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테크노밸리] 넥슨 판교 사옥
무채색 캔버스에 그려나가는 크리에이티브
크리에이티브를 강요하는 듯한 사무 공간이 실제 직원들의 크리에이티브를 향상시킬까? 여백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캔버스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테일즈러너, 메이플스토리 등을 히트시키며 게임 회사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넥슨은 이 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완공한 판교 사옥에서 게임 회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버렸는데 특히 공간을 통해 ‘채워나갈 수 있는 캔버스’를 지향한 점이 눈에 띈다.

![[판교 테크노밸리] 넥슨 판교 사옥 1 141028000000504 O](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141028000000504_O-832x554.jpg)
언제부터인가 많은 사람들이 게임 회사의 사옥 디자인에 대한 환상을 갖기 시작했다. 유별난 상상력의 IT 인재들이 모인 회사인 만큼 별세계 같은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다. 이런 상상은 종종 맞아떨어진다. 실제로 많은 게임 회사가 형형색색의 마감재와 아기자기한 소품 등을 이용해 마치 게임 속 한 장면을 실제 공간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사실 이런 공간은 임직원의 요구보다는 외부인이 바라는 모습인 경우가 더 많다. ‘게임 회사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공간 디자인에 작용하는 것. 그렇지만 크리에이티브를 강요하는 듯한 사무 공간이 실제 직원들의 크리에이티브를 향상시킬까? 여백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캔버스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테일즈러너, 메이플스토리 등을 히트시키며 게임 회사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한 넥슨은 이 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완공한 판교 사옥에서 게임 회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버렸는데 특히 공간을 통해 ‘채워나갈 수 있는 캔버스’를 지향한 점이 눈에 띈다.
넥슨 판교 사옥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컬러풀한 마감재나 게임 캐릭터가 아닌 묵직한 무채색 톤의 로비다. 모던한 이 건물은 게임 회사의 이미지와 선뜻 매치되지 않는데 이런 상식의 파괴가 오히려 넥슨 사옥의 디자인을 특별하게 만든다. 판교 사옥의 공간 기획을 담당한 넥슨 스페이스 김용준 팀장은 게임 회사의 생기발랄함 대신 지속 가능성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우리도 사람들이 게임 회사를 떠올릴 때 기대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험을 통해 톡톡 튀는 개성이나 화려한 장식에서 오는 감흥은 결코 오래가지 않는 다는 걸 깨달았죠.” 넥슨 스페이스는 공간의 실용적 차원에 중점을 두었다. 개인 사무 공간 넓이를 기존의 2배가량으로 늘리고 효율적 수납을 할 수 있도록 구석구석 장치를 마련했다. 또 LED 조명을 사용해 직원들의 눈 피로도를 줄였다. 야근과 밤샘 업무가 많은 업무 특성을 고려해 숙면실을 마련하기도 했다. IT 기업 특성상 어린 자녀를 둔 30대 초ㆍ중반 직원이 많은데 이들이 오랜 시간 근무하는 경우에도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어린이집에 상당한 투자를 하기도 했다.
실용적이고 절제된 구성 가운데에서도 곳곳에서 넥슨 특유의 크리에이티브함을 느낄 수 있다. 일종의 허브 기능을 수행하는 비트윈이 대표적인데 이곳은 커뮤니케이션 공간이자 휴게 공간이며 동시에 업무 공간이기도 하다. 100m에 이르는 긴 사무 공간의 허리를 잘라내 마련한 곳으로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업무 공간에 작은 변화를 줬다는 의미도 있다. 장식이 아닌 구성만으로도 충분히 크리에이티브한 공간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가장 넥슨다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넥슨 다방은 선택과 집중이 돋보인다. 건물 3층에 위치한 이 사내 카페는 심플하게 구성한 메인 홀과 빈티지한 감성을 녹인 서브 홀로 구성했는데, 서브 홀의 빈티지한 스타일에서는 사옥 전반에 흐르는 절제됨이 일순간 풀어지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불일치, 개성, 괴팍함, 번뜩임 같은 키워드를 공간 한 곳에 응집해놓은 것. 이처럼 개성과 실용성을 적절히 버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청’이라는 키워드가 자리하고 있다. 넥슨 스페이스는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무려 1년 동안이나 공간 설계를 변경했다고 한다. 상명하달식이 아닌 소통 중심의 조직 문화가 설계 과정에도 반영된 셈인데, 소통을 통해 완성된 공간이 또다시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판교 테크노밸리] 넥슨 판교 사옥 2 141028000000499 O](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141028000000499_O-832x561.jpg)
![[판교 테크노밸리] 넥슨 판교 사옥 3 141028000000500 O](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141028000000500_O-832x555.jpg)
![[판교 테크노밸리] 넥슨 판교 사옥 4 141028000000502 O](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141028000000502_O-832x555.jpg)
Interview
김용준 넥슨 스페이스 실장
“게임 회사에 대한 예상을 뒤엎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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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로 사옥을 옮기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이전에는 강남 테헤란로 선릉역 주변에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했는데 조직별로 흩어져 입주해 있다 보니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 회사 특성상 조직의 변화가 잦을 수밖에 없는데 이동에도 어려움이 있었고 비싼 임대료를 감당해야 했다. 판교 사옥 이전으로 한지붕 아래 조직이 집결되면서 효율성이 높아졌다. 또 동종업계 간 교류로 정보를 얻기도 쉬워졌다.
