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프레리 La Prairie
스위스 메이드! 브랜드 열전
정밀하고 믿을 수 있는 고품질 제품으로 대변되는 스위스 브랜드들은 시장에서의 신뢰도가 국가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럭셔리 워치의 산실부터 본질에 충실해 일상을 아름답게 일구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존재 가치를 입증하고 있는 브랜드들을 모았다.
건축이나 가구는 디자인과 불가분의 관계다. 제품이나 패션에서 디자인의 지분을 떠올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스킨케어 브랜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디자인 신이 있다면, 그 가치를 알고 영리하게 활용할 줄 아는 브랜드에만 은총을 내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스위스 럭셔리 하우스 라프레리가 네덜란드 디자이너 사빈 마르셀리스Sabine Marcelis와 진행한 협업 프로젝트를 주목할 만하다. 스킨 캐비아 럭스 크림 25주년 기념 리뉴얼 출시와 더불어 진행한 이번 프로젝트는 크게 몰입형 경험 공간, 코발트 하우스Cobalt House와 한정판 오브제로 구성되어 있다.
코발트블루를 공간으로 옮기다
그동안 레진, 유리 등 다양한 물성의 소재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온 디자이너는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자신의 실력을 어김없이 발휘했다.(참고로 그는 〈엘르 데코〉가 진행하는 2023 인터내셔널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되기도 했다.) 브랜드의 상징적인 컬러 코발트블루를 공간으로 확장한 듯한 코발트 하우스는 모던한 구조와 신비로운 색상으로 방문객을 인도한다. 동선을 따라 복도 안쪽으로 들어오면 사빈 마르셀리스가 직접 디자인한 크림 컬러의 아늑한 가구를 마주하게 된다.
디자이너는 스킨 캐비아 럭스 크림에서 영감을 받아 코발트 하우스를 디자인했다. 유리 벽은 스킨 캐비아 럭스 크림의 용기를, 가구는 벨벳 제형 크림을 각각 공간화하고 물성화한 것. 라프레리와 사빈 마르셀리스는 리미티드 에디션 오브제도 선보였다. 페이셜 마사지 툴로도 활용할 수 있는 스패출러와 이것을 담은 원형 트레이로 이뤄진 이 오브제에 대해 디자이너는 “형태와 기능의 완벽한 융합”이라고 자평했다.
브랜드 곳곳에 각인된 모더니즘 디자인
사실 라프레리와 사빈 마르셀리스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라프레리는 바우하우스 시절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여성 디자이너의 유산을 기념하고자 바우하우스 여성 아티스트 공동체 프로젝트를 기획했는데 사빈 마르셀리스가 멘토를 맡아 ECAL, 파리 국립 장식 미술학교,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등을 졸업한 5명의 여성 디자이너들과 함께했다. 참고로 이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에게는 독일 바우하우스 데사우 재단에서 진행하는 집중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도 주어졌다. 바우하우스를 비롯한 모더니즘 디자인의 정신은 브랜드 곳곳에 각인되어 있다.
실제로 미니멀하면서도 기능적인 용기 형태는 바우하우스의 미학을 표방하며 브랜드의 시각 요소 역시 얀 치홀트의 뉴 타이포그래피에서 영향을 받았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라프레리는 2017년부터 아트 바젤, 프리즈 등 글로벌 아트 페어와 파트너십을 맺고 마리오 보타Mario Botta, 안철현, 카알라 찬, 마오틱Maotik 등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했다. 또 니키 드 생팔(*)의 회고전을 후원하는 한편 스위스의 대표적 예술 기관 바이엘러 재단과 2년간 파트너십을 통해 협업하는 등 입체적으로 크리에이터들과 조우하고 있다.
(*) 라프레리의 코발트블루 컬러는 니키 드 생팔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라프레리
설립 연도 1931년
창업자 폴 니한스Paul Niehans
CEO 필립 라미Philippe Lamy
웹사이트 laprairi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