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거듭한 플라스틱 가구의 원조 카르텔

이탈리아 가구 산업의 현장을 가다

카르텔은 ‘플라스틱 가구의 명품화’를 이끈 주역으로 플라스틱으로 가구를 만든 최초의 회사였다. 그러나 이들이 플라스틱 가구 업계에서 여전히 확고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것은 ‘원조’에 만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혁신을 거듭한 플라스틱 가구의 원조 카르텔

산업디자인협회(Industrial Design Association)에 등록된 이탈리아 디자이너는 약 1000명이고, 이 중 밀라노에 스튜디오를 가진 디자이너는 약 600명이다. 디자인을 내세우는 가구회사도 140여 개에 달한다. 이탈리아가 왜 디자인 강국인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더 놀라운 숫자를 밝히겠다. 이탈리아에 공식 집계된 가구 제조 업체 수는 무려 3만 6000개다. 이들에게는 오랫동안 축적된 ‘그들만의’ 비법이 있다. 이 비법이 없었다면 우리는 20세기 1000개의 베스트 의자를 모아놓은 책에서 4분의 1 정도는 유실했을지도 모른다.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한다고 바로 제품이 되는 건 아니다. 제품화할 수 없어서 ‘데스크의 이슬’로 사라지는 게 허다하다.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할 수 있는 이들의 생생한 현장을 가봤다.


Kartell

설립연도 1949년
설립자 줄리오 카스텔리
직원 수 90명
연 매출 약 1억2500만 유로(한화 약 2250억 원)
주요 디자이너 마르코 자누소, 필립 스탁, 론 아라드
디자인 철학 디자인 민주주의
가장 많이 팔린 제품 필립 스탁의 ‘고스트’ 체어. 공식 집계된 수치만 연간 2-30만개로 지난10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가구로 기록되어 있다.
수출 비율 75%
주요 수출 국가 90여 개국
특징 플라스틱으로 가구를 만든 세계 최초의 회사.
공장 없이 외주 업체를 선호하는 이유 소재나 마감, 제작 부분 등 공정별로 최상의 조건을 갖춘 회사에 맡기면 최종 제품의 품질이 ‘최상’이 될 수 있다. 경영적으로 봤을 때는 위험성을 줄이고, 융통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홈페이지 www.kartell.it

2009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 전시장에서 카르텔의 CEO 클라우디오 루티(Claudio Luti)를 만났다. 60주년을 맞은 카르텔은 경제 위기가 한참 대두되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성대한 잔치를 벌였다. 전 시장을 가득 메운 슈퍼 디자이너의 제품을 홀린 듯 훔쳐보며 나는 그에게 카르텔의 성공 비법을 물었다. “카르텔은 가구 역사에 플라스틱 시대를 연 장본인입니다. 새로운 재료가 개발되면 인간 환경은 획기적으로 바뀌기도 하는데, 카르텔은 이를 주도했지요. 또한 150년 동안 근대 디자인을 이끌어온 영국과 독일로부터 이탈리아로 디자인의 축을 옮겨온 숨은 조력자였습니다.” 그의 태도에는 선구자로서의 자부심이 강하게 깔려 있었다.

플라스틱의 역사가 바로 카르텔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가 끝난 바로 다음 날인 4월 27일, 밀라노에는 비가 왔다. 이날 우리는 밀라노 외곽 노빌리오에 있는 카르텔 뮤지엄을 방문했다. 1999년 카르텔 50주년을 기념하여 2500m²에 달하는 공간에 기념비적으로 세운 건물이다. 전형적인 이탈리아 모더니즘 스타일의 건축물로 카르텔을 상징하는 붉은색의 지붕이 인상적이다. 카르텔은 자체 소유의 공장이 없다. 이는 재료의 기술개발에 매달리는 회사들의 특징인데, 대신에 이들은 디자인에 좀더 집중한다. 본사 옆에는 증축을 거듭해 직원조차 정확한 면적을 모른다는 거대한 물류창고가 있었다. 붉은색과 대조를 이룬 잔디밭에는 카르텔의 전시장과 쇼룸 디자인을 전담하고 있는 페루치오 라비아니의 대형 조형물이 놓여 있다. 넝쿨식물이 조밀하게 뒤엉켜 카르텔의 기념비적인 제품을 상징화한 것이다. 제프 쿤스의 조각물을 연상시키는 이 발랄한 아이디어가 카르텔답다는 생각이 든다. 뮤지엄 입구에서 만난 큐레이터 엘리사 스토라체(Elisa Storace)는 “카르텔의 역사는 곧 세계 플라스틱의 역사”라며 우리를 ‘플라스틱의 세계’로 안내했다. 너무 유명한 이야기를 굳이 하자면, 화학자 줄리오 카르텔리(Giulio Castelli)가 1949년 카스텔을 세웠을 때 카르텔은 가구회사가 아니었다. 플라스틱을 연구해 자동차 전용 액세서리나 연구실 소품을 생산하는 회사였다. 그러다 건축가였던 아내 안나 카스텔리(Anna Castelli)가 ‘주방과 가정 집기에 플라스틱을 활용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주방용품을 제작했다. 양철 양동이, 나무 대걸레 자루, 깨지기 쉬운 자기와 유리 그릇은 무겁고 칙칙했고 덩달아 가사노동도 우울했다. 가볍고 컬러풀한 플라스틱 제품의 등장은 여성에게 일대 사건이었다.

