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관련 직업] film&multimedia design 분야

디자인 전공자에게 열려있는 직업의 세계

여기에 소개하는 디자인 분야는 국내 디자인 산업에서 많은 수요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다. 그렇지만 그 외에도 아주 세분화된 전문 분야가 굉장히 많이 있다. 어떤 분야를 선택하든 다 가치 있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선택한 만큼 지금부터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개척할 것인지 이번 특집으로 실마리를 잡아보기 바란다.

[디자인 관련 직업] film&multimedia design 분야

올해에도 어김없이 3만 명이 넘는 디자인 전공자들이 입학한다. 이 모든 사람들이 디자인을 전공해서 디자이너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사회가 있다. 그것은 하찮아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인쇄물 디자인부터 화려한 패션 디자인, 그리고 우리가 거주하는 생활공간 디자인까지 무궁무진하다. 입학 전부터 자신이 갈 길을 선택한 학생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분야로 진로를 결정할지 고민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아무 생각도 없이 덜컥 디자인과를 선택한 학생도 더러는 있을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디자인 분야는 국내 디자인 산업에서 많은 수요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다. 그렇지만 그 외에도 아주 세분화된 전문 분야가 굉장히 많이 있다. 어떤 분야를 선택하든 다 가치 있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선택한 만큼 지금부터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개척할 것인지 이번 특집으로 실마리를 잡아보기 바란다.

concept art

SF영화, 게임, 애니메이션에서는 현실과는 다른 환경과 사물이 창조된다. 특히 미래를 그리는 경우가 많아 대개 ‘혁신적으로 새롭게’ 디자인한다. 영화 <매트릭스>나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 속의 이동 수단이나 무기, 로봇 등은 모두 누군가가 디자인한 것이다. 이런 것을 디자인하는 전문가를 ‘콘셉트 아티스트’라고 한다. 그들은 현실 세계에는 없는 각종 외계인이나 괴물 캐릭터부터 이동 수단, 의상, 건축, 인테리어까지 창조한다.

이들의 보람은 생산이나 판매, 공학적 제약에서 벗어나 마음껏 자신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콘셉트 아티스트로는 <블레이드 러너>를 만든 전설적인 시드 미드와 <스타워즈>로 유명해진 랄프 매쿼리가 있다. 지금은 할리우드의 디즈니, 픽사와 같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조지 루카스가 설립한 ILM과 같은 스튜디오에서 수많은 콘셉트 아티스트가 일하며, 한국인도 많이 있다. 그림도 잘 그려야 하지만 해부학, 메커니즘, 공학 등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과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사진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의 콘셉트 디자인.

cf·music video

장편 영화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영상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영상 디자인을 취미가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자 한다면 본격적으로 프로덕션 회사에 취직해 전문가 수업을 받아야 한다. 이런 회사에서는 TV CF, 뮤직 비디오, 기업의 각종 홍보 영상을 만든다. 그리고 조감독을 거쳐 정식 감독이 된다. 영상 감독은 특별히 전공자를 불문하지만, 그래픽과 영상 언어를 배운 디자인 전공자에게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30여 년간 수백 편의 CF를 만든 한국 CF 영상의 개척자 윤석태, 감각적인 스타일로 스타 CF감독이 된 김규환 등이 모두 회화나 디자인 전공자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CF는 소비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단 15초 만에 모두 보여주어야 하는 작업의 성격상 시인처럼 메시지를 함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박명천 감독은 타고난 감각보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분야가 영상 프로덕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은 박명천 감독의 TTL 광고다.

production design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배우다. 배우가 창조하는 캐릭터는 너무 강렬해서 영화에 나오는 다른 모든 것들도 누군가가 창조한 세계라는 것을 관객들은 좀처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영화는 감독의 연출, 배우의 연기, 촬영, 조명, 음악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돼 비로소 완성된다. 그런데 영화는 어떻든 물리적인 세계를 필요로 한다. 즉 무대, 의상, 영화에 등장하는 그 모든 소품 말이다. 그것을 총괄 지휘하는 작업이 바로 프로덕션 디자인이다.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세트는 물론 세트 속의 가구와 소품처럼 물리적이며 가시적인 속성을 지닌 모든 것을 재현하는 역할을 한다. 의상 디자인과 메이크업 같은 세분화된 분야까지도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총괄 책임진다. 한마디로 영화의 시각적인 스타일과 관련된 모든 일을 관장한다. 보통 프로덕션 디자이너 아래 전문화된 다양한 아트디렉터들이 구성된다. 세계적인 프로덕션 디자이너로는 <골드핑거>를 비롯해 여러 편의 007 시리즈에 참여한 켄 아담, 미술의 비중이 큰 영화를 만드는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 영화에 참여한 벤 반 오스 등이 있다. 한국에도 <올드 보이>에 참여한 류성희를 비롯해 유명한 프로덕션 디자이너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손재주보다 미술과 문학, 영상 언어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필요하며, 다양한 스태프와 함께 작업하는 만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사진은 영화 <메이콘의 아기>의 한 장면. 디자인은 벤 반 오스다.

title sequence design

타이틀 디자인은 영화에 참여한 주요 스태프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에서 나아가 포스터처럼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내용을 압축하는 형식으로 진화했다. 이 분야를 개척한 인물은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솔 바스다. 그는 앨프리드 히치콕, 마틴 스콜세지 같은 할리우드의 거장 감독들과 함께 역사에 남을 영화 타이틀 디자인을 맡았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타이틀 디자이너는 <세븐> <미션 임파서블> 같은 현대 타이틀 디자인 걸작을 만든 카일 쿠퍼.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 분야만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교는 없다. 하지만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애정만 있다면 도전해볼 만하다.

