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트렌드 리스트 25º

디자인계의 뉴스를 가장 빨리 접하는 이들과 각 디자인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 해외 트렌드 분석 전문 기관에서 발표한 내용 중 디자이너가 2014년에 꼭 알아야 할 트렌드를 모았다. 올 한해를 가늠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되길 바란다.

2014년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트렌드 리스트 25º

인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디자이너의 끊임없는 노력과 시장에 대한 이해가 좋은 디자인을 만들고 호응을 얻는다. 그래서 월간 <디자인>이 준비했다. 디자인계의 뉴스를 가장 빨리 접하는 이들과 각 디자인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 해외 트렌드 분석 전문 기관에서 발표한 내용 중 디자이너가 2014년에 꼭 알아야 할 트렌드를 모았다. 올 한해를 가늠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되길 바란다.


01º 세계에 영감을 주는 아시아의 뉴 웨이브 시티, 서울이 뜬다

‘소비의 엘도라도’인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그리고 ‘침체된 공룡’인 일본 도쿄 사이에서 서울이 ‘감각의 도시’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 선정을 시작으로 프라다의 트랜스포머 전시, 펜디의 새빛둥둥섬 행사는 이미 옛 얘기. 2012년 촉발된 싸이의 ‘강남 스타일’ 한 방으로 서울은 순식간에 기기묘묘한 매력을 지닌 도시로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세계적인 디자인 잡지 <월 페이퍼Wall Paper>가 ‘2013 최고의 디자인 도시’로 서울을 꼽았을 정도. 다양한 건축물과 역동적인 거리 문화가 인상적이고, 무엇보다 대중문화, 즉 한류를 세계에 공급하는 거대한 엔진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한류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에게 서울이란 성지나 마찬가지. 쇼핑, 음식, 고궁을 부르짖던 서울의 매력 포인트가 ‘오리지널리티’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런 시선의 방점은 얼마 전 출간한 <루이 비통 시티 가이드Louis Vuitton City Guide>의 15번째 도시로 서울이 추가된 것.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도시를 감각적으로 해부하는 이 명품 여행 책자에서 아시아 도시는 홍콩, 도쿄, 베이징, 그리고 서울뿐이다. 차세대 아시아 트렌드의 발원지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영감의 도시로 거듭난 서울은 이제 ‘아시아의 뉴 웨이브 시티’라는 표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전종현 기자

02º 한국의 디자인 산업을 이끄는 핵심 플랫폼,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 개관

오래 기다렸다. 2009년 3월 착공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가 2013년 12월 공정률 99%를 이루며 2014년 3월 21일 역사적인 개관을 앞두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디자인 서울 정책’ 핵심 사업으로 그간 수많은 논란과 또 그만큼의 기대를 모아온 만큼 이번 개관은 디자인계의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계획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이 추진·운영하는 DDP는 잘 알려진 것처럼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디자인하여 화제를 모았다. 건립비만 4212억 원, 총사업비 4840억 원이 투입된 DDP는 오픈 스튜디오와 대회의실로 이루어진 아트 홀, 기획전시관과 디자인 박물관 등을 갖춘 뮤지엄, 디자인 트렌드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비즈니스 센터,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하는 디자인 공원, 복합 편집형 매장이 들어서는 편의 시설 등 총 5개 시설 15개 공간으로 구성된다. 주변 공간과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는 건축 디자인처럼 DDP는 동대문의 독특한 지역성을 잘 반영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동대문의 라이프 사이클처럼 24시간 잠들지 않는다는 콘셉트로 언제나 깨어 있는 디자인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는 것. 시민들에게 최신 디자인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하고, 디자이너들이 언제든 소통과 비즈니스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서울 중심에 오픈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개관 전시를 위한 9개의 기획전을 준비 중인 DDP는 2014년 디자인 창조 산업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도약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최누리 기자


오준식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앤디자인 랩 실장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 디자인이 필요하다.”

