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의 독특한 리노베이션

루이비통이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를 새롭게 단장하며 예술, 문화, 미식이 조화를 이루는 임시 매장과 인증샷을 부르는 공사장 가림막을 만들었다.

루이비통의 독특한 리노베이션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뉴욕 맨해튼의 5번 애비뉴에 자리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1980년에 첫 문을 연 이 매장은 대규모 리뉴얼을 통해 매장 규모가 두 배로 확대될 예정이다. 공사 기간 동안에는 맞은편 57번가에 임시 매장이 운영된다. 이 임시 매장은 미국 내 루이비통 매장 중 가장 큰 규모로 운영되며 루이비통과 뉴욕 사이의 오랜 관계를 기념하는 동시에 럭셔리, 문화, 미식을 아우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임시 매장의 범상치 않은 공간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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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lvmh.com

입구에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거대한 기린과 타조 조각상은 마치 갤러리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클래식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아르데코 양식의 외관을 가진 5층 건물의 내부는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로 꾸며져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밝은 크림색과 갈색 계열의 화사하고 따뜻한 색감,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고급스러운 예술품들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올해 3월에 방콕에서 문을 연 LV 더 플레이스 방콕(LV The Place Bankok)에서 환상적인 전시를 구성해 화제를 모았던 세계적인 건축회사 OMA와 천재 건축가 시게마츠 쇼헤이(Shigematsu Shohei)가 협업한 결과물이 아트리움을 채우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루이비통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해 브랜드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브랜드의 전통적인 트렁크 라인 중 하나인 쿠리에 로진 90(Courrier Lozine 90)이 천장까지 설치되었으며, 현재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키폴(Keepall)과 스피디(Speedy) 백을 통해 현대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가 강조되고 있다. 총 4개로 완성된 작품들은 루이비통의 역사 및 현재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게 해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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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lvmh.com

​이 매장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곳은 4층에 위치한 ‘르 카페 루이비통(Le Café Louis Vuitton)’이다. 카페 겸 도서관으로 설계된 이 공간에는 편집자 이안 루나(Ian Luna)가 뉴욕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큐레이션 한 600여 권의 도서를 포함하고 있다. 덕분에 우아한 창의성이 돋보이는 카페 공간에 지적 호기심을 더한다.

카페 내에서는 루이비통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미식 경험을 선사해 온 미슐랭 스타 셰프 아르노 동켈(Arnaud Donckele)과 파티시에 막심 프레데릭(Maxime Frédéric)의 지휘 아래에서 셰프 크리스토프 벨랑카(Christophe Bellanca)와 마리 조르주(Marie George)가 독창적인 ‘럭셔리 스낵’의 개념을 선보인다. 이어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Le Chocolat Maxime Frédéric)’ 코너에서는 핸드 메이드 스페셜티 초콜릿을 포함한 다채로운 디저트 컬렉션이 선보이며 디저트 애호가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단순히 브랜드의 제품만 전시 및 판매하는 것이 아닌, 예술, 문화, 미식이 조화를 이루는 이 임시 매장은 루이비통의 세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경험할 수 있게 만드는 공간으로 뉴욕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쉽게도 플래그십 매장의 개조 공사가 완료되면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한다.

루이비통 트렁크가 된 공사장 가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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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eu.louisvuitton.com

다채로운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임시 매장만큼이나 리노베이션 공사에 들어간 플래그십 매장의 모습 또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아니, 오히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에 사람들이 더 열광하는 모양새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Louis Vuitton New York’을 검색하면 바로 플래그십 매장의 현재 모습을 배경으로 인증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이렇게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에 열광하는 이유는, 공사장의 가림막이 루이비통의 트렁크로 꾸며졌기 때문이다.

