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간 950여 명이 신진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은 명실상부 디자이너의 등용문이다. 디자인플러스는 내일의 주인공이 될 이들을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열 번째 주자로 2024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인 박규빈이 묻고 디자이너 백주용이 답했다.

박규빈(이하 박): 만화적 표현 기법을 가구 디자인에 접목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 방식이 사용자에게 어떤 몰입 경험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나요?

백주용(이하 백): 디자인 과정 전반이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영감의 출처, 형태를 만들어내는 과정,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방식 등. 디테일까지도 말이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제가 좋아하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요소를 디자인에 적용하게 되었어요. 저는 가구를 통해 특정 상황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사용자가 그 상황을 마주하면서 형성되는 경험을 ‘몰입 경험’으로 정의했습니다. 만화 속 이미지를 닮은 가구는 사용자에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촉발제로 작용하고, 사용자의 상상력을 무한하게 확장합니다. 이를 통해 만화 속 가상 세계에 몰입하게 되는 관념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박: ‘달리는 다리’를 주제로 삼은 게 흥미롭습니다. 이 주제가 작업 세계관과 어떻게 연결되며,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백: 제 가구는 정지해 있지만 사용자의 상상력 속에선 생생하게 움직입니다. 제 디자인은 일상에서 벗어나 역동적이고 활기찬 움직임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달리는 다리를 선택한 이유는, 역동성과 변화를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인간의 가장 동적인 동작이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바탕으로 동심의 세상을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어릴 적 TV 앞에서 톰과 제리나 스폰지밥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았던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잖아요. 그때의 순수한 감정을 다시 일깨워주고 사람들에게 상상력 넘치는 세상으로 몰입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박: 유쾌한 분위기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중요한 요소로 보입니다. 이러한 감정들을 관객이나 사용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특별히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백: 아무래도 콘셉트를 구현하는 형태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평소 만화의 장면을 상상하며 드로잉을 하는데 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과장된 동작과 왜곡된 형태를 탐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씁니다. 사용자가 효과적으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실루엣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스케치를 진행합니다. 물론 동시에 조형성과 기능성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요.

박: 작품이 가구를 넘어 다양한 예술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가구 디자인 외에도 탐구하고 있는 예술 분야가 있나요?

백: 디자인의 영감을 만화/애니메이션에서 얻는다는 점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일러스트와 패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죠. 그래서 그래픽을 가구에 입히는 새로운 작업 방향도 구상 중입니다. 이렇게 하면 가구 디자인에 캐릭터를 불어넣어 풍부한 표현을 가능하게 하고, 사용자들에게 더 큰 몰입감을 선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실제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보고 싶기도 해요. 가구에 담긴 스토리를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해 가구 디자인과 영상을 융합한 새로운 전시 방식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 앞으로 더 시도해 보고 싶은 새로운 주제나 아이디어가 있나요?

백: 이번 전시는 작품의 통일성을 위해 다리를 주제로 했지만, 앞으로 다른 신체 부위나 새로운 표현 기법을 적용해 볼 생각이에요.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떠오르는 모든 상상이 제 작품의 원천이 되는 만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박규빈
가구 시리즈 ‘타일의 나이테’로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는 공간 디자이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