한국 디자인의 과제는 한국 산업의 과제이고 한국 경제의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제품을 수출하고는 있지만 한국의 의미를 수출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있다. 그렇다면 2014년 디자인, 산업, 경제가 공통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브랜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산업은 지금 제품 생산은 하고 있지만 그것을 경험이라는 가방에 담지 못하고 있다. 제품과 함께 그에 대한 가치와 역사를 담아야 한다. 서울에서 출발되었거나 한국에서만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의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03º 세계에서 주목받는 K-디자인, 한국의 정체성을 반영한 콘텐츠가 필요해

전 세계 시장이 경제 위기 여파로 움츠러들고 있음에도 한류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2012년 영화와 드라마, 출판, 공연 등 문화 서비스로 벌어들인 총수출액은 약 12억 5000만 달러다. 문화 서비스 분야가 흑자를 기록한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지난해가 처음이다. K-팝이나 드라마 등의 한류 열풍에 이어 지금 세계가 한국의 디자인을 심상치 않게 바라보고 있다.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 주요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휩쓸고 있는 것. iF 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은 물론이요,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에서는 2012년부터 한국의 크리에이티비티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제2회 2013 H&M 디자인 어워드의 대상 수상자는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예술대학교에 재학 중인 패션 디자이너 김민주였고, 레이디 가가의 4집 앨범 프로모션 의상으로 화제를 모은 주인공 역시 한국의 패션 디자이너 이가연이었다. 덴마크의 공기관 ‘The National Workshops for Arts and Crafts’가 젊은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재능을 발굴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한 ‘Time to Design-New Talent Award’의 2013년 수상자는 한국의 가구 디자이너 이상혁. 하지만 이런 관심과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 디자인만의 정체성을 찾아보기는 아직 어렵다. 일본 브랜드의 가장 큰 무기가 일본이라는 국가 브랜드 그 자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K-디자인의 제대로 된 족보를 찾고 국적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박은영 기자

04º 또 하나의 룸서비스가 된 디자인, 호텔 디자인

사그라지지 않는 한류 열풍은 서울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 중 하나로 만들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수는 1114만 명으로 5년 사이 72%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관광객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지만 정작 이들을 수용할 숙박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 이런 시장의 변화와 수요에 따라 호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피스 건물을 개조한 호텔까지 등장할 정도이니, 눈 뜨고 일어나면 호텔 하나가 세워져 있다는 말이 과장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듯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차별화를 위해 디자인을 앞세운 호텔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러 명의 디자이너가 각기 다른 스타일의 객실을 연출하는 콘셉트로 화제를 모은 ‘호텔 더 디자이너스’는 연이은 성공 속에 지난해 11월 종로에 3호점을 오픈했다. 또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디자인 메소즈’는 올해 3월 오픈 소스를 접목한 호텔 ‘스몰 하우스 빅 도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디자인을 또 하나의 룸서비스로 삼은 호텔의 변신이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명환 기자

05º 페달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눈여겨보라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734만 가구 중 21.7%가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 자전거 판매량은 2000년 106만 대에서 2010년 220만 대로 증가했다고 한다. 국토해양부에서는 2013년 전국 자전거 도로의 길이가 총 1만 3037km이며 2016년에는 총 2만 4400km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페달족이라 불리는 자전거 애호가는 매해 증가해 자전거 관련 산업도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페달족이 늘면서 자전거 어린이를 위한 조기 디자인 교육 디자인 강국을 살펴보면 일반 국민들의 디자인 인식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의 디자인 안목은 벼락치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본능처럼 심어준 디자인 교육이 한몫한다. 영국은 1990년대 초반부터 유치원에서 초등학교까지 디자인을 영어, 수학, 과학, 체육과 함께 의무 교육 과정으로 가르치고 있다. 영국 디자인 뮤지엄이나 테이트 모던 등 지역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도 자체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가족 단위나 학교 단체 방문을 장려하고 있으며 상당한 교육적 성과도 올리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수준 높은 디자인 교재와 도서가 나오기 여행객을 위한 펜션이나 애플리케이션 시장 등의 관련 상품과 파생 서비스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물론 디자인 회사도 예외가 아니다. 탱그램디자인연구소에서는 직접 개발하고 제작한 자전거 거치대 스마트 마운트(Smart Mount)와 애플리케이션 제리코(Jericho)를 선보였다. 그래픽 디자이너 신덕호와 일러스트레이터 이광무, 편집자 이아람은 자전거 전문 무크지 <바이시클 프린트: 도시와 자전거 생활>을 선보였고 출판사 마호에서는 20대 여성 독자를 타깃으로 한 자전거 생활에 대한 단행본 <오늘부터, 자전거>를 출간했다. 압구정에 위치한 만도풋루스는 자전거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장소. 자전거 디자이너 마크 샌더스가 디자인한 하이브리드 전기 자전거 만도풋루스를 시승해볼 수 있으며 자전거 수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자전거 보급 속도에 비해 자전거 전문점이나 관련 전문 용품이 아직 부족하다. 1인 가구와 레저 인구의 증가로 인해 자전거 관련 업종을 유망 업종으로 꼽는 전문가가 많다. 디자인 벤처 기업을 준비하는 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박은영 기자

