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에이가 고유한 영역을 확장하는 시간

스탠다드에이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명확해지다

지난 13년 동안 기본을 충족하는 가구를 만들어온 가구 스튜디오 스탠다드에이는 자신들을 가구만 만드는 브랜드로 한정 짓지 않고 꾸준히 영역을 확장해 왔다. 건축물과 공간에 필요한 목재 시설물이라면 그 어떤 것이든 완벽하게 만들어 내는 실력파 스튜디오. 스탠다드에이가 들려주는 프로젝트 스토리와 앞으로 풀어가야 할 미션에 대한 이야기.

스탠다드에이가 고유한 영역을 확장하는 시간

우리만 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을 구축하는 일

원불교 원남교당

이따금 종교 시설에 놓일 가구 제작 의뢰를 받은 경험이 있긴 했지만, 오직 하나의 종교 건축물을 위한 가구와 집기 전반을 디자인하고 제작한 된 첫 프로젝트. 규모를 포함해 난이도 면에서도 지난 10년의 기록을 수월하게 뛰어넘었다.
지난해 정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중 대부분이 건축사사무소 매스스터디스와 함께 한 것들이고요. 가장 첫 프로젝트였던 원남교당 프로젝트는 어떻게 함께 하게 된 건가요?

류윤하 하루는 조민석 소장님과 원남교당 건축주님, 원불교 관련자분들이 함께 저희 쇼룸을 방문해 주셨어요. 교당 안에 들어갈 가구를 보러 다니는 중이셨나 봐요. 여러 곳을 둘러보고 오신 건데 그중 저희 가구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하셔서 함께 하자는 제안을 주셨고요. 무턱대고 만들 수는 없으니 샘플링을 해보자 해서 교당 예배실에 들어가는 1-3인용 벤치 샘플을 만들어 보내 드렸고 그쪽에서 퀄리티나 디자인을 마음에 들어 하셔서 예배당에 들어가는 가구만 저희가 제작 참여하는 것으로 처음에 계약을 진행했어요. 그 외의 가구나 집기는 건축팀이 맡기로 했는데 소장님이 ‘이 정도로 잘하는 팀이 있는데 굳이 우리가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스탠다드에이에 맡기는 게 어떻겠느냐’고 교당 측을 설득해 주셔서 나머지 가구 및 집기들까지도 저희가 제작을 맡게 된 거죠.

동일한 R값의 반원 디테일을 더한 대각전의 가구들

원불교 원남교당
클라이언트 매스스터디스, 원불교
진행 대형 위패단(가로 15mx높이 3m), 가구 및 집기 디자인&제작
디자인 스탠다드에이
제작 스탠다드에이
납품 2022년 11월

원남교당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었나요?

류윤하 사실 예배당은 벤치가 메인이잖아요. 벤치를 설계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게 공간에 몇 석을 넣을 것인지 설정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어요. 좌석 수를 정해야 앞뒤 공간에 따라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까지 계산할 수가 있죠. 그리고 벤치에 사람이 앉아있을 때 무릎 앞으로 사람이 지나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거리를 계산하는 게 가장 어렵고, 의자는 많이 넣어야 효율적이니까 이러한 부분들을 모두 고려 해야 했죠. 일반적인 종교시설에서는 벤치를 직각 형태로 만들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하는데 그렇게 되면 착석감이 엄청 불편해져요. 그래서 저희는 엉덩이 부분을 비우고 등을 앞으로 빼고, 엉덩이와 다리를 집어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매스스터디스에서 뒤와 좌판이 다 막혀 있는 디자인을 원하셨는데 그렇게 하면 앞뒤 공간을 너무 복잡하게 쓰게 되어 제안을 드렸죠. 뒤쪽을 뚫는 대신에 책을 넣을 수 있게끔 보조 장치를 넣으면 시각적으로는 어느 정도 막힐 테니 원하는 방향으로 일부분 가되 엉덩이를 뺄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자고요. 해서 지금의 최종 형태가 합의가 된 거죠. 벤치 디자인이 완성되고 나서는 나머지 집기는 벤치에 맞춰 디자인을 하기만 하면 됐기 때문에 수월하게 진행이 되었고요.

주한프랑스대사관 김중업관

원남교당 다음으로 공개되었던 프로젝트이자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주한프랑스대사관 김중업관 프로젝트 이야기를 안할 수 없어요. 한국 현대 건축의 선구자인 건축가 김중업의 대표작이자, 한국 현대 건축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주한프랑스대사관 업무동(1962년 완성)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 스탠다드에이는 지상에서 건물로 이어지는 계단의 난간(가드)과 손 스침(핸드레일)의 복원을 맡았습니다. 스탠다드에이 내에서는 ‘피눈물’ 났던 작업으로 꼽힌다고요.

