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지 않고 숨기지 않는 디자인, 카림 라시드 (Karim Rashid)

물 흐르는 듯한 공간의 호텔과 부드럽고 유기적인 곡선의 소파, 부엌을 관능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마티니 잔, ‘키싱(Kissing)’과 ‘허그(Hug)’라는 이름을 붙인 소금·후추 통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욕구와 감각에 좀 더 부응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여온 것이다.

속이지 않고 숨기지 않는 디자인, 카림 라시드 (Karim Rashid)

카림 라시드(Karim Rashid)는 2주에 한 번씩 매니큐어와 페티큐어 서비스를 받고 3주마다 커트를 하며 3개월마다 안면 마사지를 받는다. 그리고 날마다 해야 할 일 중 하나로 섹스를 꼽는다. 그는 자신이 섹시하게 보이는 것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의 섹시함을 인지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디자인에서도 관능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요소를 부각시킨다. 물 흐르는 듯한 공간의 호텔과 부드럽고 유기적인 곡선의 소파, 부엌을 관능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마티니 잔, ‘키싱(Kissing)’과 ‘허그(Hug)’라는 이름을 붙인 소금·후추 통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욕구와 감각에 좀 더 부응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여온 것이다.

이런 그가 섹스 토이와 섹스 숍 인테리어를 디자인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느껴진다. 사람과 사물의 상호작용에서 그 접점을 더 효율적이고 매끈하게 만드는 것을 디자인의 정의로 삼은 만큼 섹스 디자인 역시 지금껏 진행한 여느 프로젝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찍이 카림 라시드는 자서전 <나를 디자인하라>에서 한 번쯤은 섹스 토이 사용을 시도해봐야 한다는 권고를 잊지 않았다. 또 언젠가는 다들 거리낌 없이 섹스 토이를 커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날이 올 것이라며 미래의 산업을 예측하기도 했다. 마치 휴대폰이나 찻잔에 대해서 이야기하듯 섹스와 관련된 제품 역시 그 디자인에 대해 언제, 어디서, 누구나 공적인 주제로 삼고 이야기할 수 있음을 역설한 것이다. 이런 그가 독일 브레멘에 본거지를 둔 섹스 토이 기업 펀 팩토리 (Fun Factory)와 선보인 미스터 핑크(Mr. Pink) 는 한마디로 카림 라시드답다고 할 수 있다.

미스터 핑크와 란제리, 각종 액세서리가 진열된 펀 팩토리1층 매장.

유기적인 곡선이 파도를 치듯 커브를 그린 형태의 약 7.8인치 딜도는 일단 컬러부터 화려한 핑크색이다. 그는 여러 차례 자신의 끔찍한 핑크 사랑을 밝힌 바 “긍정적이며 속세에 초연한 고상한 색인 동시에 비물질성과 엔트로피 그리고 낙관적인 에너지를 강렬하게 전달한다”는 색의 속성 은 성적인 쾌감을 전달하는 데에도 그 역할과 효과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섹스 토이 외에도 카림 라시드는 지난 1월 뮌헨 빅투알리엔마르크트 (Viktualienmarkt)에 문을 연 펀 팩토리 세 번째 숍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아 회자된 바 있다.

2010년 베를린에 처음으로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 디자인 역시 그의 손에서 탄생해 레드닷 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베를린 매장이 핑크를 메인 컬러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이번 뮌헨 매장은 좀 더 고급스럽고 우아한, 럭셔리 부티크 숍의 면모가 강하다. 2층으로 이루어진 180m2 규모의 공간은 블랙과 골드를 메인 컬러로 하며 그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유기적 곡선이 물결처럼 굽이쳐 입체감을 더한다.

뮌헨 번화가 도로변에 위치한 펀 팩토리의 세 번째 매장 외관.

빛이 잘 들어오는 1층에는 미스터 핑크와 란제리, 각종 액세서리, 에로틱 소설 등이 진열돼 있으며 2층에는 다양한 섹스 토이와 이그조틱한 클럽 의상, 란제리 등이 감각 적으로 전시돼 있다. “가구 디자이너로서 의자를 디자인할 때도 다양한 용도를 생각한다”고 밝힌 카림 라시드는 “소파, 흔들의자, 등받이가 없는 긴 의자, 단단한 목제 의자에서 섹스를 하면 완전히 다른 체험이 된다”고 고백한다.

