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물들일 네덜란드 주요 전시
네덜란드 미술 현장이 주목하는 올해의 이슈는?

2025년, 암스테르담은 도시 창립 750주년을 맞이한다. 이를 기념해 네덜란드 곳곳에서 역사적 의미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라고. 교류와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들도 예정돼 있다.
스테델릭 뮤지엄(Stedelijk Museum)과 반 고흐 뮤지엄(Van Gogh Museum)이 공동으로 기획한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개인전은 올해 가장 중요한 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외에도 라이크스뮤지엄(Rijksmuseum)에서 열리는 대규모 미국 사진 전시, 배우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의 몰입형 전시 등 다채로운 흐름이 예정돼 있다. 올해 암스테르담에서 열릴 주요 전시와 트렌드를 준비해봤으니, 주목해 보자.
안젤름 키퍼 개인전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과 반 고흐 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전시

올해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전시는 암스테르담 스테델릭 뮤지엄과 반 고흐 뮤지엄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안젤름 키퍼의 개인전 ‘SAG MIR WO DIE BLUMEN SIND’이다. 키퍼는 역사, 신화, 문학, 철학을 결합한 대형 회화 및 설치 작품을 통해 인간의 기억과 역사를 탐구하는 독일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다.


전시 제목은 1955년 피트 시거(Pete Seeger)의 반전 노래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에서 따왔다. 이는 키퍼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전쟁과 기억이라는 주제와 연결된다. 전시를 통해 작가는 스테델릭 뮤지엄의 역사적인 계단 주변을 장식하는 24미터 길이의 대형 회화를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반 고흐 뮤지엄에서는 고흐 작품과 키퍼의 작업을 함께 전시해 키퍼가 고흐의 영향을 어떻게 흡수하고 변주했는지 조명한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키퍼가 새롭게 제작한 작품들도 포함될 예정이라,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순간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포마판타스마의 OLTRE TERRA
디자인이 어떻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가?

또한, 스테델릭 뮤지엄에서는 디자인과 생태적, 역사적 요소를 탐구하는 연구 기반 디자인 스튜디오 포마판타스마(Formafantasma)의 전시 ‘Oltre Terra’가 열린다. 전시 제목은 이탈리아어로 ‘땅 너머(Beyond the Earth)’를 의미한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재료로서의 양모가 아니라 인간과 동물, 환경 간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하는 실험을 선보이는 자리다. 디자인을 매개로 생태계와 물질을 연구하는 포마판타스마는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해 양모 생산과 환경, 경제적 요소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조명할 계획이라고. 전시는 디자인이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 사회적·환경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힘을 지닌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 사진의 역사: 라이크스뮤지엄의 새로운 시도
네덜란드 국립미술관이 조명하는 미국 사진의 역사

라이크스뮤지엄에서는 2월부터 6월까지 네덜란드 최초로 미국 사진의 역사를 조명하는 대형 전시가 열린다. 미국 사진작가들이 포착한 사회·문화적 풍경을 통해 사진 매체가 어떻게 예술, 뉴스, 광고, 일상에 스며들었는지를 탐구하며, 200여 점 이상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는 라이크스뮤지엄이 오랜 기간 수집해온 미국 사진 컬렉션에 대한 연구의 결실이기도 하다.
피오나 탄의 개인전
미술관 소장품은 작가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같은 기간, 라이크스뮤지엄에서는 인도네시아 출신 비디오 아티스트 피오나 탄(Fiona Tan)의 개인전이 열린다. 작가는 역사적 아카이브와 개인적 기억을 결합해 새로운 내러티브를 형성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카르트 블랑슈(Carte Blanche)’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프랑스어로 ‘전적인 자유’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미술관이 큐레이터의 개입 없이 작가에게 전시 구성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피오나 탄은 이를 통해 뮤지엄 소장품을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작업을 창작할 예정이다. 19세기 정신의학과 정체성 개념을 탐구하는 이번 전시는 미술관의 건축과 헤리티지에 작가만의 신선한 시각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필름뮤지엄 몰입형 전시
배우 틸다 스윈튼이 개인전을 연다고? (전시 제목 미정)


9월부터 영국 배우 틸다 스윈턴의 특별 전시가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전시는 스윈튼의 영화 인생과 그가 다양한 감독과 협업한 것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신작도 포함될 예정이다.
스윈턴은 단순한 배우 역할을 넘어, 창작의 경계를 확장해온 인물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는 감독과 배우가 함께 만들어내는 예술 시너지와 다양한 예술 형식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며, 공동 창작의 중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같은 시기에 아이필름 뮤지엄 극장에서는 스윈튼이 출연한 장편 및 단편 영화가 상영된다. 스윈튼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준 데릭 저먼과, 오랜 친구이자 최근 함께 작업한 조안나 호그의 작품도 함께 조명된다. 또한 ‘Eye on Art’ 퍼포먼스도 열린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스윈튼이 데릭 저먼, 페드로 알모도바르, 아핏차퐁 위라세타쿤과 작업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배우와 감독 간의 창작 과정과 협업의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다.
The Hidden Camera
전쟁 속에서 사진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사진 전문 미술관 Foam에서는 5월부터 9월까지 ‘The Hidden Camera’ 전시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1944~1945년 독일 점령 하의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한 네덜란드 사진가들의 작업을 조명하며, 그들이 어떻게 저항 세력 일원으로 활동하며 점령된 도시를 기록했는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전시는 당시 굶주림과 추위, 전쟁의 현실을 담은 강렬한 이미지들을 통해, 사진이 단순한 기록 매체를 넘어 역사적 증거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올해는 암스테르담 시의 75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도시의 역사적 의미를 반영하면서도 동시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전시들이 줄을 잇는다. 특히, 전시가 미술관의 전통적인 역할을 넘어, 예술이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환경과 기술 변화 속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기대를 담고 있다. 동시대 미술, 디자인, 영화,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과 교류가 강조되며, 미술관과 아티스트가 상호작용하는 방식 역시 변화하고 있는 형태가 포착된다.
2025년 네덜란드 미술 현장은 역사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시각 언어를 탐색하며, 매체 간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흐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전시들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