1950년대 대성공을 거둔 카스텔리는 1963년 더 대담한 제품을 선보인다. 바로 플라스틱으로 가구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미친 짓’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카스텔리 부부는 행동했다. 이들이 만든 플라스틱 가구는 1960년대를 강타한 팝아트 문화를 발판삼아 상상도 못할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이후 플라스틱 가구회사가 우후죽순 생길 정도였다. 그러나 카르텔은 의심의 여지없는 원조다. 이는 플라스틱의 품질이 증명한다. 이탈리아 디자인 업계에 종사한 사람이라면 플라스틱의 표면만 보고도 원조 카르텔 제품과 모조품을 쉽게 구분한다. 부끄러운 실화를 예로 들자면, 몇 년 전 이름을 대면 모두 알 만한 유명 디자이너가 한국의 6성급 호텔에 머문적이 있었다. 당시 객실에 있던 카르텔 제품이 모두 ‘카피’라며 분개하기에 내가 버젓이 찍힌 카르텔 상표를 찾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다른 브랜드는 몰라도 카르텔은 이렇게 조악한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다”고. 카르텔 뮤지엄은 1950년대를 시작으로 연대별로 카르텔의 역사를 수집한 곳이자 동시에 20세기를 관통한 플라스틱의 발전사를 기록한 곳이다. ‘카르텔은 바로 플라스틱’이라는 공식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이곳을 통해 원조의 강한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플라스틱 가구에 ‘최초’를 독점한 회사

초창기 카르텔의 성공은 혁신적인 소재의 개발과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이 보여준 실험적인 디자인에 기인한다. 그러나 비즈니스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처럼 1980년대에 이르러 카르텔도저가 제품을 내세운 후발 플라스틱 가구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는 곧 경영난으로 이어졌다. 이에 1988년 70세를 맞이한 카스텔리는 사위인 클라우디오 루티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위임한다. 패션 브랜드 베르사체를 성공적으로 관리했던 그는 카르텔의 진보적인 선장으로서 새로운 항로를 탐색한다. 저가에 저가로 맞서며 제살을 깎아먹기보다 플라스틱 가구를 명품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40년간 ABS, 폴리프로필렌, 나일론 등 플라스틱 소재 연구의 선도적인 역할을 한 카르텔의 차별화된 DNA를 더 움켜쥐고 가겠다는 뜻이었다. 루티는 1980년대 가장 현대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던 필립 스탁을 적극 끌어들었다. 그리고 당시 주류였던 유기적인 형태를 거부하고 모던한 디자인 언어로 과감히 선회했다. 스틸 같은 다른 소재와의 접목을 시도하기도 했다. 비비드한 색상에서 고급스러운 파스텔 색상으로 색채 계획도 전면 수정했다. 1994년에는 세계 최초로 100% 순수 플라스틱 의자인 ‘마우나 키(Mauna Kea)’를 만들었다. 내부의 철심을 제거한 이 의자는 더 가벼웠다.

신소재 폴리카보네이트로 세계 최초의 투명 의자인 ‘마리’를 선보였을 때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전시장에서 이 의자를 최초로 접한 소비자들은 앉기를 꺼려할 정도로 불안해했다. 연극적인 제스처에 능한 필립 스탁은 ‘폴리카보네이트’의 내구성을 증명하기 위해 의자를 망치로 두들기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현재 ‘마리’ 의자는 ‘고스트’ 컬렉션으로 확대되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기술과 디자인의 혁신을 거듭한 카르텔은 플라스틱 가구 업계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독점한 회사다. 이런 끊임없는 자기계발은 1999년 매출 급등을 불러왔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했다. 지금도 앤티크 마켓이나 이베이 같은 곳에는 1960~70년대 카르텔 제품이 고가로 거래된다. 일부 과거 모델에 대한 재생산 요구가 거세게 일기도 하지만, 루티 대표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기업은 앞을 향해 걸어가야 할 뿐, 뒤를 돌아보아서는 선구적인 기업이 될 수 없습니다.” 원조라는 왕좌에 머물지 않았기에 카르텔은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도태되지 않고 여전히 플라스틱 대통령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Interview
클라우디오 루티 카르텔 대표
“플라스틱으로 가구를 만든다는 ‘생각’, 그 자체를 만든 회사다”

