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밤을 열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F&B 편

하우스 오브 신세계 푸드홀 총괄 김태남 바이어 인터뷰

백화점의 밤을 열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F&B 편

백화점은 단순히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는 기능을 넘어 경험 중심의 공간으로 진화해왔다. 그중에서도 ‘백화점의 꽃’이라 불리는 ‘식품관’은 과거 슈퍼마켓의 모습에서 식품관으로, 식품관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공간의 의미가 확장되어왔다. 다양한 프리미엄 식재료와 고급 레스토랑을 입점해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고, 지역 특산물이나 유명 맛집의 메뉴를 선보여 차별화된 메뉴를 앞다투어 소개하거나, 휴식과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요즘의 백화점 식품관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트렌드도 유명 맛집을 소싱 해 반짝 인기를 끌거나, 디저트의 영역을 확장해 MZ 세대의 유입을 꿰할 뿐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식품관의 고정적인 위치와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런데 최근 신세계 백화점이 기존의 식품관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공간의 의미를 재정립했다. 바로 신세계 강남점 공간 플랫폼 ‘하우스 오브 신세계’ 속 푸드홀의 이야기다.

Interview

김태남 신세계백화점 F&B 2팀 바이어

‘하우스 오브 신세계’ 속 푸드홀

ㅡ ‘하우스 오브 신세계’ 푸드홀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가 시작된 건 언제가 처음이었나요?
신세계 강남점 푸드홀 리뉴얼에 대한 논의는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논의되던 주제였으니까 10년이 넘었죠. 그때부터 회사에서는 정말 제대로 된 푸드홀을 만들고 싶어 했고, 저희 F&B 팀도 리뉴얼에 대한 의욕이 굉장히 넘쳤어요. 제가 입사했을 당시 한참 높은 선배들이 있을 때부터 수백 번 기획안을 짜고 아이디어를 논의했던 사안이에요. 그러다가 정말 운이 좋게도 이 프로젝트가 실제 착수 들어갈 때쯤 제가 맡게 돼서 3년 전부터 ‘하우스 오브 신세계’ 푸드홀을 준비해왔고요. 감개무량한 점이 없지 않아 있죠. 제가 준비한 건 3년이지만, 사실상 그 이전부터 신세계가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프로젝트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ㅡ 푸드홀 F&B 브랜딩의 전반적인 콘셉트는 어떻게 기획했는지 궁금합니다.
쇼핑 중 간단히 한 끼 때우는 곳이 아닌, 사교모임과 비즈니스 미팅에도 손색없는 고품격 미식 공간을 추구했어요.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백화점 식품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던 공용 테이블을 싹 빼버렸어요. 대신 호텔 칵테일 바나 스시 오마카세 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카운터 테이블과 개별 다이닝룸을 배치했고요. 특히 카운터 테이블은 음식을 직접 서빙 받는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고, 셰프가 고기 굽는 모습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백화점의 밤을 열다

통상적으로 백화점 식품관은 오후 8시 30분이면 문을 닫는다. 식품관의 공식과도 같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공간의 역할을 확장하기 위해 이러한 공식을 깨트렸다. 밤 10시까지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식품관의 모델을 제시한 것.

