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무비랜드 모춘 & 소호: ‘영화적 순간’을 통해 몰입되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다
모춘 & 소호 무비랜드 극장주·모빌스그룹 디렉터
모빌스그룹은 ‘이야기’를 핵심 키워드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팀이다.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 그리고 지속 가능한 일에 대한 고민이 ‘무비랜드’로 구현됐다. 극장이 단순한 사양 산업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이야기와 경험을 나누는 공간으로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지난 1년간 무비랜드는 증명했다.

[Creator+]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의 경로, 태도와 방식을 더해 소개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1편과 프로젝트를 A to Z로 풀어내는 2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됩니다. [Creator+]는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한 ‘오!크리에이터’를 잇는 두 번째 크리에이터 기획입니다.
editor’s note
2023년 6월, 모빌스그룹 3.0 하계 워크숍. 극장을 꿈꾸기 시작하고 1년이 흘렀을 무렵, 모춘은 극장 네이밍을 ‘무비랜드’로 변경한다고 선포했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였죠.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애버랜드나 디즈니랜드, 혹은 〈라라랜드〉처럼 느껴질 거라고요. 꿈과 희망, 사랑을 파는 ‘랜드’들처럼 무비랜드 또한 2024년 2월 29일 문을 연 이후 다양한 이야기가 쌓여 재밌는 공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큐레이터가 선정한 ‘인생 영화’를 상영한다는 기획 아래 우리는 영화를 통해 다양한 인물과 브랜드를 더 깊게 알게 되었고요. 코미디언 문상훈, 배우 박정민과 이제훈, 래퍼 넉살, 디자이너 듀오 신신,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뮤지션 김오키, 만화가 마영신, 일본 〈브루터스〉 매거진 편집장. 브랜드로는 왓챠, 비너스, 토스뱅크, 반스… 무비랜드가 지난 1년간 함께한 큐레이터는 분야도 스타일도 이렇게 다채로웠어요. 무비랜드의 개관 1주년을 앞두고 ‘극장주’라는 소개가 무척 자연스러운 모춘과 소호를 만나 공간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를 지속하는 일, 무비랜드의 중력과 함께 구동하는 새로운 브랜드 협업, 그리고 탐나는 팀워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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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1. 1년의 기록, 극장으로 살아남다
무비랜드가 1주년을 맞았어요. 처음 소개했던 무비랜드와 지금 소개가 달라졌을까요? 요즘은 무비랜드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궁금해요.
소호 무비랜드는 성수동에 위치한 30석 규모의 소극장입니다. 소개는 바뀌지 않았어요. (웃음) 여전히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그릇’, ‘이야기 보따리’ 같은 표현을 사용하며 설명하고 있어요.
모춘 모빌스그룹은 모베러웍스로 4~5년간 활동해왔어요. 특히 오프라인에서 이벤트성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했는데요. 그래서 극장을 오픈할 때도 내부적으로, 그리고 외부에서도 ‘무비랜드가 일회성 이벤트로 보이면 안 된다’는 고민이 컸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는 극장, 성수동에 있는 하나의 극장으로 자리 잡고자 했어요.
공간을 운영하며 배운 점이 있다면
소호 뻔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마음을 쓰는 만큼 된다는 거예요. 저희는 책상에 앉아서 기획과 디자인을 해왔던 사람들이지 공간을 운영하는 일은 처음이잖아요. 그래서 걱정이 많았고, 초기엔 실수도 잦았는데요. 솔직하게 “죄송합니다. 아직 숙달되지 않아서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하면 대부분 이해해 주셨어요. 결국 공간을 운영하는 것은 시스템을 넘어선 사람을 대하는 방식의 문제라고 느껴요.
모춘 저는 ‘브랜딩’이라는 표현을 좋아하는데요. 브랜딩은 로고이기도 하고 기획이기도 한데, 공간까지 꾸려가다 보니 브랜딩이라는 퍼즐에서 운영이 차지하는 조각이 굉장히 크더군요. 전부인 것 같기도 하고요. 오히려 운영에서 비롯되는 서비스나 접객에서의 경험이 허술하면 좋은 디자인이 더 별로처럼 느껴져요. 겉멋만 부린 것 같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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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랜드의 지난 1년을 총평한다면, 어떤 시간이었나요?