06º 어린이를 위한 조기 디자인 교육

디자인 강국을 살펴보면 일반 국민들의 디자인 인식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의 디자인 안목은 벼락치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본능처럼 심어준 디자인 교육이 한몫한다. 영국은 1990년대 초반부터 유치원에서 초등학교까지 디자인을 영어, 수학, 과학, 체육과 함께 의무 교육 과정으로 가르치고 있다. 영국 디자인 뮤지엄이나 테이트 모던 등 지역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도 자체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가족 단위나 학교 단체 방문을 장려하고 있으며 상당한 교육적 성과도 올리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어린이를 위한 수준 높은 디자인 교재와 도서가 나오기 시작했다. 껌북스쿨에서 어린이를 위한 그래픽 북으로 출간한 <프렌토>, 한글 폰트를 개발해 어린이가 좀 더 쉽게 한글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 <놀이로 한글> 등이 대표적이다. 사물의 본질을 보고 아름다움을 실현해가는 디자인적 감성을 어릴 때부터 키울 수 있다면 그의 인생은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아주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인재로 자랄 것이다. 박은영 기자

07º 디자인이 전통 시장을 살린다

쇠퇴해가는 전통 시장의 기능과 경쟁력을 강화시키고자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를 통한 전통 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대형 할인점의 등장과 소비 형태의 변화로 침체가 가속화되는 전통 시장을 차별화된 문화 마케팅을 통해 상인과 주민, 고객이 공존하는 지역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지금껏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아케이드와 간판을 바꿨지만 생각보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눈에 띄는 급격한 변화보다 외지 사람들이 봤을 때도 시장의 정체성을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우선시되어야 할 터. 최근 몇몇 시장을 중심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5일장으로 유명한 모란시장은 시장의 정체성을 알리고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개발했다. 이를 디자인한 켈리타앤컴퍼니는 흑염소, 생선, 과일, 국수 등 팔도강산에서 모여든 다양한 먹거리를 소반 위에 수북이 담아놓은 모습을 형상화해 로고를 디자인했는데, 모란시장은 가축 전문 시장으로 지저분할 것이라는 편견을 친근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단박에 변신시켰다. 전통 시장 비주얼 컨설턴트 이랑주는 전통 시장이야말로 VMD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어수선한 진열 때문에 원하는 물건을 찾기 어려워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를 많이 접했다고 한다. 전통 시장이 앞으로 활성화되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바로 디자인 컨설팅이다. 박은영 기자

08º 새로운 문화 지대, 옥상에 주목하라

옥상은 오랫동안 ‘잉여 공간’처럼 방치되었다. 하지만 도시 공간의 포화 상태와 도시 농부 붐이 일면서 이곳을 정원이나 텃밭으로 꾸미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최근에는 아예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옥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캐나다 교포 건축가 변찬수는 2012년 국제건축디자인공모전 아키트라이엄프 (ArchTriumph)에서 빌딩 옥상을 영화관으로 꾸미는 ‘시네팔레고 프로젝트’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태원의 레스토랑 비트윈처럼 옥상을 펍이나 라운지로 활용하는 경우도 생겨났으며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어네이티브가 운영하는 카페 캐빈은 옥상에 캠핑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옥상은 강연장 혹은 문화 교류의 장으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강연 기획 전문 기업 마이크임팩트는 옥상을 활용해 문화·예술 관련 강연을 진행하며 ‘성북동 초록옥상’ 역시 플리 마켓, 예술 교육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를 구축 중이다. 최명환 기자