류윤하 원남교당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제안을 주셨어요. 이 복원 작업을 함께 하고 싶은데 가능하겠냐고요. 사진만 봐도 힘들 것 같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거절을 했어요. ‘저걸 사람이 어떻게 만들어’ 싶을 정도로 까다로운 작업이었거든요. 두 번은 거절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몇 달 뒤에 매스 쪽 팀장님이 연락 오셔서 ‘스탠다드에이가 안 하면 저 손잡이를 금속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모든 팀에 연락을 해봤는데 나무로 저걸 해줄 수 있는 팀이 없다’고요. 근데 우리가 안 하면 저 난간을 금속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아 이거 우리가 해야겠구나’라는 어떤 사명감이 생기더라고요. 조 소장님이 건물을 완벽하게 다 만들어 놨는데 손잡이 때문에 망치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팀원들한테 욕을 먹더라도 이건 진행하자는 생각이 들었죠.

참고할 자료로 주어진 단 세 장의 빛바랜 흑백 사진.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컴퓨터로 그려낸 날물의 길을 따라 완성된 구조들.
단 세 장의 오래된 사진을 단서로 난간(가드)과 손스침(핸드레일)의 형태를 짐작하고 구조를 잡아야 했던 설계와 가공, 시공 오차를 이겨내고 무사히 설치를 마치기까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스탠다드에이 역시 ‘피눈물 나는 작업’하면 떠오르는 새로운 추억을 갖게 되었다고.
이 작업이 굉장히 까다로웠다고 들었어요. 정확히는 어떠한 험준한 과정을 거쳐야 했나요?

류윤하 만만한 과정이 단 하나도 없었어요. 사실 건물이 완공되고 나서 실측하고 제작했으면 이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아직 건물도 안 올라간 상태에서 도면만 보고 난간을 제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첫 번째 난관이었죠. 설계에는 시공 오차라는 게 있어요. 가구는 시공 오차가 5mm 단위인데 건축은 시공 오차가 2~3cm에요. 그러면 저희가 아무리 잘 만들어서 가져가도 계단이 도면과 다르게 나오면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설계 단계부터 시공 오차를 제일 신경 썼고 현장에서 자재를 자르고 붙이는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작업실에서 제작을 모두 완료해 현장에서는 금속 파이프에 손잡이를 볼트 조립만으로 완성을 해야 했고요. 수십 번의 가상/실물 모델링 작업을 진행하며 결과물을 다듬어 가는 과정을 거쳤던 것 같아요.

현장 상황에 따라 처음 약속한 납기 일자에서 3~4개월 연기되기도 했는데 파주의 추운 겨울을 견뎌내기 위해(목재의 수축현상으로 인한 구조 변형을 최소화하기 위해) 완성된 구조물을 랩으로 감싼 뒤 가습기를 틀어 보관했던 기억이 나네요. 시공 오차는 다행히 저희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어요. 3cm 정도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4~5cm 정도였으니 약간의 수정으로 해결이 가능한 범위여서 양호한 편이었죠. 두번째 난관은 형태였어요. 이중각으로 꺾여 올라가는 부분에서 정확한 각도와 라인이 유지되어야 했던 점, 모든 구조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모양을 잡아 도면을 설계하고 가공해야 했던 점이 정말 까다로웠죠.

이곳에 사용한 목재는 무엇이었나요?

류윤하단단한 성질과 고운 결을 가진 체리 수종을 사용했어요. 오리지널은 아마 나왕을 썼던 걸로 보여요. 나왕은 대패로 슬슬슬 깎아도 그냥 순식간에 깎이거든요. 그래서 아마 현장에서 덩어리 나무를 붙이고 현장에서 깎아서 설치했을 거예요. 그 작업 또한 당시 현장 목공 마스터들의 무수한 땀방울로 빚어낸 인간 승리였을 거고요. 근데 저희는 건물을 짓고 있던 상황이라 작업실에서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완성했죠.

L’Ambassade de France en Corée (2023년, 1962년)
‘남들 다 안 하는 일엔 다 이유가 있는 법, 그래도 우리가 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시작을 앞두고 남몰래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지만 스탠다드에이의 선택이 옳고 또 옳았음을 증명할 수 있었던 김중업관 프로젝트.