소호 생각보다 잘 됐다. 왜냐하면 망할 줄 알았거든요. (웃음) 주변에서도 다들 안 될 거라고 했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했던 것 같아요. 결국 어떤 일이든 일단 하고 보면 새로운 가능성이 생긴다는 걸 체감한 1년이었어요.
모춘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1년 운영’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했고, 과정도 비교적 원활했어요. 사실 저희가 상상했던 수준은 주 4일 영업하고 3일은 단순 외주 작업을 하면서 운영비를 충당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4일 운영체제를 선택한 건데, 외주 작업을 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어요. 아직 완전히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우리 하기 나름에 따라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요. 개인으로는 사회에 나와 일하며 가장 재미있었던 1년이었습니다. 평소 만나고 싶던 분들을 만나 생각을 듣고, ‘영화 보기’라는 저의 여가를 일로 연결하고, 부산과 대전 등 먼 곳에서 온 관객분들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정말 즐거웠어요.
“1000명이 1번 오는 곳보다 100명이 10번 오는 곳”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실제로 어떤 분들이 무비랜드를 찾았나요?
소호 재방문율은 15%예요. 5번 이상 방문한 분들도 3~4%는 되는 것 같아요. 무비랜드 웹사이트 회원은 1만 명이 되었고요. 저희도 직접 접객을 하는데, 익숙한 분들이 자주 오세요. 가끔 그런 이야기를 들어요. 영화를 좋아하지만 뚜렷한 취향이 없었는데, 무비랜드에서 영화를 보며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게 됐다거나 큐레이터의 관점으로 영화를 소개하면 같은 영화라도 다르게 느껴지는 지점이 흥미롭다고요. 단순히 영화를 감상하러 온다기보다는 영화를 통해 취향을 찾고, 이야기와 연결되는 경험을 하러 오시는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어요?
소호 너무 많은데, 최근에 〈브루터스(BRUTUS)〉 매거진 타지마 로(Tajima Ro) 편집장님을 큐레이터로 모시면서 출판사인 매거진하우스의 오피스를 방문한 일이 기억에 남아요. 어린 시절부터 동경했던 매체를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를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게 짜릿했어요. 일본에서 큐레이터를 모셔왔다는 점도 고무되는 부분이었고요. 20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글로벌 큐레이터라는 새로운 미래의 문을 확 열어준 순간 같아서 정말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편집장님과 나눈 대화에서도 많은 걸 배웠어요.
모춘 작년 무비랜드를 개관하던 때가 떠오르는데요. 첫 번째 큐레이터가 저였고, 제가 선택한 영화 중 하나가 무협 영화 〈대취협(大醉俠)〉이었어요. 이 영화는 모든 티켓을 팔아도 남는 게 없을 만큼 수급 비용이 비쌌고, 다 팔릴지도 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하루 3회차만 편성했는데, 90장이 전부 매진됐어요. 저도 객석에서 영화를 볼 수 없었죠. 그때 되게 좋았어요. 묘했어요. (웃음)
사실 무비랜드를 시작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모베러웍스를 통해 ‘일’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브랜드로 활동해왔는데 극장을 연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왜 영화?’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저는 각각이 개념과 응용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베러웍스에서 ‘ASAP: As Slow As Possible’, ‘Small Work, Big Money’ 같은 메시지를 통해 일하는 방식과 철학을 나눴다면, 이를 공간으로 구현한 것이 무비랜드였어요. 〈대취협〉은 어릴 때 저에게 ‘나는 이런 방향으로 디자인 커리어를 쌓아 나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 영화예요. 대중적이거나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저에게 재미와 영감을 준 영화가 ‘무비랜드’라는 공간에서 공유되고 객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에게 다시 영감을 주는, 그날이 인상적이었어요.
