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만나는 사랑, 아메바 일력
올해는 매일매일 새로운 형태의 사랑을 만날 수 있다. 모빌리티 전문 UX 스튜디오 아메바Amoe¨ ba(대표조주희)가 선보인 2020년 일력을 통해서다. 달력 또한 어디에나 있다. 사람들 눈이 가장 많이 스치거나 머무는 곳, 보기에 편안하고 눈에 잘 띄는 명당에는 달력이 자리한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Love is all around”라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대사는 만고불변의 진리로 남을 것이다. 사랑은 누구나 갖는 보편적 감정이고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이 뻔하고 흔한 감정이 늘 새롭고 독창적인 영감의 원천이 되었던 게 아닐까? 올해는 매일매일 새로운 형태의 사랑을 만날 수 있다. 모빌리티 전문 UX 스튜디오 아메바Amoe¨ ba(대표조주희)가 선보인 2020년 일력을 통해서다. 달력 또한 어디에나 있다. 사람들 눈이 가장 많이 스치거나 머무는 곳, 보기에 편안하고 눈에 잘 띄는 명당에는 달력이 자리한다. 첨단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달력 기능이 대체되면서 달력은 소멸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달력은 아날로그적 가치를 유지하며 기능적 역할도 여전하고 인테리어 소품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디자이너에게 달력은 또 다른 기능을 한다. 계절마다 다른 이야기와 이벤트로 기승전결을 담은 달력은 그 자체로 완벽한 하나의 디자인 프로젝트다.
달력을 통해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와 아이덴티티를 동시에 인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프로모션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메바는 이전부터 매년 클라이언트나 파트너사에 보낼 연하장 형태의 카드북을 만들어왔다. 그러다 10년 전부터는 동식물이나 건축, 시계, 화폐, 세계 각 도시의 지도 등 매해 다양한 주제로 달력을 선보였다. 주제 선정의 기준은 ‘그래픽을 통해 조형 미학을 선보일 수 있는가’이다. ‘포스터 형태와 조형성을 모두 갖춘 달력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그래픽 역량을 상기시킬 수 있다’는 것이 아메바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올해의 주제는 ‘러브Love’로, 우리가 사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사랑을 모토로 삼았다. 특히 그동안 선보인 월력과 달리 이번에는 365가지의 일력으로 선보였다. 이는 단순히 최근의 레트로 흐름에 부합한 일력의 인기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사랑이라는 광범위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시각화하기에 12가지 이미지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력 선택의 이유다. 그렇게 사랑은 365가지의 그래픽으로 펼쳐졌다. 2020년 달력의 핵심 비주얼 모티프는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의 조형물 ‘러브’에서 시작됐다. 아메바는 ‘러브’를 주제로 한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랑과 관련한 이야기와 조형적 특성을 연구했다. 달력 디자인에 앞서 월별로 ‘음식과 맛’, ‘신화와 환상’, ‘애완동물’, ‘파워’, ‘드라마’, ‘우연’ 등의 키워드를 뽑아냈고, 하나의 주제 아래에서 월별로 30~31가지의 이미지를 도출했다. 그래픽은 월별 키워드에 충실한 동시에 각각 전혀 다른 작품으로 여겨질 만큼 독립성을 띤다. 때로는 심플하게, 때로는 여러 가지 디자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표현된다. 3월의 주제인 ‘노래 & 시’에서는 정지용의 향수, 프레디 머큐리의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같은 소재가 다채로운 서체 디자인으로 펼쳐진다. 사용자는 매일매일 다른 디자인의 일력을 보면서 사랑에 관한 새로운 메시지를 읽는다. 동시에 아메바가 선보이는 다양한 디자인 역량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달력은 아메바의 그래픽 DB로 차곡차곡 쌓이고, 외부에서 이를 보고 프로젝트를 의뢰할 만큼 포트폴리오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오브제가 이렇게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미디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메바 달력은 기존 방식이나 도구를 낡은 것으로 치부하기보다 여기에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진짜 크리에이티브임을 보여주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는 건 야속하지만 내년 아메바 달력이 벌써 궁금해지는 이유다. 365일 매일 다른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2020년 아메바 일력은 월간 〈디자인〉 매호의 뒤표지에서도 만날 수 있다.
총괄 기획
박효신
아트 디렉팅
정혁
참여 디자이너
홍찬미, 오혜경, 이재은, 강수진, 박보연, 최영일
웹사이트
amoeba.co.kr
“달력은 아메바의 그래픽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매개체다.”
‘러브love’라는 광범위한 주제 아래 월별로 12개의 키워드로 나누었다. 키워드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일상생활에서 ‘러브’를 가장 많이 주제화하고 다루는 분야를 찾았다. 또 어떻게 시각화할 것인지를 생각해 월별로 연결시켰다. 물론 여기에 달력이 지닌 계절감과 정서 등도 고려했다.
월별 키워드에서 30~31가지의 일별 이미지를 어떻게 도출했는지 궁금하다.
달력 프로젝트는 보통 세 달 정도 준비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그래픽 DB 작업을 통해 상당한 양의 그래픽 DB를 구축했고, 이러한 리서치 자료와 비주얼 결과물이 작업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올해는 매일매일 다른 디자인을 선보이는 일력이었기에 디자이너들이 개인별로 맡은 그래픽 스타일을 조율하는 과정도 중요했다.
매해 달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메바 조주희 대표의 지원과 함께 정혁 이사, 홍찬미 실장 같은 우수한 아트 디렉터들이 애정을 가지고 참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메바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로 출발해 현재는 모빌리티 UX에 집중하는 개발 회사가 되었지만 나는 아메바의 경쟁력이 시각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달력 프로젝트 같은 사내 프로젝트는 클라이언트의 특별한 요구 사항 없이 디자이너가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 역량을 표현하기에 달력 프로젝트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월력과는 다른 일력의 장점 혹은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달력의 정보적 기능성은 이미 상실했다. 이젠 어딜 가든 고전적 형태의 달력을 보기도 힘든 시대다. 많은 디지털 디바이스가 달력 기능을 대체한 지 오래다. 하지만 달력이 지닌 상징적 장식성은 분명 아직도 존재한다. 특히 최근에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부각되면서 일력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일력은 새로운 공간 연출과 감정의 리프레시를 가능하게 하고, 마치 일기를 쓰듯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조금이나마 상기시키는 역할도 한다.
2021년 달력 주제도 정해져 있나?
2021년 아메바 달력의 주제는 ‘편집Editing’이다. 편집이야말로 디자인의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 예술과 디자인을 굳이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디자인에는 구성, 즉 편집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때문에 디자인이 단순히 예술이라 불리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게 되었다고 본다. 쉽게는 ’자르기, 복사하기, 붙여넣기’ 같은 방식이지만 편집은 단지 기계적인 작업이 아니라 원안original으로부터 출발해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때 사람들이 감동받는 것 아닐까? 친근하고 쉬운, 그러나 보는 이에게 안식과 쾌감 그리고 순간의 행복감을 줄 수 있는 조형미가 아메바가 추구하는 편집이다. 그런 편집 과정과 의미를 달력에 담아낼 생각이다.
글 오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