또 “삶을 향상 시키고 경험을 늘릴 뭔가가 있는데 왜 활용하지 않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섹스 산업이야말로 첨단 기술을 실험하고 개발하는 분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간의 진정한 요구에 반응하기 위해서 디자인은 연구 지향적이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성욕을 꽃피게 하고 자유를 만끽하라”는 카림식 자유에는 별 관심이 없더라도 그의 섹스 디자인과 견해는 다시 한 번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www.funfactory.com 
글: 김민정 기자

카림 라시드.

Interview
카림 라시드
“섹스 디자인은 오늘날 어디에서나 흔히 접하는 주제가 되었다.”

섹스와 관련한 디자인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늘 어떻게 하면 현대적이고 물리적인 세계를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인간적이고 즐거운 경험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관심이 많다. 나의 미학은 매우 인간적이며 이것을 센슈얼한 제품과 공간으로 잘 변환시켜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성적 자아만큼 더 인간적인 것이 뭐가 있겠는가.

뮌헨에 새롭게 오픈한 펀 팩토리(Fun Factory)에서는 당신의 디자인 시그너처라 할 수 있는 유기적인곡선 요소가 많이 사용됐다. 특별히 섹스 숍이라는 특징에 맞춰 디자인하기 위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

욕망과 감성 그리고 열정으로 가득한 센슈얼한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다. 물리적인 건축물을 유연하고 부드럽게 바꿀 순 없지만 사람의 몸이 지닌 아름다운 유기적 곡선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고 디자인을 구성했다. 또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의 속성이 매우 활발한만큼 인테리어에 집중적으로 사용한 가느다란 선을 통해 세련되고 진부하지 않으면서 약간은 추상적인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

섹스 토이인 미스터 핑크에는 당신의 디자인 특징이 모두 담겨 있다. 처음에 무엇에서 영감을 받았나?

내겐 강하고 깨끗하며 순수한, 그러나 센슈얼한 유기적인 형태가 무척이나 에로틱하게 느껴진다. ‘미스터 핑크’의 물결치는 듯한 포물선은 마치 인간의 몸처럼 끊임없는 동선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활짝 핀 꽃과 같은 모양의 핑크색 내핵(內核)을 먼저 만들고, 그 몰드 위에 바깥 형태를 만들어 초현실적인 느낌이 들도록 제조 기술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지극히 개인적이며 사적인 영역을 디자인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가장 큰 미션은 무엇이었나?

섹스와 관련한 디자인의 기저에 깔린 내러티브는 예를 들어 향수병을 디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열망, 형상, 유혹, 아름다움, 육체적 매력 등에 대한 것을 담고 있다. 성과 섹스 토이는 이제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어디에서나 흔히 접할 수 있는주제가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침대 옆 테이블 서랍 안에 감추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골드와 블랙을 메인 컬러로 유기적인 곡선을 강조한 펀 팩토리의 2층 매장 인테리어. 럭셔리 부티크 숍처럼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디자인이 사람들의 섹스 라이프, 더 나아가 섹스 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즐거움과 성적 쾌락은 그리 다르지 않으며 우리의 뇌에서 동일한 화학물질을 분비시킨다. 인간은 감정과 욕구의 동물로, 성적쾌락은 인간에게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것을 숨긴 채 살아야 하는가? 숍에서 스니커즈 운동화 신상품보다 바이브레이터를 더 당당히 내놓고 진열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디자인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우리의 관점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나는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하고 관능적인 디자인을 우아하게 표현하는 것에 큰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세상은 시각적 정보의 발달과 함께 더욱 정보화되어가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자신을 둘러싼 물리적 환경이 주는 자극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숍에서 섹스와 관련된 용품을 쇼핑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보다 유혹적이고 매력적이며 흥미를 자극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독특하되 지나치지 않아야 하며 최신 기술을 더해 스마트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자극을 주어야 한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445호(2015.07)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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