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큐레이션 브랜드 Market Kurly

스몰 큐레이션 브랜드에 관한 잡학 사전

"무언가가 내 취향에 맞다, 좋다 하더라도 그걸 남에게 설득하지 못하면 비즈니스로 해선 안 된다고 봐요. 사업화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가장 먼저 수립한 것도 ‘그렇다면 좋은 상품의 기준이 무엇이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스몰 큐레이션 브랜드 Market Kurly

Market Kurly

마켓컬리
[대명사] 새로운 식문화 경험
1 www.kurly.com
2 빅데이터 분석, 콘텐츠 큐레이션

2015년 더파머스가 론칭한 마켓컬리는 온라인 푸드 마켓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여느 유통 회사와 다르다. 내부 상품위원회가 70여 가지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선별한 상품만을 판매해 소비자의 선택에 확실한 여과 장치를 두는 셈이다. 현재 취급하는 상품은 채소, 과일, 정육 등 신선 제품 외에도 간편식, 베이커리와 리빙, 유·아동용 제품에 이르기까지 3000가지가 넘지만 규모 역시 무제한적으로 늘리지는 않는다. ‘큐레이션 커머스’라는 본질에 맞게 신상품이 들어오면 그 수만큼 기존 상품은 빼는 식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이 외에 밤 11시에 주문해도 다음 날 아침 7시 전에 받아볼 수 있는 샛별배송 역시 마켓컬리만의 경쟁력으로, 풀 콜드 체인 시스템을 통해 산지에서 이송된 상품을 냉장·냉동 상태 그대로 배송한다. 전날 미처 장을 보지 못했어도 신선한 재료로 아침에 요리할 수 있고, 직장인의 경우 출근 전에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퇴근 후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셈이다.(얼마 전 더파머스는 이러한 배송 서비스의 노하우를 집약해 컬리프레시솔루션을 론칭하며 별도의 사업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현재 회원 수는 약 50만 명으로 30대 여성이 주를 이룬다. 김슬아 대표가 처음 스타트업을 시작했을 때 타깃으로 정한 소비층 역시 30대 주부와 워킹맘, 그리고 성별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로, 이들에게 승산이 있으리라 판단했다. 식문화의 전체적인 생태계가 좀 더 경험에 포커스를 맞추고 브랜드에 가치를 두게 된 만큼, 시간은 부족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고 새로운 식문화를 경험하고픈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켓컬리를 찾는 이들 중에는 단순히 쇼핑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 흔치 않은 채소 등 식재료와 이를 활용한 레시피까지 찬찬히 둘러보며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단순히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이트가 아니라 음식과 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이자 브랜드로 자리 잡은 셈이다.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부터 조합하고 보여주는 방식,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까지 마켓컬리는 큐레이션의 범위를 확장한다.


Interview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가 의미 있는 경험이 되도록 큐레이션한다.”

마켓컬리를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여느 유통사와 다른 마켓컬리만의 경쟁력을 어디에서 찾고자 했는지 궁금합니다.

마켓컬리를 시작하기 전, 저 역시 식료품 구매를 까다롭게 하는 소비자였습니다. 맛있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빵은 여기서 사고 생선은 저기서 사고 고기는 전화로 주문하는 등 쇼핑하는 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죠. 그러다 보니 ‘왜 한곳에서 물건을 살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기존 유통업에서는 명확한 기준에 따라 그에 부합하는 상품을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품을 다 구비해놓고 입지 좋은 곳에 마트를 열었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물건이 많아도 내가 살 게 없으면 아무 의미 없으니 결국 다다익선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진짜 좋은 물건만 전부 모아놓은 곳을 만들어보자 했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인터넷 쇼핑을 많이 하는 시대니까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배송까지 받는 편의성을 더해 차례차례 완성해나간 것이죠. 콘텐츠 역시 저희가 판매하는 상품이 왜 좋은지 설명하는 게 중요하니까 그것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들었고요. 그렇게 하나씩 파생된 것일 뿐, 정말 처음에는 좋은 물건과 그것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서비스, 딱 두 가지만 생각했어요.