대표우선 카르텔의 60주년을 축하한다. 경제 위기 속에서도 이렇게 크고 화려한 전시장을 설치한 것을 보면 기본이 탄탄한 회사 같다. 비결이 무엇인가? 

지난 60년간 카르텔은 3대에 걸친 가족 기업으로 회사 자체의 자본을 탄탄히 다져왔다. 그렇기에 위기는 그저 위기일 뿐, 카르텔의 전략까지 바꾸지는 않는다. 가구 업계를 선도하는 카르텔다운 제품을 계속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방침이다. 이를 올해에도 보여줬을 뿐이다.

국의 수입업체 대표가 카르텔은 모든 디테일까지 깐깐하게 관리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만 그런 건 아니다. 카르텔은 전 세계 모든 수입업체에게 까다롭게 군다.(웃음) 쇼룸 하나도 카르텔다움을 유지해야 하니까. 유통에도 좋은 조건을 갖추기 위해 우리는 각국의 수입업체를 일일이 심사한다. 또한 수입업체를 결정하기까지 상당한 노력을 들인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세계 각지에 흩어진 모든 쇼룸은 카르텔의 이미지를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매달 전 세계 유통업체의 이미지를 재설정하고, 모두 이 이미지를 유지하고 관리하도록 한다. 또 두 달마다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게 해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한다. 모든 매장의 이미지를 같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일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기업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중요하다. 모든 제품과 수입업체를 조율하는 이 강력한 유통 방식이 카르텔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이다. 개인적으로 카르텔은 가구회사 이상의 회사라고 생각한다.

문화적인 영향력을 말하는 것인가? 

한 건축가가 새로운 감각의 인테리어를 보여주려 할 때 카르텔은 매력적인 회사일 것이다. 카르텔 매장에는 늘 새로운 가구가 있으니까. 사용자가 사용하기도 쉽다. 그러나 카르텔은 가구회사 이상의 특별함이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사용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면서 디자인의 민주주의를 실현했다.

다른 가구회사와 카르텔이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플라스틱으로 가구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 그 자체를 만든 회사다. 우리에겐 세계 최초로 제작한 실험적인 제품이 수두룩하다. 플라스틱 가구 업계를 개척하면서 플라스틱의 품질 자체를 발전시켰다. 카르텔은 제너럴일렉트릭(GE)과 기술적으로 꾸준히 협업하고 있는데, 얼마 전 GE 대표가 내게 ‘폴리카보네이트의 전도사’라는 별명까지 지어줬다.(웃음) GE와 카르텔은 1994년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으로만 제작한 의자인 마우나 키를 만들었다. 이후 전 세계의 모든 플라스틱 의자 제조업체들이 내부의 철심을 제거한 이 방식을 채택했다. 우리가 하면 모두 따라온다. 올해 선보인 필립 스탁의 ‘고스트 버스트(Ghost Buster)’ 역시 세계 최초로 단 한 번의 사출로 제작한 장식장이다. 카르텔은 여전히 도전하고 있다.

2분에 하나씩 제작된다고 들었다. 

제품에 따라 덜 걸리기도 한다. 1분에서 1분 30초 정도 걸리는 제품도 있다. 한 번의 사출로 제작한 경우라면 이후 사람의 손을 한 번은 더 거쳐야 완벽한 제품이 된다.

카르텔은 유명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해왔는데, 혹시 인하우스 디자이너도 있는가? 

굳이 말하자면 두 명 있다. 아니다, 그냥 없다고 해두자. 사실 그들이 디자인을 하는 건 아니니까.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데 창의성을 내부로 제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는 항상 제한을 두지 않으려 한다. 생각을 열고 외부 컨설팅에 귀를 기울인다.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고려해서 최종 선택한다. 이 방식이 합리적이다. 모든 선택은 내가 직접 한다.

외부 디자이너를 선별하는 카르텔의 기준이 있는가? 