주한프랑스대사관 김중업관
클라이언트 매스스터디스
진행 난간(가드), 손스침(핸드레인) 구조 복원을 위한 설계&제작
디자인 건축가 김중업
제작 스탠다드에이 (처음 디자인으로의 원형 복원)
납품 2023년 4월

조민석 소장님도 결과물에 만족해하셨나요?

류윤하 엄청 좋아하셨어요. 이걸 만들어줄 수 있는 팀이 저희 밖에 없다는 걸 아시기 때문에(웃음). 제가 두 번은 못하겠다고 말씀 드렸던 기억이 나요.

오설록 티뮤지엄 · 티테라스 · 티스톤

둥글게 이어지는 전면 유리창을 따라 바테이블과 스툴.
폭이 좁은 테이블 상판, 최소한의 앉을 자리가 되어줄 스툴로 곶자왈의 풍경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했다.

오설록 티뮤지엄·티테라스·티스톤
클라이언트 매스스터디스
진행 가구 및 집기 디자인 & 제작
디자인 스탠다드에이
제작 스탠다드에이
납품 2023년 4월

그와 동시에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티테라스&티스톤 프로젝트도 함께 했죠. 차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최대 차 종합 전시관으로 2023년 4월 리뉴얼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어요. 이 또한 매스스터디스와 함께했고요.

류윤하 처음에는 티뮤지엄 내에 들어가는 벤치를 작업해 줄 수 있는지 문의를 주셨었어요.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부 구조가 원형 형태잖아요. 둥근 벽을 따라 놓일, 약 9m에 달하는 벤치 다섯개를 문의주셨는데 다섯 개의 규격과 곡률이 전부 제각각이었어요. 신축 건물을 짓는 게 아니라 기존 건물의 틀을 활용해야 했기에 어려운 미션이었죠. 벤치 작업을 하다 보니 그럼 ‘가구도 하시죠’ ‘매대도 하시죠’ 하면서 저희의 작업 영역이 넓어진 케이스고요. 이곳에 나무는 체리하고 오크(블랙)을 사용했어요. 주한프랑스대사관 김중업관 난간 복원 작업과 제주 오설록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게 되면서 ‘이게 스탠다드에이의 운명인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두 개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친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스탠다드에이만이 해낼 수 있는 고유한 파트’가 더 명확해지고 확고해졌다고 생각했고요.

GS GREEAT

2020년에 진행된 GS 사내 식당 프로젝트.
GS 계열사와 입주사를 위한 식당, 그래잇 GREEAT의 리뉴얼 작업에 스탠다드에이가 함께 했다.

GS GREEAT
클라이언트 GS
진행 가구 디자인 & 제작
디자인 스탠다드에이
제작 스탠다드에이
납품 2020년 9월

우아한형제들 HQ

2021년 진행한 우아한형제들 HQ 프로젝트.
다섯 개의 비스듬한 선반을 가진 장을 하나의 유닛으로 총 42개, 업무용 대형테이블을 총 13개 제작했다.

우아한형제들 HQ
클라이언트 우아한형제들
진행 대형 책장(가로 60m), 가구 및 집기 디자인&제작
디자인 스탠다드에이
제작 스탠다드에이
납품 2022년 2월

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GS 구내식당과 우아한형제들 본사 오피스 공간도 의뢰를 받아 진행했었죠.

이학준 사실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김봉진 의장님 집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인연이 닿아 본사 프로젝트까지 이어진 경우였어요. 의장님이 책을 워낙 좋아하셔서 책장에 책을 꽂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형태로 쫙 두르고 싶다고 하셨고, 창가를 따라 60m 정도 휘어진 책장을 깔게 된 거죠. 오피스에 들어가는 가구는 실용성이 진짜 중요해요. 많은 사람이 함께 쓰는 회의실이나 휴게실 같은 경우 내구성도 중요하고요. 우아한형제들도 기본적인 가이드라인 외에는 터치가 거의 없으셨고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작업으로 기억에 남아있어요.
류윤하 사실은 저희의 클라이언트가 굉장히 큰 팀들이잖아요. 국내에서 저런 팀들이 저희한테 디자인을 의뢰했을 때 디자인에 관해 저희를 믿고 계신다는 것 자체가 저희한테는 큰 힘이 되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요. 저희는 외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걸 상대방이 알아준다는 것이 굉장히 고마운 부분이죠.

