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 마케팅으로 팔색조 매력을 보여준다, SM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이 없으면 K팝은 빛나지 않는다
SM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대중문화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또한 국내 기획사 중 가장 먼저 사내에 디자인, 비주얼 기획팀을 꾸리면서 아이돌을 ‘스타’로 키워내는 데 더욱 힘을 실었다. 비주얼 이미지의 중요성을 일찍 간파한 탁월한 선택이었다. 사진가, 스타일리스트가 붙었지만 하나로 어우러지지 않던 것들도 비주얼 디렉터의 손에서 일관성 있게 정리됐다. 엔터테인먼트사의 기획에 따라 모든 비주얼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일관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진 것.

SM은 뮤지션의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앨범의 콘셉트를 부각시키는 데 집중한다. 지금 이 순간 듣고 있는 음악과 비주얼이 일치할 때 콘셉트가 더욱 확실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로고도 앨범마다 따로 디자인한다. 사실 이는 뭐든 새로운 걸 원하고 빠르게 변하는 대중문화의 속성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그대로이면서 새로운’ 느낌을 잘 살리고, 한 그룹 안에서도 ‘따로 또 같이’ 멤버 각각의 개성을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멤버 9명의 화보를 따로 만들어 10개의 패키지로 만든 소녀시대 나 각 멤버의 이미지를 그래픽으로 풀어낸 패키지를 적용한 샤이니 앨범이 대표적인 사례다. 타일러 브륄레 <모노클> 편집장은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에 게재한 ‘한국의 비밀’이라는 칼럼에서 ‘해외에 수출하면 성공할 것 같은 한국의 문화 콘텐츠 톱 10’에 소녀시대를 꼽으며 “소녀시대는 K팝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다. 유튜브를 통해 이들의 히트 싱글 ‘런 데빌 런(Run Devil Run)’을 보는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라고 했다. 이는 SM의 비주얼 마케팅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이미 통했다는 애기다.
컬러풀한 스키니 진을 입은 귀여운 10대 소녀였다가, 경쾌하고 발랄한 치어리더가 됐다. 해군 제복을 입은 머린 걸, 007의 본드 걸로 변신하더니, 이번에는 스트리트 걸이 되어 나타났다. 소녀시대의 이야기다. 6년차 걸 그룹 소녀시대는 앨범마다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소녀시대가 가지고 있는 사랑스러운 느낌에는 변함이 없고, 9명 멤버들은 항상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여전히 소녀시대가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소녀시대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1996년 원조 아이돌 H.O.T.를 탄생시킨 곳. S.E.S, 신화 등 기획형 아이돌을 키워낸 SM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잘나가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연기에 개인기까지 섭렵한 ‘준비된’ 아이돌의 등장을 거슬러 올라가면 SM이 있다.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샤이니, f(x), EXO 등 현재 SM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이름만으로도 국내 가요계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SM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대중문화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또한 국내 기획사 중 가장 먼저 사내에 디자인, 비주얼 기획팀을 꾸리면서 아이돌을 ‘스타’로 키워내는 데 더욱 힘을 실었다. 비주얼 이미지의 중요성을 일찍 간파한 탁월한 선택이었다. 사진가, 스타일리스트가 붙었지만 하나로 어우러지지 않던 것들도 비주얼 디렉터의 손에서 일관성 있게 정리됐다. 엔터테인먼트사의 기획에 따라 모든 비주얼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일관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현재 SM 비주얼 디렉팅을 책임지고 있는 민희진 실장은 앨범 디자인뿐만 아니라 무대 의상, 이제는 뮤직비디오 등 전반적인 비주얼을 관리한다. 물론 처음부터 디자이너가 이 모두를 맡았던 건 아니다. 그가 입사했을 때만 해도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분야는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나온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디자이너의 역할 범위가 넓어졌다. 민희진 실장이 소녀시대, 샤이니 등 과거 H.O.T., S.E.S.로 대변되던 시대와는 또 다른 SM의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내며 10년 동안 일궈낸 성과다. 그는 회사에서 뮤지션의 콘셉트를 생산하는 디렉터이자, 직접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그래픽 디자이너, 그리고 아이돌 그룹을 알리는 마케터다. “마치 광고를 만드는 것과 같다”는 그의 말에서 음악 산업의 디자인이 이전과는 달라진 걸 새삼 느낄 수 있다.
언제나 새로운 이미지의 국민 걸 그룹 소녀시대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 나타나는 6년 차 걸 그룹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게다가 이들의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9명의 멤버가 있으니까. 최근 발표한 4집 정규 앨범 는 소녀시대 그룹 전체의 매력을 볼 수 있는 패키지를 비롯해 각각의 멤버의 화보가 담긴 총 10개의 패키지로 출시했다. 그룹의 비주얼에 얼마나 신경 써야 하는지 보여주는 반증이다. 이번 앨범에서 소녀시대는 스트리트 걸로 변신했다. 민희진 실장은 스트리트 걸 ‘소녀시대’의 무대 의상을 위해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 ‘새서울소년단’과 협업해 MD 상품까지 내놓았다. 특히 슈퍼맨 로고를 바탕으로 만든 남자 버전 ‘소년시대’는 소녀시대의 뒤를 쫓는 남자 팬들이 부끄럽지 않게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스트리트 걸의 펑키한 이미지는 그들의 의상은 물론이고 뮤직비디오 배경에서도 확 눈길을 끈다.











