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츠〉 창간호
담론과 실천이 교차하는 디자인 공론장
디자인 비평과 실천을 다루는 매거진 <플레이츠>를 창간했다. 창간호 주제는 '메니페스토 대 메니페스트'다.

눈에 보이는 모든 현상의 세계에 디자인이 스며들어 있다는 데에 이견을 제시할 이는 많지 않겠지만, 이에 관한 비평과 토론을 펼칠 수 있는 공론장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부족한 실정이다. 디자인이 일상과 사회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이 아직도 학문 영역에서 충분히 담론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올해 뉴욕 아트북 페어에서 첫선을 보인 디자인 비평 매거진 〈플레이츠(Plates)〉의 창간 소식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상하이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릴레이티드 디파트먼트(Related Department)가 만드는 이 잡지는 매 호마다 실무 영역에서 촉발하는 동시대적 질문을 주제로 선정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디자이너의 비평 글과 구체적인 실천의 결과물로 제시한다.

창간호 주제는 ‘메니페스토 대 메니페스트(Manifesto vs. Manifest)’. 개인 혹은 단체가 대중을 향해 확고한 의도와 견해를 전달하는 행위를 메니페스토라 하는데, 이것을 글로 적으면 진중하고 무거운 선언문이 되는 반면, 같은 내용이 디자인이라는 옷을 입으면 선정적이고 유희적인 뉘앙스를 띠게 된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광고와 소셜 미디어의 교차로를 넘나드는 디자인의 여정을 탐구하고 메니페스토와 디자인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살펴보는 내용으로 지면을 밀도 있게 채웠다.

디자이너 오혜진, 슬기와 민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 18팀이 이번 호를 위해 힘을 보탰는데, 비평문뿐만 아니라 주제와 연관된 시각 결과물을 함께 선보여 이론과 실천의 공생 관계를 가시화한 점이 눈길을 끈다. 창간호의 아트 디렉팅과 편집은 릴레이티드 디파트먼트와 가브리엘 멜처 스튜디오(Gabriel Melcher Studio)가 공동으로 진행했고, 출판은 페이지 뷰로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