직원들의 의견을 사옥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공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전사 설문을 통해 수요와 요구 사항을 조사하고 수렴해 수정을 반복하다 보니 설계 기간이 상당히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언뜻 소모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과정이 사옥을 짓는 원천적 목적이자 소스가 됐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넥슨 사옥에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기 전에는 결코 나올 수 없는 요소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 사내 밴드 동아리실을 만들면서 방음벽을 설치한 것이나, 미술 동아리를 위해 청소가 쉬운 마감재를 사용한 점 등을 들 수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회의실과 차이가 없지만 이런 디테일에 오히려 사옥 디자인의 아이덴티티가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느낀 것은 게임 회사 하면 떠오르는 기대를 배반했다는 것이다.
공간 디자인에서 실용, 합리, 기능과 효율을 최우선에 두었다. 처음 생기는 ‘우리 집’인 만큼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가 관건이었는데 ‘게임 회사니까 펀(fun)하고 컬러풀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싶었다. 물론 넥슨 직원들은 젊고 활기차며 자유롭다. 하지만 창사 2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 골방에서 개발하던 그때를 상기시키고 싶어 검소하고 실용적인 공간을 기획했다.
![[판교 테크노밸리] 넥슨 판교 사옥 6 141028000000512 O](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141028000000512_O-832x542.jpg)
![[판교 테크노밸리] 넥슨 판교 사옥 7 141028000000503 O](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141028000000503_O-832x1247.jpg)
![[판교 테크노밸리] 넥슨 판교 사옥 8 141028000000505 O](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141028000000505_O-832x124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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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한편에 마련한 ‘넥슨 작은 책방’도 인상적이다.
작은 책방은 아이들에게 지식과 배움터를 제공하는 넥슨의 대표적인 사회 공헌 활동이다. 1층에 자리한 91호점은 창사 20주년을 맞이해 특별히 마련한 것인데, 이미지 라이브러리로 구성해 해외 희귀 화보집, 디자인 서적, 그림 동화 등 1400여 권의 책을 구비하고 있다. 넥슨 직원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한다. 서가 자체를 큐브 박스 형태로 제작하고 가운데를 비워뒀는데, 그 자체로 의자가 될 수 있게 한 디자인이다. 각 서가를 모듈화하고 바퀴를 설치해 1층 로비에서 행사가 있을 때는 한쪽으로 쉽게 치워둘 수 있도록 했다.
건물 내·외부를 관통하는 일관된 디자인 요소를 꼽자면?
수평성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사옥을 보고 웨하스 과자 같다고 말한다.(웃음) 건물을 가로지르는 수평선이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인데 이것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또 효율성을 중시하는 건물에서 이런 수평선이라는 요소가 작은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건물 안 사인물에도 이와 같은 수평선을 강조했다.
![[판교 테크노밸리] 넥슨 판교 사옥 11 141028000000508 O 2](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141028000000508_O-2-832x1248.jpg)
![[판교 테크노밸리] 넥슨 판교 사옥 12 141028000000509 O](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141028000000509_O-832x1248.jpg)
![[판교 테크노밸리] 넥슨 판교 사옥 13 141028000000507 O](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141028000000507_O-832x555.jpg)
![[판교 테크노밸리] 넥슨 판교 사옥 14 141028000000510 O](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1/141028000000510_O-832x540.jpg)
시공사 SK건설
공간 기획 및 디자인 총괄 넥슨스페이스
공간 디자인 다원디자인(대표 조서윤)
공간 시공 다원디자인, 에스이엘인테리어디자인 (대표 이승은), 리스피앤씨(대표 이경운)
사인 및 그래픽 넥슨 브랜드 디자인팀ㆍaandd(대표 김중근)
조경 설계 및 시공 디자인 알레(대표 우경미)ㆍ삼성에버랜드
공사 기간 27개월
입주 시기 2013년 12월
규모 지하 5층, 지상 10층
입주 인원 약 1800명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256번길 7
웹사이트 www.nex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