ㅡ 밤 10시까지 즐길 수 있는 백화점이라니. 듣기만 해도 매력적이에요. 푸드홀 영업시간을 2시간 연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남점의 입지가 워낙 좋다 보니 타 브랜드의 식품관이나 신세계 백화점 다른 지점들보다도 독보적인 콘셉트를 가져가길 바랐어요. 어떤 차별화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접근해 보자 생각했던 거죠. 낮에는 여유로운 시간을, 밤에는 한층 깊어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려면 10시까지 영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ㅡ 그래서 모든 레스토랑이 주류와 함께 페어링 하기 좋은 메뉴를 서브하는 거군요. 그런데 차별화를 둘 수 있는 요소로 하필 술에 초점을 맞춘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영국의 헤롯(Harrods) 백화점 푸드홀의 분위기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거기에 가보면 사람들이 점심때부터 여유롭게 샴페인을 즐기기 시작하는데 이 푸드홀이 1층에 있거든요. 우리나라 백화점은 정해진 고정 값처럼 식품관은 지하에 있고 식당가는 상부층에 위치해있잖아요. 백화점 1층을 장악한, 다시 말해 푸드홀이 주인공이 백화점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더불어 백화점에 방문한 이들이 시간에 구애 없이 언제든지 편안한 분위기에서 술을 곁들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고요. 원래는 1층에 배치하려던 게 1층의 층고가 낮아 푸드홀이 들어가기엔 공간적 제약이 있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진행 과정에서 지하 1층으로 변경됐지만, 푸드홀 자체만으로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공간, 100년 이상 지속될 푸드홀을 완성하는 데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오후 6시, 해가 지기 시작하면 이곳의 조도도 함께 낮아진다. 공간의 낮과 밤이 달라지는 경험을 백화점 푸드홀에서 경험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시간대별로 50~400 룩스(LUX) 사이에서 조도를 조절해 하루 동안 집 안에서 펼쳐지는 채광의 흐름을 구현했다. 낮에는 여유 있는 식사를, 저녁에는 술을 곁들인 자리에 어울리도록 공간 연출을 이원화한 것. 세심한 요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이곳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다.

ⓒdesignpress

ㅡ 푸드홀 공간을 준비하면서 어떤 사람들이 찾아와주길 바라며 구상했나요?
처음에는 소비력 있는 젊은 VIP나 MZ 세대가 찾아와서 공간을 즐기고, 30~40대 주변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들려서 술 한잔 먹을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랐어요. 일본에는 그런 문화가 많잖아요. 스탠딩 테이블에 서서 맥주 한 잔 들이켜고 집으로 돌아가는. 푸드홀 오픈 이후에 공간이나 사람들 반응 체크할 겸 현장에 자주 나가있거든요. 한번은 중절모 쓴 노신사 분이 오셔서 “소추(일본 소주) 한 잔만 마시고 가겠습니다” 하시더니 정말 한 번에 원샷하고 가시던 길을 가시더라고요. 누구든 편하게 들려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바라며 구상했는데 정말 그렇게 완성된 것 같아 기분이 정말 묘했어요. 제가 정말 원했던 장면이었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와서 수준급의 요리와 술을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한때만 인기 있는 곳이 아닌, 100년짜리 푸드홀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했으니까요.


헤리티지와 트렌드를 아우른 미식 큐레이션

하이엔드 푸드홀에 들어선 12개 레스토랑은 전부 국내 유통 업계에서 최초로 소개하는 브랜드다. 그동안 2호점을 내지 않았던 고집 있는 미식 브랜드를 처음으로 돌여온 것이다. 1986년 문을 연 강남의 유서 깊은 초밥집 ‘김수사’가 38년 만에 처음으로 2호점을 냈고,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장어덮밥 ‘키쿠카와’는 이곳에 국내 첫 둥지를 틀었다. MZ 세대의 눈길이 집중되는 레스토랑도 자리를 잡았다. 용리단 길의 인기를 견인하며 이름을 떨친 남준영 셰프의 ‘키보 아츠아츠’가 최초로 문을 열었고, 예약도 어려운 성수동의 ‘바위파스타바’가 유통 업체에 최초 입점했다. 이외에도 신세계 한식 연구소의 전문 셰프들이 만든 브랜드 ‘자주한상’, 부산 해운대 암소갈비집의 손자 윤주성이 만든 뉴욕 맨하탄 글로벌 브랜드 ‘윤해운대갈비’, 중국 각 지역의 특색 있는 요리를 한국식으로 해석해 내놓은 ‘미가훠궈’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외에 중식 브랜드 2곳은 7월 중 오픈을 준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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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최초의 분점’ ‘첫 번째 매장’ 등 유통 업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브랜드로만 소싱 했더라고요. 섭외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다행히 저희가 공간 준비를 시작하던 3년 전부터 긴밀하게 접촉하고 장시간 대화를 나눠 왔던 터라 대표님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단순히 섭외나 입점이 아닌 신세계와 함께 100년 이상 발맞춰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표님들한테 저희의 비전을 열심히 설명했던 기억이 나요. 뻔한 말이지만 진심이 통했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저희 고객들한테 하이엔드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는 일념 하나로 ‘이곳에 와야 하는 이유’가 될만한 브랜드들로만 소개하려 했습니다.


