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최초 ‘디지털 아트 카’를 선보였던 작가

호주 최초로 열리는 차오 페이의 대규모 개인전

미디어 아티스트 차오 페이의 대규모 개인전이 지금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신작 두 점도 최초로 공개된다.

BMW 최초 ‘디지털 아트 카’를 선보였던 작가

도시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최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미디어 아티스트 차오 페이(CaoFei, 曹斐)는 1987년 중국 광저우 출신으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국의 급속한 도시화와 디지털의 진화를 기록해 왔다. 주로 영화, 사진, 대규모의 설치 작업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2025년 4월 13일까지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미술관(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이하 AGNSW)의 ‘2024-25 인터내셔널 아트 시리즈(International Art Series 2024-25)’의 일환으로 호주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 그녀의 개인전 〈나의 도시는 너의 것(My City is Yours, 欢迎登陆)〉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두 개의 신작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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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오 페이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도착(Arrival)’과 함께 촬영한 프로필 사진 © Cao Fei. Courtesy the artist, Vitamin Creative Space and Sprüth Magers, photo: Xia Mu

차오 페이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잡지인 〈아트리뷰(ArtReview〉)에서 2023년에 진행한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명의 아티스트’ 투표 결과, 그중 한 명으로 선정된 바 있을 정도로 현재 주목받는 아티스트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푸동 미술관(2024), 브라질의 상파울루의 피나코테카 미술관(2023), 영국 런던의 서펜타인 미술관(2020)에서 개인전을 진행했다. 이 외에도 국제적인 비엔날레 및 트리엔날레를 통해 중국의 상하이, 러시아의 모스크바, 대만의 타이베이, 이탈리아의 베니스 등에 작품을 전시한 바 있다. 특히, 2017년에 BMW의 아트 카 프로젝트에 참여해 증강 현실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아트 카’를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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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 Cao Fei. Courtesy the artist, Vitamin Creative Space and Sprüth Magers, photo ©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Diana Panuccio

이번 전시는 네온사인과 스트리트 댄스, 팝 음악 등 친숙한 현대적 요소와 결합한 가상의 도시로 관람객들을 초대한다. 홍콩의 보 아키텍츠(Beau Architects)가 전시 디자인을 담당하여 곳곳에 디테일이 살아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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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베이징 영화관의 로비와 출구를 오마주한 전시장 내부 © Cao Fei. Courtesy the artist, Vitamin Creative Space and Sprüth Magers, photo ©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Diana Panuc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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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 영업을 종료한 시드니의 유명 딤섬 레스토랑 ‘마리골드(Marigold)’를 오마주한 마지막 전시 공간 © Cao Fei. Courtesy the artist, Vitamin Creative Space and Sprüth Magers, photo ©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Diana Panuccio

1960년대 베이징 영화관 로비와 출구를 지나 전시는 시작되고, 39년간의 영업을 마치고 2021년에 영업을 종료한 시드니의 유명 딤섬 레스토랑 ‘마리골드(Marigold)’를 오마주한 공간과 함께 전시가 마무리된다.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전시장에 실제로 사용했던 오리지널 샹들리에와 거울, 카펫, 딤섬 카트 등이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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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을 통해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의 모습 © Cao Fei. Courtesy the artist, Vitamin Creative Space and Sprüth Magers. Photo © Ken Leanf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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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o Fei ‘Hip hop: Sydney’ 2024, three-channel HD video, colour, sound, 4:47 min, 48:9, commissioned by the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 Cao Fei. Courtesy the artist, Vitamin Creative Space and Sprüth Magers

전시장 내에서는 후쿠오카와 뉴욕의 도보 등 익숙한 도시 풍경을 배경으로 코스프레 복장을 한 사람과 힙합 댄서가 등장하는 비디오 아트를 감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게임 기술이 적용된 VR과 메타버스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도시 탐험도 가능하다. 공사가 한창 중인 영상 속 도시는 하룻밤 사이에 동네가 파괴되고, 노동자와 로봇이 일자리를 두고 경쟁한다. 전시장 내에는 3개의 VR 부스와 아케이드 게임 공간이 마련되어 관객 참여형 전시를 독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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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o Fei ‘Nova’ 2019, single-channel HD video, colour, sound, 97:13 min, 2.35:1 © Cao Fei. Courtesy the artist, Vitamin Creative Space and Sprüth Magers

대표작 중 하나인 ‘노바(Nova)’는 2019년에 제작된 97분의 영화로, 한때 홍샤(Hongxia) 극장에서 상영했던 중국과 소련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레트로-퓨처리즘 작품이다. 중국 사회에 대한 생각을 비유적으로 담기도 한 해당 작품은 인간을 디지털 물질로 변환하는 실험에 아들을 참여시키면서 시작된다. 실험 도중, 아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길을 잃고 떠돌게 되면서 40년 동안 돌아오는 길을 찾아야 하는데, 이 기간은 중국의 사회주의 이후 전환기의 기간과 맞먹는다.

“시간은 우리에게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에 탈출하기에 어렵죠. 그래서 과학자가 택한 방법은 아들을 기계 안으로 보내는 겁니다. 시간을 벗어나 헤엄쳐서 건너고 싶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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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of ‘Golden wattle’ 2024 at the ‘Cao Fei: My City is Yours 曹斐: 欢迎登陆’ exhibition at the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30 November 2024 – 13 April 2025, artworks © Cao Fei. Courtesy the artist, Vitamin Creative Space and Sprüth Magers, photo ©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Diana Panuccio

현대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작품 사이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 하나가 돋보인다. 바로, 처음 공개하는 신작 중 하나인 ‘골든 와틀(Golden Wattle)’이다. 해당 작품은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미술관의 의뢰로 제작된 작품이자, 차오 페이의 막냇동생 차오 샤오윤(Cao Xiaoyun, 1971-2022)에 대한 추모비이다. 1990년대 후반, 광저우에서 시드니로 이민을 온 샤오윤은 언니와 마찬가지로 아티스트였다. 특히, 호주의 국화인 ‘골든 와틀(아카시아의 한 종류로 호주에 서식한다)’을 주로 그렸던 동생을 기리기 위해 전시장에는 샤오윤의 작품과 함께 가족 및 친구들의 인터뷰를 담은 복합 설치 미디어를 선보인다. 차오 페이는 동생을 통해 호주 생활을 늘 엿볼 수 있었다며 이번 작품의 의미를 밝혔다.

“고인을 기리는 작품이라고 해서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동생은 긍정적이었고, 호주를 정말 사랑했죠. 그리고 동생의 삶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했어요.”

_ 차오 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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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o Fei. Courtesy the artist, Vitamin Creative Space and Sprüth Magers, photo ©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Diana Panuccio

이번 차오 페이의 시드니 대규모 개인전은 호주와 중국을 연결하는 또 다른 매개이자 아시아의 주목받는 여성 미디어 아티스트를 알리는 경험으로 모두에게 다가갈 것이다. 미래 지향적인 미디어 아트를 통해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차오 페이의 예술관 속에서 내가 발을 딛고 살고 있는 도시를 새로운 눈으로 관찰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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