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스템 빌더, 뉴웨이즈 박혜민
‘정치로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라는 단순한 명제를 성립시키기엔 오늘날 민주주의 시스템에 부재한 영역이 많다. 뉴웨이즈는 그 빈칸을 메워주는 대안적 정치 플랫폼이다.

사람들이 정치 이슈에 접근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누군가는 말없이 정치인을 지지하고, 누군가는 책임과 권한이 있는 사람을 향해 목소리를 낸다. 조례나 법률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있고, 의사 결정권자가 되기 위해 직접 정치인이 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정치로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라는 이 단순한 명제를 성립시키기엔 오늘날 민주주의 시스템에 부재한 영역이 많다. 뉴웨이즈는 그 빈칸을 메워주는 대안적 정치 플랫폼이다.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유권자와 함께 가이드를 만든다는 점에서 기존 커뮤니티와 더욱 차별화된다. 정치 산업의 구성원이자 시민, 그리고 시스템 빌더로서 더 나은 정치를 위해 거대한 팀플을 시작한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를 만났다.




뉴웨이즈는 ‘젊치인’이라는 용어를 처음 내세운 비영리 스타트업으로 만 39세 이하의 정치인들이 도전하고 성장하도록 돕는다. 플랫폼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사회가 변했다. TV 앞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하나의 이슈에 집중하는 시대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관점이나 정체성을 드러낸다. 우선순위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전부 비슷하다. 2030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뤄도 의사 결정권자는 50대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대와 경험에 따라 문제 해결 방식은 늘 달라졌는데, 그렇다면 다양한 개인의 영향력을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 모델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응축해 한 장짜리 기획안을 쓴 것이 뉴웨이즈의 시작이었다. 당시 구상했던 뉴웨이즈의 방향성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유권자를 모으고, 그다음 젊은 정치인을 모으고, 마지막으로 두 집단을 연결해 젊은 정치인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나아가 이들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20%의 당선율을 달성하는 것으로 목표를 세웠다.
설립 5년 차임에도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누울 자리 캠페인’부터 ‘드래프트 2024’, ‘퓨처 보터’, ‘받아라 역공약’, ‘역면접’까지. 일련의 캠페인을 통해 어떤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하나?
아직 성공적인 솔루션을 제시했다고 자부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변화가 있다면 많은 유권자가 정치가 고루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도록 힘썼다는 것이다. 젊치인이라는 신조어도 이런 맥락에서 만들었다. 청년 정치라는 말 자체가 이제는 낡은 개념처럼 들리지 않나? 친구들에게 공천 제도를 설명하는 일은 또 어찌나 복잡한지. 쉽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문제와 제도를 이해하고 참여하기 위해 정치의 경험 디자인 자체가 변화할 필요가 있었다. 소셜 미디어에 기꺼이 공유하고 싶은 귀엽고 재밌고 멋진 디자인으로 말이다. 온라인 유권자 운동 ‘누울 자리 캠페인’은 이런 접근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고 사람들에게 정치를 즐겁게 알리겠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관심이 높아진 걸 넘어서 젊치인들의 영향력을 키운 것이 뉴웨이즈의 가장 뚜렷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일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낀 점은 2030세대의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일과 변화를 요구하는 일, 그리고 제도를 바꿀 힘을 갖는 일은 전부 제각각이라는 것이었다.

‘받아라 역공약’은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할 만하다. 유권자의 참여가 실제 정치권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했으니까.
유권자를 대상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정작 정치권에는 그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 캠페인마다 설득당하는 사람도 결국 후보자가 아닌 유권자 아닌가. 역발상이 필요했다. 유권자가 원하는 조례를 먼저 요구하고, 정치인이 그것을 발휘해주면 어떨까? 우리는 AI 툴을 이용해 2030세대의 페르소나를 담은 얼굴을 만들었다. 가상의 유권자가 제시하는 공약을 담은 선거 공보물을 제작해 후보자들의 사무실에 보냈다. 커피 차를 마련해 정치인이 다닐 법한 곳, 지지율 격차가 적은 곳, 정치적으로 상징적인 곳들을 다녔다. “이 공약을 들어준다면 표를 행사하겠다”고 사무실에 전화를 돌리기도 했다. 반응이 좋았다. 유권자들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니 환영했고, 2030세대의 마음을 간파하지 못했던 정치인들은 직접적인 얘기를 들으며 표심을 얻을 기회였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의 얘기를 듣지 않는다고 화만 낼 일이 아니었다. 들어주게끔 만들면 될 일이었다.
정치에 관한 기본 상식을 가볍게 습득할 수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발행하고 있다. 친근하면서도 적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내용과 형식이다. 뉴웨이즈를 처음 시작할 때, 현재 커뮤니케이션 리드를 맡고 있는 곽민해 매니저에게 함께하자고 제안한 이유 역시 이와 맞닿아 있었다. 그는 어려운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풀어내는 능력과 미적 감각을 두루 갖췄다. 뉴웨이즈에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설정한 3개의 페르소나 집단이 있다. 정치에 대한 니즈, 관심도, 깊이에 따라 분류한 그룹이다. 각 페르소나에 따라 소속되는 커뮤니티도, 필요한 정책도 다르기에 이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다. 정치를 초당적으로 다루는 미디어의 역할도 맡고 있기에 명확한 관점과 기준을 세우며 궁극적으로는 해결 방식까지 고민하고자 한다.
뉴웨이즈 팀은 어떻게 구성되나?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2명이 콘텐츠 만드는 일, 성장 지원 매니저 2명이 젊치인 키우는 일을 맡고 있다. 필요에 따라 디자이너를 비롯한 외부 파트너와 협업도 한다. 좀 더 거시적 관점으로 얘기하자면 뉴웨이즈는 유권자를 모으고 정치인의 도전과 성장을 도우며 이런 이해관계를 연결해 솔루션을 설계하는 일을 한다. 마치 배달의민족이 사장님도 모으고 고객도 모으는 것처럼.


