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앰버서더] 2025 스쿨쇼 리뷰 – 홍익대학교 회화과

[2025 스쿨쇼 리뷰]는 전국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지난 시간의 탐구와 실험을 하나의 결과물로 응축해 선보이는 무대다. 각 대학과 전공별로 서로 다른 문제의식과 접근 방식이 모여, 오늘의 디자인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미래를 상상하는지 보여준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며, 그들이 펼쳐갈 시작점을 함께 살펴본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몇 개의 프로젝트를 골라 소개한다.

[D+ 앰버서더] 2025 스쿨쇼 리뷰 – 홍익대학교 회화과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전시 <Connect The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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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4일부터 29일까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의 2025 졸업 전시 <Connect The Notes>가 열렸다. 총 67인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각자의 작업을 하나의 ‘음표’로 바라보며 그 음표들이 서로 닿아 새로운 선율을 이루는 순간에 주목한다. 작가들은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조율해 만든 고유한 리듬을 펼쳐 보이며, 서로 다른 선율들이 겹치고 이어지며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어내는 인상을 전한다. 전시는 문헌관 4층 현대미술관, 홍문관 2층 다목적실, F동 3층에서 진행되었으며, 방문객은 공간마다 다른 울림을 지닌 작품들을 거닐며 ‘연결된 음표들’의 풍경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앰버서더 Pick 5

겹침의 문법: 점·선·원의 확장

작가 정예원
전공 회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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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_Syntax of Forms no.7, 2025, 광목에 아크릴, 162.2 x 130.3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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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변화, Syntax of Forms no.1, 2025, 광목에 아크릴, 원형스티커, 116.8 x 80.3 cm

알, 가시, 햇살 등에서 떠오른 이미지를 바탕으로 점·선·원 같은 기하학적 요소를 결합해 구축한 정예원 작가의 드로잉적 회화 작품이다.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제목에서 연상된 ‘굴러가는’ 움직임처럼, 단어가 환기한 개별적 형상들이 서로 겹치고 맞물리는 과정 속에서 조형 요소가 확장되며 지금의 화면으로 이어졌다. 작가는 원을 반복·나열·병치해 구조를 만들고, 미색 천을 씌운 사각 프레임 위에 흑연으로 선을 긋고 붓질로 두께를 더하며 화면의 층위를 구축했다.

조각난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기억의 서사

작가 한혜린
전공 회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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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T: 인생 게임, 2025, 나무, 알루미늄에 혼합 재료, 180 x 318.5 x 61cm.
RESET: The Game of Life, 2025, Mixed media on wood, aluminum, 180 x 318.5 x 61 cm.
20251204 100151
Puppet Puzzle, 2025, 자석 판넬에 혼합재료, 81.7 x 119 x 4.7 cm.
Puppet Puzzle, 2025, Mixed media on magnetic panel, 81.7 x 119 x 4.7 cm.

한혜린 작가는 그림책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한혜린 작가는 서사의 고유한 특성을 전면에 드러내거나 뒤집는 방식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동화책처럼 상징적 동식물과 사물로 이루어진 연속적 이미지 조각들은 삶의 한순간을 은유하며 다양한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은 고정된 이야기를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을 마주한 개개인의 해석과 상상에 따라 서사가 엮이고, 매번 새로운 기억으로 재탄생하는 열린 구조를 갖는다. 이러한 점에서 관객 참여를 통해 계속해서 갱신되는 ‘움직이는 서사’라는 특징이 인상적이다.

파편의 합창을 그리다

작가 정들돌
전공 회화과

정들돌 작가는 종이와 석고 같은 연약한 재료를 층층이 쌓아 조각적 평면을 만들고, 그 위에 파편적 형상과 외국어, 시적 문장을 겹쳐 벽화를 구성한다. 전시에 선보인 작업은 완전히 해석되지 않는 조각들이 어긋나며 만들어낸 불협의 화면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이 어긋남을 통해 불완전한 삶이 지닌 잠재력을 탐구하며, 모순과 균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드러낸다. 문자 조각과 누더기 같은 종이벽은 소통을 흉내 내면서도 제도적 언어를 살짝 비틀어 무력화하는 장치처럼 작동한다. 그 틈에서 겹쳐지는 작은 웅얼거림들은 하나의 합창처럼 화면 위에 남는다.

응고된 감정의 형태

작가 차수빈
전공 회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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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맨 손길, 2025, 혼합재료,156 x 230 x 6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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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 2025, 혼합재료, 65 x 150 cm.
Cocoon, 2025, Mixed Media, 65 x 150 cm.

차수빈 작가는 회화·입체·미디어를 넘나들며 감정이 형체로 응집되는 순간을 탐구한다. 이번에 선보인 작업은 인간의 뿌리를 더듬듯 발견한 정서를 흔적과 결로 드러내며, 감정이 머물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익숙한 도상을 벗어나 무형의 감정에 형태를 부여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정(情)’이라는 본질적 감정을 응고된 형상으로 구현하고, 그 안에서 다시 호흡하는 기억과 온기의 흔적을 포착한다. 화면 속 낯설지만 인간적인 형태들은 불완전함 속에서 피어나는 연결과 회복의 감정을 조용하게 드러내며, 감정의 근원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섬세하게 전한다.

전통 상징을 해체하는 장식적 실험

작가 고가
전공 회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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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racked_2, 2023, 종이에 아크릴, 80*40cm

고가 작가는 신화, 종교, 고전 문양 등 전통적 상징체계를 해체하고 이를 다시 조합하는 방식으로 ‘장식성’의 현대적 의미를 탐구한다. 전시에 선보인 작업은 파편화된 이미지와 고포화 색채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강렬한 화면이 인상적이다. 작가는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의 시각 요소를 한 화면에 병치해 시간성과 공간성이 뒤얽힌 혼종적 미감을 드러낸다. 이러한 충돌과 재조합은 장식 요소가 단순한 장식 그 자체를 넘어 독립적인 조형 가치와 표현력을 지닌다는 점을 보여준다. 작품은 고전 장식 미학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번역한 실험으로, 장식이라는 형식이 지닌 잠재적 힘을 새롭게 조명한다.

Information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전시
장소
문헌관 4층 현대미술관, 홍문관 2층 다목적실, F동 3층
기간 2025년 11월 24일 – 11월 29일
웹사이트 |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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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D+ 앰버서더 최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