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37년 만에 그룹의 글로벌 헤드쿼터를 리뉴얼했다. 한국 건축의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LG트윈타워의 건축적 정체성을 되살리고 현대화했다.
LG트윈타워의 계승과 발전
남산 힐튼 호텔의 철거 발표와 관련해 최근 건축계에서 헤리티지 건물의 보존 필요성에 대한 담론이 활발한 가운데 근대 건축을 사려 깊게 보존하면서 오늘날의 사용성을 확보한 반가운 사례가 있다. 국제 양식(international style) 건축의 대명사인 미국의 SOM(Skidmore, Owings & Merrill)사가 한국적 디자인을 녹인 독특한 설계로 1987년 여의도에 준공 이후 최근 공용 공간 리뉴얼을 마친 LG트윈타워다. LG는 37년 만에 그룹의 글로벌 헤드쿼터를 리뉴얼하며 한국 건축의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이 건물의 독자적인 건축적 정체성을 되살리고 현대화했다.
LG트윈타워는 6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34개 층의 업무용 타워 두 개와 중앙 아트리움으로 구성된다. 1980년대 초, 최초 설계 시 SOM은 외부 경관을 끌어들이는 한옥의 차경 개념과 레이어된 격자 구조, 빛, 투명성 등 한국 전통 건축의 특징에서 착안한 원칙을 제시했다. 이러한 디자인 원칙은 건물 골조의 기본 그리드와 4층 높이의 유리 아트리움의 면 분할 패턴을 포함한 외부 디자인뿐 아니라 인테리어에도 녹아들었다. 아트리움 내부의 벽, 바닥, 천장에 적용한 패턴과 격자는 문창살을 떠올리게 하는 한편 3차원 공간을 조직하는 명확한 틀을 제공했다.
LG는 다시 한번 SOM사와 손잡고 약 2년에 걸쳐 로비, 아트리움 등 공용 공간을 리뉴얼했다. 동선과 개방감, 채광을 개선하는 대규모 구조 변경을 진행했지만 골조와 바닥, 벽체, 집기 등과 설계 당시부터 이 건물 곳곳에 녹아 있던 문창살, 차경, 청사초롱, 꽃담, 화계 등 한국적 디자인 헤리티지는 그대로 보존했다. 원작의 이러한 디자인 요소를 살리는 한편 새로 조성하는 요소도 기존 전통 문양과 조화를 이루도록 구현했다.
11월부터는 LG트윈타워 곳곳에 숨어 있는 한국적 디자인 모티브와 이를 계승해 발전시킨 현재의 모습을 알리는 특별전 〈계승과 변화(Tradition & Transformation)〉를 진행 중이다. 이 특별전은 건물에 적용된 패턴을 그래픽 디자인 형태로 한눈에 보기 쉽게 소개하고, 건물 내·외부를 돌며 각 요소를 직접 찾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문창살 패턴은 LG트윈타워 중앙 아트리움의 유리 벽체와 천장, 골조 및 곳곳의 바닥 타일 장식에서, 꽃담은 LG트윈타워를 감싸고 있는 담장에서, 화계는 동관 외부의 계단식 화단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초 설계 당시의 도면과 손으로 그린 공간 디자인 드로잉 등 1980년대 사료도 함께 전시해 재미를 더하고, 역사적 오리지널리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꽃담의 타일 장식이 아트리움의 형태에도 반영되었듯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LG트윈타워를 다시 보게 한다. 전시는 LG트윈타워 동-서관 2층을 잇는 트윈 브릿지(Twin Bridge)에서 볼 수 있다. 리뉴얼을 통해 새로 조성한 트윈 브릿지는 LG트윈타워의 동-서관 시설을 연결하는 편리한 동선이자 헤리티지와 변화를 잇는 공간 콘텐츠를 품은 가교이기도 하다. 사옥 건물이지만 일반 관람객이 방문할 수 있는 공용 공간에 전시를 조성한 것 또한 반가운 일이다. 향후 한국 근현대 건축에 관한 담론의 확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LG트윈타워는 LG그룹의 상징적인 건물인 동시에 한국 건축사에서 의미 있는 헤리티지다. 공간도 브랜드 경험의 일부인 만큼 구성원들이 LG트윈타워의 독자적 헤리티지를 즐거운 방식으로 재발견하고, 앞으로 이곳에서 다양한 변화를 싹틔우자는 의미를 담아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박설희 LG 브랜드 담당 수석전문위원
“기존 건물의 건축 어휘를 존중하면서도 임직원들의 일상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변혁이 필요했다. 이 두 가지 과업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국내 가구 브랜드 ‘틀(THE TLE)’ 철학을 담아 설계된 STUDIO TLE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정체성을 공간으로 풀어낸 전시장이다. 더 틀의 제품은 효율적인 구조와 세밀한 디테일이 만들어내는 높은 완성도가 특징이자 강점이다. 디자이너들은 이 점에서 브랜드가 가진 장인정신과 한국 가구 브랜드로서 이어가는 전통성을 발견했다.
리움미술관의 상설기획전 〈까치호랑이 虎鵲(호작)〉은 호랑이와 까치가 함께 등장하는 전통 도상을 통해 한국 미술의 정서와 해학을 조망한다. 1592년 제작된 현존 최고 호작도부터 조선 후기 민화, 김홍도의 정통 회화까지 400년간 변주된 까치호랑이 이미지를 한자리에서 소개한다.
포츠담 현대미술관 DAS MINSK의 전시 〈 주거복합체: 플라텐바우 속 예술과 삶〉은 동독 플라텐바우를 둘러싼 기억과 재현을 탐구한다. 22명 작가는 건축사가 아닌 주거의 사회문화적 의미에 집중했으며, 1970~80년대 실제 거주한 세대와 이후 세대가 같은 공간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표현했다.
아트드렁크는 예술을 ‘즐기는 방식’ 자체를 제안하는 미디어 브랜드다. 난해한 해설이나 복잡한 설명 대신, 직관과 감정을 중심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태도를 지향한다. 관람객이 예술을 보다 가볍고 즐겁게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브랜드의 핵심 철학이다. 이번 아트 위크에서 선보인 여러 프로그램들은 그 철학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며 예술에 대한 대중들의 장벽을 낮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