젊치인을 키운다는 건 실질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젊치인은 결국 하나의 스몰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정체성과 경쟁력을 파악하고 핵심 메시지를 도출해 널리 알리며 팬덤을 형성하는 일이 수반되어야 한다. 젊치인을 키우는 뉴웨이즈 부트캠프는 강연, 워크숍, 과제로 구성되는데 워크숍 단계에서 이러한 아이덴티티를 찾는 과정을 거친다. SWOT 분석을 넘어 자신이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인지, 정치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구체화하며 젊치인으로서 근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뉴웨이즈와 더불어 뉴웨이즈 빌더즈의 활동 또한 눈에 띈다. 오늘날 많은 시민단체나 비영리 조직이 젊은 세대에게 외면받는 것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행보다.
뉴웨이즈 빌더즈는 580명 정도로 구성된, 뉴웨이즈를 후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런데 이들이 정치에 대해 기대하는 내용은 결코 같을 수 없다. 정당 지지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제철 요리를 먹는 삶을 원하는 사람은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을,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사람은 미래 세대가 행복해질 수 있는 정책을 정치인에게 바라는 것이다. 이들에게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흥미로워 인터뷰를 시작했고, 정치 이야기를 즐겁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도 좋겠다는 생각에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됐다. 아주 끈끈하게 하나의 메시지로 단일화된 조직이 아닌, 느슨하지만 나름 단단하게 연결된 정치 공동체랄까. 뉴웨이즈가 다루는 정치는 결국 거대한 이념이나 구도가 아니다. 우리의 하루하루가 더 나아지게 해줄 일상적인 수단이다.
현재 시점에서 뉴웨이즈를 어떤 플랫폼으로 정의하는가?
정치를 제대로 하는 젊치인 에이전시. 나아가 시스템 빌더.


정치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새롭게 느낀 민주주의의 가치와 한계가 있다면?
일단 정치 혐오에서 많이 벗어났다. 진짜 일꾼이라고 할 만한 정치인, 변화를 만드는 정치인도 알게 됐다. 다만 민주화 운동의 결실로 1987년 헌법을 만든 이후 30년 동안 절차적 민주주의가 진화했음에도 이를 유지하기 위한 역할과 기능은 여전히 미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된 인재 성장 시스템을 갖춘 정당이 하나도 없다거나, 유권자와 정치인이 점점 단절된다거나 하는 식의 문제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역으로 이런 문제에 관해 고민하고 해결한다면 보다 나은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확신도 생겼다. 기대감을 갖고 변화를 도모하며 뉴웨이즈를 지속하는 이유다. 결국 우리가 만들어가는 민주주의는 우리가 상상하는 민주주의와 연결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부딪히는 한계는 무언가가 나아지는 속도보다는 나빠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이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연대와 공감이 더욱 중요해졌다.
2024년 상반기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욱 젊고 다양한 정치인을 등장시키는 데 집중했다. 다가오는 2026년 지방선거에서는 어떤 변화를 만들고자 하나?
뉴웨이즈를 시작하고 맞는 두 번째 지방선거인 만큼 아주 멋진 상상을 해봤다. 뉴웨이즈에서 나오는 600명의 후보가 모두 유권자와 함께 만든 역공약 조례를 약속하면 어떨까? 이런 상상이 지역사회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도록 전문성을 가진 정책 그룹, NGO와 함께하고 있다. ‘정치인이 젊어지니 일도 잘하고 세상도 좋아지네’ 같은 느낌을 시민들이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 지금 뉴웨이즈가 바라보는 가장 명확한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