09º 자본주의 시대의 피터 팬을 잡아라, 키덜트 디자인

갤러리아 백화점은 지난해 압구정 명품관에 키덜트 장난감 매장 두 곳을 입점시켰다. 키덜트 문화가 대중화되고 고급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오랫동안 일부 소수의 취향에 머물러 있던 키덜트 문화가 최근에는 시장 전반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단순히 장난감을 수집하는 정도를 넘어 아예 장난감의 요소를 일반 제품에 결합시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 로모 카메라 전문 브랜드 로모그래피에서는 조립해 사용하는 카메라 콘스트럭터(Konstruktor)를 출시했고 레고는 돌기를 이용한 휴대폰 케이스를 선보여 사용자가 자신의 개성에 맞게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30~40대를 공략하는 이들 제품은 레트로 붐이라는 호기를 맞이하며 2014년에도 계속 흥행 돌풍을 이어갈 전망이다. 최명환 기자

10º 공유 경제의 새로운 지표, 셰어 하우스

장기 불황과 전세 대란 등으로 2013년 한국 경제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유 경제가 새로운 대안적 삶의 형태로 부상 중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책이나 정장, 사무실, 자동차 등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나타났는데 이 중에서도 새로운 주거 형태 공간인 셰어 하우스의 등장이 눈에 띈다. 오래전부터 장기 불황에 발목이 잡혀 있던 일본에서는 이미 셰어 하우스가 주거 문화의 한 형태로 정착했다. 201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셰어 하우스는 이런 사회적 기류에서 등장했다. 셰어 하우스의 특징은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공용 공간을 마련해 ‘혼자 사는 고달픔’을 덜어준다는 것. 이 새로운 주거 문화에 가장 먼저 눈을 뜬 것은 젊은 벤처 회사들이다. 소셜 벤처 ‘서울 소셜 스탠다드’는 정림건축문화재단과 함께 통의동에 싱글족을 위한 셰어 하우스 ‘통의동 집’을 운영 중이다. 벤처기업 ‘프로젝트 옥’ 역시 낡은 집을 전세로 임대해 개조한 후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에게 저가에 재임대하는 ‘우주(WOOZOO)’를 운영하며 공생에 초점을 맞춘 주거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 최명환 기자


박성희 LG하우시스 디자인센터장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 공간이 대두될 것이다.”

최근 가장 주목하는 이슈는 소형 가구의 증가와 그에 따른 라이프스타일 및 주거 유형의 변화다. 1~2인 가구의 증가는 다양한 산업과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요리를 해서 먹는 것보다 사서 먹는 것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F&B 산업이 성장하게 됐고, 이와 더불어 2인 이하의 가족들이 한 끼 식사용으로 먹을 수 있는 소포장 식품도 발전하고 있다. 다양한 체험과 결합된 새로운 유형의 식문화라고 할 수 있는 몰입형 다이닝(Immersive Dinning)이 출현한 점, 쇼핑과 여가를 결합한 몰링(malling)이 부상하면서 백화점보다 복합 쇼핑몰이 주목받게 된 점 모두 이와 무관하지 않다. 소형 주거를 선호하고 집을 소유가 아닌 대여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맞물리면서 집을 대하는 거주자의 태도 또한 거시적 관점에서 일시적이고 즉흥적인 관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인테리어 변화의 주기도 점차 짧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방·주방·거실을 구분하는 기존의 경계가 무너져 사용자의 편의와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 캔버스 같은 공간이 대두될 것이다.


11º 이제는 커피가 아니라 차다!

지난 몇 년간 카페 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누려왔다. 통일된 아이덴티티와 공간 디자인을 앞세운 프렌차이즈 카페가 시장을 선도해왔으며, 이제는 한 블록마다 카페 한두 개는 기본이다. 하지만 지난해 3, 4분기 6년 만에 최초로 커피 지출액이 감소하는 등 카페 시장이 차츰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기호 식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차이다. 커피 전문점이 지나치게 일반화된 상황에서 새로움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웰빙, 힐링 등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새로운 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 몇 해 전부터 오설록 티하우스, 오가다, 차오름 같은 차 전문 매장을 표방하는 프렌차이즈 브랜드가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이들 브랜드는 전통적이면서도 모던한 디자인을 앞세워 차별화되고 고급화된 문화를 원하는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차 브랜드의 새로운 움직임에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의 프리미엄 티 브랜드 TWG(TWG tea)는 최근 청담동에 티 살롱을 선보였다. 또 스타벅스는 지난해 10월 맨해튼 지역에 차 전문 매장 티바나 파인 티즈(Teavana Fine Teas)을 오픈했다. 스타벅스 측은 10년 내 북미 지역에 1000개 이상의 티바나 파인 티즈를 열 계획이라고 밝혀 차 전문 매장 전성시대가 올 날이 머지않았음을 예견했다. 최명환 기자

