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인 삶이 과연 정답일까?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빠르게 출력되고, 이내 쉽게 버려지는 3D 프린터의 산물들을 보며 나는 이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해야 이 결과물들이 계속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해답은 내 어린 시절의 낙관적인 경험에 있었다.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던 또래 친구들은 계획 하나가 어긋날 때마다 크게 좌절했다.
반면 나는 물 흐르듯 무계획적으로 살았기에, 한 곳이 막히면 다른 곳으로 자유롭게 흘러갔다.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하다 보니, 과거의 파편적인 행동들이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기도 했다.
무계획이 만든 극도의 유동성이 오히려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나는 이 유동적인 삶의 태도를 모듈에 담았다.
다음 형태를 섣불리 예측하거나 규정하지 않으면서도, 어디에나 조립될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형태.
그렇게 3D 프린팅에 용이하면서도 사각면을 품은 삼각 형태의 모듈이 탄생했다.
사용자는 이 모듈로 상황에 맞춰 원하는 것을 만들고, 지루해지면 언제든 해체해 새로운 형태로 바꿀 수 있다.
처음부터 특정한 목적을 비워낸 이 '무지성'이야말로,
빠르게 소비되는 3D 프린팅 생태계 속에서 가장 오랫동안 진화하며 살아남을 새로운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