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쿠마 켄고가 디자인한 크리스마스 트리
지속가능하고 영원한 크리스마스 트리
건축가가 디자인한 크리스마스트리는 어떤 모습일까? 최소한의 선과 곡선만으로 미니멀하게 디자인된 트리 2종이 도쿄 에디션(The Tokyo Edition) 두 지점에서 12월 한 달 동안 전시된다.
건축 디자이너 쿠마 켄고가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디자인했다. 쿠마 자신이 디자인한 일본 호텔 브랜드 도쿄 에디션(The Tokyo Edition) 두 지점의 로비를 12월 약 한 달 동안 장식할 트리들이다.
두 개의 트리는 모두 나무로 만들었으며, 최소한의 선과 곡선만으로 미니멀하게 디자인되었다. 또 둘 모두 작은 나무 조각들을 쌓아올려 크리스마스 트리의 형태로 만들었다. 두 트리 모두 연말 시즌이 끝나면 해체하여 가구로 만들 예정이다.
트리의 이름은 ‘코모레비(komorebi)’와 ‘기구미(kigumi)’다. ‘코모레비’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일컫는 일본어 단어이며, ‘기구미’는 접합부에 못이나 경첩 같은 연결용 자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나무와 나무를 서로 끼워 맞춰 짜는 일본 공법의 이름이다.
쿠마 켄고는 크리스마스 트리 디자인에, 각 호텔이 자리한 도쿄의 토라노몬과 긴자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했다고 설명한다.
쿠마는 긴자에 대해, “최첨단 기술과 일본 전통 문화가 얽힌 지역”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여러 나무 조각이 엮여 짜이는 기구미 공법의 콘셉트와 연결된다. 쿠마는 긴자 지점의 로비가 상자와 같은 모습인 데서 착안하여, ‘기구미’가 보석함 한가운데 들어있는 보석처럼 보이도록 배치했다.
‘기구미’에는 참나무, 기후산 목련나무, 홋카이도 단풍나무, 일본 호두나무, 북미 호두나무 등 전부 6종의 나무가 사용됐다. 쿠마는 각 나무 종들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도록 설계했다고 말한다. 여러 수종을 사용한 데는 숲의 순환과 성장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나무 조각들 일부는 목재 본래의 색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는 은색과 청동색의 메탈릭한 컬러로 칠해졌다. 이를 통해 원재료의 매력을 극대화하면서도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지게 했다.
쿠마는 토라노몬에 대해서는 주변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며, “끊임 없이 진화하는 젊은 지역”이라고 말한다. 토라노몬 지점의 31층 로비는 층고가 높아 종일 길게 햇빛이 들이비친다. 쿠마는 이를 활용하여, 마치 ‘코모레비’처럼 햇살이 크리스마스 트리의 구조 곳곳을 빠져나가며 독특한 그림자를 만들도록 했다. 시간이 지나며 움직이는 햇빛은 원의 선 안과 밖에 모였다가 또 다른 형태로 퍼져나간다. 일부 원들은 나무나 거울 원반으로 채워져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빛을 반사한다. 밤이면 부드러운 조명이 다른 각도에서 트리를 비추며 나무 본연의 색을 강조한다.
원형 구조물이 여러 개 필요한 만큼, ‘코모레비’ 제작 과정에서는 버려지는 자투리 목재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었다. 쓰레기의 양을 최소화하기 위해 쿠마는 휘어진 목재 등 활용도가 낮은 나무 조각들을 찾아 활용했다. ‘코모레비’ 역시 ‘기구미’처럼 다양한 5종의 나무를 사용해 만들었다.
호텔 측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나면 트리를 해체하여 가구로 재활용할 계획이다. ‘기구미’와 ‘코모레비’는 각각 여러 개의 개성 있는 원형 테이블로 변신한다. 트리 제작과 가구 제작은 일본의 유명 가구업체인 가리모쿠가 맡았다. 1960년대에 자체 목재 가구 라인을 처음 출시한 가리모쿠는 목재 생산 지역인 아이치 현에 본사를 둔 대표적인 목재 가구 제조업체다. 쿠마는 가리모쿠가 작고 얇은 조각으로 높은 강도를 구현할 수 있는 장인의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호텔 측은 전시 후 트리를 해체해 만들 가구들을 온라인에서 경매로 판매할 계획이다. 수익금의 일부를 중증 어린이 환자를 돕는 메이크어위시 재단에 기부한다고 한다.
쿠마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들어선 기간 동안 호텔의 로비가 정원이나 광장과 같은 야외 공간이 되어, 지나는 사람들이 이 트리를 명소 삼아 쉬어가는 장소로 만들고자 했다. 그는 또 사람들이 트리를 보고 나무가 우리의 삶에 필수적이라는 것과, 자연의 순환에 대해서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한다. 쿠마는 도쿄 에디션 호텔 역시 목재를 지배적으로 사용하여 설계한 바 있다.
호텔 측은 “지속가능하고 영원한 크리스마스 트리”인 ‘기구미’와 ‘코모레비’가 호텔 직원들과 고객들로 하여금 크리스마스를 의미 있고 친환경적으로 기념할 수 있게 해준다고 소개한다.
쿠마 켄고가 디자인한 크리스마스 트리들은 도쿄 에디션 호텔 긴자 지점과 토라노몬 지점에서 각각 12월 25일, 12월 26일까지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