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브랜드 디자인] HERMES 에르메스
실험적인 현대 예술의 막상한 후원자
2011년부터 진행하는 프티 아쉬(Petit h) 프로젝트는 공방이 에르메스의 크리에이티브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잘 보여준다. 제품을 만들고 남은 재료를 모아 새로운 컬렉션을 만드는 이 프로젝트는 에르메스 가문의 6대손 파스칼 뮈사르(Pascal Mussard)가 직접 기획해 화제를 모았다.

장인 정신이 럭셔리 브랜드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자 공통분모인 것은 분명하지만 에르메스만큼 공방과 장인 정신을 전면에 내세우는 브랜드도 드물 것이다. 와세다 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나가사와 신야 교수는 “일반 기업의 최고 경영자처럼 매출액을 체크하고 관리하는 루이 비통의 최고 경영자보다 에르메스가 훨씬 장인 기질이 강하다는 인상을 풍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럭셔리 전문 리서치업체 알파밸류(Alphavalue) 역시 에르메스 장인 1명의 가치가 프랑스 금융 그룹 소시에테 제네랄(Soci t G n rale) 은행의 인재보다 30배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평하기도 했다. 마구상에서 출발한 에르메스가 안장에 사용하던 스티칭 기법인 새들 스티치(saddle stitch)를 여행용 가방과 가구 제작에 사용한다는 것 또한 잘 알려진 사실. 장인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에르메스가 이들의 활동 공간인 공방을 기폭제로 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장인과 아티스트를 꿰어 하나로 엮은 에르메스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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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진행하는 프티 아쉬(Petit h) 프로젝트는 공방이 에르메스의 크리에이티브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잘 보여준다. 제품을 만들고 남은 재료를 모아 새로운 컬렉션을 만드는 이 프로젝트는 에르메스 가문의 6대손 파스칼 뮈사르(Pascal Mussard)가 직접 기획해 화제를 모았다. 어린 시절부터 공방을 배경으로 자라온 그녀는 제품을 만들고 남은 가죽 등을 모으는 것이 취미였고 이를 갖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프티 아쉬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에르메스 장인들과 마구 제작 장인, 재단사, 금은 세공사, 유리 세공사, 도자기 제작자뿐 아니라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까지 참여한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아령에서부터 캐비닛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프랑스 출신 보석 디자이너 질 존만(Gilles Jonemann)은 취향과 스타일에 따라 교체할 수 있는 펜던트 체인을 고안했고 제품 디자이너 앨리스 코존(Alice Cozon)은 켈리 백의 클래스프(clasp)를 이용한 목걸이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이 밖에 실크 스카프가 전등갓으로, 말 등자가 그네로 변신하는 이 컬렉션은 기존 에르메스 제품의 명성마저 뛰어넘는 ‘작품’들이다. 2008년 발족한 에르메스 재단의 프로젝트 상당수도 공방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2010년부터 진행해온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대표적인데 신진 작가 4명을 아틀리에 에르메스에 머물게 하며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젊은 예술가들에겐 최고의 소재와 장인들의 전문 기술을, 장인들에겐 작가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선사한다. 또한 레지던스를 통해 나온 작품들은 공방에 설치하거나 에르메스 플래그십 매장의 전시 공간인 아틀리에 에르메스를 통해 공개해 브랜드와 예술이 혼연일체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럭셔리 브랜드 디자인] HERMES 에르메스 2 150727000000518 O](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150727000000518_O-832x1224.jpg)
![[럭셔리 브랜드 디자인] HERMES 에르메스 3 150727000000522 O](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150727000000522_O-832x554.jpg)
![[럭셔리 브랜드 디자인] HERMES 에르메스 4 150727000000521 O](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150727000000521_O-832x626.jpg)
에르메스의 입체적인 후원 전략
![[럭셔리 브랜드 디자인] HERMES 에르메스 5 150727000000520 O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150727000000520_O1-832x558.jpg)
활발한 메세나 활동 역시 에르메스의 예술 전략의 중추를 이룬다. 한국의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은 서도호와 박찬경, 사진가 노순택과 디자이너 장민승 등의 창작 활동에 힘을 북돋았다. 또한 3년에 한 번씩 여는 디자인 어워드 에밀 에르메스를 통해 젊고 참신한 디자이너들을 발굴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2008년 첫 대회는 프랑스 디자이너만 대상으로 했지만 2회 대회가 열린 2011년부터는 글로벌 어워드로 범위를 확장했다. 선정 기준은 산업적 제작 기술과 공예적 기능에 대한 인식이 담겨 있는지, 친환경적 접근이 이뤄졌는지 등인데 이런 기준 역시 제작에 대한 확고한 원칙과 신념을 지닌 브랜드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또한 에르메스는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이들의 창작열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에르메스는 서울, 뉴욕, 도쿄, 브뤼셀 등 전 세계 6개 도시의 플래그십 스토어 내에 전시 공간을 운영하며 매 시즌 쇼윈도 프로젝트를 통해 각국의 아티스트들을 지원한다. 이번 여름 시즌에는 잭슨 홍이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와 롯데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의 디스플레이를, 길종상가가 신라호텔 부티크의 디스플레이를 각각 완성했다. 매장 관리에 철저한 럭셔리 브랜드가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지 않고 자신의 쇼윈도를 캔버스로 내주는 것은 꽤 이례적인 일. 장인과 디자이너, 아티스트를 존중하는 에르메스의 자세는 인지도로 보답을 받는다. 세계적인 리서치 그룹 밀워드 브라운(Millward Brown)은 2010년 발표한 럭셔리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에르메스의 가치를 루이 비통에 이어 2위에 올려놨다. 포디즘이 세상을 장악했을 때에도 느림의 미학과 손의 값어치를 굳건히 믿었던 브랜드의 신념은 전쟁터 같은 럭셔리 브랜드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보장해주는 명마와 같은 역할을 한다.