좋은 질문이다.(웃음) 카르텔은 산업을 잘 이해하는 디자이너를 선호한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제품화할 수 있는 사람이다. 즉 제작 과정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일단 디자이너를 한두 달 만나면서 성실함과 정직함을 살핀다. 이를 통해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그제야 투자와 제품 개발을 진행한다. 카르텔은 단기적인 관계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디자이너를 원하기 때문에 제품 개발을 할 때 인품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 제품 하나 개발하는 데 몇 년이 소요되기도 하는데, 이런 인고의 과정을 함께 견딜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카르텔이 특별히 요구하는 스타일은 없다. 우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외부에서 찾는 창의성일지라도 회사 내부의 전략과 맞아야 한다. 모든 제품은 각자의 스타일을 갖고 있어야 하고,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제품들은 ‘카르텔’이라는 이름 아래 조화롭게 구성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다른 스타일과 어울리는 제품이라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획일적인 스타일을 맹목적으로 추구하기보다 사용자 중심의 현실적인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립 스탁과 카르텔의 파트너십은 유명하다. 그와의 관계가 궁금하다. 

내가 1988년에 카르텔 경영에 참여하면서 제일 먼저 찾은 디자이너가 그였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를 천재라 생각한다. 성품도 온화하다. 우리는 20년 동안 함께 플라스틱을 어떻게 가구로 활용할지를 탐구했다. 아직도 매달 정기적으로 만나서 대여섯 시간씩 오랜 토론을 벌인다. 그와 함께한 첫 작품 ‘닥터 글롭(Dr. Glob)’은 플라스틱 가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필립 스탁은 컬러풀하고 유기적인 플라스틱 가구라는 카르텔의 이미지도 바꿨다. 플라스틱 가구는 싸구려 제품이 아니라는 메시지 역시 소비자에게 분명하게 전했다. 그와 함께 세계 최초로 제작한 투명한 의자인 ‘마리’ 역시 센세이션을 일으킨 역사적인 제품이다. 필립 스탁과 카르텔의 우정은 각별하다.

보통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궁금하다. 

2년 반 정도. 연구하고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데 일 년이 걸린다. 금형을 제작하는 데 4~5개월이 걸리고, 또 디테일을 심화시키는 데 4~5개월이 걸린다.

전 세계적으로 카르텔 제품을 카피하는 회사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국은 우리 제품을 모조리 다 카피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따라올 수 없는 건 ‘카르텔’이라는 브랜드다. 로고까지 똑같이 카피하면 디자인은 흉내낼 수 있겠지만, 품질까지 모방할 수는 없다. 카피한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몇 달만 지나도 카르텔 제품과 카피 제품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사실 이탈리아 회사들도 카르텔을 카피한다. 그러나 그 어떤 회사도 플라스틱 품질을 우리만큼 보장할 수 없다. ‘오리지널’의 중요성은 이것이다.

카피를 방지하기 위해 특별히 하는 노력이 있는가? 

봄보 체어를 디자인한 스테파노 지오반노니는 플라스틱 공정 방식을 조금 어렵게 해서 제품을 개발한다고 한다. 카르텔 제품 중에도 카피가 상당히 어려운 제품들이 있다. 사실 좋은 제품은 결국 누군가 카피하기 마련이다. 어쩔 수 없다. 우리가 개발한 필립 스탁의 ‘미스터 임파서블(Mr. Impossible)’은 이름처럼 제작이 거의 불가능한 제품이었다. 그러나 누군가 우리가 개발한 레이저 기계를 알아내고 금형을 카피한다면, 결국 카피하고야 말 것이다. 제작 방식을 아무리 어렵게 바꾸어도 누군가 작정만 하면 된다. 우리도 사실 마음만 먹으면 가구 박람회장에 있는 모든 제품을 카피할 수 있다.(웃음) 다른 가구회사들의 카피 역사를 모두 합하면 카르텔의 역사이기도 하니까. 좋지 않은 제품은 카피조차 안 하지 않는가? 우리는 이제 신경 쓰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플라스틱이 친환경 소재가 아니라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고 한다. 환경 문제를 경시할 수 없는 시대인데,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플라스틱이 가장 친환경적인 소재라고 생각한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자연 소재가 갖고 있는 한계점을 극복하기 때문이다. 산림을 파괴하면서 나무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친환경적이라고 말하는 건 모순이다. 최근에는 옥수수로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기도 하는데, 아직도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는 식량난이 심각한 걸 생각한다면 이 역시 끔찍하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친환경적인가? 나는 절대로 식품을 제품에 사용하는 오만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카르텔은 10년 이상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폴리카보네이트 같은 소재를 개발해서 더 튼튼하게 만들 것이다. 오래 사용해도 싫증나지 않게 아름답고 실용적으로 제작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장기적인 자연 파괴를 막는 친환경적인 접근이라고 본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375호(2009.09)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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