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체를 재해석하는 방법, 안체 프로젝트

안상수체의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이 모였다.

안상수체를 재해석하는 방법, 안체 프로젝트

날개 안상수의 걸작, 안상수체가 40주년을 맞았다. 최초의 탈네모꼴 한글 서체로 그 의미가 남다른 안상수체는 기하학 도형을 닮은 낱글자 형태와 실험적 구조가 두드러지는 게 특징이다. 다른 언어권의 디자이너가 안상수체를 재해석해보면 어떨까? AG 타이포그라피연구소가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과 손잡고 선보인 ‘안체 프로젝트’는 그 막연한 상상을 구체화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14명의 디자이너가 각양각색으로 한글을 디자인해 그 결과물을 한 벌의 서체로 완성했다. 똑같은 안체 모듈로 설계했는데도 글자 형태와 구조가 저마다 달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본지에서는 안상수체 40주년을 축하하고자 올해 1월에 선공개한 5벌의 서체를 모아 소개한다.


AG 반찬

한글과 라틴 문자를 결합한 서체다. 각진 터미널과 부드럽게 이어지는 곡률이 눈에 띄고, 획의 대비감이 큰 것이 특징이다. 일련의 구조적 규칙이 형성하는 일정한 글줄의 흐름은 우아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시대를 타지 않는 디자인으로 활용도가 높은 이 글꼴은 아르헨티나의 그래픽 디자인 신을 이끄는 디자이너 알레한드로 파울(Alejandro Paul)이 디자인했다.

디자인 알레한드로 파울
웹사이트 sudtipos .com

AG 글결

활자체의 인상은 글꼴의 구조와 획의 형태로부터 결정된다. 두 요소가 무수히 반복되며 ‘글’을 구성하고 활자의 고유한 ‘결’을 만들어낸다. 세벌식 타자기를 위해 만든 조합형 한글 활자는 그간 구조에 초점을 맞춰 발전했는데, 그 과정에서 획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글의 결’은 다소 간과된 측면이 있었다. 홍익대학교 민본 교수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토대로 디자인한 ‘AG 글결’은 조합형 한글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글결을 제시한다.

디자인 민본
웹사이트 typereadingroom.kr

AG 하하한글

펜타그램의 디자이너 폴라 셰어(Paula Scher)와 커스틴 로커휴버(Kirstin Rocke -Huber)가 디자인한 글꼴이다. 작고 날카로운 세리프와 높은 획 대비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라틴 문자의 대문자 기준선은 상단에, 소문자는 하단 글줄에 맞춰 설계했다. 한글 음절의 모듈식 구성을 참고한 것이라고. 역동적인 글줄 흐름으로 서체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디자인 폴라 셰어
디자인 협력 커스틴 로커휴버
웹사이트 pentagram.com

AG 에비씨 그로우 한글

파비안 하브(Fabian Harb)와 요하네스 브라이어(Johannes Breyer)는 라틴 문자의 핵심적 특징을 추출한 뒤 이를 한글로 재창조했다. 6개의 기본 아우트라인을 활용해 정교하고 균형 잡힌 서체를 선보였다. 세밀한 디자인 작업과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활용할 수 있는 다층적인 한글 꼴을 완성했다.

디자인 파비안 하브
디자인 협력 요하네스 브라이어
웹사이트 abcdinamo.com

AG 유니닷

타입 디자이너 피에로 디 비아세(Piero Di Biase)가 디자인한 ‘AG 유니닷’은 점의 보편적 형태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했다. 도트 매트릭스 프린터와 LED 간판 속 글자를 연상케 하는 이 서체는 레트로한 감수성을 자극하면서도 유쾌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안상수체의 기본 구조 아래 일정 정도의 자유도를 부여한 이 서체는 세밀하고 정교한 그리드로 짜여 있다. 라틴 문자는 대소문자의 구분이 없는 유니케이스(unicase)로 디자인해 한글과의 연결성을 강화했다.

디자인 피에로 디 비아세
웹사이트 formulatype.com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60호(2025.02)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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