![[Creator+] 무비랜드 모춘 & 소호: ‘영화적 순간’을 통해 몰입되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다 4 20250219 054344](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054344-832x555.jpg)
소호 모베러웍스는 ‘어떤 방식으로 일해야 할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브랜드였어요. 그런데 더 깊이 들어가보면 그건 ‘어떻게 살고 싶어?’라는 질문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잘 살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일하는 시간이 중요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맞는 일의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모베러웍스가 탄생한 거죠. 모베러웍스 이후에 극장을 연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모베러웍스와 연결되지 않는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일에서 찾은 결과물이 무비랜드이기도 한 거예요. 모베러웍스와 무비랜드가 별개의 브랜드처럼 보이지만 모춘이 개념과 응용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모베러웍스에서 이야기했던 정신과 DNA는 무비랜드로 자연스럽게 진화하고 이어진 것 같아요.
PLUS 2. 큐레이터, 무비랜드의 앰버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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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의 큐레이터 모춘 님을 시작으로 2025년 2월의 큐레이터 래퍼 넉살까지, 큐레이터 선정과 작품 선택은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나요?
소호 올해부터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려고 하는데, 지금까지는 매번 새롭게 진행했어요. 보통 한두 달 전부터 시작하는데요. 큐레이터 섭외부터 라디오 촬영, 아트워크 제작가지 한 달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상영 주기는 5주 정도로 운영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를 골라주세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영화 수급 가능 여부를 고려해 10편 정도의 리스트를 받아 최종적으로 4편을 선정합니다.
모춘 좋아하는 영화, 인생 영화, 영감받은 영화를 선택하는 게 조금 막연하게 느껴진다고 하면 주제를 정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초반까지는 일부러 주제를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진행하려고 노력했는데요. 올해부터는 조금 더 뚜렷한 하나의 관점을 넣어보려고요. 큐레이터분들이 고른 영화들은 장르와 스타일은 달라도 모두 완성도 높고 재밌어요. 그 리스트는 자신 있어요. 그런데 1시간 구글링으로 많은 정보를 취할 수 있는 시대잖아요. 미디어도 많고요. 선택의 이유가 분명하면 더 뾰족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무비랜드 라디오‘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싶어요. 티켓비 2만 원은 무비랜드 라디오까지 포함된 금액이라고 생각하고, 라디오의 콘텐츠 질을 올리기 위한 작업을 고민하고 있어요.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과 박정민, 이제훈 배우 등 개인적으로 의외라고 생각되는 인물도 많았는데요. 두 분은 어떤 사람들에게 흥미를 느끼나요? 새로운 방향을 잡아가며 올해 어떤 분들을 큐레이터로 준비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소호 기본적으로 저희가 일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자기 업(業)에 진심이고 어떤 성취를 이루신 분들에게 늘 존경심과 궁금증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그분들이 어떤 생각으로 작업했는지가 궁금해지는 거죠. 좋은 음악 작업과 개성 강한 비주얼의 김오키 님 같은 경우도 그랬고요.
모춘 뮤지션, 만화가, 디자이너… 돌아보면 창작자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창작자 중심으로 큐레이터를 선정하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그 영역을 더 확장해서요. 아직 구체적인 인물을 정한 건 아니고, 창작 분야에 어떤 영역이 있는지 큰 지도를 그려보고 있어요.
![[Creator+] 무비랜드 모춘 & 소호: ‘영화적 순간’을 통해 몰입되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다 7 20250219 054233](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054233-832x554.jpg)
![[Creator+] 무비랜드 모춘 & 소호: ‘영화적 순간’을 통해 몰입되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다 8 20250219 054234](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054234-832x555.jpg)
김오키 새턴발라드 연주회와 만화가 마영신 캐리커처 상영회 등 큐레이터의 영역이 독특한 이벤트로 확장되는 것도 흥미로워요. 〈안녕, 용문객잔(Goodbye, Dragon Inn)〉 관람 후 진행된 큐레이터 이제훈 배우와의 깜짝 토크에선 처음으로 바리케이드도 쳤었다고요. (웃음)
모춘 티켓팅을 못한 팬분들도 오셔서 1층에서 얼굴을 보려고 기다리셨어요. 안전상의 이유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했죠. 재훈 님은 영화와 극장 문화에 진심인 분이에요. 협업도 먼저 제안해 주셔서 ‘이제훈@무비랜드’ 제품도 만들었죠. 무비랜드라는 공간은 하나의 이야기가 얼마나 넓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곳이기도 해요. 저희는 영화를 보고 위키를 찾아보는 것도 영화 감상의 일부라고 생각하는데요. 전시, GV, 연주회, 캐리커처 상영회도 모두 영화적 경험이죠. 그런 확장된 경험을 무비랜드에서 계속 만들고 싶어요.
