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에서 찍은 인물 사진 속 눈동자에 사진사가 비치듯, 유리창 너머 도시 야경에 촬영자의 실루엣이 스며들듯, 청사진(Blueprint)은 디자인하는 주체의 내면이 비쳐든 반사면이자 우리 존재가 남긴 사고의 궤적이며 의도와 흔들림, 미완성과 가능성, 실루엣과 실체가 공존하는 자기 투영의 풍경이다. 동시에 그것은 설계의 시작점으로서 급변하는 세계의 흐름 속에 막연한 상상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감각한 것들을 구체화하고 주체적으로 세계에 선을 긋는 실천의 행위이다. 이 시대가 직면한 상황에 스스로 질문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유의미한 기준을 설정하는 설계적 실천. 그 질문의 좌표를 시각화한 결과가 바로 ‘청사진’이다.

제25회 국민대학교 공간디자인학과 졸업전시는 단순한 흔적의 나열이나 과정의 회고가 아닌, 29인의 예비 디자이너가 감각하고 사고한 것들을 구조화하고 기록하며 뚜렷한 형태로 명명해낸 설계적 선언의 총합이다. 이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구조의 도식이자,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남기는 가장 구체적인 응답이기도 하다.

“BLUEPRINT : PLAN IT.”

우리가 남기는 청사진은 그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휩쓸린 사고의 흔적이 아니라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능동적으로 만들어낸 계획이며, 생생한 기록이다. 우리는 무엇을 그리고, 어떤 공간을 꿈꾸며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어떻게 세상에 비추어 내고 있는가? 당신의 청사진에는 어떤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