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로 만든 그래픽 시 프론트도어
가장 전통적인 평면 위에 최대한의 입체감을 구현하는 이 2명의 디자이너는 예술가와 대중의 매개자인 동시에 온전한 디자인 주체로 디자이너의 영역을 계속해서 확장해나갈 것이다.
스튜디오 프론트도어. 이들은 월간 〈디자인〉 500호 리뉴얼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주최하는 〈100 Films 100 Posters 2020〉의 아이덴티티 디자인으로 편집 디자인부터 브랜딩까지 스펙트럼 넓은 그래픽 작업을 선보여왔다. 특히 대한민국 1세대 사진가 임응식의 사진집 〈부산에서 서울로〉, 이정진 작가의 〈Simmani〉, 이동근 작가의 〈In the Spotlight: 아리랑 예술단〉 등을 디자인하며 예술가들 사이에서 ‘사진책 잘 만드는 듀오 디자이너’로 알려졌다. 민경문은 “이정진 작가의 〈Unnamed Road〉 사진집을 보고 ‘이런 책을 꼭 만들겠다’고 결심했는데, 스튜디오를 시작한 후 이정진 작가의 마지막 다큐멘터리 작품집〈Simmani〉를 의뢰받았을 때 감회가 정말 남다르더라고요”라고 전했다. 이들이 디자인한 또 다른 작품집 〈In the Spotlight: 아리랑 예술단〉은 2020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발표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되었다. 책 커버에는 무대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이자 동시에 인공기를 연상시키는 심벌을 그래픽으로 표현했다. 떠나왔지만 절대 벗어날 수 없는 ‘북한 사람’이라는 사진 속 인물들의 박제된 정체성까지 디자이너의 영민한 시각으로 함축한 것이다. 앞으로 기대되는 프론트도어의 활동 중 하나도 동명의 출판사인 ‘프론트도어 프레스’다. 예술가의 작품집과 전시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해온 이들이 조금 더 ‘디자인 자아’를 드러내겠다는 포부를 이 출판 프로젝트에 담았다. 김효연 작가의 사진 연작 ‘감각이상 Abnormal Sense’은 프론트도어가 출판사를 만들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피해자와 이로 인해 유전병을 앓고 있는 피해자 후손의 이야기를 렌즈에 담아온 김효연 작가의 사진과 맞닥뜨린 후 작가에게 책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프론트도어가 디자인한 사진집들을 알고 있던 작가는 흔쾌히 디자인 결정권을 모두 맡겼다. 이 책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반. 커버부터 내지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일렁이는 물결 이미지에 커튼을 씌우듯 여러 레이어를 겹친 뒤 복잡한 후가공을 거쳐 완성한 커버는 이 책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원폭 피해자들이 히로시마에서부터 합천까지 배를 타고 건넌 해협을 물결로, 국가로부터 존재를 부정당해 스스로를 ‘있지만 없는 듯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 이들의 의식을 커튼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진집과 함께 낱권 세트로 구성한 작가 노트에는 피해자들의 개인적인 사진 자료와 원폭 관련 증명 자료 등을 묶어 이들의 존재를 확실히 기록하고자 했다. 긴 호흡으로 제작한 〈감각이상〉에는 빠르게, 많이 만들어 쉽게 소비하는 세태에 제동을 거는 프론트도어의 고집이 담겨 있다. 가장 전통적인 평면 위에 최대한의 입체감을 구현하는 이 2명의 디자이너는 예술가와 대중의 매개자인 동시에 온전한 디자인 주체로 디자이너의 영역을 계속해서 확장해나갈 것이다. 글 박슬기 기자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강민정은 홍디자인, 민경문은 안그라픽스에서 각각 일했다. 2017년 스튜디오 프론트도어를 함께 열었고, 2020년 동명의 출판사를 설립하며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studio_frontdoor
디자이너가 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
강민정 학창시절 받은 미술상.
민경문 디자인을 전공하던 쌍둥이 동생.
AI 디자이너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효율성이 아닌 인간의 감정선을 이해하고, 이를 디자인으로 드러내는 것.
(우) 〈감각이상〉. 내지로 사용한 얇은 종이의 비침 효과로 있지만 없는 ‘감각이상’의 의미를 시각화했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곳
인왕산.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기에 훌륭하다.
2022년 활약이 기대되는 디자이너 또는 디자인 스튜디오는?
모스 그래픽.
(우) 사진집 〈In the Spotlight: 아리랑 예술단〉. 공연을 준비하는 아리랑 예술단의 사진 사이사이에 탈북민들이 마지막으로 북한에서 본 두만강 사진을 배치해 이미지 배열로 감정적 서사를 만들었다.
최근 거슬리기 시작했거나 지긋지긋한 단어가 있다면?
비교 견적, 후킹, MZ세대.
올해 새로운 다짐
프론트도어 프레스로 1년에 한 번 책을 낼 것, 다양한 영역에서 더 많은 작업을 할 것.
디자인업계에서 고쳐야 할 관행이 있다면?
굳이 꼽으라면 비교 견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