12º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사랑받는다

삼성생명의 ‘생명의 다리’, 메트로 트레인 멜버른(Metro Trains Melbourne)의 ‘멍청하게 죽는 법(Dumb Ways to Die)’, 도브(Dove)의 ‘리얼 뷰티(Real Beauty)’는 2013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에서 주목받은 광고 캠페인이다. 이 밖에 코카콜라, IBM, 네덜란드 장례 보험 회사 델라, 애견 사료 브랜드 페디그리 등 각국의 기업에서 선보인 광고 캠페인을 살펴보면 해당 국가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이나 공공의 편의와 재미를 위한 옥외 광고를 제시했다는 특징을 엿볼 수 있다. 공익광고협의회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복지기관의 광고에서나 볼법한 캠페인을 이젠 기업에서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클라이언트와 광고 회사가 단순히 매출을 올리기 위한 메시지 전달에 올인했던 기존의 광고 캠페인을 넘어,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데 앞장서는 기업에 인지도와 홍보 효과는 물론 매출까지 저절로 따라온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게 됐기 때문이다. 착해 보이는 광고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소비’, ‘의식 있는 소비’로 인식되는 요즘, 브랜드 창업을 준비하는 디자이너라면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브랜드 ‘탐스’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길 바란다. 박은영 기자

13º 이젠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회사다, 광고 대행사의 변신 선언

작년 국내 1위 종합 광고 대행사인 제일기획이 창립 40주년을 맞아 리브랜딩을 단행했다. 단순히 로고만 바꾼 게 아니라 광고 대행사에서 이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회사(creative solution company)’로 도약하겠다는 설명이다. 뜬금없이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회사라니, 말장난 같지만 그 의도는 명확하다. 이제 캠페인 하나를 프로모션하는 단계를 넘어 브랜드라는 커다란 범주 아래 광고, 디자인, 제품부터 전혀 생각지 못한 방법까지 창의적이고 통합적인 해결책을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 이는 이미 외국에서 일반화된 경향이다. 맥킨지 등 전략 컨설팅 회사가 기업 전략과 함께 독점하던 브랜드 전략의 상당 부분은 초대형 광고 대행사에 넘어가고 있다. 더욱이 최근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이 필수가 되면서 경계를 넘나드는 컨버전스가 일상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디지털 광고 대행사인 RGA가 ‘나이키+퓨얼 밴드(NIKE+FuelBand)’라는 ‘제품’을 만든 것. 앞으로 IDEO 같은 디자인 컨설팅 회사와 경쟁하겠다고 선언하는 광고 대행사의 일갈을 듣자니 ‘광고 대행사라면 광고를 잘 만들어야지’ 같은 생각은 시간을 역행하는 행위로 보일 정도다.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이는 브랜드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창의성을 기반으로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최선의 해결책을 내놓는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이란 단어가 무척 매혹적으로 들릴 테니 앞으로 국내 광고 대행사들의 잇따른 변신 여부가 주목된다. 디자이너 또한 늘 관심을 놓지 말기를. 그들이 원하는 인재상에 디자이너는 꼭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종현 기자

14º 이케아 진출, 국내 가구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인가?

2014년은 국내 가구 브랜드 시장의 크나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유통 공룡 이케아가 공식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 이케아의 구체적인 시장 전략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유럽 시장의 전례를 살펴봤을 때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케아는 전 세계 38개국에 330개 이상의 대형 매장을 두고 있으며 2010년의 경우 매출이 무려 231억 유로(한화 약 33조 3000억 원)에 이른다.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지 몰라도 국내 가구 브랜드 입장에서는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 가뜩이나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가구 시장이 이케아 진출과 맞물려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케아의 등장이 국내 가구 디자인 시장을 자극시켜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2014년 이케아의 상륙이 국내 가구 브랜드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명환 기자

