자의 외연을 넓혀갈 예정이다.


“긴 호흡으로 프로젝트를 이어오면서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진 디자이너들과 협업할 수 있어 즐거웠다. 무엇보다 글자를 좋아하는 사람, 새롭게 글자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 자신이 사는 동네에 애정을 느끼게 된 사람 모두와 가까이 닿을 수 있었던 게 가장 기뻤다. 우리도 ‘동네탐정 프로젝트’ 덕분에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전보다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더 많은 ‘동네탐정’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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