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증권거래소 미술관에 흐르는 아르테 포베라의 시간

<ARTE POVERA>전

옛 증권거래소 건물에서 피노 컬렉션을 품은 미술관이 된 '부르스 드 커머스'에서 이탈리아의 미술운동 '아르떼 포베라'를 다룬 전시가 진행 중이다. 피노 컬렉션에 속한 50여 점의 작품을 포함해 총 250여 점의 예술품을 소개하는 전시를 지금 만나보자.

파리 증권거래소 미술관에 흐르는 아르테 포베라의 시간

파리 증권거래소 미술관 피노 컬렉션에서 1960년대 이탈리아에서 태동한 미술운동이었던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를 주제로 한 대규모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아르테 포베라의 권위자인 큐레이터 캐롤린 크리스토프-바카르기예프(Carolyn Christov-Bakargiev)가 피노 컬렉션의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작품 50여 점을 다른 저명한 공공 및 개인 컬렉션의 작품과 함께 배치하여 구성한 이 전시는, 미술관의 공간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풍경으로 펼쳐진다.

전시는 아르테 포베라의 탄생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걸쳐 이 운동의 발전과 유산을 추적한다. 이 전시는 피노 컬렉션의 주요 소장품인 아르테 포베라를 중심으로 토리노의 카스텔로 디 리볼리 미술관(Castello di Rivoli Museo d’ Arte Contemporanea), 토리노의 아르테 모데르나와 컨템포러리 CRT(Fondazione per l’ Arte Moderna e Contemporanea) 작품들과 공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아르테 포베라 미술운동에 가담한 13명의 예술가 지오바니 안셀모(Giovanni Anselmo), 알리기에로 보에티(Alighiero Boetti), 피에르 파올로 칼졸라리(Pier Paolo Calzolari), 루치아노 파브로(Luciano Fabro), 야니스 쿠넬리스(Jannis Kounellis), 마리오 메르츠(Mario Merz), 마리사 메르츠(Marisa Merz), 줄리오 파올리니(Giulio Paolini), 피노 파스칼리(Pino Pascali)의 작품 2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주세페 페노네(Giuseppe Penone),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Michelangelo Pistoletto), 에밀리오 프리니(Emilio Prini), 질베르토 조리오(Gilberto Zorio) 등 이 역사적인 그룹의 예술가들과 아르테 포베라의 사상과 실천에 깊이 공감하는 다음 세대의 국제적인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커미션을 부여했다.

오래된 작품과 새로운 작품과의 혁신적인 대화를 시작하여 아르테 포베라를 더 큰 시간적 풍경 속에 위치시킨 큐레이션이 돋보인다. 연금술, 고고학, 범신론, 현상학,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에 초점을 맞춘 정치적 의식 사이에 놓인 이 전시는 아르테 포베라의 유산이 현대 창작물에 자양분이 되는, 일시적이지만 필수적인 닻을 내린 공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미술관 외관

방문객들은 미술관 건물에 들어서기도 전에 아르테 포베라와 마주하게 된다. 건물 전면에 설치된 주세페 페노네의 작품 ‘Ideas of stone – 1532 kg of light'(2010)은 아르테 포베라의 주요 원칙 중 하나인 자연과 문화의 융합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페노네에게 나무의 나뭇가지는 우리 자신의 사고의 경로를 암시하고, 여러 지점에 박힌 강 바위는 예상치 못한 일의 발생, 고비, 기억의 무게를 나타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의 생각을 식물의 성장과 광물의 형성에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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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ulation of an exterior view of the Bourse de Commerce—Pinault Collection with the works by Giuseppe Penone and Mario Merz. © Pinault Collection.