아트워크 작업은 어떻게 진행하세요?
소호 영화마다 아트워크가 가능한 경우와 불가능한 경우가 있어요. 가능 여부를 파악하고 라이선스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아트워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춘 담당은, 그때 시간이 되는 디자이너가 합니다. (웃음) 그리고 이틀 안에 작업을 끝낸다는 룰이 있어요. 항상 지켜지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길어도 5일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어요. 물론, 2주 동안 작업하면 더 잘하겠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서 내가 낼 수 있는 능력치를 올리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거죠. 훈련 같은 느낌으로요. 또 아트워크는 병행해서 해야 하는 루틴한 작업이고, 다른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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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이나 아트워크로 만든 리플렛도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켜요. 영화 전단지가 최초의 굿즈 같은 느낌도 있잖아요.
모춘 제가 예비 디자이너일 때 멋진 디자인 지류를 모았던 경험들이 변형된 것 같기도 한데요. 이번 달 말에 티켓과 아트워크를 모을 수 있는 아카이브 북(바인더)을 출시할 예정이에요. 작년에 무비랜드를 오픈하면서부터 만들고 싶었는데, 내부적으로 ‘아직 티켓 판매도 안 하는데 자의식 과잉이 아닌가’하는 의견이 있었거든요. (웃음) 1주년 기념으로 선보이려고 해요.
모춘 님이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기획과 시각적 요소가 일관되게 유지돼요. 이게 무비랜드만의 강점 같고요.
모춘 저는 디자인이나 브랜딩 씬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너무 마이너한 영역 같았거든요. 예를 들어 대중음악은 그 장르를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향유하잖아요. ‘우리만 이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밖으로 나가야 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최근 다시 안으로 돌아오고 싶어요.
디자이너로의 관점이 큐레이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뮤비랜드 라디오의 차별점이 될 수도 있겠네요. “비주류의 방식으로 주류가 되고 싶다”고도 하셨잖아요. 영화가 워낙 대중적인 매체이고, 큐레이터가 마치 무비랜드의 앰버서더처럼 다른 영역으로 무비랜드를 알리며 확장되는 것 같은데, 어떠세요?
모춘 그 말을 한때 팀의 사훈처럼 여겼는데, 취소할게요. 요즘 사회를 보면 주류도, 비주류도 없는 것 같아요. 처음 그 문장을 만들었던 이유는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 즐거워하는 것을 중심에 두자는 의미였어요. 돈을 벌다 보면 타협해야 하는 순간들도 오잖아요. 그런 유혹에서 초연해지자는 의미로 순화하겠습니다. (웃음)
PLUS 3. 이야기와 공간 중심의 새로운 협업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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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무비랜드 모춘 & 소호: ‘영화적 순간’을 통해 몰입되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다 12 20250219 071312](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071312-832x1109.jpg)
모빌스그룹은 캐릭터 플레이에 강한 팀이었고, 협업했을 때도 모베러웍스의 IP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무비랜드가 말하는 영화적 경험이 확장되어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협업이 진행되는 것 같아요. 현재 브랜드 협업이 주요한 수익 모델인 거죠?
소호 협업이나 외주가 문제를 해결해드리는 것이 일이잖아요. 기존에는 클라이언트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이 공간에서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저희의 개성이 더 담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 같고,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무비랜드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생기고요.
