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산스의 억울함을 풀어주소서

디자이너가 경멸하는 서체로 둘째라면 서러운 코믹 산스가 최근 재평가 받고 있다. 한 자선 단체가 미처 몰랐던 이 서체의 쓸모를 새롭게 조망했다.

코믹 산스의 억울함을 풀어주소서

국문에 굴림체가 있다면 영문에 코믹 산스가 있다? 탄생 배경은 다르지만 서체를 대하는 디자이너들의 태도가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1994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타이포그래피 엔지니어 빈센트 코네어Vincent Connare가 제작한 코믹 산스는 공개 초반 핸드라이팅을 연상시키는 자연스러운 인상으로 문서나 각종 간판에 활용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다소 유치해 보인다는 점, 레이아웃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 등으로 디자이너가 경멸하는 글꼴로 꼽히게 됐다. 그런데 최근 놀라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믹 산스가 난독증 환자의 판독성에 용이하다는 것. 불규칙한 조형이 오히려 글자를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 점에 주목한 자선 단체 ‘난독증 스코틀랜드(Dislexia Scotland)’는 디자이너들이 보는 곳 어디에서나 코믹 산스가 등장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은 D&AD 어워즈 2023에서 ‘펜슬 인 아트 디렉션Pencil in Art Direction’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디자이너들이 마지못해 코믹 산스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고 난독증 친화적인 글꼴을 완성하는 촉매제가 될 단초를 제공하고자 했다는 게 프로젝트의 발단이다. D&AD 어워즈 2023의 아트 디렉션 심사위원이자 타틸 디자인Tátil Design의 CCO인 리카르도 베제라Ricardo Bezerra는 “코믹 산스가 난독증이 있는 이에게 완벽한 글꼴은 아니다. 다만 디자이너들이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이끌며 더 포괄적인 서체를 만들도록 유도했다”라며 캠페인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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