흔히 큐레이션에는 특정 취향이 반영되기 마련인데요, 마켓컬리에는 좋은 물건을 선정하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무언가가 내 취향에 맞다, 좋다 하더라도 그걸 남에게 설득하지 못하면 비즈니스로 해선 안 된다고 봐요. 사업화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가장 먼저 수립한 것도 ‘그렇다면 좋은 상품의 기준이 무엇이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각 상품별로 다르니까 정육, 가공식품 등 모든 영역에서 체크할 것을 세분화해 꼼꼼히 검증해나갔습니다. 또한 음식을 먹는 게 즐거운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그 요소에는 패키지 디자인을 비롯해 1인 가구도 즐길 수 있게 소분되어 있는지, 상품에 얼마나 재미있는 브랜드 스토리가 숨어 있는지 등이 포함됩니다. 결국 소비자가 상품을 처음 맞닥뜨리는 것은 우리 플랫폼이기 때문에 사이트에서 봤을 때 어떤 인상을 주는지, 어떤 감정을 갖게 되는지 등도 다 고려하고요. 마켓컬리 내부에 상품위원회가 있어서 안정성부터 브랜드 가치, 콘텐츠의 부합성, 디자인 등 여러 가지를 심사하는데요, 마지막으로 서로 꼭 확인하는 것은 ‘그래서 당신이라면 이것을 사서 먹겠느냐’입니다. 결국 나와 내 가족이 먹을 만한 상품을 팔아야 고객에게도 진정성이 전달되는 것이죠. 저는 이게 리트머스 테스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상품위원회에는 어떤 전문가들이 속해 있나요?

처음에는 소비자도 함께 참여했는데 지금은 보안 문제로 전부 내부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모든 음식을 다 먹어보는데요, 상품을 기획한 MD부터 마케팅팀, 콘텐츠팀 등 다양한 부서에서 다각도로 상품을 검토합니다. 지금은 이런저런 상품에 대한 경험이 많아져서 통과율이 높아졌지만 초반에는 한 번 더 알아보고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한 팔로업이 늘 있었어요. 그걸 꼭 생산자, 공급자에게 요구하기보다는 제품은 너무 좋은데 패키지가 별로인 경우엔 저희가 직접 제작하기도 하고요. 대표적인 예로 ‘진짜 아보카도 퓨’를 들 수 있어요. 아보카도의 경우 후숙이 까다롭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퓌레 제품으로 선보이면 좋을 텐데 이를 취급하는 회사는 톤 단위로 수입하니까 우리가 상품화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100g씩 적당량으로 소분하고 패키지까지 만들어 상품으로 만들었는데, 그러한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그럼 아보카도 퓌레 상품 패키지도 내부 디자인팀에서 진행한 것인가요? 온라인 커머스 회사의 디자인 부분은 단순히 웹사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네, 패키지부터 마켓컬리 사이트와 그 안의 콘텐츠 모두를 디자인합니다. 최근에 PB 상품으로 선보인 캐시미어 머플러도 우리 디자이너들이 진행한 것이고요. 디자이너는 에디터, 푸드 스타일리스트, 포토그래퍼 등과 함께 크리에이티브팀에 속해 있는데 현재 인원이 10명이 넘어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모든 인력이 내부에 다 있는 셈이네요. 실제로 마켓컬리 사이트를 방문하면 읽을 거리, 볼거리까지 풍부한 느낌입니다.

창업 초기부터 진행한 작업이에요.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나 브랜드의 숨겨진 이야기라든지 관련된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를 기획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엔 규모도 작고 돈도 없었는데 정말 공을 많이 들였어요. 모든 종류의 소비가 그러하듯 음식 역시 어느 단계를 넘어가면 소위 말하는 실용적 가치가 아니라 경험의 충족이 더 중요할 테니까요. 이제 우리는 단순히 배를 채우거나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기 위해 음식을 먹지 않잖아요.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가 의미 있는 경험이 되는 것이죠. 그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사람들이 알기 때문에 플레이팅이 잘된 음식을 보면 사진을 찍고 SNS에 업로드하는 것인데 유통에선 그걸 너무 못 따라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마장동의 본앤브레드에 가면 전반적으로 어두운 인테리어 톤이랄지 중간에 놓인 부처링 테이블이 뭔가 전문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고기를 먹기 전부터 ‘아, 정말 맛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거든요. 하지만 온라인 유통에선 그러한 분위기나 느낌을 전혀 살려내지 못하니까 안타까웠던 거죠.