모춘 최근 5년 전부터 팝업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도구가 됐지만, 점점 규모 경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더 큰 팝업과 더 큰 선물… 정작 어떤 브랜드의 팝업인지, 처음 팝업을 기획한 목표를 달성했는가 생각하면 물음표를 던지게 되죠. 저희가 극장을 선택한 것도 기존 리테일숍보다 더 의미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극장은 단순한 공간이 아닌 이야기를 담는 곳이었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무비랜드’라는 공간의 강력한 중력 아래에서 영화적 경험과 같은 브랜드 경험을 만들고 싶었어요. 실제로 무비랜드의 운영 시스템 안에서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것들을 지난 1년간 실험했고, 그동안 저희가 단순하게 진행한 협업이나 외주보다 더 나은 방향의 결과물 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왓챠, 비너스와 함께한 협업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영화 콘텐츠가 있는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로서 대표성을 띠는 협업 같거든요.
모춘 두 협업의 결과물은 동일한데, 접근 방식은 조금 달랐어요. 우선 왓챠와는 영화 산업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싶었어요. 영화감독도 배우도 아니지만 영화 산업에 있는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저희가 극장을 처음 시작할 때 “OTT가 있는데 누가 극장에 오겠어?”라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OTT 서비스는 또 레드오션이고요. 저희가 가졌던 문제의식은, 그렇다면 OTT는 완벽한 서비스일까, 아쉬운 부분이 없을까, 하는 거예요. 저희가 내린 결론을 OTT와 극장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거였어요. 결국 영화 산업의 파이가 커져야 하잖아요. 왓챠는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의 아쉬움이 있었고 저희는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고요. 그리고 영화 산업에 관한 이야기이니 큰돈을 들여 한 번에 팡 터트리는 게 아니라 힘의 수위를 낮추고 오래 지속하는 캠페인이 더 잘 맞을 것 같았죠. 그래서 매달 셋째 주 수요일, 왓챠가 선정한 영화를 무비랜드에서 상영하고, 같은 취향을 지닌 사람들을 모아 이벤트 하는 캠페인을 1년간 진행했어요.
![[Creator+] 무비랜드 모춘 & 소호: ‘영화적 순간’을 통해 몰입되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다 13 20250219 064845](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064845-832x555.jpg)
![[Creator+] 무비랜드 모춘 & 소호: ‘영화적 순간’을 통해 몰입되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다 14 20250219 065059](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065059-832x554.jpg)
소호 비너스는 기획부터 영화 선정, 디자인, 공간 운영, 마케팅까지 전부 저희가 수행한 프로젝트였어요. 브랜드 70주년을 맞아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좀 더 젊고 새로운 방향성을 원했어요. 다만, 70년 동안 가슴을 연구해왔다는 핵심 메시지는 유지해야 했고요. 그렇게 나온 키워드가 ‘사랑의 형태’예요. 하트 모양이 가슴을 상징하기도 하고, 광고로 친숙한 ‘사랑의 비너스’를 재해석한 것이기도 해요. 그래서 단순히 올타임 레전드 사랑 영화를 트는 게 아니라 비너스가 70년 동안 연구해 온 가슴의 형태처럼 사랑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것을 영화로 보여주고자 했죠. 예를 들면 욕망과 금기의 사랑 〈박쥐〉, 어린이들의 사랑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 노년의 사랑 〈아무르(Amour)〉, 이렇게 비너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무비랜드 스타일로 풀어냈어요. 실제로 이것이 유효했다는 것을 리뷰를 보며 알게 됐는데요. “비너스라는 브랜드를 잘 몰랐는데 앞으로 〈캐롤(Carol)〉을 보면 비너스가 떠오를 것 같아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영화를 2시간 동안 봄으로써 브랜드를 더 깊게 체험하게 됐다! (웃음)
모춘 좋아하는 아이와 처음 간 극장 데이트에서 손을 잡을까 말까 긴장하고 떨렸던 경험이 있잖아요. 영화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때의 공기와 기분은 선명하게 남아있죠. 그것도 영화적 경험이며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무비랜드에서 그런 추억과 이야기를 만들어 주고 싶었고, 비너스와의 협업에서 잘 작동된 것 같아요.
