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영 디자이너] 디자이너 장승태
디자인플러스는 올해 11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하 SDF)에 참가하는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23년간 1000여 명의 신진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SDF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은 명실상부 디자이너의 등용문이다. 디자인플러스는 내일의 주인공이 될 이들을 소개한다.
![[2025 영 디자이너] 디자이너 장승태 1 20251106 083244](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20251106_083244-832x1248.jpg)
올해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에 참여한 계기가 무엇인가?
래핑 작업을 통해 ‘사물을 모호하게 드러내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디자인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동안 기능이 다한 사물을 감싸며 익숙한 것 사이에서 새로운 인식의 틈을 만들어왔다. 이번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은 이러한 실험을 공적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래핑이라는 행위가 단순한 조형 기법을 넘어, 시대의 시선과 감각을 전환시키는 매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참여했다.
작업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별도의 스튜디오를 운영하기보다 현장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개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사물이 버려지고 남겨지는 자리, 골목, 시장, 공터 등이 바로 내가 작업하는 장소다. 그곳에서 기능을 다한 사물을 수집하고, ‘래핑’이라는 행위를 통해 다시 바라보는 과정을 이어간다. 내 작업의 근간은 ‘사물과 마주하는 태도’에 있고, 모든 시작점은 언제나 사물 그 자체다.
![[2025 영 디자이너] 디자이너 장승태 2 blue chair real](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blue-chair-real-832x1177.jpg)
본인의 작업을 정의하는 키워드는?
포장(Wrapping), 모호함, 중첩 그리고 전환. 래핑은 단순히 표면을 덮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다시 인식하게 만드는 언어다. 감싸는 행위를 통해 형태는 흐릿해지고 기능은 전환되며 사물은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선 존재로 거듭난다. 그 모호함의 순간에 우리는 익숙했던 것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작업에 주로 사용하는 재료가 있다면?
래핑 작업에는 비닐과 FRP를 사용한다. 비닐은 감싸는 과정에서 사물의 형태를 은근히 드러내며 ‘숨김과 드러냄’의 경계를 형성하고, FRP는 그 위를 단단히 고정시켜 일시적인 행위를 영구적인 형태로 전환시킨다. 이 두 재료가 만나면 사물은 ‘시간이 응고된 표면’이 된다. 이 재료적 긴장을 통해 존재의 경계를 시각화하고자 한다.
작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사물의 본질은 형태가 아니라 시선에 있다는 것. 무언가를 감싼다는 것은 지우는 행위가 아니라, 다르게 보이게 하는 행위다. 래핑은 일상의 잔여물을 예술로 전환시키는 가장 최소한의 개입이며, 이를 통해 사물의 가치와 존재를 다시 사유하게 한다. 결국 내 작업은 ‘보이지 않던 것에 다시 시선을 돌리게 하는 예술’을 지향한다.
![[2025 영 디자이너] 디자이너 장승태 3 pintv](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pintv-832x1177.jpg)
![[2025 영 디자이너] 디자이너 장승태 4 pintv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pintv1-832x1177.jpg)
이번 전시에서 관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하고자 하는가?
그간 수집한 도시의 파편을 묶어 의자처럼 구성한 작업과 주인 없는 의자를 래핑한 작업을 선보인다. 서울 곳곳에서 버려진 의자와 사물을 수집해, 그것을 감싸고 다시 머물 수 있는 자리에 놓았다. 관객이 그 위에 앉을 때 감싸진 표면의 매끄러움 속에서 사물의 숨결과 시간이 미묘하게 전해진다. 래핑된 표면은 매끄럽지만, 그 아래엔 수많은 손의 흔적과 시간의 층이 숨어 있다.
향후 계획과 탐구하고자 하는 과제가 있다면?
서울이라는 도시와 그 안의 공공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서울은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이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이야기와 사람들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다. 래핑을 통해 도시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아래에 숨은 기억과 정서적 층위를 드러내고자 한다. 공공예술의 맥락 안에서 버려진 의자나 도시의 잔여물 같은 사물을 감싸며 사람들이 머물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이는 단순한 설치를 넘어 도시 속에서 관계를 회복시키고 ‘공공’이라는 개념을 감각적으로 다시 정의하려는 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