사람들이 소비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상품이 아닌 콘텐츠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간파한 셈이네요

창업 초기에 회사가 가장 크게 지출한 비용 부분이 사진이었는데, 정말 하루에 몇백만 원씩 줘야 하는 사진가를 섭외해 오렌지도 찍고 상추도 찍고 그랬습니다.(웃음) 주위에선 ‘매거진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사진에 돈과 정성을 들이느냐’ 얘기가 많았죠. 그런데 저희 입장에선 이게 중요했어요. 에디터들 역시 농부들이 이 상추를 어떻게 기르고, 어떻게 선별했으며, 얼마나 정성을 다했는지 구구절절 상추에 대한 이야기를 A4 4장 분량으로 써 냈으니까요. 지금 와서 개인적으로 뿌듯한 것이 있다면, 저희가 이런 시도를 하고 난 뒤 업계 모두가 비슷한 식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이에요. 산업 전체의 경험 디자인이 좋아진 거죠. 또 저희의 파트너, 그러니까 생산자나 공급자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이고요. 농부들이 기르는 채소를 보면 총천연색에 각기 다른 모양으로 정말 아름다운 경우가 많아요. MD가 이를 처음 봤을 때 받은 느낌, 감동을 고객에게 잘 전달해주면 우리 파트너들도 얼마나 좋겠어요. 결국 생산자 입장에선 생소한 브랜딩을 마켓컬리가 대신 해주는 것이고, 저희 입장에선 브랜딩이 잘된 생산자와 함께 일하는 것이니까 모두에게 이득인 셈입니다.

마켓컬리 콘텐츠 중에서도 레시피 코너가 무척 유용하던데요. 무엇보다 레시피 하단에 필요한 재료를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무척 편리했습니다.

초기에 가장 큰 영감을 받은 것은 당시 인스타그램에서 정말 멋진 집밥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과 해외 푸드 매거진이었어요. 그들은 식문화 경험 자체에 집중하기 때문에 양질의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걸 구매와 바로 연결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것이죠. 사실 해외 패션 매거진에서도 이러한 시도를 한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잡지를 볼 때 느끼는 쇼핑 욕구를 건드려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음식 영역에서도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또 레시피를 선보이는 곳이 얼마나 많아요. 우리만 할 수 있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 일반 가정에서 해 드시는 것보다 반 보에서 한 보 정도 앞선, 조금은 남다르고 색다른 레시피를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소고기 우둔살을 팔 때, 이를 사용한 레시피로는 육회나 장조림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우리는 ‘비프 타르타르’를 선보인 거죠. 또 마켓컬리에서는 릭, 파스닙, 공심채 같은 새로운 채소와 식재료를 많이 취급합니다. 매일 먹는 음식인데 항상 같은 것을 먹으면 질리니까 좋은 재료를 사서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레시피와 함께 선보이는 것이죠.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을 뿐 절대 어렵지 않아요.

마켓컬리에서는 데이터 분석을 전반적인 운영에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전담하는 부서도 따로 있다고요?

상품 마케팅부터 운영, 효율화까지 모든 것을 데이터 기반으로 결정하려고 합니다. 회사 내부에 이를 전담하는 ‘데이터 농장’ 팀이 있는데요. 내부 운영 데이터와 고객 데이터를 수집해서 이걸 기반으로 무엇을 할지만 고민하는 부서로 1차, 2차 가공을 통해 인사이트를 뽑아냅니다. 단순히 많은 양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를 다른 팀들도 업무에 쉽게 활용할 수 있게 그와 관련한 디자인과 사용성까지 고민하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죠. 사실 이러한 시스템은 사업 초기부터 있었는데, 직매입을 하는 구조에선 사전에 수요를 예측해 생산자에게 발주를 넣어야 하니까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선 데이터가 꼭 필요했죠.

이러한 데이터 분석이 상품의 큐레이션에도 영향을 끼치나요?

큐레이션 서비스의 경우 상품 수가 늘어날수록 고객 입장에선 매력도나 신뢰도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럴 땐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할 수도 있고 맞춤 세일을 진행할 수도 있겠죠. 실제로 마켓컬리에서는 데이터가 본격적인 큐레이션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내부에 스코어 제도가 있어 분기별로 모든 상품에 대해 여러 가지 앵글에서 점수를 매기고 이를 기반으로 상품의 판매 여부를 결정짓기도 합니다. 고객들의 후기 역시 정량화되진 않지만 잘 모아놓으면 상품 기획에 도움이 되고요. 최근 저희가 기획하고 있는 저열량 아이스크림 역시 임신성 당뇨를 걱정하는 분이 많아 고려하게 됐어요.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진짜 아보카도 퓨레’ 역시 아보카도의 경우 후숙이 너무 까다롭다는 고객 의견을 반영해 기획하게 된 것이고요.

