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라파예트의 130번째 크리스마스

연말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로 주요 백화점마다 선보이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뽑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는 한 세기가 넘도록 매해 새로운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이며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해 왔다.

갤러리 라파예트의 130번째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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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leries Lafayette

2024년은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이 개관 130주년을 맞이하는 특별한 해다. 매해 새로운 아티스틱 디렉터를 임명해 매장 중앙의 대형 트리와 윈도우 디스플레이 디자인을 진행해 왔는데 올해는 파리 올림픽 폐막식 메인 금빛 의상을 제작한 디자이너 케빈 제르마니에Kevin Germanier에게 그 자리가 맡겨졌다. 스위스 출신으로 2018년 센트럴 세인트 마틴을 졸업한 케빈 제르마니에는 LVMH 프라이즈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며 레이디 가가, 테일러 스위프트, 한국 뮤지션 중에서는 선미, 에스파 등 유명 뮤지션들이 찾는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그의 디자인 키워드는 ‘지속 가능성’으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컨셉을 최대한 아름답고 여성스러우며 섹시하게 표현하는 게 특징이다. 옷에 쓰이는 원단과 비즈는 모두 버려지거나 업사이클링을 한 것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 중이다. 그는 이번 트리와 윈도우 장식 외에도 포스터 캠페인에 사용된 기념비적인 의상 ‘크리스마스의 별The Star of Christmas’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은빛 스팽글과 홀로그램 별 모양이 수놓은 반짝이는 미래지향적 의상은 핸드메이드 자수와 업사이클링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캠페인에서뿐만 아니라 갤러리 라파예트에서 실물을 전시 중이기도 하니 백화점을 방문한다면 직접 의상을 가까이에서 살펴보자.

한 달이 좀 넘는 연말 기간 동안 최고의 화려함을 뽐내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위해 갤러리 라파예트는 일 년 전 미리 비밀리에 아티스틱 디렉터를 임명한다. 현재 2025년 크리스마스 장식을 담당할 디자이너 또한 정해졌지만 외부에 알려지진 않은 상태. 매해 선정된 디자이너들은 이 제안에 대해 모두 들뜬 목소리로 감사를 표해왔다. 유럽인, 특히 프랑스인들에게 이곳은 유년 시절의 추억이 담긴 장소이기 때문이다. 케빈 제르마니에 역시 이번 협업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매우 특별하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는 어릴 적 크리스마스 윈도우 장식을 구경하러 부모님과 파리를 방문했던 추억 때문이라고 한다. “가족이 생각나면서 감성적이 될 수밖에 없어요. 윈도우를 보기 위해 선물처럼 파리행 여행을 제안하신 부모님, 그리고 그곳에서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저와 갤러리 라파예트와의 인연은 이미 오래전부터 생성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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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윈도우 © Galeries Lafayette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의 윈도우 디스플레이는 사람들의 기대감이 높아요.
특히 올해 우리는 130년의 역사를 가장 멋지게 표현하겠다는 시민과 무언의 약속을 지켜야 했죠.
압박으로 느껴질 만큼의 열정이 여기 표현됐어요.”

베누아 로마이에, 갤러리 라파예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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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윈도우 © Galeries Lafayette

윈도우 장식 구경을 마쳤다면 이제 실내로 들어가보자. 매장 중앙에 자리한 상징적인 쿠폴(돔) 아래의 대형 트리는 감탄사를 절로 나오게 한다. 갤러리 라파예트의 대형 트리는 백화점의 얼굴이자 연말 장식에 대한 프랑스인의 열정의 역사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장을 가득 채우는 비현실적인 크기는 크리스마스의 마법을 느끼게 한다. 130번째 트리 역시 전통과 현대를 잇는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1950년대 꾸며졌던 윈도우 장식과 최근 복원이 완료된 비잔틴Byzantine 양식의 파사드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트리는 고풍스러운 디자인과 달리 의외로 초현대적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는 게 특징이다. 100프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2만 개의 전구가 사용되었는데 이 기술 덕에 방문객들은 30분마다 한 번씩 벌어지는 생동감 넘치는 사운드와 함께하는 라이트 쇼를 경험할 수 있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샹들리에를 보는 느낌이다. 트리 꼭대기에는 케빈 제르마니에의 의상 디자인과 연결고리가 형성되는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는데, 드레스에서 영감을 받은 광섬유 불꽃 장식이 전통적인 별 모양을 대신해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를 살려 현대적으로 적용된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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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다리 포토존 © Galeries Lafayette

매장을 한 층 한 층 올라가면서 트리를 바라보는 즐거움은 마지막 층에서 가장 고조된다. 투명 다리 위를 걸어가 트리의 광섬유 별 장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매장 내부에서는 크리스마스 관련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이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장난감 스토어인 파오 슈와츠FAO Schwarz가 갤러리 라파예트 파리 오스만 6층에 입점해 아이와 어른 모두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순간을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식품관에서는 크리스마스에만 판매되는 부쉬 드 노엘Bûch de Noël을 유명 파티스리 브랜드별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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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tter and Shape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2024년 3월 파리에 새롭게 등장한 패셔너블한 디자인 페어 ‘매터 앤 쉐이프Matter and Shape’ 팝업을 찾아가봐도 좋다. 3월 패션 위크 기간 동안 튈르리 정원에서 열리는 신진 디자인 박람회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11월 13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열리는 팝업에서 오늘날 가장 현대적인 디자인, 공예, 예술품을 만나보자. 크리스마스 장식은 12월 31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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