창업자 티에리 에르메스(Tierry Herm s)
설립 연도 1837년
소속 그룹 에르메스 인터내셔널
CEO 악셀 뒤마(Axel Dumas)
웹사이트 www.hermes.com
![[럭셔리 브랜드 디자인] HERMES 에르메스 6 150727000000517 O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150727000000517_O-1-832x554.jpg)
Interview
길종상가 신라호텔 에르메스 매장 쇼윈도 디자인
“작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다.”
지금까지 두 번의 에르메스 쇼윈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에르메스와 첫 미팅을 한 것이 작년 가을이었다. 길종상가는 신라호텔 안에 있는 에르메스 매장의 쇼윈도를 맡았는데 봄 시즌에 첫 쇼윈도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몇 달 전 여름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이제 슬슬 가을 쇼윈도를 준비해야 한다.
각 프로젝트의 콘셉트는 무엇이었나?
쇼윈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팀 내에서 제목을 정해둔다. 첫 프로젝트의 제목은 ‘산책은 계속되어야 한다’였는데 창 하나하나를 만화의 한 장면처럼 연출했다. 햇살 좋은 날 걸어가는 여자의 다리나 바람 부는 날 남자의 모자 같은 식이었다. 지난 5월에 설치를 완료한 여름 시즌 쇼윈도의 제목은 ‘여름 나라 야자 공주와 요트 왕자의 결혼식’이었다. 마치 동화 속 러브 스토리의 한 장면처럼 꾸몄는데 신라호텔에서 결혼식이 자주 열린다는 데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때는 큰 구조물을 제외한 모든 오브제를 종이로 만든 뒤 오일 파스텔로 일일이 색칠했다. 시안의 색연필 느낌을 현실화했을 때도 그대로 살리기 위한 소재 선택이었다.
에르메스와 길종상가의 조합이 재미있다.
일반적으로 에르메스 이미지라고 하면 다가가기 어렵고 고가의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쇼윈도 프로젝트에서만큼은 유머러스하고 발칙한 상상을 구현해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작가들 중에는 아이디어만 내고 제작은 의뢰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안에서부터 결과물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해낸다는 점도 우리를 선정한 이유라고 들었다.
협업 과정은 어땠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서 특별한 가이드라인이 있는지 궁금하다.
매년 특정 테마가 주어지긴 하지만 그 주제 안에선 최대한 작가의 의사를 존중하는 편이다. 에르메스가 장인 정신을 매우 중요시하기 때문에 작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태도 역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것 같다. 현장에서 작은 오차와 변수가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쇼윈도의 제품이 무척 고가라 혹시라도 망가질까 조심스레 움직였다는 점만 빼면(웃음).
에르메스와 협업한 크리에이터
잭슨 홍
디자인계와 순수 예술을 넘나드는 전천후 아티스트 잭슨 홍은 설치미술가 지니 서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해부터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윈도를 맡고 있다. 또 롯데 에비뉴엘 월드 타워 매장의 쇼윈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전시를 열기도 했다.
![[럭셔리 브랜드 디자인] HERMES 에르메스 7 150727000000523 O edited](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150727000000523_O-edited.jpg)
요시오카 도쿠진
언제나 다양한 소재를 실험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요시오카 도쿠진은 2000년대 후반 일본의 메종 에르메스 쇼윈도를 디자인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당시 에르메스 스카프가 입김에 살며시 나부끼는 모습을 연출하며 ‘보이지 않는 것을 디자인했다’는 평을 들었다.
![[럭셔리 브랜드 디자인] HERMES 에르메스 8 150727000000524 O edited](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150727000000524_O-edited.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