한번 인연이 닿은 분들은 스탠다드에이의 진가를 알아보고 꼭 다시 찾아온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에요. 감도 높은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WOL 조성림 대표님도 스탠다드에이의 오랜 고객으로 알고 있고요. 사람들이 스탠다드에이의 작업을 신뢰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류윤하 이 부분은 저희도 정확히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나마 유추해 보자면 건축하시는 분들이 보통 시공팀한테 일을 맡기는데 시공팀은 또 하청에 하청으로 일을 주면서 실제 공사가 이루어지거든요. 그러다 보니 책임자가 모호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이걸 해결하기 위해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고요. 게다가 디자인한 의도대로 될 확률이 낮죠. 그런데 저희는 디자인도 직접 하고, 시공도 직접 하기 때문에 의도한 바를 모두 도출해 낼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는 팀으로 생각하신 게 아닐까요.

외부 프로젝트뿐 아니라 주문 제작 건과 같이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의견 조율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것 같아요. 이럴 때 그 간격을 어떻게 좁혀 나가나요?

류윤하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에요. 가장 먼저는 ‘어떤 공간에 어떠한 사이즈의 가구를 만들겠다’ 정도로 공간 사이즈와 디테일이 담긴 디자인 초안을 받아요. 거기에 맞춰 저희가 가구 디테일을 넣게 되는데, 가장 쉽게 가기 위해선 저희에게 모든 걸 일임해 주시는 게 가장 좋아요. 반대로 가구 디자인을 해서 가지고 오시는 분들에게는 ‘이 디자인이 실제로 구현했을 때 좋은 디자인인가 아닌가’에 대해 저희 의견을 드리죠. 예를 들어 도면에서 보는 4cm 두께는 굉장히 얇아 보이지만 실제로 보는 4cm는 말도 안 되게 두껍거든요. 그러면 저희가 ‘실제로 만들면 많이 무거워 보일 것이고, 공간과의 비례감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을 드리죠. 그럼에도 종종 클라이언트의 의견대로 진행해 더 잘 나올 때도 있어요. 그래서 늘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죠. 그 안에서 저희의 역할은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빠르게 조율점을 잡아서 제작에 돌입하는 것이고요.

그 외 프로젝트

복합 문화공간 피크닉에 들어간 18미터 길이의 테이블.
16장의 상판을 하나로 연결해 완성했다.
TEA HAUS 189는 개포자이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공동 편의 시설로,
하얀 도화지 같은 바닥과 벽타일. 갤러리가 연상되는 깔끔한 공간을 고려해
밝은 톤의 오크 수종과 크림, 아이보리 컬러의 원단을 사용해 스틸 소파를 완성했다.

DDP 디자인 스토어
클라이언트 착착 건축사무소, 서울시
진행 디스플레이 공간(제품 진열 및 보관이 가능한 선반장)과 사무 공간(카운터 등), 유휴 공간(재고 보관 선반)을 위한 가구와 집기
디자인 스탠다드에이
제작 스탠다드에이
납품 2023년 10월

아직 해보지 않은 공간 중 도전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이학준 저는 호텔 로비 해보고 싶어요. 크기 적으로나 디자인적으로나 공간을 꽉 채울 수 있는 가구, 공간을 압도할 수 있는 가구를 제작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류윤하 ‘도전’이라고 하셨으니까(웃음) 저는 호텔 객실이요. 객실 쪽은 주로 비용의 이유로 현장에서 조립 목수들이 짜는 가벼운 가구나 중국에서 만들어온 카피템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거든요. 그런 공간들에도 오리지널리티 가구들이 채워지는 때가 온다면 저희도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도전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공항 의자에요. 공항은 대부분이 알루미늄 의자로 되어있잖아요. 그런데 코펜하겐 공항 가보면 들어서자마자 세븐 체어로 쫙 깔려 있는 게 부럽더라고요. ‘인천공항에도 저렇게 해두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종종 했거든요. ‘한국을 상징할 수 있는 브랜드가 있다면 그런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한국의 상징성을 띠는 브랜드가 된다면 저런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도전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탠다드에이에게 남은 미션

가구를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10년이 넘도록 여전히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이 있나요?

이학준 나무라는 소재 자체는 만지면 만질수록 ‘점점점점’ 더 어렵다고 느껴요.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이 원목들. 소비자들은 언제나 일관된 상품을 원하고 저희는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나무의 변화를 맞이할 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특히 이번 겨울은 정말 원목 가구에게는 최악의 계절이었어요. 온도와 습도의 차이가 크고 극한의 습함과 극한의 건조함의 반복이었던 나날들이었으니까요.
류윤하 사실 이게 정상이에요. 나무는 원래 움직이거든요. 움직이는 게 정상인데 우리는 이걸 비정상으로 생각하고, 매끈하고 화학적으로 코팅된 어떠한 안정적인 상태를 정상으로 바라보잖아요. 그런데 사실 나무는 그런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정상을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대부분의 시선들이 저희가 극복해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하지만 생각보다 쉬운 문제는 아니고요.