자유로운 소년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아이돌 샤이니
H.O.T와 신화,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에 이어 탄생한 SM의 3세대 아이돌이다. 2008년 미니 앨범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한 5인조 컨템퍼러리 밴드 샤이니는 그야말로 SM의 새로운 얼굴이다. 앞선 아이돌이 보여줬던 주류 SM 이미지에서 벗어나 비주류적인 감성을 담은 ‘자유로운 소년’이 콘셉트. 민희진 실장은 이들의 룩&필을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난해함이 매력인 알 수 없는 여자애들 f(x)
귀여움을 내세우는 기존 여자 아이돌 그룹과는 느낌이 확 다른 f(x). 물론 난해한 가사와 종잡을 수 없는 리듬의 음악도 그렇지만 자유분방하고 독특한 무대 의상이 더욱 눈길을 끈다. 여기에 크고 다양한 컬러의 액세서리까지 더해 그들의 스타일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f(x)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말로 표현하자면 ‘알 수 없는 여자애’ 정도. 지난해 발표한 앨범 표지는 얼굴 사진 없이 일러스트레이션만으로 f(x)의 느낌을 살렸다.




외행성 로고로 떠오른 새로운 스타 EXO
지난해 데뷔한 SM의 새 아이돌 그룹이다. 한국에서 활동할 EXO-K(KOREA)와 중국에서 활동할 EXO-M(MANDARIN), 6명씩 모두 12명이다. EXO라는 이름은 ‘태양계 외행성(exoplanet)에서 온 새로운 스타’라는 의미에서 가져왔다. 그룹의 탄생을 배경에 둔 외행성을 간단한 기본 도형으로 표현해 EXO만의 로고를 디자인했다. EXO가 직접 착용하는 액세서리와 MD에도 적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번 새로운 앨범을 선보일 때도 꾸준히 사용할 예정이다.







Interview
민희진 SM엔터테인먼트 비주얼 & 아트 실장
“앨범의 콘셉트와 뮤지션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비주얼 마케팅이 중요하다.”

비주얼 디렉터로서 앨범 디자인뿐만 아니라 무대 의상 등 뮤지션과 관련한 전반적인 비주얼 이미지에 모두 관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녀시대는 ‘Gee’부터, 샤이니와 f(x)의 데뷔 때부터는 무대 의상을 비롯한 전반적인 콘셉트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했다. 앨범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프로모션 패키지 등 전반적인 비주얼 이미지를 총괄하고 있다. 최근 발매한 샤이니의 뮤직비디오의 경우는 그래픽적 요소와의 유기적인 연결을 강조하기 위해 그에 맞는 새로운 작업 방식의 감독을 추천하고, 단순히 의상에 대한 회의를 넘어 그래픽적인 표현 방법에서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디자이너로서 주어진 일을 차근차근 해나가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주얼을 책임지는 디렉터가 없었던 때에는 모두 제각각일 수밖에 없었다. 음악이 아무리 멋져도 무대 의상이 어울리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리 없다. 반대로 무대 의상이 아무리 멋져도 음악과 어울리지 않으면 헛수고일 뿐이다. 외부 디자이너에게 의뢰하더라도 정확한 콘셉트를 세우고 그걸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 모든 이미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엔터테인먼트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뮤지션이 음악 외적으로 직접 신경 쓰기 어려운 부분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역할 중 하나다. 이곳의 디자이너는 뮤지션의 매력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를 고민하는 비주얼 마케팅을 해야 한다.
뮤지션의 비주얼 마케팅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이미지 소비가 넘쳐나는 시대에 뮤지션의 매력을 시각적으로 더욱 부각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비주얼 마케팅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뮤지션의 아이덴티티다. 그들이 가진 매력을 어떻게 표현하고 풀어내느냐에 따라 대중의 반응이 엇갈리기 때문에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음악과 비주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뮤지션 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일관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뮤지션을 상징하는 로고나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지만 그 방법이 모두에게 통하는 건 아니다.
뮤지션의 성격과 콘셉트에 따라 다르다. 매번 이미지 변신을 해야 하는 그룹이라면 고정된 로고가 그래픽을 활용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오히려 제한을 줄 수 있다. 어느 때는 제복을 입은 강한 느낌이고, 또 어느 때는 소녀적인 느낌인데 여기에 똑같은 로고를 적용하면 정확한 콘셉트를 전달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SM의 모든 뮤지션이 똑같은 건 아니다. EXO의 경우는 그룹이 추구하는 철학과 가치를 담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도형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로고를 사용한다. 로고를 적용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많지만 모든 뮤지션에게 똑같은 방식을 적용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