로툰다

미술관의 상징적인 로툰다는 아르테 포베라의 첫 번째 상업적 표현처럼 집단적으로 기능한다. 이 공간에는 13명의 예술가가 모두 모여 서로를 반영하며 아르테 포베라 초기의 강렬한 공동 작업과 실험적인 마그마를 재현하고 있다. 로툰다의 공간에는 알리에로 보에티의 연기 분수 ‘Autoritratto (Mi Fuma Il Cervello)'(1993-1994)로 박물관의 개념 자체를 폐지하는 외부 공간도 있다. 전시는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들을 최근 작품과 연결하여 예술가들의 탐구 노선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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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ghiero Boetti, Autoritratto, 1993-1994, cast bronze, system with a fountain and an electrical heating element, 200 × 88.4 x 49.5 cm Pinault Collection. © ADAGP, Paris, 2024.

파사쥬

이번 전시에서는 파리의 파사쥬에 대한 발터 벤야민의 생각을 19세기를 읽는 방법으로 재구성한 24개의 전시 케이스가 아르테 포베라의 성장 배경을 연상시키는 수많은 시간적, 상황적 이정표로 변모한다. 여기에는 구멍이 뚫린 캔버스로 그림의 공간을 뛰어넘는 예술의 예를 보여준 루치오 폰타나, 자유롭고 도발적인 마테리얼을 사용한 피에로 만조니 같은 이탈리아 전후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포함된다. 다른 전시 케이스에서는 상황주의 인터내셔널부터 일본 그룹 구타이까지 아르테 포베라의 국제적인 영향력을 보여준다. 예술가부터 갤러리스트, 비평가, 새로운 미디어, 퍼포먼스, 실험을 통해 예술의 정의를 확장하는 데 참여한 폴란드 감독 예르지 그로토프스키와 같은 연극계 인사에 이르기까지 예술을 지지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갤러리&로비&스튜디오

아르테 포베라의 각 창립 아티스트를 위한 전용 공간을 만들면서 피노 컬렉션과 국제적으로 유명한 기관에서 대여한 이 운동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작품에 중점을 두고 그들의 작품에 대한 광범위한 개요를 제공한다. 전시는 각 아티스트의 작업을 재료, 다른 아티스트, 운동 또는 시대와 같은 근본적인 영향과 연관시켰다.

갤러리 2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야니스 쿠넬리스, 마리사 메르츠, 마리오 메르츠는 재료의 관계를 혁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화가로서 훈련을 받은 세 사람은 점차 회화 분야에서 벗어나 현대의 무한한 가능성을 수용했지만 기술 발전의 사이렌에 굴복하지 않았다. 마리오 메르츠는 네온으로 일상적인 사물을 ‘터널링’하여 자연과 인공의 연속성을 표현했고, 쿠넬리스는 숯, 양모, 불을 사용하여 고풍스러운 현실로 돌아갔다. 마리사 메르츠는 나일론과 구리 실을 사용하여 신발과 기하학적 모양을 환상적인 방식으로 엮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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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o Merz, Igloo Objet cache-toi, 1977, aluminium, pince en C, grillage, verre, néon et transformateur, 185 × 365 cm. Pinault Collection.
Photo: Christie’s images LTD. © Adagp, Pari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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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sa Merz, Untitled, 1979, wood, copper, 25 × 40 × 30 cm. Collection of the Castello di Rivoli Museo d’Arte Contemporanea,
Rivoli-Turin. Photo: Paolo Pellion. © ADAGP, Paris, 2024.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작업의 다양한 측면을 추적하는 갤러리 3공간에는 벽지나 실크스크린에 사람, 사물, 건축물을 삽입한 후 반사되는 표면에 적용한 작가의 Minus Objects, Mirror Paintings가 전시되어 있다. 거울은 관객을 둘러싸고 관객이 하나의 구성 요소가 되는 무한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일종의 집단적 유토피아라는 아이디어에 이끌린 피스톨레토는 이라크 전쟁 반대 시위 중에 제작한 ‘Pace'(1962-2007)에서처럼 자신의 작업을 총체적인 사회적 헌신으로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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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elangelo Pistoletto, Venere degli stracci [“Venus of the Rags”], 1967, reproduction of Venus in cement covered with mica and rags, 150 × 280 × 100 cm (installation). Courtesy of the Castello di Rivoli Museo d’Arte Contemporanea, Rivoli-Turin. Lent by the Fondazione per l’Arte Moderna e Contemporanea CRT.