그럼에도 브랜드를 꾸준히 끌어 가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류윤하 매일 얘기하는 게 ‘우리가 이걸 왜 계속하고 있지?’에요.(웃음) 근데 이유는 하나인 것 같아요. 스탠다드에이라는 브랜드를 한국 가구 시장의 위쪽에 포지셔닝하고 싶다는 것. 이게 많이 팔겠다는 의미보다 한국을 떠올리면 바로 떠오르는 대표 가구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것에 가까워요.해외에는 덴마크, 핀란드 하면 떠오르는 가구 브랜드가 하나씩은 있는데 한국은 그런 게 딱히 없거든요. 가능하면 그게 우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계속하고 있어요.
이학준 이제는 ‘가구 만드는 게 너무 행복해’라기 보다는 실질적으로 ‘우리 브랜드를 어느 단계까지 끌어올려 놓을 수 있을까’가 내부적인 미션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이 미션이 저희에게는 큰 과제이면서도 동기 부여가 되는 셈이죠.

스탠다드에이에게 모토가 되는 스튜디오나 디자이너가 있을까요?

류윤하 최근에 저희가 주목하는 팀은 가리모쿠 케이스 스터디(KCS)라는 팀이에요. 저희가 익히 알고 있는 가리모쿠의 프리미엄 라인으로 덴마크 디자인 스튜디오 놈 아키텍츠(Norm Architects)와 게이지 아시자와(Keiji Ashizawa)와 함께 타임리스 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데, B2B와 B2C를 절반 정도의 비중으로 진행 중인 저희 같은 팀이 그리 많지 않거든요. 그러한 브랜드 중에선 가리모쿠가 참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저희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으로 잘하는 팀인 것 같아서 저희도 이런 협업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해보고 있어요.

(왼) 류윤하 대표 (오) 이학준 대표
스탠다드에이 가구가 사람들의 공간에 놓였을 때, 어떠한 존재감을 가지길 바라나요.

류윤하 어려운 질문이네요. 가구는 결국 사람이 어떻게 쓰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가구가 사람한테 끼치는 영향도 크고요. 쇼룸에 방문하는 분들 중에 ‘어렸을 때 엄마가 이런 책상 사줬으면 나 공부 되게 잘했을 것 같은데’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계세요. 결국 책상이라는 게 기능만 하는 건 아니고 형태에서 오는 미적인 요소라던가 만졌을 때 오는 촉감과 냄새 이런 오감도 기능에 포함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가구 하나로 모든 걸 바꿀 순 없지만 최소한 그날의 기분 정도는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우리의 가구가 거대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가구이기보다 사람들의 공간에서 긍정의 기운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이학준 저희 슬로건이 ‘포 어 스테이블 라이프(For a Stable Life)’인 것 처럼 형태적으로 뛰어나든 뛰어나지 않든 당신이 선택한 삶을 계속 지탱하는 데 저희의 가구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가구로 내 삶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역할을 저희 스탠다드에이가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빈 모서리 공간을 작은 전시장으로 만드는 ‘Corner Shelf’와 스테디셀러 ‘03 라인’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은 ‘Stool 03’ ‘Bar Stool 03’.
더 안정적인 비율로 다시 찾아온 ‘Step Stool’까지. 스탠다드에이와 TWL에서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진행 중이거나 머지않아 새롭게 선보일 프로젝트가 있나요?

이학준 매스스터디스랑은 현재 영화진흥원이라는 곳을 같이 해보고 싶어서 디자인을 하고 있고요. 다른 건축사랑도 여러 프로젝트를 논의 중인데 아직 확정된 건 아니에요. 그리고 저희가 원래는 입점을 절대 하지 않는데 지난 연말 문화역284에서 열린 ‘비밀의 성탄역’에 참여하면서 인연이 된 TWL 대표님과 긴 논의 끝에 ‘소가구’ 4종을 입점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작년 연말부터 준비한 신제품 높은 책장이 3월 중순 ~ 4월 초에 출시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스탠다드에이의 브랜딩 스토리는 다음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13년 차 스튜디오가 성장을 위해 선택한 것, 스탠다드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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