마켓컬리는 카테고리 역시 세분화되어 있는데요, 최근에는 리빙과 유·아동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이 역시 고객의 의견을 반영한 것인가요?

지난해 식품을 비롯해 아기 기저귀 등에 대해서도 안전성에 관한 이슈가 많았는데 ‘마켓컬리가 이런 것도 꼼꼼하게 보고 선별해서 추천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이제 고객들도 저희가 상품을 선별하는 기준이나 선택에 대해 신뢰를 갖게 된 것이죠. 저는 아직 아이가 없지만 기저귀 박사가 됐는데요, 모든 제품을 뜯어보고 분해하고 그렇게 연구하다시피 해서 상품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유·아동용품은 제조사의 도덕성 이슈도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생산성이 뛰어나고 제품 자체가 좋아도 그런 논란이 있으면 과감히 제외했고요. 고객들의 심정적인 측면도 고려한 것이죠. 최근에는 반려동물에 관련한 카테고리도 유심히 보는데요, 이미 사이트에서 애완견, 애완묘의 생식용 식재료를 구입하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실제로 마켓컬리에서 판매하는 밀싹의 가장 큰 소비자는 고양이라고 합니다.(웃음)

앞으로 마켓컬리에서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어떻게 강화·활용해나갈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현재 몇 가지 추천 서비스의 알고리즘을 검토하고 있긴 해요. 레시피 기반일 수도 있고, 장바구니를 분석해 지난번 구매했던 상품이 떨어질 때쯤 똑같은 물건을 추천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저희는 무엇보다 고객들이 마켓컬리 안에서 탐험 정신을 가지고 다양한 실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매일 먹는 것만 먹으면 재미도 없고 지루하잖아요. 새로운 시도에 실패하지 않도록 저희가 레시피도 잘 만들고 손쉽게 가이드도 해드릴 테니 재미있는 식문화를 자주, 많이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생각을 상품 기획에 녹여내보려고 태국 소스 키트도 준비하고 있고, 곧 생레몬그라스도 판매할 계획입니다. 해물탕을 만들 때 레몬그라스를 넣고 팔팔 끓이면 얌꿍 맛이 나거든요. 이런 팁을 계속 소개하면서 고객들이 새로운 식문화를 탐험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마켓컬리의 경쟁 상대는 왠지 비슷한 유통업계가 아닐 것 같은데요.

콘텐츠 측면에서는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는, 맛있는 집밥 사진을 찍어 올리는 분들을 꼽을 수 있어요. 이분들이야말로 음식에 관한 엄청난 탐험가라고 할 수 있잖아요. 식문화 경험을 일상에서 끊임없이 콘텐츠화하고요. 또 미국의 푸드 52의 경우 실제로 다양한 식재료를 판매하지만, 이 사이트가 상업용인지 단순 블로그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콘텐츠 중심이기 때문에 늘 눈여겨보고 있어요.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한다는 생각보다는 콘텐츠 자체를 경험한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예라고 생각해요. 이 외에도 물류 쪽에서는 DHL보다 더 싸고 빠르게 배송했으면 좋겠고, 마케팅팀은 AI보다 더 정확히 고객의 니즈를 파악했으면 합니다. 결국 마켓컬리라는 하나의 회사가 아닌, 각 팀의 영역에서 최고인 기업을 경쟁 상대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월간 <디자인>은 디자이너들이 많이 보는 잡지라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마켓컬리는 디자인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회사입니다.(웃음) 만약 진취적인 디자이너가 와서 자신의 업무 영역을 재설계하겠다고 한다면 도전할 수 있는 범위와 영역이 무한히 넓어질 수 있죠. 현재 오프라인 사업을 고민하고 있기도 하지만, 단순히 온라인 사이트 페이지를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페이스를 넘어서 온·오프라인은 물론 음성 같은 새로운 영역까지 디자인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콘텐츠부터 제품, 패키지에 이르기까지, 본인이 원한다면 분야와 영역에 한계나 구분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디자인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장점을 보고 좋은 디자이너분들이 많이 합류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477호(2018.03)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