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디자이너의 인쇄소는 어디인가?

디자이너와 함께 실험하는 인쇄 멘토 문성인쇄 - 신신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든든한 협력자이자 멘토가 되어주는 베테랑 인쇄소, 문성인쇄를 소개한다.

그 디자이너의 인쇄소는 어디인가?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인쇄소만큼 친숙한 공간이 또 있을까? 인쇄소는 그래픽 디자이너의 상상력이 현실화되는 장소인 동시에 시험대요, 전쟁터다.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인쇄소가 그것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한다면 그저 멋진 허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좋은 인쇄소를 찾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관록 있는 디자인 회사와 오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베테랑 인쇄소부터 젊은 디자이너들과 실험을 거듭하며 해결사 노릇을 자처하는 인쇄소까지 다양한 인쇄 전문 회사를 소개한다. 또 모두가 감탄하는 고품질 인쇄물을 만드는 노하우와 프로세스도 전해줄 것이다. 이 기사가 오늘도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충무로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을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길 바란다.

“문성인쇄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다양한 실험을 펼치기에 좋은 곳이다. 통상적인 제작 방식을 거부한 디자인에는 언제나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인데 문성인쇄는 그 위험 요소를 끌어안고 디자이너와 함께 고민한다.” _신신

문성인쇄는 1982년 겨울에 문을 열었다. 신신의 두 디자이너 신동혁(1984년생), 신해옥(1985년생)보다도 나이가 많은 셈. 인쇄 품질이 높아야 하고 제작 과정이 실험적이며 까다로운 작품집과 도록 제작에 특화된 문성인쇄는 ‘인쇄 좀 안다’ 싶은 디자이너들에겐 이미 널리 알려진 인쇄소다. 남궁균 대표는 문성인쇄의 강점으로 잉크를 꼽았다. 다른 건 몰라도 인쇄에 사용하는 잉크 하나는 최고 수준이라는 것. “잉크의 품질이 낮아 색이 약하면 다른 인쇄소에서는 컬러값을 올립니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균형이 무너져요. 옷 색상을 맞추다가 모델의 피부 톤이 달라져 버리는 것과 같죠. 따라서 색이 강하고 좋은 잉크를 쓰는 것이 인쇄의 기본입니다.” 잉크 회사 연구원들과 수시로 만나 다양한 신제품을 테스트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문성인쇄는 인쇄의 기본과 원칙을 지키면서 디자이너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맞춰주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디자이너에겐 선 하나, 색상 하나가 모두 메시지입니다. 제작자의 입맛과 수준에 맞춰 적당히 변형하면 당장 일은 쉽게 풀리겠지만 디자인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어요. 따라서 어떻게 해서든 디자이너가 던져준 미션을 달성하려고 노력합니다.”

디자이너 듀오 신신은 대학 시절부터 익히 문성인쇄의 명성을 알고 있었다. “타이포그래피 단체 TW를 만들어 활동할 때 좋은 책을 많이 모았는데 판권을 살피면 늘 문성인쇄라는 이름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언젠가는 이 인쇄소와 함께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웃음).” 문성인쇄와 신신이 함께한 것은 불과 2년 남짓. 하지만 그동안 서울시립미술관의<오작동 라이브러리>전 디자인 프로젝트, 백남준아트센터의 <달의 변주곡>전 도록, 2015년 ‘리얼 DMZ 프로젝트’ 등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했다. ‘인쇄소에서 싫어할 만한 디자인만 골라 하는 스튜디오’라고 할 만큼 신신의 작업은 까다로웠지만 문성인쇄의 숙련된 경험치와 창의적인 제안이 이를 풀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경기창작센터 2013 입주 작가 활동 보고서는 디자이너와 인쇄소의 호흡을 잘 보여주는 사례. 이 보고서는 30여 명의 작가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균등하게 배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신신은 자칫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이런 제약을 오히려 극대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작가들의 분량을 아파트처럼 똑같이 분배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슬기와민이 디자인한 경기창작센터 로고는 붉은 선과 흰 여백, 그리고 파란 선이 반복적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를 물성화하면 어떨까 생각해본 것이죠.”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문성인쇄였다. 보고서에는 여러 재질의 종이가 섞여 있었는데 그만큼 제책이 어려웠지만 많은 실험 끝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었다. 흥미로운 것은 애당초 가제책 단계로 문성인쇄에 찾아가 먼저 제작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받은 뒤 디자인에 착수했다는 점인데 ‘선디자인, 후제작’의 공식을 깬 시도였다. 신신은 문성인쇄의 제작 노하우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신해옥은 “문성인쇄와 일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한계점에서 디자이너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실험해볼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다”라고 말한다. 문성인쇄와 신신은 인쇄소가 그저 최종 인쇄를 맡는 프로세스 중 일부가 아니라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크리에이티브를 불어넣는 멘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성인쇄
설립 연도 1982년
주소 서울시 중구 서애로5길 18
인쇄 기기 고모리 리스롬 26
주요 협력사 사월의눈, 박연주, 슬로워크, 끄레 어소시에이츠, 한미미술관 등
특장점 강한 색상을 기반으로 한 품질 좋은 잉크, 실험적인 디자인을 받아들이는 포용력
문의 02-773-9394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448호(2015.10)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