영화가 시간성을 포함하는 매체다 보니 스스로 의도하지 않아도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모춘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도 중요한 것 같아요. 브랜드의 무료 이벤트라고 해서 선뜻 취하기 어렵잖아요. 러닝타임 2시간, 오가는 데 2시간, 최소 반나절은 써야 하니까요. 저희는 B2B2C(Business to Business to Consumer)라고 표현하는데, 다 진심이고 싶은 거예요. 오는 사람도 ‘공짜니까 가볼까?’가 아니라 ‘내 시간을 투자할 가치 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모든 주체가 진정성 있게 경험을 즐길 수 있는 형태를 조금 꿈꿨어요.
방금 ‘진심’을 말해주시기도 했지만, 브랜드와의 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뭐예요?
소호 결국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는데,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예요. 비너스의 경우에도 70년 동안 쌓아온 이야기가 매력적이었어요. 인지도와 관계없이 영화를 매개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에요.
![[Creator+] 무비랜드 모춘 & 소호: ‘영화적 순간’을 통해 몰입되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다 15 20250219 064152](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064152-832x555.jpg)
모춘, 소호, 훈택, 세 멤버가 도쿄 출장을 다녀오며 이 경험을 다른 멤버들과 나누고 싶다며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하셨어요. (웃음) 그러면서 소개서나 소규모 사이트를 만들어 우리를 더 알려야겠다 했는데,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싶어요?
소호 브랜드나 개인이 가진 이야기가 무비랜드라는 공간에서 재미있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요. 브랜드가 가진 고민이나 문제를 어떻게 보완하고 해결했는지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소개 자료를 만들고 있어요. 웹 사이트는 2월 말 오픈 예정입니다.
모춘 이 작업을 하는 이유는, 저희 팀이 메뉴판은 없는데 맛집인 건 아는 노포 같은 느낌인 거죠. (웃음) ‘모빌스그룹이 뭔가 잘한다는데 협업도 한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것을 하는 거지? 대관을 하는 건가?’ 실제그래서 저희가 만들어온 포트폴리오와 함께 비교하며 볼 수 있는 메뉴판처럼 정리하는 거였어요.
함께 협업해보고 싶은 브랜드가 있을까요?
소호 있어요. A24! 평소 궁금한 브랜드예요.
모춘 저는 진짜 돈 많은 팀과 한번 협업해보고 싶어요. (웃음) 저희가 정말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은데 예산 때문에 못 하는 것들도 많거든요. 목표가 맞는 팀을 만나서 예산 걱정 없이 제대로 한 번 잔치를 벌여보고 싶습니다.
PLUS 4. 모빌스그룹의 지속 가능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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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랜드는 멤버들의 소속감과 주인의식이 강해보여요.
모춘 저희와 오래 파트너로 일한 분이 무비랜드 오픈 후 멤버들에게 공간을 소개받으며 “눈빛이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모베러웍스를 만든 모춘과 소호를 서포트하는 느낌이 있었을 것 같아요. 기획부터 참여했던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무비랜드는 멤버들이 0부터 시작해 함께 벽돌을 나르며 만들어낸 것이죠. 거기에서 강한 애착과 자부심이 나오는 것 같아요.
현재 모빌스그룹 멤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어요?
소호 얼마 전 다녀온 동계 워크숍에서 윷놀이를 했는데, 팀이 3대3대3으로 나뉘더라고요. 기획, 디자인, 운영, 각각 세 명씩 저희 둘을 포함해 훈택, 혜린, 지우, 대현, 시리, 준식, 황제, 총 9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각 파트의 기여도가 영화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것처럼 무비랜드 또한 멤버들의 역량이 빛나요.
소호 저희가 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가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제일 중요했던 키워드가 ‘주체성’이었어요. 회사 안에서도 주체적으로 일할 때 가장 재밌고 성취감을 느꼈거든요. 그래서 저희 팀에서도 주체성이 중요한 가치가 됐고, 처음부터 모두에게 백지가 주어지는 것 같아요. 무비랜드를 하면서 특히 그랬는데, 극장을 운영하는 데 영사기사가 필요하면 ‘내가 자격증을 따볼까?’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거예요. 실제로 멤버가 자격증을 따기도 했고요. 멤버들도 주체성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그에 대한 크레딧도 개인이 가져가는 구조를 가능한 한 많이 만들려고 해요.