갤러리 4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알리기에로 보에티는 예술을 참여 활동, 질서와 무질서의 게임으로 생각했다. 그는 가장 단순한 재료, 즉 ‘가장 가난한 것’에 관심을 기울였고, 축적, 반복, 관계, 행동 등 기본적인 조작을 통해 누구나 손이 닿는 범위 내에서 예술을 창조했다. 고독한 천재 예술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에티는 ‘알리에로와 보에티’라는 가상의 듀오 안에서 자신의 실종을 조율했다. 또한 마파 시리즈와 직조 기법 사용과 같이 집단적인 형태의 창작 활동에도 참여했다. 작가가 평면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은 지정학적 발전을 고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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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ghiero Boetti, Mappa, 1972-1973, embroidery, 150 × 230 cm. Pinault Collection. Photo: Antonio Maniscalco. © ADAGP, Paris, 2024

갤러리 5에서는 주세페 페노네의 학생 시절 첫 작품인 ‘Alpi Marittime'(1968-1985)가 설치되어 있다. 가족의 숲에 있는 나무 몇 그루와 개울을 조작한 이 여섯 개의 이미지에는 성장 과정과 살아있는 세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그 안에 페노네 자신을 집어넣되 지배하려 하지 않는 작가의 향후 작업 방식이 거의 모두 담겨 있다. 나무를 의미하는 Alberi는 나무의 나이테를 따라 나무 기둥을 원래의 나무 모양으로 복원한다. 페노네에게 예술적 행위는 가능한 한 삶의 리듬과 가까운 곳에 있다.

피에르 파올로 칼졸라리에게 있어서 에너지와 연금술은 핵심적인 질문이다. 그는 갤러리 6을 1968년부터 상상하고 실행해 온 서리가 내린 하얀 ‘이상적인 집’인’Casa ideale’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이 깨끗한 장소를 신비롭고 물리적이며 시적인 공간으로 바꾸어, 말과 영적 암시가 냉장 기계에 맞서고 색이 시각적이기보다는 물리적이며 형이상학적인 요소가 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지오바니 안셀모는 우주를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힘을 내재적으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은 가장 작은 것부터 가장 큰 것까지 모든 물체를 서로 묶어주는 힘인 중력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갤러리 7에서는 세 명의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줄리오 파올리니는 회화와 문학의 역사를 광범위하게 조사하여 복잡한 참고 문헌을 통해 전통적인 예술 작품의 부재에 직면한 관람객의 존재를 탐구하려고 노력한 작가다. 피노 파스칼리는 거대한 장난감, 기관총 모양의 동물과 풍경 등 일시적인 사회의 강력한 이미지와 자연 세계와의 관계를 재구성하려는 설치 작품으로 유쾌하지만, 가성적인 예술의 이미지를 남겼다. 루치아노 파브로는 이탈리아 예술 문화에서 촉각적 지각과 원근법의 유산에 관심을 두고 가죽, 납, 금으로 이탈리아의 이미지 시리즈를 제작하여 기존 표현의 끊임없는 변형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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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o Pascali, Cascate, 1966, painted canvas stretched over six ribbed structures, 260 × 460 × 102 cm. Collection of the Musée d’art moderne et contemporain de Strasbourg. Courtesy of the Fondazione Pino Pascali. Photo: Musées de Strasbourg / M. Bert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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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no Fabro, De Italia, 1970, canvas, 180 × 183 × 19 cm. Pinault Collection. Courtesy of Alfonso Artiaco, Naples. Photo: Francesco Squeg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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