15년 만의 식품관 리뉴얼

2009년 이후 15년 만에 강남점 식품관 리뉴얼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아직 모든 공간이 공개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리뉴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 푸드홀 소식에 앞서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 오픈 소식이 있었다. 패션과 뷰티 매장이 있던 1,600평의 공간을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과 ‘퀸스보로 브릿지 마켓’ 등 뉴욕의 상징적인 랜드마크에서 영감을 얻어 디저트 성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최원준 신세계백화점 식품 담당 상무는 “강남점 새 식품관의 첫 주자인 스위트 파크가 고객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랜드마크로 안착한 만큼, 하우스 오브 신세계까지 국내 최대·최고 식품관을 완성해 미식의 신세계를 열어 보일 것”이라며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이 강남점 식품관에 이렇게까지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ㅡ 지난 2월에 먼저 공개된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도 어마어마한 규모 때문에 큰 이슈였어요. 두 공간 모두 15년 만의 리뉴얼인 만큼 많은 고심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신세계백화점이 강남점 식품관에 이렇게 전력을 다한 이유는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강남점의 경우 지난해 매출 3조 원을 달성하면서 세계적 백화점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간 벤치마킹을 위해 영국 헤롯(Harrod), 프랑스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 르 봉 마르쉐(Le Bon Marché), 일본 이세탄(Isetan), 뉴우먼(NEWoMan) 등 다양한 곳을 둘러보며 신세계 백화점이 참고할 만한 것들을 찾아다녔거든요.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 생각이지만, 이제는 신세계 강남점도 세계적인 백화점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에 하우스 오브 신세계처럼 신세계만의 독보적인 페이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룹 구성원 전체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완성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요. 만약 똑같은 프로젝트를 다른 지점에서 하라고 했으면 저는 못했을 거예요. 강남점이기에 시도해 볼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다는 거, 그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어요.(웃음)

ㅡ 인터뷰 날짜를 기준으로, 푸드홀을 오픈한 지 10일째에요. 푸드홀을 찾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확실히 아직 오픈 초기 단계라 그런지 새로운 스폿 찾아다니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어요. 그 외에는 아직 이렇다 할 통계를 낼 수 있는 시점은 아니라 정확한 답변을 드릴 순 없지만 다양한 세대 층이 방문하고 있다는 것 또한 재미있는 풍경이에요. 저희가 입점 레스토랑들을 정말 신중하게 엄선한 만큼 모든 식당에 오픈런 현상이 있더라고요. 백화점 식품관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지 않나요?(웃음) 오픈 1분 만에 모든 좌석이 꽉 차는 현상이 낯설지만 동시에 뿌듯한 장면이 아닐 수 없어요.

지난 2월 선보인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 파크’ 세 달간 350만 명이 방문했고, 강남점의 전체 매출은 20%가 늘었다. 이번에 공개된 하우스 오브 신세계의 미식 플랫폼(푸드홀, 와인숍)으로 아직 공개되지 않은 층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은 한층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기존에 없던 새로운 공간, 새로운 상권이 탄생한 만큼 평일 낮에도 대기행렬이 이어져 한동안 열기가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최초이자 최고가 모인 이곳에서 백화점의 밤이 와인처럼 무르익어 가는 중이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의 공간 디자인 스토리는 다음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백화점에 스며든 하우스(House), 하우스 오브 신세계 |공간 디자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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