모춘 보통 조직 문화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 그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방향성에 대한 공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희의 생각과 방식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중요해서 소규모로 팀을 유지하며 방향성을 지켜 나가고 있어요.
![[Creator+] 무비랜드 모춘 & 소호: ‘영화적 순간’을 통해 몰입되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다 17 20250219 065400](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19_065400-832x1109.jpg)
주체성과 함께 팀 운영의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
모춘 역지사지와 표리부동하지 않은 태도, 그리고 솔직하려고 해요. 우리가 만난 이유가 우정을 다지거나 인간관계를 쌓기 위해서가 아닌 일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잖아요. 함께하며 친해지는 것은 부수적인 부분이고, 그것을 지양하는 것도 아니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감정적인 부분보다 문제 해결을 우선시해요. 예를 들어 ‘이렇게 얘기하면 상처받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는 순간, 일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명확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덜 상처받고, 더 효과적인 것 같고요.
〈브루터스〉 타지마 로 편집장에게 ‘편집장의 일’이란 무엇인지 물었잖아요. “가장 큰 것과 가장 작은 것을 보는 사람”이라는 답변이 인상적이었는데, 두 분께 ‘디렉터의 일’에 대해 묻고 싶어요.
소호 더 성장이 필요한 것 같아요. 너무 부족한 것 같고요. 그런데 점점 코치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라는 다큐멘터리를 재밌게 봤는데, 마이클 조던이라는 위대한 선수 옆에 필 잭슨이라는 감독이자 코치가 있죠. 마이클 조던이 압도적인 기량을 가진 선수였지만, 그걸 제대로 이끈 건 필 잭슨이었다고 생각해요. 필 잭슨 같은 코치의 역량을 더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9명이 각자 너무 다르고, 개성도 강하거든요. 각자의 개성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하고 잘 융화하는 것에 팀의 존폐가 달려 있다는 마음이에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MoTV를 보며 소호 님은 좋은 아이디어를 잘 정리해서 실현시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소호 기본적인 성향 자체가 군더더기를 싫어하는 편인 것 같아요. 구슬을 꿰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필요한 것들 것 제거하고 정수만 남기는 작업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어떻게 보면 저는 수렴을 잘하는 사람이죠. 발산을 잘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모춘이나 멤버들은 다양하고 좋은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사람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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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시간을 재밌고 의미 있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무비랜드로 이어졌고, 무비랜드에서 일하는 하루가 재밌어야 한다는 감각으로 일한다고요. 언제 가장 재미있나요?
소호 여러 가지 재미가 있는데, 최근 〈참상인의 길〉이라는 책에서 본 “자신의 효용을 손실 없이 체감하는 일”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와닿았는데요. 제가 무비랜드에서 일하며 내 효용이 손실 없이 쓰이고 있다는 감각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손님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들어오셔서 티켓을 받고 사진을 찍고 스낵을 사고 기대에 찬 모습으로 상영관으로 올라가고, 멤버들은 각자 있어야 할 자리에서 응대하고 있고요. 사무실에서 기획하고 상상했던 시나리오가 실제로 작동하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가장 즐거운 순간이에요.
취미인 영화 감상이 일이 되어 힘든 점은 없나요?
소호 극장을 운영한다고 하면 엄청난 시네필이라고 생각하시는데, 물론 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를 매개로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것이 극장을 만든 가장 큰 이유였어요. 그래서 이 업을 하면서 영화를 더 좋아하게 됐어요. 영화는 종합적 예술이잖아요. 삶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영화가 제 삶 가까이 있다는 게 즐거워요.
모춘 저는 영화 정말 좋아했는데 업력이 쌓이면서 영화 볼 시간도 아까워했어요. 그 시간에 기획이나 디자인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극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봐야 하는 지금이 오히려 좋아요. (웃음)
오랫동안 극장을 지속하기 위해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소호 극장이 지속 가능하려면 결국 구성원들의 하루하루가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추상적인 생각도 하고, 계속해서 사람들이 오고 싶어지는 가치를 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2만 원 이상의 가치를 주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요.