visual effect

요즘은 TV 드라마조차 비주얼 이펙트(visual effect)가 흔하게 쓰인다. 그러나 몇 년 전만 해도 비주얼 이펙트가 가장 흔하게 쓰이는 곳은 CF였고, TV CF는 컴퓨터 그래픽스를 활용한 비주얼 이펙트 디자인의 가장 큰 시장이었다. 그만큼 비주얼 이펙트는 돈이 많이 드는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그러나 최근 비주얼 이펙트 디자인은 CF와 영화는 물론 드라마, 방송의 각종 타이틀 영상, 스폿 광고, 게임 등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수요가 커졌다. 실제로 극히 평범한 화면조차 컴퓨터 그래픽스를 거치지 않고 전파를 타는 영상이 없을 정도로 비주얼 이펙트 디자인이 보편화된 것이다. 이미 한국은 컴퓨터를 활용한 비주얼 이펙트 디자인 선진국이다. 비싼 장비를 다뤄야 하는 만큼 학교에서는 배우기 힘들고 대부분 컴퓨터 그래픽스 전문학원에서 과정을 익힌다. 그러나 기본적인 디자인 감각, 그래픽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툴을 아무리 잘 다뤄도 좋은 비주얼 이펙트 디자이너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진은 작년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었던 <디워>의 한 장면이다. 글/ 김석희(디자인 저널리스트)

Interview
이수영 DTI 픽쳐스 기획실장
“빠르게 발전하는 프로그램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

극단 <학전>에서 뮤지컬 밴드를 시작한 그는 예술의전당에서 윤도현 주연의 <개똥이> 공연에 참여할 정도로 전문 음악인이었다. 그러다 호주에서 컴퓨터 디자인과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공부하면서 영상 디자인에 적을 두게 된다. 2003년부터 DTI 픽쳐스에서 일하며 <장화, 홍련> <우아한 세계> <중천> <왕의 남자> 같은 영화의 특수효과를 총괄 디렉팅했다. 현재 그는 성룡과 이연걸 주연의 모험 판타지 영화 <포비든 킹덤>의 CG 작업을 끝낸 상태다. www.dtipictures.com

어떻게 비주얼 이펙트 디자이너가 되었는가? 

원래 나는 뮤지컬과 앨범 녹음 세션을 하는 전문 음악인이었다. 몇 번 공연 포스터를 디자인 하기도 했는데 그러다 영상에도 관심이 생겨 호주로 유학을 다녀왔다. 귀국 후, 2003년 DTI에 입사해 지금까지 30편이 넘는 영화 작업을 했다. 현재는 디자이너라기보다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CG의 콘셉트와 방향을 잡는 기획자다.

비주얼 이펙트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떤 자질과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감성. 풍부한 감성은 비주얼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다. 나는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크리에이티브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감독의 머릿 속에 들어 있는 그림을 창의적으로 발현해주려면 적어도 감독만큼, 아니 그보다 더 뛰어난 감성적 바탕이 있어야 한다. 좋은 영화*소설*만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놓으면 후에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 논리적인 사고도 필요하다. 디자이너의 논리적 사고 결여는 의외로 작업을 어렵게 한다. 비주얼 슈퍼바이저가 일일이 가르쳐주는 대로 작업할 게 아니라면, 가장 효과적으로 좋은 품질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 또한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요소다. 마지막으로 섬세함. 디자인이라는 것이 다 마찬가지지만 제아무리 좋은 콘셉트와 표현도 섬세하게 마무리되지 않으면 완성도에서 평가절하된다. 극장 화면에는 아무리 작은 실수도 크게 보인다. 그러므로 완벽한 작업을 위한 섬세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비주얼 이펙트 디자이너가 되면 무엇이 좋은가? 

영화 일의 가장 큰 보람은 극장에서 엔딩 크레디트에 올라가는 내 이름을 보는 것이다. 완성된 영화의 한 부분을 담당했다는 자부심이 힘든 일을 버티게 해준다. 다른 분야에 비해 작업 결과물을 일반 사람이 많이 본다는 점도 영상 디자이너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 같다. 부수적으로 일반 회사에 비해 그다지 얽매이지 않는 복장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좋다.

비주얼 이펙트 디자이너에게 도움이 되는 책은? 

<시네펙스(Cinefex)>라는 월간 잡지를 추천한다. 이 잡지 홈페이지는 www.cinefex.com이다. 할리우드 및 외국영화 CG 작업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에피소드로 가득 차 있다. 영화의 CG 작업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프로그램에 맞추어 그 솔루션 또한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지속적인 정보 습득과 연구 없이는 세계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비주얼 이펙트 디자인의 전망은 어떻다고 보는가? 

지금 내가 속해 있는 DTI는 <라이온킹>을 감독한 롭 민코프 감독의 2008년 신작 <포비든 킹덤>의 CG를 진행했다. 최근 <괴물> <디워> 같은 영화로 CG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데다, 효율적인 CG 작업을 하는 한국을 할리우드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후배들의 앞길은 가까운 미래에 훨씬 밝아지리라 장담한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357호(2008.03)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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