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상담 공간, 마음정원
정신 건강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서울시가 1차적인 심리 방역 및 스트레스 해소의 접점으로 기능할 수 있는 상담 공간 ‘마음정원’을 개발했다. 상담 몰입형 디자인을 완비한 공공시설을 통해 상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회복과 변화를 돕겠다는 계획이다.
상담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공간 디자인 가이드
코로나19와 여러 사회적 재난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현대인들의 높은 스트레스 지수는 정신건강의학과 방문 및 심리 상담 수요의 폭증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상담 관련 복지 프로그램의 양은 확대되었지만 상담 공간의 질적 개선은 뒷받침되지 않았다. 마음을 치료하는 시술실이 열악한 조건이라면 회복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공공 상담 서비스는 시민들의 기대치와 가치 인식의 저하로 이어졌고 치료 효과 역시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창문이 아예 없거나 창문을 통해 보이는 풍경이 좋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였으며 불편한 가구, 외부 소음, 불쾌한 냄새 등도 상담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 상담사들이 주의해야 할 기본 원칙은 있지만, 아직 상담 공간 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자료 및 디자인 가이드가 국내에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는 공공시설의 상담 환경을 개선하여 상담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상담 공간 디자인 가이드를 개발했다. 디자인 개발 팀은 내담자의 정신적 이완과 자기 개방을 돕는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 상담 교육, 공간 디자인, 조명, 영상 등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심리 치료에 효과적인 최적의 상담 환경을 구축하고자 했다. 50분간의 상담 시간 동안 공간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주고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불편함 없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눈부심 없는 간접 조명과 필요에 따라 조도를 조정할 수 있는 스폿 조명을 설치했다. 또 심리적 적정 거리를 적용한 가구와 오감을 편안하게 하는 소품을 배치했다. 천장 흡음 패널, 차음 시트 등으로 방음 효과를 높였으며, 상담에 필요한 도구는 사이드 테이블에 수납, 비치해 사용하기 편리하게 정돈했다.
내담자의 심리적 부담을 낮추도록 배려한 공간은 경계심을 풀고 상담사와 치료 관계를 잘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상의 창문 역할을 하는 ‘미디어 윈도’를 설치해 내담자의 취향과 기분에 따라 다섯 가지 테마의 자연 영상과 음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길을 끈다. 보통 우울감이나 불안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답답함을 견디는 역치가 낮아 집중력을 잃기 쉽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자연 풍경은 내담자의 이완을 돕고 상담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간혹 상담에 너무 몰입해 긴장감이 유발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이 디지털 콘텐츠가 적절한 수준에서 긴장을 낮추고 주의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마음정원’은 상담사가 내담자를 환대하는 마음으로 상담을 진행할 수 있고, 상담사로서의 자부심을 높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트라우마협회에서 실시한 뇌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정서 지수는 3.8% 증가, 항스트레스 지수는 좌뇌 13.1%, 우뇌 17.4% 증가했다. 서울시는 첫 사업 대상지로 서울청년센터 강서오랑, 동대문구 가족센터 제2센터, 서울시 어르신 상담센터, 구로구 가족센터에 총 5개소를 설치했으며, 향후 공동 주문 제작 방식을 통해 각 기관별 최소 예산(시공 단가 약 3000만 원 이하)으로 확산시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