15º 심리적 ROI가 넘어갔다, 인하우스 디자이너는 기업의 선택이 아닌 필수

존재감이 강해지고 있다. 브랜드팀, 혹은 디자인팀이란 이름으로 다수의 인원을 꾸려가는데, 아직까진 사내의 디자인 업무나 외부 디자인 에이전시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역할이 주된 임무다. 그러나 모바일 대세의 후폭풍으로 각종 디지털팀이 신설되며 사용자 경험(UX)을 건드릴 수 있는 디자이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역할을 넘어 기업이 직면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푸는 솔루셔너 역할까지 맡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제 ‘디자이너’라는 ‘직종’이 필수 요소로서 고정적인 인건비를 지출할 만한 심리적인 ROI를 충족하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 아닐까. 전종현 기자

16º 디자이너들이여, 동남아 시장을 주목하라

미국의 국제 정세 분석가 조지 프리드먼 (George Friedman)은 중국의 뒤를 이을 신흥 시장인 포스트 차이나 16개국을 선정한 바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이중 절반가량이 동남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 경쟁력 있는 인건비와 천혜의 자연 등으로 무장한 동남아 국가들은 ‘차세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만한 모든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약 20여 년간 연평균 7.2%의 고도 성장을 기록했으며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도 매년 6%대로 성장 중이다. 생산 시장의 성장은 소비 시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였다. CGV, 롯데시네마 등 국내 영화관 브랜드들은 몇 해전부터 동남아 시장 선점을 위해 각축전을 벌였고 카카오와 네이버 라인 역시 지난해부터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국내 브랜드들의 동남아 진출은 한류 열풍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전망.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디자이너라면 동남아 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명환 기자

17º 웹툰도 브랜드 시대!

1990년대 후반 생겨나기 시작한 디지털 만화 플랫폼은 2000년대에 들어 빠른 성장을 거듭했다. 원 소스 멀티 유저의 공식을 착실하게 따르며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고 다양한 캐릭터 상품으로 저변을 확대했다. 만화가 정석연은 지난해 자신의 웹툰<마조앤새디>를 전면에 내세운 카페를 오픈했는데, 오픈 준비 과정을 웹툰 속 소소한 에피소드에 녹여내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휴대 기기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웹툰 시장은 앞으로 더욱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타파스 미디어, 네이버, 대원 CI, 유페이퍼 등 10개 웹툰 관련 업체가 ‘2013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참가해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내 웹툰 시장의 규모는 올해 1500억 원 정도이며 2015년에는 3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성장세를 등에 업은 웹툰들의 브랜드화는 올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최명환 기자

18º 공예 기술을 따르려는 제품 디자인

프리츠 한센(Fritz Hansen)과 덴마크 디자이너 세실리에 만(Cecilie Manz)이 선보인 의자 미너스큘(Minuscule),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Patricia Urquiola)가 디자인한 모로소의 마틸다 (Mathilda) 의자, 카사마니아 (Casamania)에서 선보인 라피아 (Raphia) 의자의 공통점은? 장인 정신을 앞세워 만든 최고 품질의 제품이라는 것이다. 이제 디자인은 구시대적으로 여겼던 수공예, 산업과는 동떨어진 듯한 예술과 소재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상업적 가능성을 찾고 있다. 19세기 중반 가구의 산업화가 시작된 이후 끊임없이 찍혀 나온 레디메이드에 대한 싫증과 더불어 2005년부터 급격히 성장한 아트 퍼니처 시장에 대한 가구 브랜드의 흠모가 최근 이러한 흐름을 만들고 있다. 수공업 시대에 전통적인 가구 제작에 사용한 소재와 기법을 현대 디자인에 과감하게 적용해 사람의 손길이 닿은 듯한 미감을 보여주고 있는 것.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현대 디자인과 전통 공예의 만남’이라는 주제는 이슈가 되어왔지만 브랜드나 지자체 프로모션에 불과할 뿐 아직까지 양산되거나 실용화되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다. 빠르고 저렴하게 소비되는 물건보다 잘 만든 물건을 구입해 오래 사용하는 것이 환경친화적이고 미덕이 되는 추세에 따라 현대 디자인과 공예 기술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만든 물건이 앞으로 주목받게 될 것이다. 박은영 기자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427호(2014.01)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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