건물이 공사에 들어가면 일반적으로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임시적으로 설치하는 가설물인 비계가 세워지고, 그 위에 가림막이 설치되어 지저분해 보이는 공사 현장을 가리기 마련이다. 효율적인 방법이지만 몇 개월, 몇 년 동안 이루어지는 공사 기간을 생각하면 가림막으로 채워지는 공간이 아쉽다. 그래서 루이비통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크기의 트렁크 6개가 쌓인 모습을 연출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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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nypost.com

이 트렁크에는 브랜드의 상징적인 소재 중 하나가 쓰여 화제가 되었다. 1858년 기차 수하물 칸에 쉽게 쌓을 수 있도록 평평한 직사각형 트렁크를 만든 브랜드의 설립자는 소재에도 혁신적인 기술을 더했고, 그 결과 ‘그레이 트리아농 캔버스(Grey Trianon canvas)’라는 소재가 탄생하게 된다. 이는 방수 처리한 캔버스 재질로 트렁크의 무게를 줄이면서도 내구성이 높아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루이비통 초기 트렁크 디자인에 대표적인 소재를 더해 브랜드의 역사적인 유산을 드러내고 있는 외관은 밤이 되면 더욱 빛을 발한다. 트렁크 모서리마다 설치된 조명이 이를 환하게 비추기 때문이다.

​공사 가림막을 더욱 ‘트렁크처럼 보이게’ 만드는 요소도 화제가 되고 있다. 2m 높이의 트렁크 모서리는 크롬 도금 강철로 용접되었으며 검은색과 갈색 띠가 더해졌다. 길이 12m의 검은색 손잡이는 무게가 자그마치 2,267kg에 달한다. 18개의 걸쇠와 잠금장치, 840개의 강철 리벳(Rivet, 철판 고정용 금속 핀)이 더해져 섬세한 디테일을 자랑한다. 이는 실제 루이비통 트렁크를 기반으로 한 3D 렌더링을 통해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진짜 거인이 들 것만 같은 이 거대한 가림막을 완성하기 위해 총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루이비통은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공사 시설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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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flickr.com

루이비통이 공사 가림막을 활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처음 가림막이 트렁크로 변신했던 것은 2005년,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의 루이비통 매장이 리노베이션 공사에 들어가게 되면서였다. 건물의 3,4층을 가릴 정도로 크게 확대된 트렁크는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을 만큼 혁신적이었다. 공사 중임에도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고, 이후 공사 가림막은 본래 역할에서 새로운 홍보의 장으로서, 예술을 펼쳐 보이는 자리로서 역할을 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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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x.com/Louis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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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sortiraparis.com

작년에 파리 샹젤리제의 디올 매장이 루이비통 최초의 호텔로 전환되기 위해 공사가 진행될 때도 어김없이 거대한 트렁크가 등장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본격적으로 호텔 사업을 확장하려는 LVMH의 계획의 일환이자 뉴욕 플래그십 매장의 리노베이션을 위한 티저라고 볼 수 있었다. 샹젤리제를 대표하는 건물 중 하나로 꼽혔던 디올의 플래그십 매장이 모노그램이 새겨진 흰색의 트렁크로 덮이자, 사람들은 건물의 변신에 열광하며 루이비통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호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거대한 트렁크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이 항상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작년에 설치된 트렁크는 파리 녹색당으로부터 합법성에 이의를 제기당하기도 했다. 녹색당은 건물의 광고가 외관 면적의 50% 이상을 차지할 수 없다고 규정한 프랑스 광고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건물의 50%를 넘어, 지붕까지 확장된 트렁크 가림막은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위법인 상황이었다. 논란 속에서 파리 시의회는 루이비통의 설치물은 광고가 아니라 ‘예술적인 설치물’이라고 판단했고, 트렁크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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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plendi.com

루이비통은 공사 가림막을 통해 일상 속에서 예술과 브랜드를 융합하는 독창적인 시도를 선보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명품 브랜드 특유의 장인 정신과 디자인 철학이 어우러진 섬세한 디테일은 보는 이들에게 깊은 예술적 감동을 전한다. 이는 단순히 시설물을 가리는 역할을 넘어, 도시 풍경을 새롭게 해석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가림막이 설치된 공간이 자연스럽게 관광 명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브랜드의 사회적 영향력을 한층 확장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는 브랜드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사회와 도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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