모춘 앞서 브랜딩에서 운영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신라호텔은 신라호텔의 룰이 있고, 에이스 호텔은 에이스 호텔의 접객 룰이 있잖아요. 지난 5년여간 브랜딩을 하며 기획과 디자인 작업에서는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원칙이 어느 정도 명문화가 됐는데, 운영에 대한 기준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어요. 우리가 지금까지 감각적으로 ‘좋다’고 느껴왔던 것들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우리만의 룰과 스타일을 만들어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게 과제이자 목표예요.
무비랜드 2주년을 맞이하는 순간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세요?
소호 글로벌 큐레이터를 또 모시고 싶고, 글로벌 큐레이터를 만나러 떠나는 해외 출장길을 여러 멤버와 함께한다면 저는 성공인 것 같아요. (웃음)
모춘 처음 오픈했을 때 여러 팀이 레퍼런스 체크를 위해 무비랜드에 방문했어요. 대부분 디자인, 공간, 브랜딩 팀이었죠. 1년 후에는 서비스가 방문의 이유가 되는 팀이 되고 싶어요. “무비랜드, 서비스 잘한다는데 한번 가보자!”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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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무비랜드를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라고 표현하셨는데, 무비랜드 자체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을까요? 시대착오적인 공간이라며 실패할 거라는 말을 들었는데 무사히 1년을 보냈잖아요.
모춘 일반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극장은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잖아요. 오히려 늪으로 가는 선택처럼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극장’이라는 장르를 선택하면서 저희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팀의 지속 가능성이 만들어졌어요. 그전까지 내부 멤버들도 굉장히 지쳐 있는 상태였어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고요. 그런데 극장이라는, 어떻게 보면 달성하기 어려운 꿈을 던졌을 때 팀이 다시 동력을 얻었어요. 소호와 둘이 지난 1년을 리뷰하며 했던 이야기 중 하나도 만약 극장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팀이 와해했을 것 같다는 거였고요. 그러니까 돈은 그때 더 잘 벌었거든요. 그런데 멤버들이 다 바뀌었을지도 몰라요.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따라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PLUS LIST
모춘과 소호가 ‘팀’을 생각하며 고른 영화 3
- 〈미드 90〉(2018)
- 〈미스 리틀 선샤인〉(2006)
-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2004)
“3월 6일부터 2주간 무비랜드 1주년 특별 상영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 기획에서 저희가 생각했던 건 팀이었어요. 오늘도 계속 팀에 대해 이야기했잖아요. 1주년을 자축한다면 팀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우리가 1년 동안 이 공간을 운영하면서 마치 저희 같았거나 작업에서 영감을 줬던 영화를 골랐습니다. 〈미드 90(Mid90s)〉은 스케이트보드를 좋아하는 13세 소년이 주인공인 영화예요. 처음 극장을 기획하며 한 인물이 이곳에서 겪을법한 모든 것을 상상하며 썼던 시나리오가 있었는데요. 이 영화의 주인공이 저희 시나리오의 캐릭터적인 부분에 많은 영감을 줬어요. 〈미스 리틀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은 아이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족이 우당탕 힘을 합쳐 달려가는 로드 무비인데, 우리 팀의 지난 1년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The Life Aquatic with Steve Zissou)〉는 모두가 안 된다고 하는 한물간 리더와 멤버들이 어떻게 팀을 유지하고 일을 해 나가는가를 집중해 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TIPPING POINT
모춘과 소호에게 ‘이야기’는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다.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들고, 가치를 높이며, 감정을 연결하는 중요한 장치다. 모빌스그룹이 2019년 11월 ‘모베러웍스’를 론칭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무엇을 만들었냐가 아니라, 왜 만들었는지, 과정에서 어떤 갈등과 문제가 있었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서사’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연결되며, 또 다른 ‘이야기 추종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무비랜드도 단순히 멋있게 만드는 게 아니라, 과정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방식을 택했어요.” 무비랜드를 만드는 2년여의 고민과 과정은 MoTV를 통해 시간차 없이 공유되었고,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공감하며 함께 성장했다. 결국, 이야기가 강력한 브랜드를 만든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가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게 가장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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